아이는 자랄수록 아빠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저 아빠니까 당연히 가족을 위해서 피곤하고 힘들어도 돈을 벌어와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빠라는 보호막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울타리가 되어 주는지를 한번쯤은 생각하며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늑대왕 핫산》을 빌려오게 되었다.
핫산은 산하와 강산이 남매 아빠의 별명이다. 피곤에 지쳐도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서 놀아주며 아빠 늑대 역할을 충실히 해주던 아빠. 그런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과로로 이 세상을 떠나버렸다. 얼마나 막막하고 슬플까? 살아가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의 힘든 모습도 보인다. 가족의 곁을 떠난 슬픔은 아빠가 더 컸는지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 속의 늑대왕 아빠는 늘 아이와 엄마를 지켜봐 준다.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우는 동생을 달래다 같이 우는 남매에게 그림 속의 핫산이 그림 밖으로 스르륵 나온다. 산하와 강산이는 아빠 늑대의 등을 타고 도시의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간다. 아빠를 대신해서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의 힘든 삶을 보면서 아이들은 마음의 키가 훌쩍 자라는 것 같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읽혀지고 그림도 이 같은 흐름에 조화롭게 펼쳐진다. 이백 구십 일곱 자루의 색연필로 정말 슬프고도 진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쓴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파스텔톤의 약간 거친 듯한 그림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 책을 읽으면 눈물이 나고, 슬프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아빠가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용기를 준다. 어디에선가 꼭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줄 것 같은 아빠의 영혼이 가슴속에 따스하게 남아 있다.
아빠의 자리가 점점 작아져가는 듯한 요즈음에 우리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우리 모임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에게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