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러분은 지금부터 ‘1인 창업자’입니다!
주혜(主恵) 김정숙 / 수필가
우연한 계기로, 성인을 교육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맡게 되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그림책지도사‘로 활동하며 자원봉사 겸 방과 후 교사를 할 수 있는 강사들을 양성하는 강의였다. 교수님의 권유와 추천으로 나도 강의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2022년 4월 마지막 주부터 그 수강생들에게 첫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모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지천명에 가까워져 가는 내 나이보다, 더 연세가 많은 여사님도 계셨다. 그리고 4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수강생들도 있었다.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내용들을 들어보니 모두 ‘경단녀(경력단절여성)’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결혼하기 전 아가씨 시절에는 좋은 직장을 다녔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증권회사 직원, 사회복지사, 일반회사의 세무∙회계담당 직원, 출판업을 했던 사람 등 과거에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위해 각 분야에서 열심히 뛰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형적인 전업주부의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었다. 출산과 육아의 경험 역시 우리의 일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복되고 좋은 경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그렇게 영광스러운 ‘주부’라는 직업 외에, 무언가 또 다른 전문직의 일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아직도 세상의 환경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제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우고 나니, 다시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용기 있는 날개 짓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에게 마음 가득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도 그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의 내 모습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많은 배움에 갈증을 느끼며, 나도 열심히 나의 날개를 펴 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나도 과거에는 계속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장거리 주말부부의 한계와 자녀들의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한계, 게다가 아이들의 육체적∙정서적 아픔은 더 이상의 직장생활을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다. 출근을 위해 일요일마다 부산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나의 바지를 붙잡고 우는 둘째 아이를 더 이상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가정 경제 형편이 힘들어도,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두 자녀들에게 더 이상의 인내를 요구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꼈다. 이제는 내가 아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돌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느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나는 더 이상 나의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다 큰 다음에는 굳이 엄마의 품속을 그리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결정은 잘 했다고 생각하며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 역시 경단녀의 삶을 피할 수는 없었다.
퇴직 후 가족들과 함께하며 1~2년이 지나자, 아팠던 나의 자녀들도 차츰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자녀들의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즈음, 나도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무엇을 다시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씩 시도하다보니, 어느 새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조금씩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자기가 원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4~50대의 나이에 어떤 새로운 분야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냥 재미로 하는 일이라면 좀 더 편안한 마음이겠지만, 뭔가 생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찾아나서는 일들은 더 많은 각오와 다짐이 필요하다. 게다가 자신이 평생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은, 오히려 더 황량한 불모지 위에 나 혼자 서 있는 기분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그러한 몸부림들에 많은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냐하면 아무리 서툰 모습일지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그 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 어떤 모습보다도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감동 뒤에는 도전하는 자에게서만 느껴지는 많은 두려움과 약간의 설렘도 발견할 수 있다. ‘이게 과연 될까? 헛수고 하는 건 아닐까? 또는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그냥 대충 100만원이라도 주는 회사에 취업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의심과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들이 쉼 없이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그런 복잡한 마음들을 품고 첫 수업을 수강하는 그분들께 나는 한 가지 이야기를 해드렸다.
<이제 여러분은 지금부터 ‘1인 창업자’입니다!>라는 말로 첫 서두를 꺼냈다. 자세히 따져보면 이 얘기는 틀린 얘기도 아니다. 왜냐하면 방과후지도사나 출강을 가시는 분들도 일종의 프리랜서와 같은 1인 창업자와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강의에 참석하신 그분들에게 좀 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었다.
“지금부터 약 10년 전 쯤, 그때 저는 우리 회사에 방문하신 벨연구소의 윤종록 박사님(이 분은 그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및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등 굵직한 중직을 많이 수행하신 분이다.)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특강에 참석했던 우리 회사 본사의 직원들은 대략 250여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회의실에 직원들이 가득 찼었는데도, 그분의 강연이 어찌나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던지 거의 2시간 내내 모든 직원들이 숨죽이면서 그분의 강연을 경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향후 미래세대에는 1인 창업자 또는 5인 이하의 아주 작은 기업들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반드시 도래할 것입니다. 그래서 큰 기업의 직원들이 큰 인기를 끌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작은 기업들이 더욱 소형화되고 효율성을 갖는 기업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또한 큰 기업만을 쫓던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며, 크고 작은 시도들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사회분위기도 점점 더 많이 조성될 것입니다.
인구 2,000만 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이스라엘이 전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이유는, 각종 규제와 형식을 타파하고 각자의 창의성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는 이스라엘의 탄탄한 정부정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업을 시도하다가 몇 번을 실패해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고생했다고 말하는 관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종 제도를 통해 지원해 주면서 다시 시도해보라고 권면해주는 정부의 성실한 정책과 국민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에 발맞춰 끊임없이 노력하는 소형 민간 사업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곧 그런 날들이 도래하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그때를 준비하십시오. 그리고, 미래세대를 책임질 자녀들에게 깨어있는 의식을 심어주십시오. 한 분야를 깊이 아는 것도 좋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골고루 쌓으라고 말해 주십시오. 더불어,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최소한의 자격들을 취득하십시오. 그래야 1인 다역을 할 수 있는 1인 창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미래시대를 향한 도전의식과 끊임없는 배움을 강조하셨던 그분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다양한 종류의 자격증과 경험들을 더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나는 수강생분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배우는 행동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말라고 말씀드렸다. 또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전혀 다른 일에 대해 배움을 시작했다고 할지라도, 배울 때에는 최대한 집중해서 열심히 배우라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각자 삶의 위치에서 배워 온 인생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에게 또 다른 교훈과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다.
어느 순간 수강생들의 눈에서도 더 열심히 배우고자하는 의지들이 엿보였고, 나는 그분들이 느끼는 그 갈증을 채워드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강의에 집중했다. 낮에는 각자 소소한 아르바이트들을 하시는 분들이라 밤에 모여 그 수업을 듣는 형편이니 모두들 많이 피곤해 하셨다. 그래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드리기 위해 거의 2~3시간동안 물 한 모금도 못 먹고 수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분들의 배우고자 하는 눈빛들을 마주하면서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그분들과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더 많이 배워야 하고, 더 많이 불모지 위에 서서 더 많은 날개 짓을 연습해야 하는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도 1인 창업자이며, 그들도 1인 창업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희망은 현실을 초월하고, 현재 지금 이 순간에 그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고 했던가! 세상이 나를 ‘바보’라고 손가락질해도, 오늘도 나는 계속해서 꿈꾸는 자로 하루를 살고 싶다. 또한, 수강생들도 그들의 꿈이 그들을 더 다양하고 넓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기를 마음 가득 소망한다.
<1인 다역을 하는 창업자>의 도전정신이 그들의 마음에도 스며들어, 그들의 꿈이 그들 자신들의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날의 강의를 마무리했다. 깊은 밤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우리 집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리는 내 마음은 기분 좋은 피곤함으로 마음 뿌듯함을 느꼈다.
첫댓글 항상 노력하는 1인 창업자 분들 응원합니다. 저도 꿈이 있는데, 언젠가 창업을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