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소형 총체극 '병사 이야기''2001 5.25(금), 26(토), 27(일) 저녁8시 |
병사의 이야기는 세상의 여러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나약한 병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음악극은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를 대표하는 주요 악기들에 대한 음악적 요구가 큰 까닭에 도전하기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곡의 곳곳에서 출현하는 재즈 리듬, 행진곡, 춤곡, 써커스 분위기의 곡들은 극장에 모인 청중, 연주자, 연기자들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리 공연계에서 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것은 십여 년 전 한 번 뿐이었다. 두물의 야심찬 기획 스트라빈스키의 '병사 이야기'는 "낭송, 마임,춤을 위한" 이란 원작 대본 첫머리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게 된다. |
|
* '병사 이야기'가 완성되기 1년 전인 1917년 피카소가 그린 이고르 스크라빈스키의 초상 |
'병사이야기' 공연실황사진 | ||||||
| ||||||
기획과 관련하여
새 밀레니엄 축제가 요란하게 펼쳐지기 몇 달 전, 일본에서는 음악계에 앙케이트를 통해 20세기 음악 중 가장 중요한 곡을 한 곡만 고르라는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는 단연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봄의 제전'이라는 음악이었다. 1913년에 빠리에서 초연된 이 음악은, 당시로서는 너무도 귀에 즐겁지 않은 시끄러운 소리여서 청중들이 참지 못해 야유를 벌인 음악 아닌 음악이었던 것이다. 그 무렵, 그는 후일 그의 대표작이 된 여러 개의 작품을 썼고, 그 중 1918년 초연된 작품이 '병사 이야기'이다.
전란으로 궁핍한 그 시절, 그와 주변의 예술가들은 적은 예산으로 유랑 무대에 올릴 수 있되 질적으로는 결코 빈곤치 않은 (아마 이 시대에 우리에게도 남의 말이 아닌 건 아닐지) 작품을 만든 것이다. 그 내용은 세상의 여러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나약한 병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제는 우화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다. 이는 또 다른 파우스트 이야기라 하겠다. 이 무대 음악극은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를 대표하는 주요 악기가 음악을 맡아 작품의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그 음악적 요구가 만만치 않아 아무나 쉽게 도전치 못하는 곡이다. 그렇다고 해서 듣는 사람에게까지 난해한 곡은 결코 아니며 연주가에게 그렇다는 것이다. 곡 중에 포함된 재즈리듬, 행진곡, 춤곡, 써커스 분위기의 곡들은 작은 극장에 모인 청중, 연주자, 연기자들을 한 덩어리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짧지 않은 서양 음악 역사를 가진 우리 공연계에도 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것은 십여 년 전 한 번뿐이다. 이번 제작되는 작품은 원작 대본 첫머리에서 지시한 '낭송, 마임, 춤을 위한'에 충실히 따르게 된다.
출연진 및 스텝
음악은 다양한 편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을 국내에서는 드문 여류지휘자 숙명여대 교수 김경희가 리드하며 연극 부문과의 예리한 조화를 이룰 것이며, 규모와 길이 면에서 대단히 압축적이어서 더욱 까다로운 이 작품의 연출은 우리 연극계의 완벽주의자인 예수정이 맡는다. 또한 마임의 본 고장 프랑스에서 마임을 연구하고 몇 년 전 귀국하여 현재 대학에 출강하는 박미선이 다양하게 변신하여 우리의 나약한 인간상을 공격하는 악마로 출연하며, 병사로는 오필오가 맡게 되는데 그는 지금 나이 27세에 벌써 에우리피데스, 쏜튼 와일더, 이강백, 김지하의 극, 뮤지컬 등 20여 극에 참가한 실력파 연기자다. 목소리의 카리스마가 필요한 이 극의 나레이터는 젊은 딕션파 정지환이 그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이번 무대는 미시간 대학과 프랑스에서 10여 년 건축을 공부한 독특한 개성의 건축가 김헌이 맡아 제한된 예산이지만 이 범상치 않은 극의 배경으로 새롭고 독특한 무대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밖에 우리 무용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견 무용가 안애순의 세련된 안무로 정보금이 청순한 공주역을 연기하게 된다.
독특한 무대 구성 및 연출 스케치
이번 작품은 독특한 형태의 두물워크샵 극장의 특성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흔히 객석이 고정되어 그 앞에 무대가 있는 프로시니엄 형식이 흔한 극장의 모습이라면 두물 극장은 무대를 중심으로 관객이 둘러앉는 어리나(arena) 형태나 관객석 안으로 무대가 뚫고 들어오는 쓰러스트(thrust) 식으로 연출의 요구에 따라 객석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다.
배우의 등·퇴장도 2층으로부터, 유리로 된 무대 정면, 또 관객 옆쪽 외부 문으로부터 등 여러 곳에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연주자들은 무대와 관객 중간에 위치하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무대 안쪽 측 벽에 앉게 된다. 높은 천정과 2층 발코니, 평이한 직사각형이 아닌 팔각형의 평면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느껴보는 기회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두물워크샵이 기획한 이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병사 이야기'는 무엇보다 작금의 음악회장 현실 속에서 쉽게 기획하여 무대에 올려지기 힘든 작품이다. 음악과 연극이 동등한 무게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또 무대 미술과 여타 장르의 결합이 총제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마지막으로 경영상의 수지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무대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두물워크샵은 이러한 난점을 안은 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도전장을 냈다. 이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병사 이야기'는 두물워크샵이라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공연장에서 작은 오케스트라, 연극, 나레이션, 댄스가 결합된 총체극으로 재탄생 하는 것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병사의 이야기'에 대하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
1882년 러시아의 성 페테스부르크에서 태어난 스트라빈스키는 여러 국가에서 머물렀던 그의 인생처럼 음악적으로도 세기를 달리하며 다양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맞섰던 작곡가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으로 가장 쉽게 떠올리게 되는 것은 발레곡 '불새'와 '봄의 제전'일 것이다. 그가 성공을 이룬 것도 1911년 경 파리에서 올린 2개의 발레곡 '불새'와 '페트르슈카'의 덕이었다. 논쟁의 대상이 된 첫 작품이자 세번째 발레곡인 '봄의 제전'은 1913년 초연되었는데, 이 작품은 20세기 음악의 획기적인 사건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때부터 스트라빈스키는 현대 아방가르드 음악의 선도적 인물로 여겨지게 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이러한 발레 작품들은 디아길레프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했다. 스트라빈스키는 다이길레프를 위해 1919-20년 '풀치넬라'를 작곡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민족음악적 특성과 리듬, 그리고 극음악 및 발레음악 등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스트라빈스키는 디아길레프와의 인연 외에도 니진스키, 피카소, 장콕도 등 이 시기 예술계의 주요 인물들과 교제함으로써 그의 음악을 한층 풍부하고 진보적인 것으로 이끌어 갔다..
그의 음악생애는 모두 4기로 나눈다. 첫 시기는 바그너로 대변되는 후기 낭만주의의 특징들을 보이는 시기이자 러시아의 민족적인 특성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다. '불새', '페트르슈카', '봄의 제전'이 모두 이 시기의 작품들이다. 제2기는 1913년에서 1923년으로 '병사 이야기'가 여기에 속한다. '병사 이야기'를 작곡하던 시기에도 러시아 민속 리듬과 미국 재즈 음악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였다. 이 시기부터 그는 후기 낭만주의의 대규모성과 복잡성 등을 등지고 신고전주의적 경향으로 선회한다. 뿐만 아니라, 1952년 경 이후부터는 베베른에 경도되어 12음기법에 깊이 빠져들어 5개에서 7개까지의 음열들을 사용한 작품들을 내 놓기도 한다
스트라빈스키는 이처럼 고전음악의 다양한 쟝르(거의 모든 쟝르들)와 다양한 양식들(후기낭만, 민족주의, 신고전주의, 음열주의 등)을 섭렵하면서도 또한 완변하게 이들을 소화해낸 작곡가로 평가된다.
'병사 이야기'
작품 배경
1917년 경 스트라빈스키는 개인적인 어려움과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리며 대단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작가인 친구 라뮈즈(C.F.Ramuz)와 지휘자 앙세르메와 어울리면서 아화나 요후가 편찬한 러시아 민화집을 읽으며 러시아의 전통에 관심을 놓치 않던 중, 강제징병이 시행되던 니콜라이 1세 시대 탈주병과 그 병사의 혼을 찾아오는 악마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스트라빈스키와 그의 친구들은 이 이야기가 대단히 러시아의 전통에 입각한 이야기지만 전 세계인들에게 공통된 호소력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이를 소재로 작품을 구상한다. 당시 스위스의 유명한 시인이자 작가였던 라뮈즈는 대본을 무언극적 화법(해설자가 있는 무언극 형식)으로 구성하게 된다. 이들이 구상한 '병사 이야기'는 악마의 유혹(세상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나약한 병사의 심성(인간의 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병사 이야기'가 작품으로 만들어진 시기는 스트라빈스키가 '불새', '봄의 제전', '페트루시카' 등의 작품을 쓴 직후인 1918년이다. 러시아 전란의 궁핍한 시절이라는 그 당시 상황에 맞추어 작품의 규모를 적은 예산으로 가능하도록 하였다. 작품의 이러한 경제적 구성은 당시 후기 낭만주의의 대규모성에서 신고전주의라 불리던 새로운 음악적 사조로 변화해 가던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적 전환과도 맛물리는 것이다. 반음계적 특성이나 복조성, 복리듬의 사용 등은 그의 현대적 조류에 상응하는 요소이지만 간결한 짜임새와 대규모 관현악을 소규모 관현악으로 대치한 관현악적 경제성은 그에게 새로운 변화로 다가올 신고전주의적 특성으로 지적해야 할 점들이다.
"읽고 연주하고 춤출 것"으로 의도된 작품 '병사 이야기'는 해설자와 배우들, 무용수들, 그리고 군인들로 이루어진 소편성의 앙상블로 구성된 소규모 순회극단을 통해 1918년 9월 28일 스위스 로잔느에서 올려졌다. 지휘는 앙세르메가 맡았고 공연은 대 성공이었다.
음악적 특징
곡은 오케스트라의 주 구성 파트인 현악기, 목관, 금관악기, 타악기에서 대표적인 7개만을 추려낸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트럼펫, 트럼본, 타악기(팀파니, 베이스 드럼, 사이드 드럼, 케슬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로 연주된다. 음악은 양식적으로 러시아 민속리듬에서부터 탱고, 재즈, 써커스 분위기의 음악까지 대단히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어 현란하고 변화무쌍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며 또한 놀랄만큼 진지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 스케일과는 달리 음악극으로서의 구성은 매우 예리하고 치밀해 다루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곡이다. '음악극'인 이 작품을 녹음한 여러 음반 중에는, 성우의 낭독과 출연자의 대사를 입체적으로 실어 눈앞에 무대를 상상케 하는 것도 있고, 연주만을 위하여 조곡 형식으로 다룬 것도 있다.
'병사 이야기' 내용 요약
한 병사가...
열흘 휴가를 받아 집으로 가던 중,
시냇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바이올린을 켠다.
이때 악마가 나타나 바이올린과 자신의 책을 바꾸자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가서 바이올린 연주법을 가르쳐주면
푸짐한 대접을 하겠다고 한다.
병사는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삼일 뒤에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자신이 아끼던 모든 것을 악마에게 빼앗긴 것을 깨달은 병사는 절망에 빠진다.
다시 나타난 악마가 책의 비법을 일깨우고
그 책을 이용해 병사는 큰 부자가 된다.
하지만 곧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된다.
옛 것을 되찾고 싶어하는 병사 앞에 악마는 병사의 옛 물건들을 내어놓지만,
병사는 더 이상 옛날의 순수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책도 바이올린도 모두 버리고 무작정 먼길을 떠난 병사는 낯선 나라에 들어선다.
그 나라의 병든 공주를 고치는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 될 수 있다.
공주를 치료해 보려는 병사 앞에 악마가 나타나 사기를 꺾는다.
악마와 한 판 승부를 하여 마침내 자유로워진 병사가 공주를 치료한다.
이때 다시 악마가 나타나지만 더 이상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는 가볍게 악마를 물리친다.
악마는 저주의 말을 남긴 채 사라진다.
공주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던 병사는 다시 고향에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러나 하나의 행복은 모든 행복
- 현재의 행복과 과거의 행복을 모두 가질 수는 없는 법.
결국 공주를 길에서 잃고, 악마와 재회하게 된 병사는
다시금 악마의 뒤를 따른다.
병사이야기 L'HISTORE DU SOLDAT (1918) 관련 연보 및 음반
관련연보 국외(20세기 전반),국내
제작 | 장소 | 년도 |
W. Reinhart | Lausanne | 1918 |
Art Theatre | London | 1927 |
Stadt. Buhnen | Munster | 1929 |
League of Composer | New York | 1928 |
Kroll Oper | Berlin | 1929 |
Stadttheater | Dusseldor | 1930 |
I.S.C.M. | Chicago | 1931 |
Salabianca | Florence | 1935 |
Salabianca | Rome | 1940 |
Ballet Club | Cape Town | 1944 |
I.S.C.M. | Kahl | 1946 |
Theatre des Champs- Elysees | Paris | 1946 |
Staatsoper | Munich | 1946 |
Teatro Colon | Buenos Aires | 1948 |
I.S.C.M. | New York | 1948 |
Hamburgische Staatsoper | Hamburg | 1955 |
예풀이 | 문예회관대극장 | 1989 |
두물워크샵 | 두물워크샵 | 2001 |
음반
Stravinsky and Paris Ensemble, 1932
Bernstein and Boston Ensemble, 1948
Igor Markevitch and Ensemble de Solistes, 1963
Lionel Friend and Scottish Chamber Orchestra, 1986
Georges Descrieres and Ensemble Instrumental de Basse-Normandie, 1988
Shlomo Mintz and Shlomo Mintz Ensemble, 1997
□ 남양주 세계야회공연축제 팜플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