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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남 개인전 高正男(Ko, Jungnam)
전시제목 : 동경이야기(東京物語, Tokyo Story)
_Super Normal
일 정 : 2012년 2월 4일 ~ 2월 25일
: 10:00 ~ 18:00(일, 공휴일 쉽니다)
오프닝 : 빈스서울 갤러리 2월 4일 토요일 4:00pm opening
서울 마포구 대흥로 108 02)706-7022
풍경은 오직 하나의 근원(monos)에 속한다
- 고정남의 ‘동경이야기_초평범(超平凡)’에 관한 미학적 상상
경기도미술관 김종길 | 미술평론가 Gim,Jonggil | critic
1. 동경이야기(東京物語)
“동경이야기”는 고정남의 일본 유학이 끝나가던 2004년을 전후해서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憧憬)이 실제의 동경유학(東京留學)으로 성취된 뒤, 6년여의 동경생활에 깃든 편린(片鱗)들이다. 19세기 말의 파리를 우울한 시선으로 산책했던 보들레르가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고 외쳤던 『파리의 우울』(1869)이 불현듯 떠오르지만, 권태나 우울 따위와는 하등 상관없이 ‘동경(東京)의 환희’로 읽히는 고정남의 사진은 낯설다. 동경(憧憬)이 없는 동경(東京)의 이야기는 ‘환희’가 될 수 없다(혹은 존재할 수 없다), 의 낯섦 같은 것이 사진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겐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낯섦’이라는 것이 환희 그 자체였을 터다. 그러니 그의 ‘동경이야기’는 동경(憧憬:그리움)의 구체적 현실이 빚은 작은 조각들이 아니고 무엇일까! 낯선 세계의 산책자로 살았던 고정남의 삶이 거기 있고, 그 시선에 붙잡힌 ‘초평범(超平凡:Super Normal)’이 또한 거기 있다. 그리고 그 환희의 ‘초평범’으로서 사진은 의외로 소박(素朴)하고 검박(儉朴)하다. 소박하고 검박해서 더 낯선 것이기도 할 것이다.
2. 산책자(Flâneur)
보들레르와 같은 근대의 산책자들처럼 나는 고정남의 시선에서도 도시 산책자를 발견한다. 근대와 현대를 구분하여 산책자의 역사적 개념을 들춰내는 것도 필요하겠으나,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산책자의 시선이 어떤 시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책자’의 개념적 출현의 근거였던 ‘근대화와 도시공간’이라는 사회적 변동 또한 21세기의 현대도시에서도 지속되고 있으니까. 목적 없이 대도시의 군중 사이를 배회하거나 관조하는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20세기 초 최고의 산책자였던 발터 벤야민이 ‘그’를 “현재의 파편들 속에서 과거의 진실을 끌어 맞추려고 노력하는 역사의 천사(天使)”라 불렀고, 현대 대표적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군중 속에서 아무런 목적 없이 느릿느릿 거니는 사람”이라 했다는 점이다. 둘의 관점을 묶어서 설명하면 산책자는 단순히 도시를 걷는 자가 아니라 ‘근대화’ 또는 ‘현대화’의 이면에 자리한 ‘파편화되고 불연속적인 감각’을 체험하는 자이다. ‘그’는 대도시가 상실한 과거를 보면서 ‘새로움’의 충격을 피해 ‘과거’라는 자신의 내면적 환상에 참여하는 자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자의 도시 산책. ‘현재’는 그 기억의 파편들 사이에서 도시에 대한 ‘지속적 친화성’을 파괴하는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고정남의 사진들은 동경(東京)이라는 낯선 세계에서 새로운 과거를 기억하기 위한 현재의 지속적 친화성을 의도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때로부터 모든 것은 다시 산책되어졌다. 고정남의 산책은 산책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나 의도된 것이어서 다른 것이다. 그의 ‘의도’는 역설적이게도 급변하는 대도시의 파괴된 과거이거나 그런 과거와 현재에서 감각되는 풍경의 불연속성이 아니라 어떤 우연, 어떤 필연의 ‘맞닥뜨림’을 사유하는 지점에서 출현했다. 그는 그 자신 즉 ‘고정남’이라는 ‘몸’에 기억된 오래된 ‘문화적 환영’의 현현을 동경에서 마주하고 싶었다. 한국의 전라남도와 일본의 동경이 마주하는 환영의 현현 같은 것. 그래서 그는 때때로 걸었다. 소설가 구보씨처럼. 박태원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8)에서 보여주었던 ‘순간적 공간성’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연속적 세계가 아니라 매 순간 겪게 되는 공간체험으로서의 산책….
3. 찰나의 이면
고정남의 작품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말과 문자 언어가 상실한 곳에서 떠도는 황홀한 이미지(사진)에 눈뜰 필요가 있다. 말과 문자로 붙잡을 수 없는 이미지는 언어이전의 찰나(刹那)에 속하고, 말과 문자였으나 결국 언어를 상실한 순간은 우리가 속한 세계의 이면(裏面)을 목격했을 때이다. 찰나가 지속된 세계에서 언어는 탄생했고, 이면의 목격담에 의해 세계는 비로소 숭고한 풍경을 갖게 되었다. 고정남의 사진(이미지)은 언어가 상실해 가는 말더듬의 순간들처럼 그가 맞닥뜨린 ‘찰나의 이면’들을 엿보인다. 말로써, 혹은 문자로 적시하는 순간 안개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 한 순간의 이미지들. 그가 마주쳤던 황홀을 우리의 황홀로 시선이입하면서, 고요한 황홀의 눈(인연이 발현된 순간)에 들기 위해서는 현자들이 던져놓은 잠언의 돌다리를 두들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하고 멸하는 것, 멸하고 생하는 것 모두 찰나가 이룬다.”
“풍경은 오직 하나의 근원(monos)에 속한다.”
세계는 일원론이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풍경, 하나의 진리, 오직 하나의 열쇠. 어느 날 사람들은 일원론에 의심을 품었다. 동양은 하나의 여럿을 의심했고 서양은 하나의 끝이 갈라져 둘이 되는 꿈을 꾸었다. 하나의 여럿이 윤회(輪回)라면, 하나의 다른 둘이 ‘형이상/형이하’다. 하나가 하나로 반복되면서 ‘나-세계’의 차이가 형성되고 그 차이의 극복을 통해 ‘완전히 다른 나(眞我:참나)’에 이른다는 것이 윤회라면, 하나는 하나로 존재하나 그 하나에 맞붙은 그림자로 인해 하나는 둘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형이상/형이하’다. 고정남의 카메라는 하나가 하나로 반복되고 이어지는 윤회의 ‘사이’를 비춘다. 세계의 ‘사이’, 풍경의 ‘사이’, 진리의 ‘사이’와 만나는 찰나의 오직 한 장면. 그러므로 그의 풍경은 ‘오직 하나’의 근원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의 사진 하나하나는 여럿으로 존재하는 ‘하나’일뿐 둘이 아니란 얘기다. 그 모든 하나의 풍경은 ‘찰나의 이면’이기에 매 순간 상실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형이상/형이하’의 그림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의 ‘초평범(超平凡:Super Normal)’의 미학은 일원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풍경, 하나의 진리인 평범(平凡)으로서의 그것!
“현실이란 ‘사건의 지평선’에 떠 있는 비늘과 같다.”
그림자 없는 존재는 시간이 초월된 세계에서만 가능하다. 사진은 시간을 정지시킴으로써 초월적 세계를 획득한다.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는 그림자를 갖지 않는다. 혹자는 복제미학을 거론하며 사진의 ‘그림자’를 미학적으로 증명하려 들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들뢰즈와 가타리가 그야말로 미학적으로 증명했듯이 복제란 한 낱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태풍의 눈처럼 황홀의 눈은 이 세계에 불현듯 출현했다가 사라진다. 그 눈은 초월과 황홀의 중심이다. 눈의 중심에 그림자 없는 초월세계가 존재한다. 흥미롭게도 그 초월세계는 ‘인연’이 이뤄지는 순간의 현실적 사건이다. 그래서 황홀은 삽시간의 폭풍이요 아수라다. 우리는 인연의 폭풍과 아수라를 무감각하게 보내고 있을 뿐이다. 또한 모래시계의 특이점(singularity)처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홀의 표면)’을 이루며 빨려 들어가는 거대한 홀이 황홀이다. 고정남의 사진은 그 황홀의 세세한 표면이며, 표면의 작은 비늘들이라 할 수 있다. 상징으로 읽히는 그의 현실세계는 그래서 초월이요, 황홀인 것이다. 태풍의 눈이 현실이듯 황홀의 눈 또한 지극한 현실이며, 현실에서 ‘사건의 지평선’은 현실의 표면이요 비늘이다. 그러므로 그의 사진은 비릿한 비늘이다. 싱싱하게 살아 오른 현실의 찰나, 그 비릿함! 현실은 참으로 거대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4. 초평범에 대하여
한 세계가 멸하고 한 세계가 생하는 순간의 풍경과 황홀의 지평선에 뜬 현실은 무감각할 만큼 평범하다. 고정남의 사진은 바로 그 ‘평범’의 세계를 비춘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가 보내준 참고자료에는 후카사와 나오토의 『슈퍼노멀(Super Normal)』이 있는데, 그 의미는 “평범함 속에 숨겨진 감동”이다. 디자인 개념으로서 “평범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이며, “오랜 시간 동안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치를 지닌 지금까지 우리 속에 함께했던 디자인,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디자인이 지향할 바를 완벽하게 함축하는 그것”을 ‘슈퍼노멀’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고정남은 이러한 슈퍼노멀의 미학을 야나기 무네요시의 공예미학에서 찾기도 한다. “담담하고 파란이 없는 것, 계획성도 없는 것, 천진한 것, 솔직한 것, 자연스러운 것, 무심한 것, 사치스럽지 않은 것, 과장이 없는 것, 그것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겸손하고 검소하며 장식이 없는 것, 그것은 인간의 경애를 받아야 마땅하다.”
후카사와와 야나기의 디자인미학을 고정남의 사진미학에 대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의미론만 가져와서 사진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디자인은 공예에 속하고 사진은 현실에 속한다. 사진의 현실은 옹근 현실미학으로만 해석될 필요가 있다. 나는 그가 보내준 흑백사진 한 컷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그가 그의 스승 호소에 에이코(細江 英公)와 찍은 사진 하나. 둘은 칠판에 분필로 ‘초평범(超平凡)’과 ‘신평범(新平凡)’을 적어가며 의미를 따진 듯하다. 사진 오른쪽 ‘고정남 어록’에 적힌 ‘문명비평文明批評’에 나는 주목한다. 호소에는 “사진이란 뒤에서 둔기로 머리를 맞았을 때의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야말로 노멀하게 풀면 이 말은 후카사와가 말했던 “평범함 속에 숨겨진 감동”이거나 “평범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일 수 있다. 그러나 호소에의 말에는 노멀을 뛰어넘는 말의 힘이 있다. 그 말의 힘이 전하는 ‘느낌’의 체계에 초평범의 메시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 그렇다면 문명비판의 메시지는 후카사와의 노멀에 있는가 호소에의 초평범에 있는가? 물론 호소에의 ‘둔기로 머리를 맞았을 때의 느낌’에 있을 터다. 그 느낌, 그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고정남은 이번 전시주제를 정하며 이렇게 썼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금번 전시의 테마를 초평범(Super Normal)으로 정하였다. 이 사진들은 유학이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촬영된(1년에 한 두 차례의 일본여행) 사진들 중에서 가려진 것이다. 일본인의 시각에서 보면 새로움 없는 당연한 것들에 불과하겠지만 이방인인 나는 어쩐지 그런 평범한 것들에 시선이 갔다. 일본문화에 조금은 익숙한 나의 사진을 보는 다른 이의 시선에 낯선 새로움이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들도 그저 평범한 순간들의 연속처럼 보인다. 초등학생 붓글씨 전시에서 본 “큰산, 후지산, 세배돈”. 어느 날 어느 골목에서 마주 친 스모 선수. 어느 날 어느 때 어느 사람들 어느 풍경들…. 기계에 마음 한 조각 새겨 넣듯이 어느 날, 어느 때, 어느 사람, 어느 풍경을 담담히 담은 사진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자, 첫 장의 “동경이야기”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고정남(Ko, Jung_nam)_高正男
E-mail: arirangseoul@yahoo.co.kr
http://blog.naver.com/arirangseoul
1992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1999~2002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 사진예술제1학과 졸업
2002~2004 도쿄공예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사진)전공 졸업
개인전
2011 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의, 김영섭 사진화랑_Seoul
2009 ‘09진달래, Gallery Bresson_Seoul
2008 unlimited, 김영섭 사진화랑_Seoul
2007 ‘07진달래, Gallery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_Seoul
Changing Opinion, Gallery cafe miel_Seoul
2005 겨울방학_여행에서 만난 풍경, 김영섭 사진화랑_Seoul
2004 안도타다오의, 콘크리트의, Gallery 목금토_Seoul
2003 여름방학_여행에서 만난 풍경, Gallery Bar FERRARA_Seoul
안도타다오의 YUMEBUTAI, Gallery CREADLE_Yokohama, Japan
2002 집, 동경이야기, Gallery Lux_Seoul
그룹전
2011 겸재정선 오늘에 되살리기, 겸재정선기념관 _Seoul
국민국가의 안팎, 화인갤러리 _Pusan
Social Photography, gallery illum_Seoul
도쿄공예대학동문전, 갤러리 이앙 _Seoul
2010 분단미술_눈 위에 핀 꽃, 대전시립미술관_Daejeon
2010 격물치지, 일민미술관_Seoul
2010~8 서울포토페스티벌, 코엑스_Seoul
2009 '1990년대 이후의 새로운 정치미술, 경기도미술관_Gyeonggido
Reminiscence, Gallery Lux_Seoul
청소년, 일민미술관_Seoul
2008 나의 유학시절, Gallery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_Seoul
2007 동강사진페스티벌 기획전, 바라보기상상하기_Yeongwol
달콤 쌀벌한 대선, 대안공간 충정각_Seoul
소파와 그림,b Gallery_Seoul
내공쌓기, Gallery Lux_Seoul
2006 책이 있는 풍경, 국립중앙도서관_Seoul
depositors meeting, Gallery art &river bank_Tokyo, Japan
art shopping, 대안공간 제주 결 갤러리_Jeju
2006_7 부천대학 산학협력전, 부천대학 한길관_Bucheon
newspape, Gallery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_Seoul
2006 눈 이야기,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빛 갤러리_Seoul
해외시장 개척 모색전, Gallery on, Knapp Gallery_London UK.
2005~7 5x7 사진전, 갤러리 브레송_Seoul
2005 한국사진의 과거와 현재전, 광화문갤러리_Seoul
한일 현대미술 교류전, Yokohama, Japan
2002,2004 HOSOEEIKO와 젊은 사진가전, Gallery SPANART_Ginza, Japan
2003 동경공예대학 한국유학생 6인의 사진전, exhibit LIVE_Ginza, Japan
image box IIZAWAKOTAROW 작품제작 세미나전, setagaya_Tokyo, Japan
2001 The Dark Room, Gallery CREADLE_Yokohama, Japan
2000 일본유학생사진전 Konica Plaza_Tokyo, Japan
Public Collection
사진집“4”_월간 photonet 출판사, 2007
Collection
2011 동아일보사
2010 일민문화재단
2009 일민문화재단
2011 김영섭 사진화랑
2009 갤러리 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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