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학위 논문/노원호 시 연구

석사학위청구논문 노원호(盧源浩) 동시 연구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정 구 성 2005년 2월 석사학위청구논문 노원호(盧源浩) 동시 연구 A Study on Roh Wonho's rhymes for children 지도교수 박 재 승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정 구 성 2005년 2월 노원호(盧源浩) 동시 연구 이 논문을 교육학 석사학위 청구 논문으로 제출함 2004년 12월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정 구 성 정구성의 석사학위 청구논문으로 인준함 2004년 12월 심사위원장________________印 심사위원__________________印 심사위원__________________印 목 차 Ⅰ. 서 론 1 1. 연구 목적 1 2. 선행 연구 3 3. 연구 방법과 대상 작품 5 Ⅱ. 살아온 길과 시작 태도 8 1. 살아온 길 8 2. 시작 태도 11 Ⅲ. 표현 기법의 특징 16 1.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반전 16 2. 상징과 비유의 활용 20 3. 시어의 반복성 29 Ⅳ. 작품 세계의 특질 32 1. 마음의 고향, 자연 이미지 32 (1) 영원한 고향, 바다 33 (2) 그리움의 종착지, 고향 42 (3) 동심의 꿈, 꽃과 나무 52 2. 끝없는 사랑, 인간 이미지 58 (1) 그리움의 승화, 어머니 59 (2) 도화지 같은 순수, 아이들 63 (3) 반성과 자각, 삶의 이야기 69 3. 성숙한 결합, 인간과 사물 이미지 72 (1) 상승의 꿈, 인간과 하늘 72 (2) 마음의 향기, 인간과 꽃 74 (3) 정신의 옷, 인간과 나무 77 Ⅴ. 결 론 81 *노원호 연보 85 *참고 문헌 92 *Abstract 94 Ⅰ. 서 론 1. 연구 목적 한국현대 아동문학의 출발점을 1908년 육당의『소년』지로 보고 있지만 본격적인 한국현대 아동문학의 시작은 1923년 소파 방정환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지가 탄생되고부터이다. 육당에 의해 유지되던 초창기 아동문학은 소파 방정환의 출현으로 본격적 출발을 하게 되었다. 소파는 최초로 '어린이'라는 호칭을 일반화 시키고 『어린이』지를 발행하는 한편, 아동문화 단체인 <색동회>를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하여 어린이 인권 옹호와 아동문학 운동에 크게 기여하였다. 동시는 1924년 윤석중의 '시냇물'을 기점으로, 1932년 우리 나라 최초의 동요집인 『윤석중 동요집』과 1933년 그의 최초의 동시집『잃어버린 댕기』가 출간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당시 동시는 정형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노래 쪽보다는 문학성을 더 강하게 담고 있으면서 외형적으로도 3 · 4조 또는 7 · 5조의 자수율을 조금 탈피하고 있다. 1930-40년대 주로 활동하던 동시작가들은 윤석중, 이원수, 한정동, 강소천, 서덕출 등이 있으며, 바로 그들이 제1세대 동시인인 셈이다. 이들은 1960-70년대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 동시 문단을 이끌어온 선구자들이다. 1950년대 등단하여 6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던 동시인들은 신현득, 유경환, 김종상 등이 있다. 이들은 지난 시기 운율 중심의 동시에서 문학성을 강조하면서 제1세대 동시인들과 함께 1960-70년대에 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에 돌입하여 여러 가지 사회변동을 겪게 된다. 경제의 급성장과 근대적인 산업체제의 확립, 도시의 확대와 대중문화의 확산, 사회 구조의 변화와 생활 패턴의 다양화,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의 확대 등은 모두 산업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한국 사회의 변모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외형적인 경제 성장 뒤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낳게 된다. 도시 노동 계층의 성장과 불합리한 삶의 조건에 대한 반발, 농촌의 소외와 지역 간의 격차에 따른 갈등, 산업 시설의 확대와 공해 문제 등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문학계도 사회 상황과 맞물려 참여 문학과 순수 문학의 두 양상으로 극명하게 구분되던 시기였다. 아동문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여시를 써야한다는 계층과 순수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는 계층으로 양분되었다. 이 시기(1972년)에 등단한 작가들 중 노원호는 지적이면서도 내면화된 서정성을 강조한 동시를 내어놓음으로써 출발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현재까지도 한국 동시 문단에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동시를 발전시켜온 중진 작가이다. 그가 철저하게 다듬어진 시를 내놓는 시작 태도와 다양한 이미지 표현 기법을 통하여 아동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되어왔음은 다양한 문단 경력과 각종 문학상 수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국어과 교과서에 그의 동시 3편이 실려 있어 연구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는 노원호 동시의 주된 소재인 자연과 인간과 삶의 이미지 구사법을 분석하고, 그 표현 기법을 탐구해 봄으로써 노원호 동시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등단 이후 30년이 넘게 동시를 써오면서 작품을 내어 놓을 때마다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그의 동시가 한국 동시 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앞으로 한국 동시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는 데 그 주안점이 있다. 2. 선행 연구 한국 아동문학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로 평론이다. 불과 수 명의 아동문학 평론가들이 몇 안되는 아동문학 잡지에 서평을 쓰고 있거나 아동문학가들이 동료 작가의 작품을 평하고 있는 빈약한 실정이다. 이처럼 아동문학의 평론이 전반적으로 미약한 상태에 놓여있는데도, 노원호의 동시에 대한 논문이 2편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와 이정석의 평론이 바로 그것이다. 김용희는 1999년 펴낸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란 평론집에서 '푸르름의 세계에 이르는 꿈'이라는 제목으로 노원호의 동시를 평하였다. 그는 노원호의 전체 작품을 '1.시인의 삶 속에 육화된 자연, 2.바다 - 그 외향화된 이상과 희망, 3.강물 - 그 내면화 된 향수, 4.푸르름을 위하여, 5.별을 만나는 길'로 구분하여, 내면의 강물과 외향의 바다에 담겨있는 푸르름의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찾아내어 논하였다. 그는 노원호의 의식 안에 심연의 강물이 흐르고 의식의 밖으로는 바다라는 미지의 꿈이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이 강물과 바다가 서로 대립되어 의식의 안과 밖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때의 강물과 바다는 둘 다 푸르름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되어있다고 분석하였다. 이정석은 『한국현대 아동문학 작가 작품론』이란 평론집에서 '사색하는 휴머니스트'란 제목으로 노원호의 동시에 대해 분석해 놓았다. 그는 노원호의 전체 작품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1.외경의 대상-어머니, 2.내면의 유리창을 닦으면서 꾸는 꿈, 3.작은 것에 대한 관심, 4.부끄러움 속에 피는 휴머니즘' 등으로 분류하여 각 유형에 따른 대표작과 그 작품의 구조에 대하여 접근하였다. 김용희의 논문은 노원호의 작품에 대하여 푸르름의 이미지만을 추출하여 설명하였고, 이정석은 전체 작품을 몇 가지 소재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용희의 평론은 이미지의 분석에서 깊이를 보이고, 이정석의 평론은 소재 중심의 분석에 깊이를 보이고 있으나, 두 논문 모두 전체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이미지 분석이나 표현 기법의 특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실정이다. 3. 연구 방법과 대상 작품 본 연구는 그가 등단한 이후 현재까지 창작한 모든 작품을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나누어 이미지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제2장에서는 작가가 지내온 길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살펴볼 것인데, 이는 작품을 분석하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동시 문학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함께 더듬어 보면서 작품과의 관련성을 꼼꼼히 따져보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노원호 동시의 표현 기법상의 시적 체계와 법칙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의 시에 많이 사용되는 표현 기법인 상징과 비유는 그의 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시에 반복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시어들은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살펴 볼 것이다. 그러한 법칙과 체계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외형적 접근 방법과 내재적 접근 방법을 적용시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외형적 접근 방법은 시의 형식적 특성을 고찰하는데 필요할 것이고, 내재적 접근 방법은 내용상의 특성을 규명하는데 적합할 것이다. 제4장은 노원호의 작품 세계를 이미지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을 소재별로 구분하고, 작품이 어떤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등단 이후 그의 제3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이 나온 1986년까지의 동시들의 주 소재가 된 자연을 바다, 고향, 꽃과 나무 등으로 나누어서 이미지를 찾아내고, 표현 기법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1987년부터 제6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이 출간된 1996년까지 많이 등장하는 소재인 어머니, 아이들, 삶의 이야기로 나누어서 그의 휴머니즘이 어떻게 작품 속에 스며들어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1997년 이후 현재까지 성숙된 인간의 서정을 사물과 결합시켜 또 다른 변모를 보인 이 시기의 작품들을 인간과 하늘, 인간과 꽃, 그리고 인간과 나무로 나누고 이전의 시들과 비교하면서 어떤 양상으로 변하여 왔는지 살펴볼 것이다. 본 연구는 단행본으로 출간된 6권의 동시집에 실려 있는 작품들과 현재 출간 준비 중에 있는 원고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제1동시집 『바다에 피는 꽃』(일지사, 1979), 제2동시집 『고향, 그 고향에』(열화당, 1984), 제3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견지사, 1986), 제4동시집 『울릉도 사람들』(대교문화, 1988), 제5동시집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상서각, 1993), 제6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예림당, 1996)에 실려 있는 400편에 가까운 동시들과 현재 출간 준비 중인 작품집에 실려 있는 92수를 대상으로 삼고자한다. Ⅱ. 살아온 길과 시작 태도 1. 살아온 길 모든 문학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 시의 경우에는 자기 감정 표출의 고백적 성격을 띤 것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작가의 생애와도 관련이 있다. 작가의 작품 분석은 그 작가의 생애를 살펴보는 일과 병행되어야 한다. 노원호는 1946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났다. 초 중학교를 자연과 더불어 시골에서 보낸다. 노원호의 문학에 대한 관심은 대구 능인고등학교 2, 3학년 때 시조 시인인 이우출 선생이 담임을 맡으면서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본격적인 문학 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는 대구교육대학에 입학을 하면서부터이다. 그는 대학 시절 신라 아동문학회에서 동인으로 활동하며 문학적 소양을 쌓아갔다. 군복무를 하면서 많은 문학 서적을 탐독하고, 동시 창작에 전념하기 시작하던 중 1972년 대구의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입선됨으로써 문단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노원호는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하고 동해 바닷가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이곳은 그의 또 다른 고향이 되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게 된다. 이후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이 모두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일이다. 197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바다에는' 이 당선되는데, 이 무렵에는 동시와 함께 성인시도 쓰게 된다. 1974년 월간 '교육자료'에 시가 3회 추천 완료됨으로 시인으로서도 거듭나게 된다. 그의 문학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1975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바다를 담은 일기장'이 당선된다. 당시 심사위원은 윤석중 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윤석중과의 인연이 더욱 깊어지게 되고, 후에 윤석중이 이끄는 새싹회의 상임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당시 대구를 중심으로 문학 활동을 하던 동화작가 강준영, 동시인 하청호 등과 '꽃과 항아리' 동인을 만들어 <꽃과 항아리> 동인지를 제3권까지 펴내어 고아원과 도서관 등에 무료로 배포하고,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배출된 몇몇 작가와 '매일 문학회'를 만들어 『잎 다섯』 동인지를 펴낸다.(1975년). 여기에 실린 작품 '무명옷에서 들리는 물레 잣는 소리'로 제3회 새싹 문학상을 받게 된다. 그는 오랫동안 마음의 고향이었던 바닷가 마을을 떠나서 1977년에는 서울여대 부설 화랑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다. 1979년에는 소년조선일보로 직장을 옮겨 문학 활동에 폭을 넓히게 된다. 1979년 세계 아동의 해에 그의 첫 동시집 『바다에 피는 꽃』을 일지사에서 내게 된다. 1980년부터는 새싹문학상을 받은 황베드로, 정원석, 이해인, 정채봉, 정두리 등과 '방울나귀' 동인을 만들어 동인지를 80여회 발행한다. 1984년 산문 동시집 『고향 그 고향에』를 열화당에서 출간하며, 이 작품집으로 한국 동시문학상을 받았다. 1986년 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을 견지사에서 내고, 이 작품집으로 대한민국 문학상을 받게 된다. 1988년 동시집 『울릉도 사람들』을 대교문화에서 펴낸다. 1993년 동시집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을 상서각에서 펴내고, 이 작품집으로 제26회 세종 아동문학상을 받게 된다. 1996년 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을 예림당에서 펴내고, 이 작품집으로 이주홍 아동문학상을 받게 된다. 2002년에는 제1회 은하수 동시 문학상 대상을 받는다. 이처럼 그는 시집을 출간하기만하면 많은 주목을 끌면서 커다란 상을 받게 된다. 이는 그가 진실된 시작 태도와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호는 문단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등단 후 한국현대아동문학가협회의 사무국장과 상임이사를 맡으면서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한 일에도 많은 힘을 써왔다. 당시 흩어져있던 여러 아동문학 단체를 하나로 합치고자 노력하였으며, 그로 인해 한국아동문학인협회를 출범시키는데 공헌을 한다. 그 후 그는 이 단체의 부회장을 맡아서 아동문학 발전에 힘을 썼으며, 또 그는 현재 한국 동시작가들의 모임인 한국동시문학회의 회장으로서 각종 세미나를 열고 작품집을 발행하는 등 동시 발전에 힘쓰고 있다. 그는 또한 동아일보, 한국일보, 대전일보 등 각종 일간지의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신흥대학, 명지전문대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하며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노원호의 저서는 6권의 동시집 외에도 35편의 일반논문, 글짓기지도서 8권, 동화집 6권, 다수의 전기집 등이 있으며, 2002년에는 성인시집 『그대 가슴은 아직도 따뜻하다』를 출간하였다. 노원호의 동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많은 성인 독자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노원호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도 인터넷에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그의 동시는 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국어과 교과서에 '눈치 챈 바람(2-1국어 읽기)', '바람과 풀꽃(5-1국어 읽기)', '어느 날 오후(6-2 국어 말하기 듣기 쓰기)' 등 3편이 실려 있다. 노원호는 이처럼 다양한 문단 활동과 주목받는 동시를 쓰며 한국 동시 문단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2. 시작 태도 노원호는 동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분명한 작가이다. 필자가 직접들은 이야기 외에 그 동안 지상에 발표한 세미나 자료, 계평, 비평문, 시작 노트 등을 통해서 동시문학에 대한 그의 접근 태도나 문학 의식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 노원호는 첫째, 동시도 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동시도 시의 구성 요소인 운율, 이미지, 정서, 어조 등과 시의 특징인 상징성, 서정성, 함축성, 암시성, 음악성, 회화성 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 그의 대부분의 동시는 깊이 새겨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건성으로 읽다가는 그가 설치한 문학적 장치를 놓치기 쉽다. 그래서 그의 동시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의 고백 속에는 소위 난해시라고 하는 것도 아동들이 읽는 수준의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의 그릇된 표현이라고 하여 동의하지 않고 있다. 쉬운 동시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서 쉽다는 것은 아동시의 수준과 비슷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완성되지 못한 삽화적인 것이나 상징성이 없거나 이미지가 너무 평범한 것을 말한다. 혹자는 요즘에 발표되는 몇몇의 동시를 두고 어렵다고 한다. 나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동시는 주 독자를 어린이로 한정짓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한 편의 동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보다 읽는 사람이 그 시의 분위기를 느끼고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아동문학은 쉬워야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노원호는 단호히 반대한다. 동시는 쉬워야 된다는 편견을 가지고 삽화적인 것이나 언어유희적인 가벼운 아동시 수준의 시를 작품이라고 양산하는 사람들의 의식 없는 문학 양태를 그는 한탄한다. 또 그런 의식을 가진 수많은 아동문학가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둘째, 시기별로 시의 소재가 변화되기는 하지만, 그의 시작 태도와 동시의 틀이 30여 년 동안 변함이 없다. 그의 초기 시와 최근의 시를 섞어놓으면 어느 것이 초기 시이고, 어느 것이 최근 시인지 찾아내기 힘들다. 그는 과작의 시인이다. 30년이 넘는 동안 6권의 시집을 낸 것만 보아도 얼마나 다듬어져야 시를 세상에 드러내는지 알 수 있다. 그의 동시는 겉옷까지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서야 외출을 한다. 절대로 흐트러진 자세로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 없다. 그의 시는 편함이나 일시의 유행을 쫓아가는 경우도 없다. 이러한 시작 태도 때문에 그는 변함없이 주목받는 시를 내보낸다. 그의 초기 작품(1975년)과 최근의 작품(2002년)을 비교해 보면 소재의 차이는 드러나지만 시작 태도나 흐름에 있어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잎과 잎들의 흔들림 사이로 빛들이 다정히 어깨를 건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확 트인 그런 가을날 나무는 또 다른 빛들의 손길을 받아 가지마다 걸려 있던 누우런 옷자락을 한 차례 신나게 턴다. 한참 빛들과 뺨을 비비고 새로운 힘으로 눈을 뜨는 나무들은 밝은 웃음으로 일어선다. 누가 무슨 소리로 가지를 잡아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 그 빛이 내리는 자리에 힘있게 살아 있다. -<빛이 내리는 자리> 전문 1970년대 작품- 바람이 나무의 귀를 닦아주었습니다. 햇살도 귀를 어루만져 주면서 "너는 좋은 말만 들어야 돼." "좋은 말만 들어야 돼." 하고 손까지 잡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예쁜 꽃과 잎을 피웠습니다. 하느님은 나무가 좋은 말만 듣는다고 꽃향기까지 하나 더 주었습니다. 그래선지 라일락나무는 지금까지 바람의 속삭임과 햇빛의 고운 결로만 짠 보랏빛 연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나무의 귀> 전문, 2002년 작품- 두 작품은 연대 상으로는 20여 년의 차이를 두고 세상에 나온 시이다. 두 시를 읽다보면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나 세련되고 정제된 시어들이 얼핏 보아도 하나의 가슴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상징 기법으로 가볍게 읽으면 시의 메시지를 찾아내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다는 점과 서사구조로 짜임새 있는 틀을 유지하는 것도 유사하다. 시력이 30년이 넘다보면 시작 태도나 표현 기법 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듯한데, 그의 동시는 특이할 정도로 일관된 흐름을 지니고 있다. 동시를 쓰는 태도나 동시의 틀과 표현 기법에 대하여는 변함없이 하나의 시선에 고정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시의 소재나 내용면에서는 뚜렷한 변화를 볼 수 있다. Ⅲ. 표현 기법의 특징 노원호 동시의 표현 기법 상의 특징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 구조 속에 마지막의 반전으로 시의 맛을 더해준다는 점, 상징과 비유를 사용하여 그 뜻을 밖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시어의 반복성을 들 수 있다. 1. 독특한 이야기의 구조와 반전 노원호 동시는 잘 다듬어진 하나의 이야기 구조 즉 동화처럼 기승전결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시의 구조는 때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의 시에서는 지루하게 느낄 겨를이 없다.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지만 군더더기나 사족이 없이 깔끔한 문장으로 시를 엮어간다. 또한 과감한 생략으로 독자의 몫을 충분히 남겨두기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다. ①개미 한 마리가 죽었다. 누군가의 발에 밟혔는지도 모르고 만날 수 없는 거리로 훌쩍 떠나버렸다. 모르긴 해도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시던 날 내가 흘렸던 눈물처럼 그도 옷섶을 적시며 울었을 것이다. 만약에 눈물이 없었다면 어떻게 떠나고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었겠는가. 바람은 너무도 무심하다. 풀잎에 맺힌 이슬의 아픔을 그는 모른 체 풀잎만 흔들고 있다. 결국은 빛나는 이슬도 눈물의 작은 흔적인 것을 그도 알 텐데. -<눈물> 전문- ②학교 갔다 오던 길에 돌멩이 한 개를 발로 찼다. 돌멩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찻길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렇지만 언젠가 내 짝꿍이 내게 준 고 작은 조약돌처럼 자꾸 마음에 걸린다. -혹시 차에 치이지는 않을까? -누군가 멀리 던져버리지는 않을까? 무심코 차버린 돌멩이 하나가 이렇게 내 마음을 빼앗아 갈 줄이야. 어둠이 내리는 방안에 나는 내 스스로 나를 가두어 놓고 있다. -<돌멩이 한 개> 전문- ①의 시는 개미의 죽음과 엄마의 죽음이 연결되고, 나의 슬픔이 개미의 슬픔으로 이어진다. 바람은 풀잎에 달려있는 이슬 방울을 모른 체하며 흔들어 댄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짜임새 있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마지막 연을 빼어버리면 시인지 산문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 이슬도 눈물의 흔적인데 모른 체 한다고 바람의 행태를 안타까워하는 감정의 반전을 통해 시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②의 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돌멩이 한 개를 발로 차는 별것 아닌 서사적 이야기인데, 그 돌멩이 하나가 자신을 질질 매어 끌고 결국 그의 방안에까지 따라와 그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연에 자신이 스스로를 가두어 두고 있다는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과연 '무엇이 이토록 그를 붙잡아 매는가?' 하는 여운을 갖게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과 읽기 교과서에 수록된 '바람과 풀꽃'은 이런 이야기 구조를 잔잔하게 펼쳐나감으로 어린이들에게 한 편의 동화를 읽어주듯이 아름다운 정서를 전해주는 동시이다. 바람의 손이 풀꽃의 여린 어깨를 만져준다. 마치 아기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가장 가까운 눈빛으로 체온까지 재어본다. 아직 활짝 피지 않은 풀꽃의 이마에는 햇빛도 반짝인다. 풀꽃은 바람의 말도 알아듣는 듯 옷차림을 말끔히 가다듬고 바람의 등에 기대기도 한다. 바람과 풀꽃은 이렇게 늘 어머니와 아기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바람과 풀꽃> 전문- 바람을 어머니의 모습으로, 풀꽃을 아기의 모습으로 묘사하여 두 자연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람의 손이 풀꽃의 여린 어깨를 만져준다' 라든가 '가장 가까운 눈빛으로 체온까지 재어준다' 라는 표현들은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판타지까지 보여주고 있다. 두 자연물이 각각 서로에게 따스한 몸짓으로 살아가는데, 마지막 연에서는 이런 자연의 모습들을 어머니와 아기의 모습처럼 다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표현 기법 면에서도 다양한 비유와 상징으로 시적 아름다움을 더했지만, 이 동시 속에는 동화처럼 이야기가 들어 있고,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이미지가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 어린이의 흥미를 끌기에 적당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조화롭게 살아가야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도 함께 들어 있다. 이처럼 노원호의 시는 서사 구조로 되어있으며, 마지막 연에서 반전으로 독자의 몫을 할당하여 놓는다. 2. 상징과 비유의 활용 노원호 시의 대표적인 표현 기법 중의 하나가 상징에 의한 표현 방법이다. 상징은 은유와는 달리 원관념을 전혀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의미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상징의 기법을 사용하면 시가 난해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의 상징은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 적절한 이미지를 구사함으로써, 그 난해의 틀을 깨뜨리고 있다. 그의 문학적 장치의 가장 큰 틀은 상징이다. 이 틀을 놓치게 되면 그의 시에서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셈이다. 노원호는 이런 문학적 장치를 통해 시의 여운과 맛을 더하고 있다. 그는 70년대 중반에 시단에 발을 들여 놓은 뒤 꾸준히 시력을 쌓아오면서 동시도 시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철저하게 지켜온 동시인이다. 그는 동시도 이미지 상징성 서정성 등 시적 요소를 충분히 지녀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시는 대부분 깊이 새겨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건성으로 읽다가는 그가 설치한 문학적 장치를 놓치기 쉽다. 노원호의 동시에 대한 공통된 평은 동시도 시적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그의 믿음과 철저한 시작 태도이다. 그는 상상력을 가동시켜야만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동시를 주장한다. 작가가 언어 유희적, 삽화적 아동시를 쓰는 것을 질책한다. 이러한 그의 정신에서 나온 동시들은 이정석의 말대로 그가 설치한 문학적 장치를 잘 파악해야만 그의 시에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이러한 장치들 때문에 그의 시를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시를 난해한 시라고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난해시의 경우에는 상상력을 가동시켜도 여러 가지 가능한 의미를 추적할 수 없지만 노원호의 시는 그렇지 않다. 그는 관념을 직접 진술하지 않고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현실감을 환기시키고 예술적 효과를 나타낸다. 시의 의미는 그리 쉽게 포착되지는 않지만 시의 이미지를 연결하면 얼마든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바위틈에 뿌리 내린 작은 소나무를 보았다. 곰팡이처럼 다른 것에 붙어 살 수도 있으련만 소나무는 굳이 뿌리를 박고 있다. 얼마나 힘이 들까? 그 힘만큼 양분도 얻지 못할 텐데 그래서 키가 작달막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런 소나무를 바라만 본다. -<살아가기> 전문 이 시에서 소나무는 힘든 삶의 상징이고, 바위틈은 어려운 주변 환경의 상징물이다. 그는 산에 오르며 작은 바위틈에 뿌리 내린 소나무를 보고 인간의 삶을 생각해 낸다. 바위틈에서 뿌리를 내리며 안간힘을 쓰고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고, 화려한 곳에만 눈길을 주려는 인간의 속성을 꾸짖고 있다. 눈길 하나 받지 못하는 소나무지만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뿌리박고 있는 것을 높이 여기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애써 일어서려는 소외된 삶들에게도 눈길을 보내주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쉽게 의미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위의 시를 난해시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평범하고 쉬운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고, 이야기의 이미지를 차례로 이어가면 얼마든지 그 의미를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국어과 말하기 · 듣기 · 쓰기 교과서에 수록된 '어느 날 오후'도 이런 상징 기법에 의해 만들어진 시다. 혼자서 빈 집을 지키고 있는 날 어쩐지 마음 한쪽 이상해진다. 두 손으로 꼭꼭 눌러 보지만 뭔지도 모르게 울컥해진 마음 어쩌다 마주친 어머니 사진이 오늘 따라 더욱더 가깝게 보인다. -<어느 날 오후> 전문- '어느 날 오후'는 어린 아이의 성숙해져 가는 마음을 노래한 시다. 자신도 모르게 성숙해진 어린이의 마음을 어머니의 사진을 매개로 하여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나타내게 한다. 아무도 없는 날 혼자도 있어보아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미리 알고, 혼자서 집을 지키는 아이를 설정하여 스스로 울컥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체험하게 만든다. 즉 초등학교의 고학년 정도가 되면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겨 보아야하는 것이라고 그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교훈적인 시지만 전혀 교훈적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마지막 연에 '어머니를 사랑해야 한다.'는 설명이 겉으로 드러난다면 이 시는 이미 시의 가치를 잃은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 사진이 오늘따라 더욱더 가깝게 보인다.'라는 상징적 표현을 통하여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그로 인해 독자를 긴장하게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노원호 동시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다양한 비유법을 들 수 있다. 그의 시에 많이 사용되는 비유법은 활유법과 은유법인데, 두 가지 비유법 모두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나 동화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즉 무생물체에 생명을 넣어주는 활유법이나,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추정하여 찾아낼 수 있는 은유법은 동심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방법이다. ①찔레꽃은 점점 누이의 얼굴이 되고 있었다.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누이의 그리움 하얀 찔레꽃으로 활짝 피고 있었다. -<찔레꽃> 일부분- ②외진 산모퉁이에 풀꽃 하나 피어 있다. 질경이보다 더 납작하게 엎드려 가을 한쪽을 베어 문 그 모습 어제 육교에서 본 작은 소년 같았다. -<풀꽃 하나> 일부분- ①의 시는 은유의 기법을 통한 누이의 그리움을 찔레꽃으로 형상화한 동시이고, ②의 시는 직유에 의하여 풀꽃 하나를 육교에 엎드려 있는 작은 소년에 비유한 시이다. ②의 시에 또 하나 나타나는 비유법으로 의인법을 들 수 있는데, 풀꽃이 자의에 의해 납작 엎으려 있다는 표현은 바로 의인법에 의한 표현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색종이를 찢어서 하얀 도화지에 붙였다. 한 그루 나무가 되기도 하고 밤하늘의 별이 되기도 했다. 내가 그런 색종이 나라에 산다면 나는 한 송이 풀꽃이고 싶다. 외진 산모퉁이 홀로 피어서 꿋꿋이 살아가는 들국화 한 송이 바로 그런 꽃이 되고 싶다. 언제나 남을 위해서 고운 색깔로 사는 색종이 나는 그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보고 싶다. -<색종이> 전문- 이 시는 활유법에 의하여 색종이에게 사람의 마음까지 넣어주는 표현 기법이 보이는 시다. 색종이는 분명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무생물이다. 그러나 그는 색종이의 마음까지도 보고 싶고, 열어보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그의 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초등학교 2학년 국어과 읽기 교과서에 실려 있는 '눈치 챈 바람'을 살펴보면 다양한 비유법에 의해 동시도 흥미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풀잎들이 한들한들 고개 흔드는 것을 바람은 바람은 눈치 챘는지 더욱더 살랑살랑 귓불 비비고 꽃송이 하나 둘 피어나는 것을 바람은 바람은 눈치 챘는지 가슴을 사알살 열어 놓은 채 햇살 한줄 그어 놓고 되돌아본다. -<눈치 챈 바람> 전문- 계절이 바뀌어가는 것을 바람의 몸짓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제목 '눈치 챈 바람' 만 들어도 어린이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는 충분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위의 시에서 흥미를 더해주는 것은 비유법의 활용이다. 바람이 귓불을 비비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눈치 채게 하고 있다. 이러한 비유법에 의해 어린이들에게 더욱 흥미와 관심을 주고 있다. 또 하나의 흥미 요소로 동요를 부르듯 경쾌하게 흘러가는 리듬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운율을 지닌 시라는 점이다. 특히 '~것을', '눈치 챘는지', '바람은 바람은'처럼 반복되는 말에 의해 운율을 느끼게 함으로써 시에 요적인 기능을 더해주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저학년 어린이들은 이처럼 요적인 요소에 더욱 흥미를 가진다. 흥미가 없는 시는 어린이들에게 지루함을 주고, 관심을 건네줄 수 없다. 흥미는 문학의 기능 중 쾌락적 기능에 속하는데, 이 기능은 초등학교의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시에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초등학교 시 교육의 목적이라고 볼 때, 흥미 있는 시가 교과서에 선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의 시는 교훈적 기능에 앞서 쾌락적 기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 연의 '햇살 한 줄 그어 놓고 되돌아본다.'라는 표현은 쉽사리 그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들은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나 앞의 바람이 움직임이 드러나는 이미지의 연결에 의해 전체적인 의미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노원호 동시는 그 의미를 슬며시 감춰서 드러내는 상징 기법으로 독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그로 인하여 끝까지 읽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다양한 비유와 상징에 의해 사물과 자연을 인간으로 형상화한 시들이 많이 보인다. 이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 기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기법에 의하여 그에게서는 돌멩이도 숨을 쉬고, 나무도 기도를 하고, 꽃들이 하늘의 별이 되고, 하늘의 별은 우리 곁으로 내려와서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자연과 인간의 하나 됨을 꾀하고 있는 듯 보인다. 3. 시어의 반복성 노원호의 시를 읽다보면 눈에 많이 띄는 시어들을 금세 찾을 수 있다. 그의 시에 많이 등장하는 시어들은 아이, 별 외에도 여러 가지가 보이지만 여기서는 '아이와 별'에 대해서만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그의 시에 많이 등장하는 '아이'는 절대 순수의 아이다. 그는 어른들의 생각이라도 쉬운 언어로 이미지화시켜 아이들에게 전하는 시를 쓴다. 그렇기 때문에 동심을 이미지화 시키는 대표적 언어로 '아이'를 택하고 있다. '아이'라는 말의 이미지는 깨끗하고 맑고 순수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동시에 '어린이'라는 말보다는 다정하고 다감한 '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아- 높다랗게 띄운 아이의 가을엔 아이의 마음이 파랗게 깔려 있다. -<아이가 그린 가을> 마지막 연 이 시에서 '아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아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동심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어감도 매우 다정한 말이다. '아이'는 순수 동심을 노래하기에 적당한 시어가 되고 있다. 이 '아이'는 생물학적 나이에 의한 어린 아이 보다는 꿈과 이상을 지닌 동심의 어린 아이로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그는 이처럼 고운 시어를 골라서 그의 동시에 더욱 예쁜 수를 놓고 있다. '별'은 그에게는 희망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시어다. 희망과도 같은 '별'을 그는 마음속에 늘 그리며 살고 있다. 아이들의 꿈이고, 희망이며, 이상 세계인 별을 등장시켜서 아이들의 판타지를 엮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희망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언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별'은 그의 시에서 이상 세계를 나타내는 하나의 도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별들이 제각기 고운 이름을 달고 만나는 사람마다 빛과 꿈을 건네주었지. -<별이 되어 보자> 2연- 별은 사람들에게 꿈을 건네주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냥 눈으로 보아서 좋은 하늘의 별보다는 꿈을 전해주는 도구의 역할로 적당한 말이다. 또 아이들의 꿈이 직접 하늘의 별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다. '별'은 아이들의 꿈이고, 희망이다. '별'은 그의 시에서 아이들의 이상 세계로 향하는 하나의 통로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는 시어가 되고 있다. 그의 시에는 위의 시어들 외에도 '어머니', '풀꽃', '나무', '바람' 등의 시어들이 반복성을 이루면서 나타난다. Ⅳ. 작품 세계의 특질 노원호의 동시 표현 기법이나 시작 태도는 30년이 넘게 일관된 자세를 보이지만, 작품의 소재는 그의 나이 40세(1986년)와 50세(1996년)를 전후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그의 나이 40이 되던 해에 제3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이 출간되고, 50세이 되던 해에 제6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이 출간된다. 동시집을 기준으로 구분해보면 제1동시집 「바다에 피는 꽃」부터 제3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까지는 주로 순수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담겨있다. 제4동시집 「울릉도 사람들」부터 제5동시집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까지는 인간 세계로 눈을 돌려 화두와도 같은 어머니나 아이들 또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인간애를 다루기 시작한다. 그런데 제6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을 기점으로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때부터는 사물과 인간을 결합시켜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한 시들이 주를 이룬다. 1. 마음의 고향, 자연 이미지 노원호는 초기에 순수 자연을 노래하였다. 그는 제3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을 발간하면서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서문을 실었다. 자연은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우쭐대거나 멋을 부리지 않는다. 조금의 보탬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자연이다. 나는 그러한 자연의 진지한 태도에 내 정신을 빼앗겨보기도 하고, 시의 마음을 건져 올리기도 한다. 자연의 모든 것이 그의 눈에 닿으면 아름다운 시가 되었다. 그의 말처럼 우쭐대거나 멋을 부리지 않는 자연의 순수함에 매료되어 정신을 빼앗겨 보기도 하고, 그 속에서 시심을 건져 올리기도 한다. 그는 이 때에 약 190편에 가까운 자연에 관한 동시를 발표한다. 이 많은 자연에 관한 시들을 몇 가지 소재로 구분하여 보면 바다, 고향, 꽃과 나무 등이다. (1) 영원한 고향, 바다 바다를 소재로 한 동시는 노원호 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연을 노래한 그의 동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 바다에 관한 시다. 그가 바닷가 마을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대하게 된 바다, 그 바다에 관한 시를 쓰면서 그로 인해 문단에 등단을 하게 되고, 각종 문학상을 받게 되니 바다는 그의 출발점인 동시에 은인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 후 직장을 서울로 옮긴 후에도 바다는 늘 그의 발목을 잡던 소재 중의 하나다. 제3동시집에도 여러 편의 바다에 관한 시가 등장하는데, 이 바다에 관한 시는 제4동시집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제4동시집에서의 바다는 울릉도를 여행하며 쓴 기행시들이 대부분이며, 바다 사람들의 일상에 관한 시여서 논의를 미루기로 한다. 노원호의 바다를 소재로 한 동시 중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어는 꿈과 꽃이다. 그는 원시적이며 신비한 바다에 꿈과 꽃을 등장시켜서 색다른 희망과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음 한껏 부푼 꿈다발이 오르네요. -<바다에는> 마지막 연-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꿈을 짠다. 마음을 짠다. -<바다에 피는 꽃> 마지막 연- 온갖 꿈을 엮은 햇덩이 꽃다발이 되어 오르네. -<해돋이(Ⅰ)> 마지막 연- 또 하루 아침의 나팔꽃으로 피고 있다. -<해돋이(Ⅱ)> 마지막 연- 영원한 내 꿈의 속삭임 -<달빛 바다> 마지막 연- 바다를 소재로 한 그의 시에 나타나는 꿈과 꽃의 이미지는 어떤 작용을 할까? 바다는 태초의 원시적 꿈틀거림을 상징하며, 꿈과 꽃은 희망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결국 태초의 원시적 바다를 미래의 희망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나가는 역할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꿈과 꽃인 셈이다. 노원호의 첫 동시집「바다에 피는 꽃」에서부터 「울릉도 사람들」을 거쳐 제6 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에 이르기 까지 산재된 바다 심상은 이런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꿈의 상승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결국 바다로 지향하는 도정 끝에 노원호 동시 세계의 약속된 궁극은 꿈과 희망을 담은 이상 세계인 것이다. 그의 동시에서 이상 세계는 무엇일까? 김용희가 언급한 것처럼 그는 거친 파도도 원시적 꿈틀거림도 모두 아름답고 희망적인 꿈과 꽃으로 승화시켜 나타낸다. 그의 이상 세계는 어린이고 동심이다. 이처럼 그는 바다에 꿈과 꽃을 등장시켜 그의 이상세계로 상승하게 하는 이미지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아침은 계절도 없이 반짝반짝 꽃을 피운다. 물굽이 이랑 마다 떨어지는 빛 살로 마치 그물이라도 이루듯 바다 아침은 꽃으로 철썩거린다. -<바다에 피는 꽃> 1,2,3 연- '바다에 피는 꽃'은 제1동시집의 표제어가 되는 동시이며, 그의 초기 작품을 대표하는 동시가 된다. 이 동시에서 보듯이 그의 바다는 거칠고 험한 바다가 아니다. 또한 어둡고 비관적인 바다도 아니다. 이별의 순간을 체험한 눈물의 바다도 아니며, 그물망을 고쳐가며 고기잡이를 해야 하는 가슴을 짓누르는 바다는 더욱 아니다. 거칠고 무서운 파도도 그의 눈에 닿으면 꽃으로 피어난다. 떨어지는 햇살을 파도 위에서 꽃으로 다시 피어나게 하여 아름다운 아침의 바다를 형상화하고 있다. 더구나 공감각적 이미지를 구사하여 꽃으로 철썩거리는 바다까지 만들어내는 있는 것이다. 그는 감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구사하여 시의 맛을 더하게 한다. 그의 동시에서 바다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푸른 바다의 모습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귀는 바다의 언어까지 듣고 있다. 그는 다양한 감각을 통해 얻은 자신의 바다를 누군가에게 목이 쉬도록 전하고 있다. 바다는 수천 수만의 소리로 늘 깊은 얘기를 한다. 언제든 바닷가에 나서면 귀를 간지럽히는 파도의 큰 얘기 <중략> 철썩 촤르르 철썩 촤르르 목이 쉬도록 또 다른 누군가를 부르고 있구나. -<말하는 바다> 1,2,8,9연- '말하는 바다'의 일부분이다. 그의 조용하던 어조가 격렬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시다. '철썩 촤르르'라는 단순한 바다의 언어를 그는 수 천 수만의 여러 가지 소리로 듣고 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를 부르는 바다의 쉰 목소리까지도 그의 귀는 놓치지 않고 있다. 그는 바다를 대할 때 눈과 귀만 열어 놓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입도 쉬지 않고 철저히 바다의 살점을 물어뜯어 짭졸한 바다의 맛을 본다. 또한 그의 코도 쉼 없이 벌름거리며 바다의 구석구석 냄새를 맡는다. ①언젠가 삼켰던 한 자락의 파도를 깨물면 푸른 물이 푹 터지는 싱그러운 맛 -<바다를 그리워하는 날> 2연- ②씹으면 푸른 물이 툭툭 퉁길 듯 -<말하는 바다> 5연- ③짭졸한 바다의 살점이 온몸에 넘쳐서 마치 비릿한 생선처럼 한 마리 고기가 된 듯 -<바다를 그리워하는 날> 2. 3연- ④동해 바다 짠 내음 물씬한 비린내를 안고 꽃이 피듯 한 잎씩 햇살로 떨어지면 -<해돋이> 4연- ①,②의 동시들은 미각 이미지를 ③,④의 동시들은 후각 이미지를 통해서 바다의 실체를 해부한 시다. 위의 시들을 읽다보면 절로 입맛을 다시고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 바다를 소재로 한 시에 미각과 후각의 이미지가 담긴 동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는 이런 감각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바다의 냄새까지 전해주고, 바다의 맛까지도 전하게 되는 효과를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감각 기관을 통해 이렇게 철저히 바다의 실체를 알아낸 후 그는 넓은 가슴에 바다를 담는다. 그의 가슴에 담겨있는 바다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복합되어 있는 총체적 바다의 모습이다. 지난 여름 해변을 다녀온 일기장에 동해의 퍼런 바다가 누워 있다. 깨알 같은 글씨 바다를 읽으면 골골이 담겨진 바다의 비린내 한 잎 갈피를 넘기면 확 치미는 파도 소리 갈매빛 바위에서 울어대는 물새 소리 아 바다가 들어와 누운 그 자리 눈을 감아도 팽팽히 일어서는 파도 소리 우르르 장마다 미친 듯 신이 들려 파랗게 넘치는 바다의 살점들 이제는 바다를 멀리 두고서도 바다를 껴안은 듯 일기장 구석구석 줄줄이 읽으면 바닷물이 어느 새 몸에 와 찰싹인다. -<바다를 담은 일기장> 전문- '바다를 담은 일기장'은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그의 이름을 중앙 문단에 올리게 된 대표작이다. 이 동시에는 그 동안 다양한 각도로 해부된 바다의 모든 모습이 총체적으로 담겨져 있다. 바다의 비린내, 파도 소리, 그리고 내 몸에 철썩이는 바다의 모습까지도 모두 담겨져 있다. 그는 '바다를 담은 일기장'에서 이미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버린다. 바다를 소재로 한 여러 동시에 담았던 다양한 이미지가 복합되어 나타나는 바다 동시의 완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원호 동시에서 바다는 가슴 가득 깊은 얘기를 간직한 바다이다. 계절도 없이 꽃으로 파도를 일으켜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꿈을 짜게 하는 그런 바다이다. 오직 누구도 볼 수 없는 그만의 바다, 바로 동심의 바다인 것이다. 그의 바다 이미지는 푸르른 시각적 이미지와 철썩거리는 청각적 이미지와 바다의 귀를 간질이는 촉각적 이미지까지 함께 간직하는 모든 감각기관이 총동원된 복합적인 공감각적 이미지이다. 그의 바다가 아름다운 동시로 태어나는 연유가 그의 가슴에 자리 잡은 다양한 바다 이미지 때문이다. (2) 그리움의 종착지, 고향 노원호 동시에는 고향을 소재로 것이 많다. '월간 아동문예'에 1년 동안 연재했던 고향을 주제로 한 52편의 산문시들을 제2동시집으로 엮으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마음을 풀어 놓는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늘 따스하고 그립다. 고향의 산과 들이 그렇고, 강물이 그렇고, 미루나무 숲이 그렇고, 마을 사람들의 인정이 그렇다. 푸르름이 짙은 논둑길이며, 감꽃 무더기로 떨어진 시골집 마당이며, 가을하늘 머리에 이고 빨갛게 물든 사과밭이며, 이 모두가 고향을 잊지 못하게 하는 나의 꿈밭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향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 정다운 고향을 가끔씩 잊어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흙냄새 물씬 풍기는 고향의 모습들이 언제나 우리들 머리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고향은 정녕 우리들의 마음밭인가 보다. 고향에 관한 시에서 그는 농촌 가정의 고난과 즐거움을 시적 환상으로 나타내고자 노력한다. 고향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양한 제재를 사용하여 지난날의 추억과 그리움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이들 고향에 관한 시에 나타난 이미지의 특징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고향 시에 많이 대두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다양한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시골 마을의 모습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는데, 추억을 자극하는 그리움의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연재된 시들을 읽다보면 마치 추억의 편지를 읽는 듯 착각을 하게 된다. 그 추억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고향의 어머니가 있다. 그의 시에 나타난 어머니의 모습은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들꽃처럼 단아한 모습, 엄격하게 절제된 모습, 고난과 인내 속에서도 타인을 위한 몸짓을 거부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 등이 노원호의 고향을 주제로 한 시에 드러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은 결국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귀착된다. 학교 갔다 돌아오던 길에 실개천을 만났다. 물은 졸졸졸, 끝없이 밑으로 내려갔다. 개천가에 늘어선 이름모를 풀꽃들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토끼풀 위에 털썩 주저앉은 내 옷은 매콤한 풀냄새로 젖어가고 있었고, 하얀 들꽃이 꼭 어머니 웃음 같이 보였다. 질경이 옆에 앉은 개구리 한 마리 실개천 여울물에 눈길을 쏟고, 구름 몇 점이 물 속을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 지금쯤 어머니는 무엇을 하고 계실까. 하얀 들꽃이 자꾸 어머니의 얼굴처럼 보인다. -<실개천에서> 전문- '실개천에서'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하얀 들꽃과 어머니 얼굴을 결부시켜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의 꿈과 추억이 많이 담겨있는 작은 개천가에서도 그는 피어있는 이름 모를 하얀 들꽃을 찾아내고, 어머니 얼굴에 오버랩시킨다. 일반적인 관념의 눈으로는 개울가에서 송사리 떼, 고무신 놀이, 종이배 들을 찾아내지만, 그는 이름 모를 들꽃과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다. 관념의 눈으로 찾아낼 수 있는 소재들은 추억을 재생시키는 도구는 될 수 있지만 문학적 작품으로 승화시키기엔 너무 지루하고 진부하다. 노원호의 동시엔 그런 지루함이 없다. 적당하고 신선한 시어를 찾아내어 이미지를 정돈시킨다. 그래서 그의 동시는 지루하지 않고 상큼한 청량제와 같다. 고향시에 나타난 어머니의 첫 번째 모습은 들꽃처럼 단아한 모습이다. 어머니는 하얀 들꽃이다. 깨끗하고 순수한 들꽃이다. 그런 어머니를 그의 고향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다. 고향에서 듣는 빗소리는 어머니 목소리. 저녁마다 멍석 위에 앉아서 도란도란거리는 이야기 소리. 그 소리 속에는 산새가 폴폴 날아와 어깨 위에 앉기도 하고, 산골 옹달샘의 가지가지 이야기들이 들리기도 하고, 목소리는 내 귓가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물메아리. 오늘은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어머니 목소리로 내리는 빗소리는 여름 날 콩밭 고랑을 김매기하던 어머니의 흥얼거림을 안고 왔고, 아들 녀석 데리고 밤하늘의 별을 헤던 어머니의 웃음소리도 가져왔다. 후줄후줄 내리는 빗소리야,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메워라. 잊혀지질 않는 내 어머니의 목소리를 고향집에 언제나 머물게 하여라. -<빗소리> 전문- '실개천에서'의 시에서 하얀 들꽃을 어머니 웃음으로 이미지화하였다면 '빗소리'는 고향에서 듣는 빗소리를 어머니의 목소리로 이미지화 한 작품이다. '실개천에서'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면 '빗소리'는 하나의 교향악을 듣는 듯하다. 다양한 자연의 소리까지 어머니의 목소리에 연결하여 놓고, 그 목소리를 고향집에 머물도록 기원하고 있다. 고향에 관한 시에서 드러나는 두 번째의 어머니 모습은 절제된 모습이다. 내가 지금 고향으로 가는 이유를 그는 알까. 집마당 둘레에 늘어선 키 큰 감나무. 그는 가지마다 붉게 물들어 가는 열매를 무겁게 달고 있었지만 휘어진 가지를 추겨 세우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 이유를 내게 말하지 않았다. 긴 장대로 잘 익은 감 한 개를 따서 내게 먼저 건네주면서도, 학교 갔다 돌아오면 언제나 웃어 주면서도 어머니는 애써 말하려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의 까만 얼굴이 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도 어머니는 변함이 없다. 감나무잎 몇 개를 깔고 나무 그늘에 앉은 어머니. 그 주름진 손마디가 다시 주름을 몇 개 더 보태더라도 어머니는 내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고향집 마당에서 다시 본 감나무. 나는 휘어진 가지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오늘도 감 한 개를 따서 내게 먼저 건네주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감나무> 전문- '감나무'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역시 순수한 웃음으로 자식에게 반가움을 드러내지만 매우 절제력이 강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변함없이 어머니의 자리를 지키는 엄격한 모습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감나무 가지의 휘어진 어깨만큼이나 고난의 덩어리를 등에 매고 사시는 어머니, 그러나 자식에게 불평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름을 몇 개 더 보태도 그 어려움은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작가는 절제된 어머니의 태도를 단정한다. 마지막 나타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고난과 인내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아가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로 그려진다. ① 어머니는 넓고 흰 바다에 그물을 던진다. 마음을 낚듯 머리칼이 희어진 세월을 헤아리며 웃는 어머니의 거친 손마디, 문풍지가 바람에 파르르 떤다. 어머니는 무엇을 발랐을까. 이마에 내리는 따슨 빛살을, 겨레의 하얀 마음을 바람개비처럼 돌돌 감아갔다. 아- 문풍지를 바르는 우리 어머니, 하얀 겨레의 어머니. 지나간 세월을 하나하나 바르고 있다. -<문풍지를 바르며> 4,5,6연- ② 고향하늘에 맷돌이 감긴다. 뒤뜰에 내리는 햇빛 한 자락,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들고 있다. 어둠을 질겅질겅 씹으며 고향 마을을 돌리고 있던 납작한 맷돌, 오늘은 콩 한 줌 넣고 고향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갈고 있다. -<맷돌을 돌리며> 1연-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 속에서도 묵묵히 고향을 지키며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 시다. ①의 동시는 정성스레 문풍지를 바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전통을 잇는 아름다운 겨레의 어머니 모습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어머니가 바른 것은 추위를 모면하기 위한 삶의 방편이 아니라 지난 세월을 바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고의 삶 속에 문풍지를 바르며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어머니의 숭고한 모습과 애절한 삶의 모습을 그는 완벽하게 동시 속에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②의 동시도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두 동시에 나타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하나다. 맷돌은 급함이 통하지 않고, 인내를 요구하는 도구이다. 타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줄 생각으로 천천히 은근과 끈기있게 돌려야만 한다. 맷돌은 그렇게 은근하게 살아오던 어머니의 모습을 상징하는 도구로 등장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하시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작은 몸짓 하나도 거부하면서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 바로 겨레의 어머니 모습이 노원호의 고향을 소재로 한 동시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세 번째 모습인 것이다. 고향의 봄은 봄 들에 앉은 어머니 옷자락에서 피어오른다. 보릿골에 돋아난 풀포기를 뽑으며 한 줌씩 봄을 피워 올리는 어머니. 어머니의 얼굴에 봄 들의 아지랑이가 아물거린다. -<봄들> 4연- 보리를 밟으며 세상을 지키시는 어머니. 내 눈엔 보릿골이 파랗게 일어서고 있다. -<보리밟기> 4연- 고향에 가면 내 어머니의 흙손을 만날 수 있다. 함 줌의 흙을 보듬으며 푸른 보릿골에 앉은 어머니, 그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숱한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 속에 괴어있는 것은 고향의 흙냄새. 그 진한 냄새를 어머니의 치맛자락에서 맡을 수 있다. -<고향, 그 고향에> 3연- 위의 시들은 모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시다. 고향을 주제로 한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단아함과 절제, 그리고 고난과 인내의 삶으로 구분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어머니의 모습은 그에게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단아한 모습의 어머니나 절제된 모습의 어머니나 또 타인을 위한 인고의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들이 그에게는 그리움인 것이다. 그에게 고향은 어머니요, 또 어머니는 그리움인 것이다. 그는 고향에 어머니를 등장시켜서 그리움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노원호 고향 시의 두 번째 특징은 고향 마을의 정겨운 모습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그의 시는 언제든지 고향 마을로 달려가고 싶은 그리움을 자아내게 한다. 해질 무렵이면 우리 마을은 귀를 연다. 그리고 새소리, 바람 소리 귀에 담는다. 대숲의 사각대는 소리소리도, 하나도 빠짐없이 귀에 담는다. 해질 무렵이면 우리 마을은 큰 눈을 뜬다. 서산 마루에 걸린 놀을 끌어안고 깊은 잠에 잠길 준비를 한다. 들판에서 돌아오는 황소의 방울 소리도 보릿잎의 푸르름을 몰고 들어온다. 텃밭의 포름한 상치잎들도, 울타리가에 피어오른 토끼풀들도, 지는 해를 붙잡고 속삭이고 있다. 해질 무렵이면 우리 마을은 도란거린다. 그러면서도 깊은 생각에 잠긴다. 어둠이 내릴 때까지 가슴에 채워둔 모든 생각을 한 점씩 한 점씩 쏟아 붓는다. 마당가 감나무의 참새 몇 마리도 어둠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다. -<해질 무렵> 전문- 유월의 들길은 싱그럽다. 누나가 바구니 끼고 걸어 다니던 그 들길엔 풀잎들이 반짝인다. 보리 누런 들판을 가로질러 꼬불꼬불 꺾어든 들길, 그 들길 위에 종달새 몇 마리가 지저귄다. "누이야, 누이야!" 종달새는 끝없이 누이를 부른다. 밀이삭을 꺾어들고 다시 걸어본 들길, 뻐꾸기 울음으로 넘실거린다. 들길에 늘어선 하얀 풀꽃, 그 풀꽃이 꼭 누이를 닮았다. -<들길> 전문- '해질 무렵'은 시골 마을의 저녁 모습을 잔잔하게 나타낸다. 해질 무렵 각자의 자리를 찾아 밤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요즈음에는 문명의 이기로 밤낮의 구별 없이 살고 있지만 예전의 시골은 그렇지 않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정지된 암흑의 상태이다. 밤이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황소도 일하던 들판에서 돌아오고, 심지어는 텃밭의 상추나 토끼풀, 참새들조차 어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렇게 밤을 준비하는 시골 마을의 정경이 잔잔한 그리움의 이미지로 떠오른다. '들길' 또한 비슷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시골의 정경을 그린 동시다. 싱그런 유월의 들길에 등장하는 하얀 풀꽃, 꼬불꼬불 난 들길, 뻐꾸기 울음까지 넘실거리는 모습 등의 소재 자체도 그립고 정겨운 것들이다. 그런데 그 정겨운 시골 들길에 누이까지 등장시켜 더욱 그리움이 깊어지게 하고 있다. 이처럼 노원호의 고향은 어머니요, 어머니는 그리움이다. 그의 고향은 영원한 그리움의 종착지이며, 그의 마음속에 있는 끝없는 향수이다. 그의 고향을 소재로 한 동시는 이처럼 애틋한 그리움의 이미지로 규정지을 수 있다. (3) 동심의 꿈, 꽃과 나무 노원호 동시에서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꽃과 나무와의 만남이다. 그의 제1동시집 「바다에 피는 꽃」은 표제어부터 바다와 꽃의 만남을 보인다. 그의 동시에 꽃이 많이 등장한다. 꽃과 나무는 그의 동시에서 어떤 이미지로 나타나는가? 그의 동시에 나타나는 꽃들은 시골 주변에서 많이 피는 순수한 재래의 꽃들이다. 즉 달맞이꽃, 찔레꽃, 감꽃, 들꽃, 코스모스, 들국화, 사과꽃, 억새꽃 등으로 시골 들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이다. 사과꽃이 피면 누이는 하얀 이를 드러낸다. 대보름날 저녁, 하얗게 빛나는 어머니의 무명저고리처럼 가만가만 웃음 짓는 누이의 얼굴에 사과꽃이 하얗게 피어난다. 한해를 살아갈 고향 사람들의 기쁨이 사과밭 가득히 피어오른다. -<사과꽃 필 때> 4, 5연- '사과꽃 필 때'는 농촌 사람들의 만족감을 사과꽃에 빗댄 누이의 웃음으로 나타낸 시다. 물론 사과꽃의 소박함이나 누이의 가만가만 웃는 웃음이나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 사과밭 가득히 피어난 하얀 꽃을 고향 사람들의 기쁨이 피어난 것으로 표현하여 사과꽃은 보기만 해도 흡족한 기쁨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①한밤 내 하늘 쳐다보던 코스모스 꽃잎마다 별을 달고 가을을 지켜섰다. 동구밖길 달려나온 몇몇의 아이 코스모스 꽃밭에서 꽃이 되고 별이 되고 아이들 술래 잡는 꽃대궁 사이사이 또 다른 별들이 하얗게 웃고 있다. -<코스모스> 전문- ②산모퉁이 외진 곳마다 떨고선 억새꽃 높은 하늘 우러러 여름 내내 다진 몸매 가을날 줄기마다 눈꽃송이 퍼붓고 산모퉁이 곳곳마다 별을 끌어안고 있다. -<억새꽃> 전문- ③들판에 수많은 별들이 내렸다. 가지마다 박아놓은 듯 피어난 별들 찬서리 이기며 꼿꼿이 섰다. 해질녘 텃밭에서 일하다 허리 펴 보는 어머니 얼굴 어쩌면 그 얼굴에도 별이 된 들국화가 웃고 있을까. -<들국화> 전문- 위의 ①, ②, ③의 동시 모두 꽃을 별의 이미지로 승화시킨 동시라고 할 수 있다. ①의 동시에서 코스모스는 가느다란 꽃대 때문에 가녀림이나 하늘거림의 이미지로 많이 대두 되는 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하늘의 별로 코스모스를 이미지화시켜서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코스모스가 별이 되어서 아이들 곁에 와서 서 있다. 아이들의 꿈이고 이상 세계인 별이 현실 세계인 코스모스 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서서 웃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아이들의 이상과 현실을 하나로 이어놓은 유일한 수단이 그의 시에서 꽃으로 나타난다. ②의 동시에서 '억새꽃'의 지향점도 하늘이고 별이다. 여름 내내 다져진 몸으로 하늘을 향하게 되고, 가을날 드디어 별을 끌어안고 있게 된다. 가을을 기다려 하얀 눈꽃을 피우고 마침내 하늘의 별을 끌어안고 내려와 산모퉁이에 피어나게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이상 세계인 별을 지상 세계로 끌고 내려와 산모퉁이에 피어나게 한다. ③의 동시는 하늘의 별이 들판에 피어난다. 이 별은 들국화라는 꽃이다. 들국화는 우리나라 들판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다. 들국화도 이 시에서 별이 되어 들판에 피어나고, 그 별은 결국 들판에서 일하던 어머니 얼굴에 웃음으로 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그의 동시에 나타나는 꽃들은 아이들의 이상 세계인 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의 별을 아이들 곁에 있는 현실 속으로 끌고 내려와 같은 거리에 두고 나타낸다. 또한 그의 동시에 나타나는 '나무'는 대부분 튼튼하게 대지에 뿌리를 박고 변함없이 서 있는 굳건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이런 나무의 이미지는 일관된 삶의 전형으로 그려진 어머니의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오늘 고향집 마당에서 다시 본 감나무. 나는 휘어진 가지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오늘도 감 한 개를 따서 내게 먼저 건네주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감나무> 마지막 연- 많이 달려있는 감의 무게만큼 휘어진 가지에 자식들에 대한 걱정을 주렁주렁 매달고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대입시키고 있다. 즉 감나무를 어머니 모습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의 나무에 관한 동시에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눈을 감은 듯하면서도 뜨고 눈을 뜬 듯하면서도 지그시 감고 팔을 벌려 눈밭을 지켜 선 겨울나무 아무리 보아도 어머니 같은데 어머니처럼 훈훈한 피가 맴돌 것 같은데 바람이 불어도 한 마디 말이 없다. 눈발이 내려도 옷만 촉촉이 적시고 있다. ---중 략--- 오늘도 어머니가 되어 하얀 눈을 받고 있다. -<겨울나무> 1, 2, 3, 4연- 위의 동시는 굳건히 서 있는 겨울나무의 모습을 어머니의 모습에 비유한 동시다. 겨울나무는 어머니처럼 따스한 피가 맴돌 것 같은데, 한 마디 말없이 서있을 뿐이다. 주변의 어떤 고난과 어려움에도 일제 대응 없이 그저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생의 고달픔을 가벼운 웃음으로 대처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흡사하다. 노원호 동시에 등장하는 나무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으로 말없이 하얀 눈을 받고 있다. 눈 오는 날이면 하얀 목도리를 두른다. 껍질마다 바람 소리 삭여가며 눈밭에 어우러진 하얀 산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겨울 산기슭에서 햇빛 한 자락 나뭇가지에 걸고 어머니처럼 어머니처럼 기도하며 서 있다. -<상수리나무> 3, 4연- '상수리나무'에도 어머니 모습이 나타난다. 여기에 나타나는 어머니는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산의 이야기를 모두 어깨에 건 상수리나무처럼 자식들의 복잡한 사연들을 어깨에 걸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노원호의 동시에 나타나는 나무들은 주렁주렁 고난을 매달고 있지만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우리들 곁에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과 자식들을 위해 변함없이 기도하는 모습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2. 끝없는 사랑, 인간과 삶의 이미지 등단 이후 제3동시집을 발표하기까지 자연을 주된 소재로 다루던 그가 제4동시집 「울릉도 사람들」부터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삶의 이야기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제5동시집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부터는 인간애와 삶의 이야기들이 더욱 많이 나타난다. 이때도 자연에 관한 동시가 나타나지만 초기의 자연과는 차이가 있다. 자연 속에 인간사를 결부시키면서 순수 자연을 노래한 시는 부쩍 줄어든다. 그의 이런 인간과 삶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시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 아이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의 이야기들로 구분할 수 있다. (1) 그리움의 승화, 어머니 노원호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아주 각별하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적은 반면,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시에는 유난히 어머니가 많이 등장한다. 그는 어머니를 제재로 하여 직접 어머니를 그린 작품은 많지 않다. 다른 소재를 통하여 어머니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그려낸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간접화법을 통해 어머니의 고난과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아름다움과 그리움으로 형상화 시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것을 위해 손발을 내민 하얀 풀뿌리 어머니처럼 큰일을 하면서도 항상 그 많은 것들을 어깨에 메고 있다. 때로는 흔들리는 몸을 위해 작은 흙부스러기를 잡고 때로는 무거운 어깨 눌림에 그 무게를 이겨 보고 실핏줄처럼 단단히 움켜잡은 하얀 풀뿌리 정작, 파란 풀잎을 위해서는 모두 비워버리는 아무것도 없는 어머니의 손바닥 그 손바닥의 가느다란 실핏줄이 되어 본다. -<풀뿌리> 전문- 풀뿌리를 어머니의 손에 비유한 시다. 풀뿌리가 흙을 단단히 움켜잡는 것을 어머니가 자식을 품에 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식을 위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어머니의 손바닥, 하얀 풀뿌리를 보면서 그는 어머니의 손바닥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의 시는 화두처럼 달라붙는 어머니 생각을 떼어내지 못한다. 봄비가 온다. 엄마의 약속을 지키려고 봄비가 온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작은 것일수록 한 번 더 봐주고 약한 것일수록 손을 더 많이 잡아주고. 봄비도 큰 것보다 작은 것에 소리 없이 내린다. 마른 잔디풀 나뭇가지 볼록한 잎눈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서리까지 봄비는 구석구석 파고든다. 이것은 엄마의 마음이다. 봄비가 해야 할 엄마의 작은 약속이다. -<봄비의 약속> 전문- 봄비도 엄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내려온다. 어쩌면 봄비는 노원호 자신인지도 모른다. 늘 작은 것에도 사랑을 주라고 하시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봄비가 온다고 한다. 봄비가 작은 것에 내리는 것을 보고서도 엄마의 약속을 생각해낸 것이다. 작은 것에도 사랑을 주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시로 나타내지만 교훈적으로 흐르지 않은 것은 봄비라는 상징물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많은 동시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직접 그린 작품도 두세 편 보인다. ①어머니가 담가놓은 김치를 먹는다. 푸른 배춧잎에 묻어 온 고향 냄새가 김칫독 가득 채워져 있다. 한 점 한 점 입에 넣을 때마다 온 겨울을 걱정하시던 어머니 생각 -<김치를 먹으면서> 1, 2, 3연- ②호박엿을 먹으면서 어머니 생각에 눈을 감았습니다. 잘근잘근 씹으면서 둥글둥글 굴리면서 고향 들녘 밭둑에서 호박덩이 안으시던 우리 어머니 그 어머니 얼굴을 그렸습니다. -<호박엿을 먹으면서(울릉도에서.6)> 1, 2연- ①, ②의 시는 둘 다 음식을 먹으면서 떠오르는 어머니 생각을 하고 있는 내용이다. ①의 시는 김치를 먹으면서 어머니가 손수 담가주신 그 정성과 고마움을 그린 시이다. ②의 시는 그가 울릉도를 여행 한 후, 어머니에게 서간문 형식으로 쓴 동시이다. 여행 중 호박엿을 먹다보니 호박을 둥글리며 일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서 쓴 시이다. 이들 시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의 많은 시 중에서 이 동시처럼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직접 토로한 시는 흔하지 않다. 김치를 먹다가 또는 호박엿을 먹다가 어머니 얼굴을 떠올린다는 것은 지금까지 사물에 견주어 의미를 은근히 드러내던 다른 동시들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모습의 시들이다. 이처럼 그의 동시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나타낸 시가 많다. 어머니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주로 사물을 노래하면서 비유적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많이 그리고 있다. 즉 사물의 특성과 어머니의 특성 중 비슷한 점을 찾아내어 어머니의 이야기로 결말을 짓는다. 어떤 사물이든지 그에게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으로 귀결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2) 도화지 같은 순수, 아이들 노원호의 시에서 아이들은 절대 순수를 지향하는 아이들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색칠하는 대로 물이 드는 도화지와 같은 존재다. 파란 하늘에 닿으면 파랗게 물이 들고, 빨간 저녁놀에 닿으면 빨갛게 물이 드는 그런 존재다. 바다를 다녀온 아이들의 얼굴엔 바다가 깊이 살아 있고 들판을 달려온 아이들의 마음에는 마음 가득 푸른빛이 되살아난다. -<여름 아이들> 1, 2연- 바다를 다녀온 아이들 얼굴에는 바다가 살아있고, 들판을 달려 온 아이들 마음에는 들판의 푸른빛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그런 순수한 마음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동화되는 존재로 나타난다. 언제나 자연과 하나가 된다. 여름과 만나면 여름 아이들이 되고, 가을과 만나면 가을의 아이들이 된다. 그가 1993년에 발간한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에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독백 형식으로 쓴 시가 연작으로 '서울' 이라는 부제를 달고 8편을 싣고 있다. 화자가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 아이인데,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녀 보고, 시골 생활과 다른 면을 독백하는 형식으로 쓴 시다. 이들 시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모습도 처음에는 서울생활이 이상하여 겉돌지만 결국에는 서울 생활에 익숙해져서 금세 서울의 아이가 된다는 것이다. 골목길에 나가도 아무도 없으니 참 이상해. 내 고향 골목길엔 아이들이 언제나 법석대는데 여기는 왜 이런가? 낮부터 아이들이 잠자지도 않을 텐데 그렇다고 아이들이 어디로 간 것일까. 고개만 자꾸 갸웃거릴 뿐 궁금증은 아직도 풀리지 않네 이상하지 서울의 골목엔 낙서도 없지 여기는 우리들의 꿈도 없나 봐 시골의 골목길 내 친구들을 이곳으로 불러와 뛰어 봤으면. -<골목에 나갔더니(서울.2)> 전문- 한 아이가 서울로 전학을 와서 시골의 생활과 다른 점을 독백형식으로 나타내었다. 각박한 서울의 생활 속에서 부모의 양육 아닌 사육처럼 느껴지는 서울의 아이들을 시골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결국 시골의 친구들을 서울로 불러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아이다운 면이 없다는 것이 서울 아이의 모습이라 여기고, 그 많은 원인을 어른들이 제공하고 있다고 독백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 왜 이리도 지루한가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 풀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재미도 없고 강가에 나가 강물에 종이배를 띄울 한 줌 싱그러움도 없고 그렇다고 아우 데서나 놀 수 있는 땅도 없으니 서울은 정말 이상해. 어쩌다 골목길에서 놀다보면 이놈들 시끄러워. 우리들의 기분을 망쳐버린 그 말들이 서울 하늘을 흐리게 하지. 이렇게 하늘이 뿌연 날 나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우리들의 놀이터(서울.3)> 전문- 모처럼 놀이터에 나가보면 어른들이 시끄럽다고 야단을 치니, 서울은 어린이들이 갈 곳이 없다고 여긴다. 꿈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마저 빼앗겨버린 서울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아이가 금세 서울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 전학 와서 한달 남짓 서울 사람 다 된 듯 시내 구경했었지. 차들이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여도 빌딩들이 그렇게 높아 보여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보이네. ---중략--- 서울이 나를 눈멀게 한 건지 내가 서울 사람 다 된 듯 빤질빤질해졌는지 도무지 모르겠네, 정말 이상해. -<내가 서울 사람인가(서울.5)> 1, 2, 4연- 아이는 불과 한 달 만에 서울의 아이가 되고 만다. 그 정신없던 서울이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을 돌아보며 서울이 나를 눈멀게 한 것 아니냐고 독백처럼 되뇐다. 그렇게 쉽게 서울 생활에 동화된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이 그의 시에는 쉽게 자연에 동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시가 많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상 세계를 향한 활기찬 희망과 꿈을 그린 시도 있다. 수유리 네거리서는 바람이 멈췄다 간다. 화계사 입구서는 더욱 더 큰 눈을 뜨고 멈춘다. 아이들의 칼칼한 목소리 아이들의 화사한 얼굴이 출렁이는 학교 운동장에서는 바람이 어깨춤까지 춘다. 해를 궁굴리며 해를 따 내리며 햇빛보다 밝은 웃음 터뜨리는 수유리 아이들 눈을 크게 뜨고 있다. 팔을 힘껏 벌리고 있다. 꿈을 높이 띄우고 있다. -<수유리 아이들> 전문- 이 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해를 따 내리고 궁굴리며, 꿈을 하늘로 띄우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들이 바라는 현실의 소원이 아니라 이상 세계인 높은 하늘로 향하는 꿈을 띄우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꿈과 하늘이 맞닿아 현실에서 이상 세계로 상승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는 시다. 노원호의 동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무엇에든지 쉽게 동화되는 인물로 나타나거나 꿈이 이상 세계로 향하는 소망을 그리고 있다. (3) 반성과 자각, 삶의 이야기 노원호는 90년대 들어서면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을 그의 시로 옮긴다. 사소한 일부터 작은 것에 대한 관심까지 전반을 드나들면서 삶의 이야기를 그의 시로 바꾸어 놓는다. 자신의 삶의 철학도 그의 동시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내가 모르는 사이 가을은 이미 떠나고 있네.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의 꽃빛이 그렇고 외진 산모퉁이 연보랏빛 들국화도 가을을 떠나보내고 있네. 이럴 때 나는 어디쯤 서 있어야 할까. 어제 보았던 담벼락의 낙서도 지워졌고 가으내 휘둘렀던 잠자리채도 뒤꼍에 누워 있고 다만 길가에 버려진 작은 돌멩이 하나만이 아직도 낯익은 얼굴로 뒹굴고 있네. 내가 모르는 사이 그 돌멩이도 누군가의 발에 채여 사라지겠지. 가을은 이렇게 소리 없이 떠나고 있네. 이럴 때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 누군가 가을이 간다고 눌러줄 텐데……. -<내가 모르는 사이> 전문- 위 동시는 계절의 변화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온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주변에 눈을 돌릴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각박한 현재의 생활을 한탄하는 자아 독백형의 동시이다. 때로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독백도 한다. 또 누군가 내 가슴의 초인종을 눌러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 어느 새 가을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곁을 떠나고 있다. 바쁜 삶에 매달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여유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각을 노래한 시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는 커다란 우주론적 시각에 의해 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밝히며 자신의 몸을 낮출 것을 전하고 있다. 외진 산모퉁이에 풀꽃 하나 피어 있다. 질경이보다 더 납작하게 엎드려 가을 한쪽을 베어 문 그 모습 어제 육교에서 본 작은 소년 같았다. 누굴 만나려는지 꽃잎에 바람을 올려놓고 저만치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풀꽃 이 세상 어딘가에 점 하나로 있을 소년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다. 쌀알보다 작은 개미 한 마리도 발걸음을 멈추고 눈여겨보고 있다. 나도 이 세상 어디쯤에서는 점 하나로 보이겠지. -<풀꽃 하나> 전문- 작은 풀꽃은 육교에서 본 작은 소년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질경이보다 더 자세를 낮춘 풀꽃이 육교 위에서 고개를 떨꾸고 있는 작은 소년처럼 보인다. 풀꽃과 소년은 하나의 점이며, 자신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보면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작은 풀꽃 = 육교 위에서 만난 작은 소년 = 나(자신) = 하나의 점'의 등식이 성립한다. 그는 작은 풀꽃이나 소년이나 자신을 모두 지구상의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질경이처럼 자세를 낮춘 풀꽃 하나를 불러들여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함께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주변의 삶을 시로 승화시킨다. 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그의 이런 부류의 시들은 또 다른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90년대 후반에 들어가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합일로 발전하게 된다. 노원호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화두와도 같은 어머니나 그의 동시의 존재 이유가 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또한 삶의 이야기들도 시로 끌어들여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킨다. 그의 시에서 인간과 삶의 모습들은 이처럼 끝없는 사랑의 이미지로 노래되고 있다. 3. 성숙된 결합, 인간과 사물 이미지 1990년대 후반부터 그의 시는 또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나무의 귀'처럼 제목부터 사물과 인간을 아예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사물에 대한 관조와 인간애를 비단결처럼 고운 언어로 연결하여 마치 세련된 조각품 같은 시들을 구워낸다. 이 시기의 인간과 접목된 사물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보면, 인간과 하늘, 인간과 꽃, 인간과 나무로 구분할 수 있다. (1)상승의 꿈, 인간과 하늘 인간의 하늘에 대한 동경은 끝없이 이어져왔고, 이는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하늘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문학적 상상 속에서 활발하게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새나 별을 동시 속으로 끌어들인 노원호는 하늘을 향해 끝없이 비상하고, 인간의 곁으로 과감하게 끌고 내려와 아이들의 가슴 속에 심어준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상승의 꿈을 해소시켜주고 있다. 잔디밭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추잠자리가 빙빙 돌고 새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내 눈은 새의 꽁무니를 놓칠세라 푸른 하늘을 내달렸다. 새는 점점 멀어졌지만 나는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름에 흠뻑 젖어보는 가을날 오후 나도 새 한 마리가 되어 훨훨 날았다. -<새가 된 날> 전문- 잔디밭에 앉아서 한 마리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자신이 직접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하늘을 날아보는 꿈을 그린 시다. 사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신을 한 마리의 새로 설정하고, 하늘을 날게 하는 판타지까지 동시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그가 올려본 하늘에는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빙빙 돌고 있었지만, 따라간 것은 한 마리의 새였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본다. 하늘의 여러 사물과 인간을 하나의 개체로 설정한 시들은 천상의 세계로 향하는 상승의 꿈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또 하늘의 별을 아이들 곁으로 끌어내려와 가슴에 심어준다. 엄마와 함께 저녁 뜰에 나갔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별들 내가 가슴에 안을라 싶으면 언제 달아났는지 별은 하늘에서 반짝인다. ---중 략--- 별이 가슴으로 내려온다. 내가 가슴에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무수히 쏟아지는 별 나도 별이 되어본다. 엄마의 말씀에 미움을 버린 새 아이가 되어 본다. -<별이 된 아이> 일부분- 아이가 별이 되어 하늘로 놀라가고, 하늘의 별이 쏟아져 내려와 아이의 가슴에 안기게 한다. 아이가 별이 되고, 별이 아이가 되고, 천상과 지상이 하나가 되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시의 환상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품이다. 인간과 하늘이라는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동시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던 판타지를 과감하게 동시에 삽입함으로써 읽는 어린이들도 함께 하늘로 상승할 수 있도록 한다. (2) 마음의 향기, 인간과 꽃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꽃을 피워왔으며, 오랫동안 꽃을 통해 우리 마음을 아름답게 다스려왔다. 그 마음의 꽃이야 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으며,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정서를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꽃은 우리들의 모든 아픔들도 감싸 줄 수 있는 그런 사물로 여러 문학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 노원호의 동시에 등장하는 꽃은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묵묵히 향기로 전하고 있다. 꽃은 아무에게나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말은 한다. -나는 너를 좋아해. -너에게 달려가고 싶어. 아무리 들어봐도 싫지 않은 말 그런 말만 모아 꽃향기로 전해준다. 꽃의 말은 바로 나의 마음이다. -<꽃의 말> 전문- '꽃의 말'은 꽃과 인간의 결합을 드러낸다. 꽃향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여러 가지의 아름다운 말로 상징하여 나타내고 있다. 꽃은 말을 하지 않지만 향기로 그 말을 전하고 있다. 즉 아름다운 말, 아름다운 생각을 꽃은 향기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꽃을 통하여 인간의 말을 앞세우는 행태를 꼬집는 듯하다가 마지막에서는 작가의 마음과 꽃이 하나가 됨을 볼 수 있다. 들녘 끄트머리 혼자 서 있는 풀꽃 한 송이 누굴 기다리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바람이 불어도 풀잎들이 하나 둘씩 말라가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꽃 이 가을에 내가 옆에 서 준다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푸른 하늘이 좋아서 혼자 고개를 들어보면 가슴 가득 그리움이 밀려온다. 이 가을 내 가슴에도 예쁜 풀꽃 한 송이를 키우고 싶다. -<이 가을에> 전문- 이 시의 제재는 가을이지만 소재는 꽃이다. 푸른 하늘이 좋아서 고개를 들어보면 가슴 가득 그리움이 밀려오는 것은 그의 마음이며 꽃의 마음이다. 어쩌면 그가 곁에 서보고 싶어 하는 꽃은 그가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상징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마침내 그의 가슴에 예쁜 풀꽃 한 송이를 간직하고 싶어하고, 꽃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3) 정신의 옷, 인간과 나무 인간과 사물을 결합하려는 의도가 나무에 와서는 완벽하게 하나의 개체로 결합된다. 그는 나무에게 귀를 달아주고, 또 정신의 옷까지 입힌다. ①나무 밑에서 우연히 나무의 말을 듣는다. 잘 알아듣지도 못할 작은 귓속말이지만 얼굴 가득 걱정이 차 있다. -어제는 눈이 아프고 팔도 몹시 저렸어. 새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름다움도 보이지 않았어. 어쩌면 좋아 이대로 가다가는 푸른 하늘조차 볼 수 없는 내가 되겠어. 내게 던진 나무의 이 귓속말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되나 가슴이 자꾸 두근거린다. -<나무의 귓속말> 전문- ②나무는 겨울만 되면 기도를 한다. 입고 있던 옷마저 훌훌 털어버리고 가장 깨끗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가지마다 반짝반짝 빛을 낼 그런 별을 생각하면서 이듬해 봄 가지 끝마다 틔울 고운 새싹을 생각하면서 겨울나무는 그렇게 우리 어머니처럼 늘 기도를 한다. 찬바람이 불어와 몸을 때려도 나무는 울지 않고 꼿꼿이 서 있다. 이 겨울 우리 어머니는 무엇으로 또 기도를 할까? 겨울나무에서 어머니 같은 기도하는 모습을 본다. -<나무의 기도> 전문- ①, ②의 시에서 보듯이 그의 나무는 귓속말도 하고 기도도 한다. 인간과 사물의 구분이 없어지고, 하나의 개체, 하나의 몸이 된다. ①의 시에서 그는 우연히 나무의 귓속말을 듣게 된다. 시인이 아니고는 들을 수 없는 나무의 귓속말이다. 그런데 그 귓속말을 듣고 무어라 말을 해줘야 되는데, 가슴만 두근거리고 할 말을 잃게 된다. 나무의 그 귓속말 속에는 우리 인간의 푸념과도 같은 말들이 들어 있다. 즉 나무의 말은 바로 우리 인간의 말이다. 그는 나무를 통해서 인간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 ②의 시에서는 단순히 보고, 말하고,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도까지 하는 나무로 설정한다. 기도라는 것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일컫는 말인데, 나무에게 정신의 옷까지 입혀 기도하는 나무를 만든다. 인간과 나무를 몸은 물론이려니와 정신까지 완전한 일체로 만들어 놓는다. 최근 그의 시들은 사물에 대한 관조와 인간애를 통하여 사물과 인간의 성숙한 결합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과 사물을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고, 사물에게 인간의 말과 행동은 물론 영혼까지 불어넣어주는 문학적 상상력의 극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들은 한국 동시문단에 새로운 동시의 발전적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Ⅴ. 결 론 노원호는 1972년 매일신문을 통하여 등단하고, 1975년 조선일보에 '바다를 담은 일기장'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동시 문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등단 이후 30여년이 되도록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문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현재도 한국 동시 문단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에 대한 연구는 단편적인 평론 두 편에 불과하여 본고는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도해 본 것이다. 1. 노원호 동시는 동화 같은 서사구조 속에 마지막의 반전으로 시적 긴장을 극대화 시킨다. 또 상징과 비유를 통하여 독자에게 상상의 몫을 남겨두며, 몇몇의 시어는 반복성을 드러낸다. 2. 등단 이후 제3시집까지는 주로 순수 자연을 노래한 것들이 많다. 자연을 소재로 한 그의 시를 몇 개의 유형으로 구분하면 바다, 고향, 꽃과 나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바다를 소재로 한 동시는 노원호 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연을 노래한 그의 동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재가 바다이다. 바다를 소재로 한 동시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시어는 꿈과 꽃이다. 그는 원시적인 신비한 바다에 꿈과 꽃을 등장시켜서 희망과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향을 소재로 한 시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이 때 등장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단아함과 절제된 모습, 고난과 인내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 두 가지 어머니의 모습들은 그의 시에서 그리움으로 나타난다. 고향 시의 또 다른 특징은 고향의 정겨운 모습들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내어 고향 마을로 달려가고 싶은 그리움을 자아내게 한다. 꽃과 나무를 소재로 한 시에서 꽃들은 아이들의 이상 세계인 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하늘의 별을 아이들 곁으로 끌고 내려와 현실과 이상 세계의 거리를 좁혀준다. 나무는 대부분 튼튼하게 대지에 뿌리를 박고 변함없이 서 있는 굳건한 버팀목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이런 나무의 이미지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어머니의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3. 그는 제4동시집 「울릉도 사람들」에서부터 인간에 대한 사랑과 삶의 이야기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제5동시집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에는 자연보다 인간사와 그에 대한 사랑이 많이 나타난다. 이때의 시들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 아이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의 시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다른 소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런 기법을 통해 어머니의 고난과 애정을 아름다움과 그리움의 이미지로 그려낸다. 또 아이들은 절대 순수를 지향하는 아이들이다. 그의 동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색칠하는 대로 물이 드는 도화지와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아이들의 그런 순수한 마음을 절대 놓치지 않고 시로 승화 시킨다. 그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시로 옮긴다. 사소한 일부터 작은 것에 대한 관심까지 두루 드나들면서 삶의 이야기를 시로 바꾸어 놓는다. 자신의 생활 철학이 그의 동시에 스며들기 시작하며 삶에 대한 반성과 자각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4. 제6동시집부터는 또 다른 소재면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인간과 사물의 성숙한 결합을 노래하고 있다. '나무의 귀'처럼 제목부터 사물과 인간을 아예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사물에 대한 관조와 인간애를 비단결처럼 고운 언어로 연결하여 마치 세련된 조각품 같은 시들을 구워낸다. 이 시기의 시는 그의 문학 작품에서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노원호 동시의 표현 기법과 작품 세계의 특질을 살펴보았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동시도 시가 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시작 태도로 한국 동시문단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시를 써왔다. 그는 동시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가져야한다는 점을 일러주고 있다. 또 동시는 쉽다고 여기며 삽화적 가벼운 시를 양산해 내는 많은 동시인들에게 시적 요소를 갖춘 동시를 써야 한다는 발전적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또한 그는 문단에서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등단 이후 각종 아동문학 단체에서 문단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현재도 그는 '한국동시문학회'회장으로서 다양한 문학 활동을 통해 위축된 한국 동시 문단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그의 작품이나 문단 활동을 통해 그가 한국 동시 문단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그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줘야 할 것이라고 본다. 노 원 호 연 보 1946년 6월 28일 경북 청도에서 태어남(노삼준과 이순분의 2남 2녀 중 막내). 본적 : 경북 청도군 화양면 합천 2동 592번지) 1953년 경북 청도군 화양국민학교에 입학. 1959년 경북 청도 모계중학교에 입학. 1962년 대구 능인고등학교에 입학. 시조시인 이우출 선생이 고 2 3학년 때 담임 맡음. 1966년 대구교육대학에 입학하여 교사의 길을 걷기 시작함. 이 때 한국아동문학 이론을 정리한 이재철 교수를 만나 시 공부를 함.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신라아동문학회'에 들어가 처음으로 시화전을 엶. 1968년 대구교육대학을 2년 졸업하고 동해 바닷가인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국민학교에 첫 발령을 받음. 이 때부터 본격적인 시심을 키우기 시작함. 1969년 육군(제3518부대)에 입대하여 2년 11개월 15일간 일반병으로 복무함. 197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산골샘'(심사위원 이재철)이 입선됨. 1월 군 제대 후 울진 부구국민학교에 복직함.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 창작에 전념함. 월간 <교육자료>에 시 '바다'가 1회 추천됨. 매일신문에 수필 '한밤의 사색'을 연작으로 발표함. 197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바다에는'(심사위원 신현득)이 당선됨. 1월 14일 동화작가 김성도 선생의 주례로 김옥이(김재원 임분조의 둘째딸)와 대구에서 결혼함. 월간 시 전문지 <풀과 별>에 '꽃의 아침'을 발표하고, <교육자료>에 시 '續 바다'가 3회 추천 완료됨.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권기환 강준영 하청호 이명수와 함께 매일문학회를 만들고 동인지 <잎 다섯>을 출간함.(세종문화사)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바다를 담은 일기장'(심사위원 윤석중)이 당선됨. 동시 '무명옷에서 들리는 물레 잣는 소리'로 '새싹문학상'(새싹회)을 받음. 근무지를 경북 청도군 덕산국민학교로 옮겨 학생들에게 본격적으로 글짓기 지도를 함. 어린이 작품집 '큰 산 밑 아이들'을 프린트판으로 엮어냄. 맏딸 정화 태어남. 1976년 뜻을 같이 한 아동문학가 강준영 하청호 김재수 배익천 김충도 송재찬 권오삼 손원상과 함께 '한뜻모임' 동인을 만들어 <꽃과 항아리> 동인집을 출간함. 한국문인협회에 가입함. 맏아들 희석 태어남. 1977년 서울여자대학교 부설 화랑국민학교로 근무지를 옮김. 동인지 <꽃과 항아리> 2집을 출간하여 어린이들과 학교 도서관에 무료로 나누어 줌. 1978년 동인지 <꽃과 항아리> 제3집을 출간함. 소년동아일보가 주관한 '전국 교가 지어주기 운동'에 참여하여 경북 봉화 도촌국민학교 등 10여 개 학교에 교가를 지어줌. 아동문학가 권오훈 김숙희 김학선 유창근 정용원 정하나 최영재 남궁 경숙 박성배 손수복 이상교와 함께 '서울아동문학동인회'를 만들어 작품집 <초록 둥우리>를 출간함. 1979년 조선일보사 소년조선일보로 직장을 옮김. '세계 아동의 해'에 첫동시집 <바다에 피는 꽃>을 일지사에서 냄. 제2회 건강글짓기대회(새싹회와 한국야쿠르트 주최) 심사위원을 맡음. 1980년 새싹문학상을 받은 황베드로 정원석 김구연 권오순 등과 '방울나귀' 동인을 만들어 동인지 <방울나귀>를 매월 발간함. 그 뒤 이해인 정채봉 정두리 등이 동인이 되어 동인지를 80여 회 발간함. 한편 정하나 박성배 김학선 송재찬과 함께 아동문학 동인 '풀무쟁이'를 만듦. 1981년 조년조선일보에서 한국신학대학교 부설 한신초등학교로 직장을 옮김. 1983년 고향을 주제로 한 산문시 '고향 그 고향에'를 월간 <아동문예>(5월호)에 연재를 시작함. '한국동시문학상'(아동문예)수상. 1984년 산문 동시집 <고향 그 고향에>를 열화당에서 냄. 전래 동화집 <초립동이>를 아동문학사에서 냄. 한국방송통신대학 초등교육과 3학년에 편입학함. 글짓기지도서 <새 글짓기 공부>를 신원문화사에서 냄. 서울시로부터 모범 공무원 표창장 받음(서울 시장). 1985년 글짓기 지도서 <어린이 글짓기 공부>를 홍신문화사에서 냄. 월간 <아동문예> 편집위원 됨. KBS 2TV(오후5:30-6:00) '책나라 탐험' 진행. 1986년 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을 견지사에서 냄. 이 작품집으로 '대한민국문학상' 아동문학부문 우수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받음. 반공도서<꿈 잃은 노예들>을 평화문제연구소에서 내어 문화공보부 추천도서로 선정됨. 교육도서 <교통질서>를 교학사에서 냄. 1987년 위인 전기집 <루신>을 아동문학사에서 냄. 반공도서 <서울은 즐거워요>를 평화문제연구소에서 냄. 모범 교사 표창장 받음(서울시 교육감). 국토통일원 방송 평가요원 위촉. 월간 <아동문예> 11월호부터 '아동문학 칼럼' 연재 시작. 1988년 동시집 <울릉도 사람들>을 대교문화에서 냄. 위인 전기집 <아문센>과 <원효>를 신태양사에서 냄. <안중근>을 문공사에서 냄. 한국현대아동문학가협회 기획위원장을 맡음.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에 입학함. 교육자료 심의위원(자료협회). KBS 제2TV 아침 8시 '전국은 지금' 방송 출연(독서지도). 1989년 위인 전기집 <맥아더>를 교학사에서 냄. 한국동시선집 <풀잎 작은 가슴>을 아동교육문화연구회(상서각)에서 엮어냄. 한국현대아동문학가협회 주최 여름 세미나에서 '90년대 아동문학의 방향'이란 주제로 '동시문학 방향'을 발표함. 1990년 글짓기 지도서 <글짓기는 이렇게 하자 ①,②>와 <시튼 동물기>를 윤진문화사에서 냄. 시 전문지 월간 <한국시> 1월호에 동시 월평을 시작함. 199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수료.(교육학 석사학위 받음) 한국아동문학가협회와 한국현대아동문학가협회, 그리고 한국아동문학회의 세 단체가 통합한 '한국아동문학인협회'의 초대 상임이사를 맡음. 교양도서 <별난 친구 별난 우정>을 도서출판 윤진에서 냄. 1992년 이준관 하청호 박두순 손동연 권영상 이창건 신형건과 함께 '연필시' 동인을 만듦(5월). 재단법인 한국영재교육연구원에서 글짓기를 통한 사고력 프로그램 계발과 영재아동을 지도함. 1993년 동시집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을 상서각에서 냄. 이 작품집으로 '세종아동문학상'(소년한국일보)을 받음. 제1회 눈높이아동문학 심사위원. 1종 도서 국어과 편찬 심의위원으로 위촉됨(문교부). 1994년 글짓기 지도서 <재미있는 글쓰기 여행>을 동아출판사에서, <생각하는 논설 교실>(송재찬 선생과 공저)을 대교출판에서 냄. 어린이 논리박사 <다시 태어난 눈사람>을 동아출판사에서 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에 가입함. 한국글짓기지도회 부회장을 맡음. 제5차 교육과정 1종도서 국어과 연구 집필위원으로 위촉됨(한국교육개발원). 1995년 연필시 동인지 <연필로 쓰는 시>를 대교출판에서 냄. 글짓기 지도서 <글짓기 강좌>, <글짓기 교실>을 교학사에서 냄. 조장희 정채봉과 함께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맡음(회장 유경환). 제3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심사위원. 1996년 동시선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을 예림당에서 냄. 글짓기 지도서 <논설문 쓰는 법>을 월간 <새벗>에 연재하여 새벗사에서 단행본으로 냄. 김종상 권오훈 손광세 이창건 권영상과 함께 '시와 여울' 동인을 만들어 동요를 창작함.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심사위원. 제4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심사위원. 1997년 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으로 '이주홍아동문학상'(이주홍문화재단)을 받음. 글짓기 지도서 <표준 논술 특강>을 교학사에서 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심사위원. 계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심사위원. 1종 도서 국어과 편찬 심의위원으로 위촉됨(문교부). 동시 '놀이터'가 5학년 1학기 국어(읽기) 교과서에, '바다에 피는 꽃'이 5학년 1학기 국어(쓰기) 교과서에 수록됨(제6차 교육과정).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심사위원. 제7차 초등학교 특별활동 교과용 도서 심의위원으로 위촉됨(교육부). 1999년 연필시 동인지 <가끔 새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를 예림당에서 냄. 신흥대학 문예창작과 강사로 위촉됨.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심사위원. 한국아동문학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추대됨. 계간 <문학과 의식> 가을호에 윤석중 선생님과 대담을 함. 소년동아일보 문예상 심사위원. 동시 '눈치 챈 바람'이 2학년 1학기 국어(읽기) 교과서에 수록됨(7차 교육과정). 2001년 동시 '나무의 귀' 등 10편으로 제1회 '은하수동시문학상' 대상(시사랑회, 은하수 미디어)을 받음.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심사위원. '한국동요작사자곡가협회'에 가입함. 제2회 '김영일 아동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됨. 어린이문화진흥회 '좋은 어린이책 선정위원'으로 위촉됨. '교육 연공상' 수상(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02년 시집 <그대 가슴은 아직도 따뜻하다>를 세손출판사에서 냄(한국문화예술진흥원 우수도서로 선정됨). '노원호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http//cafe.net/loveoneho)가 운영됨. 한국동시문학회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함. 연필시 동인지 <얘, 내 옆에 앉아! 내 옆에 앉아!>를 푸른책들에서 냄. '한국아동문학상'(한국아동문학인협회) 동시부문 심사위원. 동시 '바람과 풀꽃'이 5학년 1학기 국어(읽기) 교과서에, 동시 '어느 날 오후'가 6학년 2학기 국어(말하기 듣기 쓰기) 교과서에 수록됨(제7차 교육과정). 맏딸 정화 유성원(유상권 이계숙의 차남)과 결혼함. 2003년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강사로 위촉됨. 연필시 동인지 <몽당연필이 더 어른이래요>를 푸른책들에서 냄. 2004년 한국동시문학회 제2대 회장으로 추대됨. 사단법인 '새싹회' 이사로 선임됨.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심사위원. 한국아동문학학회 창립 16 주년 기념 '제8회 아동문학연구발표대회'(5월 15일)에서 '윤석중은 과연 초현실적 낙천주의 시인인가?'로 주제 발표를 함. 제3회 '신일 스승상' 수상(신일 학원). 참 고 문 헌 김용희,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 1999. 노원호, '윤석중 연구'한국외국어대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1. 노원호 외, 제1회 「은하수동시문학상 수상 작품집」, 은하수미디어, 2002 노원호, 제1동시집「바다에 피는 꽃」, 일지사, 1979. 노원호, 제2동시집 「고향, 그 고향에」,열화당, 1984. 노원호, 제3동시집 「아이가 그린 가을」,견지사, 1986. 노원호, 제4동시집 「울릉도 사람들」,대교문화, 1988. 노원호, 제5동시집 「내 가슴에 초인종 하나 있다면」,상서각, 1993. 노원호, 제6동시집 「바다를 담은 일기장」,예림당, 1996. 노원호, 출간 준비 중에 있는 작품집. 윤석중, 「잃어버린 댕기」, 게수나무회, 1933. 이정석, 「한국현대아동문학 작가 작품론」,청동거울, 2001. 이재철, 「아동문학개론」,숭문당, 1984. 참 고 자 료 교육인적자원부,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국어과 읽기 교과서, 국정 교과서, 2004 교육인적자원부,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과 읽기 교과서, 국정 교과서, 2004 교육인적자원부,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국어과 말하기 듣기 쓰기 교과서, 국정교과서, 2004 Abstract A Study on Roh Wonho's rhymes for children Major of Jeong, Gu-Seong Department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Cheongju, Korea Supervised by Professor Park, Jae-Seung Roh Wonho regularly began to put his name in the literary world of Korean rhymes for children, after he had ascended the literary world through Maeil Shinmun in 1972, and when he was awarded for his work,'Diary Filled with the Sea,' in Chosun Ilbo in 1975. He is a writer of Korean rhymes for children who has played a leading role in that world until now. He wrote a lot of works and his rhymes command so much attention that three of them appear in the curriculum's Korean textbook authorized by the 7th revision. In my paper, I examine the peculiar features of expression‎ techniques that appeared in his works, and analyzed several characteristics of his works. 1. The first feature of his expression‎ techniques is to give the rhymes a better punch ,using a final reversal to the story structure as in fairy tales. The second is to leave room for the imagination, using the method of symbol and metaphor, without revealing its meaning easily. The third one is the repetition of poetic dictions. 2. After his debut, until the age of 40, he wrote lots of works that mainly sang of the purity of nature. These could be categorized into the sea, hometown, flowers and trees, according to his writing subjects. The rhymes based on the writing subject of the sea were the starting point of his literature. While dreams and flowers appeared many times in his writings with the sea he created an image of unusual hope and beauty, connecting the primitive and mysterious nature of the sea with the hope embodied in flowers. The mother figure appeared in the rhymes in the writing subject aswell as hometown which may represent the bitters and endurances of her life aswell as her elegance and self-restraint. Moreover, the images of a mother as mentioned above instill a sense of longing and missing her. Another feature of the rhymes, with regard to the hometown, is to make readers yearn for home, and want to run there, by way of describing the warmhearted images of the hometown village just like a watercolor. In his rhymes, flowers often appear to be the ideal world for children. That world at the same time is taken down to a range that children can reach, and becomes the real world for them. The trees are almost described as the image of strongly standing props that root solidly under the ground. The trees are imaged in the figure of mother who stands close to us, like a strong prop, even though she is heavily loaded with tough hardships and prays constantly for the sake of her children. 3. Until the 3rd anthology of rhymes was published, he mainly adopted the nature as a writing subject. From the 4th one, 'Ulleungdo People', he began to turn his attention to the love for human beings and stories about life. If dividing that change into some types, the main writing subject consists of the love for mother and children and stories about life. 4. From the late 1990s, his rhymes showed another change in the aspect of subject. As you can realize from the title of the rhyme, 'Ears of the Tree', he began to recognize all things in the world and human beings as the same existence. During this time, he made his rhymes be well-constructed just like refined sculptures, connecting the humanity and meditation on all things of the world with languages as refined as the texture of silk. The rhymes of this time show that the mature combination of objects and human beings could be regarded as those of the golden age of his literary works. Roh Wonho is a writer who has captivated public attention owing to his own rhyme world. And also he is a writer who made a great contribution to the development of Korean rhymes, leading 'Korean Literary Society of Rhymes for Children'. Now, we will have to recognize that he will remain long in Korean rhyme circles. <embed src=http://www.gayo114.com/freelink/freelink_aplay.asp?c=513044_335730&ext=.asx hidden=true autostart=true volume=0 loop=-1 allowNetworking='internal' allowScriptAccess='sameDomain'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