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랜만에 카페 업데이트를 하려고 책상 위에 앉았다. 그간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이 많았고, 흑형은 아직 한국에 있었고, 가끔 전기가 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늘 밤 ... 흑형은 여전히 한국에 있지만, 전기도 들어와 있고, 손님도 없고, 오랜만에 할머니들이 마작 하자는 소리도 없다. 오랜만에 시간이 남았다. 아니 귀차니즘을 조금 극복했다.
* 그동안 달빛나비에는 따슝~댁님, 스트로베리님과 장따꺼(장대형)님이 다녀가셨고, 북경 왕징의 미녀 삼총사가 다녀 가셨고, 선전에서온 미모의 여인도 다녀가셨다. 그리고 옥룡설산 망설봉 트레킹을 다녀 오신 수십 명의 한국 형님, 누나들이 달빛나비에서 고기를 굽고 가셨다. 오미자 술과 함께.
이분들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서 올릴 예정이다. 언제? ㅜㅜ
오늘 오후,
샤오화(우리 객잔에서 일하는 나시족 아줌마)에게서 점심을 잘 얻어 먹고, 옥호촌 하이스트리트(버스 정류장부터 정자 앞 사거리 구멍가게까지의 약 300미터 경사로)로 나가 보았다. 노동절 연휴라 이곳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모두 동네 곳곳에서 뛰놀고 있었다.
좀 큰 애들은 구석진 골목에서, 하이스트리트에서는 미취학 아동들이.
(참고로 옥호촌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꼬맹이들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나를 따슝(大熊) 이라고 부르면 소학교 이상의 학생이고, 나를 슝따(熊大, 중국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라고 부르면 아직 취학전의 코흘리개들이다.)
하여튼 오늘 오후,
옥호촌 하이스트리트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를 만났다. 급하게 뛰어 오는 폼이 어딘가에서 사고를 치고 온 듯 했다. 한 참을 달려와 수돗가에서 급하게 물을 마신다.
(한 명은 어디로 갔을까?) 뛰어 오는 네 명의 대원들 뒤로 그들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이 보인다.
주황색 옷을 입고 제일 먼저 물을 먹는 이 녀석. 대장이다. 대부분 나시족 미취학 아이들은 부통화(중국 표준말)를 잘 하지 못한다. 나시족 말로만 대화를 한다. 하지만 이 녀석은 부통화를 잘 한다. 집에서 이미 선행학습을 시킨 것 같고....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대장이 된 것이 분명하다. 기획, 대외 협력, 섭외에는 언어가 중요하니까. 그리고 어느 조직이나 물은 대장이 먼저 먹는다.
그리고 대장의 내연녀, 빼어난 미모의 나시족 작은 꾸냥이 역시 두 번째로 물을 먹는다. 제일 뒤에서 무관심한 듯 서 있었지만 순서는 항상 두 번째이다. 세상이 그렇다. 이 여인 말을 좀 걸어 보았는데.... 참으로 시크하시다. 그녀의 물 먹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는 주황색 대장의 표정에서 ... 한 남자를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대장의 오른팔, 파랑색 청바지 대원이다. 체구는 작지만 대장의 심기를 잘 살피는 눈치 빠르고 날쎈 녀석이다. 그 옆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서는 나시 시크녀에게 ... 조금 더 마시지 그래...말하며 돌아보는 대장. 어...그런데 자세히 보면 시선은 저 멀리 또 다른 여인에게 있는듯 하다. 역시 남자다.
대장의 왼팔, 스머프를 연상시키는 반바지 컨셉의 빨강 티셔츠는 ... 물 대신 준비한 본인만의 음료를 미리 마신 듯 하다. 이 녀석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센데... 눈치는 없다.
내연녀에게 양보하느라 물을 제대로 다 마시지 못한 대장이 다시 물을 먹는다. 그 뒤로 대장따라 한 번 더 마시려는 청바지와 스머프 그리고 그 내연녀. ... 그 사이를 삐집고 들어가는, 가장 늦게 도착한, 위 첫 사진에서 보이지 않았던, 막내 빠삐용 대원. ...대장과 형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대장 오른팔, 청바지는 이런 작은 규율에 민감하다.
왼팔 스머프 대원은 ... 관심 없다. 결국 오른팔 청바지 대원의 제지로 ... 막내 빠삐용 대원은 ...오늘 '입대고 마시기' 금지다.
어린 시절, 옥호촌 꼬맹이들과 똑같이 놀던 기억이 났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 독립가옥촌. 그곳에서 ... 매일 여기 저기 구르고 뛰어 다니고... 지치면 이곳 아이들처럼 공용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고 다시 뛰어 놀기 시작했다. (물을 많이 마시고 뛰면 항상 배가 아팠다.) 벌써 30년도 훨씬 넘었는데... 오늘 이곳 아이들을 보니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울컥하더라~. ...
옥호촌 독수리 오형제...니들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꼭 기억날게다. 넘어지지 말고 잘 놀아라~!!
첫댓글 아하~귀요미들~언제 다시 옥호촌에 가면 몰라보게 커 있겠죠~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수있는 나라, 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있을까요,없을까요...
모두가 행복한 다녀간 사람들도 합께행복해지는 옥호촌 그립습니다...
수돗가 아니고 우물 아닌가효 ㅡㅡ?
아... 물로 배채우던 어린시절이 생각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