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21C정신문화원 원장 인사말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어린 딸이 어머니에게 질문을 했다. “엄마,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옥 간 거야?” 뜬금없는 어린 딸의 질문에 조금 당황한 엄마가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응, 그, 그렇지, 뭐!” 옆에서 지켜보던 아빠가 그 딸을 불러 조용히 말했다. “불교에서는 극락이라는 곳이 있단다.” 이에 그 어린 딸이 다시 질문했다. “그럼 천국하고 극락하고 같은 곳이야?” 당황한 아빠가 다시 대답했다. “응? 으응, 조금 다르지만, 뭐, 비슷하대.”
2년 전 선친께서 전라북도 임실의 국립 호국원에 안치되셨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거의 들러볼 수 없었다. 그러던 내가 그 멀고 먼 봉하 마을까지 몇 번씩 다녀오는 것을 본 형님이 술 취하신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홍 목사님! 그런 열심으로 아버지 산소에나 한 번 다녀오세요.” 갑자기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았다. 사실 기독교에서는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특별한 의식도 없고, 추모나 추도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던 내가 그토록 먼 봉하 마을에, 그토록 자주 찾아갔던 이유는 무엇인가? 멀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선친의 산소조차 자주 찾아보지 못했던 사람이.
죄송한 마음으로 형님께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봉하 마을에 그토록 자주 찾아간 이유가 꼭 돌아가신 분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을 알았다.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오늘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것은 지금 살아있는 우리들 자신을 위한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살아있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돌아가신 분을 기리고 그 뜻을 되새기는 것이다.
평소에 나는 이 나라의 가장 큰 타락 중의 하나가 종교의 타락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다른 종교인들에 대한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 스스로를 반성하기 위한 것이다. 현금의 한국 종교, 특히 기독교가 내세에 대한 소망을 강조하다가, 현재의 삶에서 종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본주의의 논리에 허우적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생의 참 뜻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 안에 수없이 많은 종교와 종교인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과 같이 매사에 감사가 없고, 불평과 불만만 가득 찬 모습이 되었다고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종교란 자기중심의 이기적 생각을 최소화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이타적 정신을 길러나가게 하는 구도의 길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종교를 수단으로 개인적인 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 버리면, 종교는 사회적 자정기관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하게 되지 않겠는가? 더구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빈부격차가 커지도록 되어 있는 상황에서 종교조차 자본주의 논리에 빠져있으면 사회의 미래는 더욱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다른 종교들에 대해서는 내가 감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내가 속해 있는 현재 한국의 기독교 상황은 그러한 사회적 자정능력의 기관으로서의 종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사회는 종교조차 자본주의의 깊은 수렁에 빠져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를 잊어버렸다. 그러한 원인에는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투쟁 상황에서 반목과 질시, 다툼과 분쟁의 역사를 이어온 연유도 포함될 것이다. 다행히 현 세계는 이데올로기의 분쟁이 사라지고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문득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이데올로기의 분쟁이 사라지면 지금까지의 모든 분쟁과 다툼은 사라질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더욱 큰 전쟁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데올로기의 분쟁이 끝나면 그 이후에는 더욱 더 큰 종교적인 갈등과 분쟁이 예비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징후는 현 정권의 등장이후 곳곳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이데올로기의 분쟁도 끔찍했는데, 종교적인 분쟁과 갈등이라니!
이러한 개인적인 고민과 갈등 속에서 김동완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한국인의 마음 심성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사주 명리학을, 이처럼 이타적인 방식으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시는 분이 또 있을까? 종교를 이용하면 가장 돈 벌기 쉽다고 한다. 더구나 사주 명리학은 그 어떤 종교보다도 개인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다. 그러한 훌륭한(?) 도구를 가지고 있는 분이 자기 자신의 치부를 위하여 사용하지 아니하고 진정한 구도자의 길을 가시고, 스승의 길을 택하시는 모습에 어찌하든지 동참하고 싶은 마음과 소망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한국 21C 정신문화원>은 이러한 위기감과 기대로부터 출발한다. 자본주의적인 시대정신을 뛰어넘는 새로운 21C 정신문화를 창출해보자는 야심찬 목표로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데올로기적인 투쟁과 분쟁을 뛰어넘는 평화와 화평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루는데 조그마한 초석이라도 되려고 한다. 그러한 마음들을 모아보려고 한다. 우리는 그 어떤 사상적 종교적 이념적 차이들을 극복하고 인간으로서의 공통점을 찾아 서로 함께 나누기를 원한다. 모든 차이들을 넘어서 오늘을 살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들끼리의 협력과 조화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노력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우리 앞에 펼쳐진 21C! 그 21C가 간절히 원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 보기를 원한다.
위대한 21C, 더불어 사는 공동체 건설에 앞장서기를 바라는 <한국 21C 정신문화원>이 여러분을 초대한다.
한국 21C 정신문화원 원장
신학박사 홍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