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이 만난 사람
<대통령도 되고 거지도 되고>
에세이집 펴낸
우리들의 연극지킴이 권성덕 ‘현장각하’
지난 5월 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3층 스튜디오 다락에서 열린 <대통령도 되고 거지도 되고>(동행 출판사)의 출판기념회장은 완전 연극계 잔치분위기였다.
저자(著者)인 우리들의 연극지킴이 ‘현장각하’
권성덕(75세,
사진 왼쪽)
큰 배우는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선언하여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연극인생 50년,
외길 반세기 기념 에세이집 축하객들은 국립극단 옛 동료
백성희 원로배우를 비롯해 축사를 한 김정옥 연출가와 김의경 작가 외에도 노경식 작가 및 박웅,
정동환 연기자 등등 내로라하는 연극인들로 성황을
이뤘다.
지방에서 막 올라온 이상용 마산국제연극제집행위원장의
얼굴도 보였다.
“평소 쌓아온 권선생의 음덕”이라고 김길호 노배우는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권 연기자는 “광대가 무슨 글이냐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자문해 보았다면 서도 “연극을 하면서 세월이 좀 쌓이다 보니까 알만한 곳으로부터 원고청탁이 들어오곤
했었죠.
여기 모은 글들은 <월간 에세이>에 실었던 글을 중심으로 두서없이 모아본 것들입니다.”
그는 화들짝 밝은 표정으로 “부담 없이 읽어라”며 축하객들에게 책을 사인해주느라 바빴다.
연극인으로서 살아온 막전막후(幕前幕後)
뒤안길 산책의 진솔한 이야기,
삶과 인생이 묻어나는 향기로운 발자취는
‘황혼의 언덕에서’와 ‘연극 광야에서’
‘떠도는 斷想들’
3부로 나눠 묶었다.
그는 가끔 이웃나들이삼아 영화나 TV에도 출연하지만 본인의 연기 영토는 누가 뭐래도 연극이라
자부한다.
무대 데뷔 후 한 번도 연극현장을 떠난 적이 없는 탓에
술좌석에서 후배들이 ‘현장각하’라 부르기도 한단다.
TV드라마에서 열연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역할 후 각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셈이다.
그는 연극과 관련된 제반 활동가로서도 빠짐없이 그
존재감을 반짝인다.
일찍이 국립극단 단장을 거쳤을 뿐 아니라 전국의 각종
연극제 심사위원,
연극관련 모임이나 세미나 등등…
지금도 동양대학에서 강의를 맡은 노교수로서 고집스럽게
연극을 끌어안는다.
상복도 많아 ‘이해랑 연극상’을 포함해서 ‘한국연극영화 연기상’
등 굵직굵직한 상을 두루 거머쥐었는데 특히
‘동아연극상 연기상’은 1971년과 1993년,
두 차례나 수상했을 정도다.
<황금연못><아마데우스><수전노><갈매기>
등 그가 출연한 연극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근엔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도 <동행>을 선보여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그는 딜레탕트 순수 사진작가로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몇 년 전 연극인 인물 사진전을 대학로에서 연 후 전국연극제 개최지 순회전시회가 거의 정례화 되다시피 자리매김했다.
이제 책까지 냈으니 알짜배기 ‘글꾼’으로서 신고식을 마친 소감을 묻자,
“가난한 연극쟁이 아비의 자식들인 1남2녀에게 정신적 유산이 됐으면…”
말끝을 흐리는 아버지로서 그의 다양한 예술적 열정이야말로
시들지 않는 ‘청춘과 영혼’의 방부제인지 모른다.
언제나 대학로 대폿집에서 젊은 연극인들과 어우러져 술잔을 기울이며 웃음과 철학이
폭발하는 ‘풍자유머’와 ‘허무개그’로 노익장을 달군다.
어쩌면 손꼽을 정도로 우리 시대의 몇 안 되는 성공한
연극배우 얼굴,
초상화(肖像畵)가 아닐까?
행사장을 끝까지 지키던 한 젊은 연극인의
독백이다.
“오늘도 연극이라는 험난하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굿쟁이들의 등대지기로 권선생님이 오랫동안 우리들 곁에 남아 현장의 큰 별로 더욱 빛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