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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앙정가(俛仰亭歌)
ꁶ핵심 정리
· 연대 : 중종 19년(1524)
· 형식 : 가사(歌辭). 4 4(3 4)조를 기조로 한 4음보 연속체.
· 성격 : 양반 가사. 은일 가사(隱逸歌辭), 서정 가사(抒情歌辭)
· 표현 : 활유, 의인, 직유, 은유, 대구, 열거, 과장, 대조, 반복, 생략 등 다양한 수법 동원.
· 짜임 : 起承轉結(기승전결)의 4단 구성.
· 제재 : 면앙정(俛仰亭)의 자연의 승경(勝景)
· 내용 : 면앙정(俛仰亭)이 있는 제월봉(霽月峰)의 형세와 면앙정의 모습을 그린 다음, 그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근경(近景)에서 원경(遠景)으로 묘사하고,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의 계절 변화에 따라 짜임새 있게 묘사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절경(絶景)에서 묻혀 노니는 지은이의 호방한 정회(情懷)를 노래하였다.
· 주제 : 대자연 속에서의 풍류와 군은(君恩)
· 출전 : 필사본 <雜歌>
· 의의 :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한 노래로, 정극인의 '상춘곡'의 계통을 잇고, 정철의 '성산별곡(星山別曲)'에 영향을 주었다.
ꁶ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은일 생활(隱逸生活)을 노래한 것으로 자연에서 얻어지는 흥취를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읊고 있다. '면앙정가'는 송순이 늦게까지 벼슬하다가 만년에 치사귀향(致仕歸鄕)하여 향리인 전남 담양의 제월봉 아래에 면앙정(俛仰亭)을 짓고, 여러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산수의 아름다움에 몰입하였는데, 그 때의 풍류 생활을 읊은 은일가사(隱逸歌辭)이다.
호남 가단(湖南歌壇)을 처음 마련했으며, 도리(道理)보다 풍류를 더 사랑했던 지은이는 '상춘곡'에서 본을 받고 '성산별곡'에 영향을 준 이 작품을 지음으로 해서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했다. 유가(儒家)의 도리를 저버릴 수 없어 '이 몸이 이렁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라고 마무리지은 이 작품은 그 사상적 바탕을 자연 친화의 도교적 사상을 기저로 하고 있다. 도가 사상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인간이 자연과 일체(一體)를 이룸으로써 최고선(最高善)에 도달하고자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ꁶ원문과 현대어 풀이
ꊱ제월봉의 위치와 형세-서사1(늙은 용의 머리에 비유)
无等山(무등산) 한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멀리 쳐 와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 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므득므득 버럿 . 가온대 구 굼긔 든 늘근 뇽이 선을 야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츠리어 무더기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ꁰ어휘와 구절 풀이
· 활기 : 활개[肢]. 여기서는 산의 줄기. * '활기 뫼히'는 '지맥(地脈)'이란 뜻.
· 동다히로 : 동쪽으로. '다히'는 '편, 쪽'이란 뜻의 명사.
· 쳐 와 : 떼어 버리고 나와. 떨어내 버리고 나와.
· 霽月峰(제월봉) : 전남 담양에 있는 산. 이 산 아래 석림정사(石林精舍)와 면앙정(俛仰亭)이 있음.
· 無邊大野(무변 대야) : 끝없이 넓은 들판.
· : 한데. 한 곳에.
· 움쳐 : 움치리어.
· 므득므득 : 무더기무더기. 우뚝우뚝.
· 버럿 : 별려 놓은. 벌린.
· 굼긔 : 구멍에.
· 멀리 쳐 와 霽月峰(제월봉)이 되어거 ; 광주 무등산을 멀리 떼어버리고 제월봉이 되었다는 것으로, 제월봉의 근원을 밝힌 부분.
· 므 짐쟉 노라 ;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무슨 속셈으로. 주체는 제월봉으로 의인화된 표현이다.
· 닐곱 구 움쳐 므득므득 버럿 ; 일곱 굽이의 제월봉 봉우리가 한 곳에 움츠리어 우뚝우뚝 솟은 듯하다는 것으로, 제월봉의 형세를 직유법으로 밝혔다.
ꊲ면앙정의 모습-서사2(날개 편 청학에 비유)
너바회 우 松竹(송죽)을 헤혀고 亭子(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두 래 버렷 .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
ꁰ어휘와 구절 풀이
· 너바회 : 너럭바위. 넓고 평평한 바위.
· 헤혀고 : 헤치고.
· 래 : 날개.
ꊳ시냇물의 모습-본사1(쌍룡-시냇물의 비유)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 압 너븐 들 올올히 펴진 드시 넙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폇 어드러로 가노라 므 일 얏바 로 밤즈로 흐르
옥천산, 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 말거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
ꁰ어휘와 구절 풀이
· 올올히 : 부지런히 힘써 그치지 않는 모양[勤勉不止貌]. 끊임없이. 우뚝우뚝.
· 넙든 기노라 : 넓거든 길다고(하지 말고). 넓거든 길지 말거나.
· 폇 : 가득하게 펼쳐 놓은 듯. 쭉 펼쳐 놓은 듯.
· 얏바 : 바빠.
· 넙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 넓으면서 길게 뻗혀 있는 듯하며, 푸르면서 흰듯한 시냇물을 대구법과 대조법을 구사하여 표현한 것으로, 정철의 관동별곡에 '날거든 뛰디마나 섯거든 솟디마나', '맑거든 조치마나 조커든 맑지마나' 등에 그대로 나타난다.
·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폇 ;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트는 듯하고,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니.
ꊴ기러기의 교태-본사2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치 펴졋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러곰 좃니뇨.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라다니는가.
ꁰ어휘와 구절 풀이
· 므조친 : 물따라 벌여 있는. 물가로 밀린.
· 사정(沙汀) : 물가의 모래밭.
· 어르노라 : 통정(通情)하려고.
· 안즈락 리락 : 앉았다가 내려갔다가.
· 모드락 흣트락 :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 노화(蘆花) : 갈대꽃.
· 우러곰 : 울면서.
· 좃니뇨 : 따라 다니느냐?
ꊵ산봉우리의 승경-본사3(병풍-산봉우리의 비유)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아 두르고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즌 근 닛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물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흠 양야 하도 젓티 아녀 웃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龍龜山(용구산) 夢仙山(몽선산) 佛臺山(불대산) 魚登山(어등산) 湧珍山(용진산) 錦城山(금성산)이 虛空(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넓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하게 서 있는 것이 추월산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ꁰ어휘와 구절 풀이
· 밧기오 : 밖이요.
· 근 : 끊어지는.
· 일흠 : 이름이 난. 유명한.
· 젓티 : 두려워하지.
· 蒼崖(창애) : 푸른 언덕.
· 하도 할샤 : 많기도 많구나.
ꊶ봄 풍경-본사4 [춘경(春景)-구름, 煙霞(연하), 山嵐(산람), 細雨(세우)]
흰구름 브흰 煙霞(연하) 프르니 山嵐(산람)이라. 千巖(천암) 萬壑(만학)을 제 집을 삼아 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도 구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거너거니 프르락 블그락 여트락 디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리난다.
흰 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 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린다.
ꁰ어휘와 구절 풀이
· 브흰 煙霞(연하) : 뿌연 안개와 놀.
· 프르니 : 푸른 것은. 프르(어간)+ㄴ(관형사형)+이(의존 명사)+(보조사)
· 山嵐(산람) : 산 아지랑이.
· 나명셩 들명셩 : 나며 들며.
· 일도 : 아양도. '일>이(ㅎ탈락)'
· 거너거니 : 건너거니.
· 섯거디어 : 섞이어. 섞어져.
· 나명셩 들명셩 일도 구지고 ; 나며 들며(들락날락하며) 아양도 떠는구나. '나명셩 들명셩'의 'ㅇ'은 음악성을 고려한 표기이다.
ꊷ여름 풍경-본사5[하경(夏景)-黃鶯황앵, 綠陰녹음, 凉風냉풍]
籃輿(남여) 야 고 솔 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백 척) 欄干(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수면) 凉風(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가.
뚜껑 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우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 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ꁰ어휘와 구절 풀이
· 籃輿(남여) : 뚜껑이 없는 가마.
· 야 : 재촉하여.
· 黃鶯(황앵) : 노란 꾀꼬리.
· 나모 새 : 나무와 억새풀. 또는 나무 사이.
· 지어 : 가득하여. 우거져. '다'는 '없어지다, 빈번하다'의 뜻.
· 얼 : 엉긴.
· 凉風(양풍) : 서늘한 바람.
·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 적의 ; 녹음이 짙어 나뭇잎으로 무성한 숲을 이룬 절경을 이르는데, '새'를 '사이' 의 축약으로 보기도 하고 '억새풀'로 보기도 하며, '樹竹兮參錯'으로 한역된 것을 참작하여 '대'의 오기(誤記)로 보기도 한다.
ꊸ가을 풍경-본사6[추경(秋景)-산빛, 黃雲황운, 漁笛어적]
즌 서리 딘 후의 산 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디 萬頃(만경)의 펴겨 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다.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 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느냐.
ꁰ어휘와 구절 풀이
· 즌 서리 : 된서리. 진서리.
· 딘 : 걷힌.
· 黃雲(황운) : '누렇게 익은 곡식'을 비유.
· 萬頃(만경) : 넓은 들.
· 펴거 디오 : 퍼져 있는고.
· 브니난다 : 불고 있느냐. 계속 부느냐.
ꊹ겨울 풍경-본사7[동경(冬景)-氷雪, 瓊宮瑤臺(경궁요대), 玉海, 銀山]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강산)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低(안저)의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열사 간 대마다 겨를 업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궁 요대와 옥해 은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ꁰ어휘와 구절 풀이
· 몰커늘 : 묻혀 있거늘.
· 헌야 : 야단스러워.
· 瓊宮瑤臺(경궁요대) : 아름다운 구슬로 꾸며놓은 궁궐과 대(臺). '눈에 덮힌 자연'을 비유한 말.
· 玉海銀山(옥해은산) : 눈에 깔린 바다와 산.
· 버러셰라 : 벌여 있구나. 펼쳐졌구나.
· 乾坤(건곤) : 하늘과 땅.
· 가열사 : 풍성하구나. 넉넉하구나.
[10]자연애와 풍류 생활-본사8
人間(인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고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아이 낫브거니 나조라 슬흘소냐. 오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리라 有餘(유여)랴. 이 뫼 안자 보고 뎌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의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업거든 길히나 젼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여 가노라.
속세를 떠나 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가 쓸겠는가. 아침에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가. 이 산에서 앉아 보고 저 산에서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 줄 수가 있겠는가. 다만 명아주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ꁰ어휘와 구절 풀이
· 人間(인간) : '人生世間(인생 세간)'의 준말. 인간 세상. 속세.
· 혀려 고 : 끌어당기려 하고.
· 낫브거니 : 부족한데. 나쁘다고 해서.
· 나조라 : 저녁이라고. 저녁에도.
· 煩勞(번로) : 번거로운.
· 젼리야 : 전하겠는가.
· 靑藜杖(청려장) :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
· 人間(인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 번거로운 인간 세상을 떠나와도 자연을 완상(玩賞)하느라 이 몸이 겨를이 없다.
· 아이 낫브거니 나조라 슬흘소냐. ; (아름다운 자연을 완상할 시간이)아침에도 모자라는데 저녁이라고 경치가 아름답지 아니할 것인가.
·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리야. ; (자연을 완상하느라)쉴 사이가 없는데, (이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러 올)속세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전해줄 틈이 있으랴.
[11]취흥-본사9[취흥에 젖어 태평성대 구가(謳歌)(술과 벗, 음악과 시)]
술이 닉어거니 벗지라 업슬소냐. 블며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이라 브트시랴. 누으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을프락 람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다. 羲皇(희황) 모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 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 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거니 근심이라고 있겠으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않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 서 마음놓고 놀거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태평 성대를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ꁰ어휘와 구절 풀이
· 블며 : 부르게 하며.
· 이며 : (악기를) 타게 하며.
· 이아며 : 흔들며.
· 브트시랴 : 붙었으랴.
· 람락 : 휘파람 불며.
· 노혜로 : 마음놓고. 거리낌 없이.
· 희황 : 복희 황제. 여기서는 '태평성대"
· 모러니 : 모르더니. 모르고 지내더니.
· 이적이야 : 이 때야말로.
· 엇더턴지 : 어떤 것인지 몰랐는데.
· 긔로고야 : 그것이로구나. 그 때로구나.
· 블며 이며 혀이며 이아며 ;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게 하며, 끌어당기게 하며, 흔들며.
· 누으락 안즈락 구브락 쳐즈락 을프락 람락 ; ' 락'이란 반복형 어미를 사용한 열거법으로 지은이의 취흥(醉興)을 나타낸다.
[12]호탕한 정회와 군은-결사[호연지기(浩然之氣), 군은(君恩)]
江山風月(강산 풍월) 거리고 내 百年(백 년)을 다 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오다. 浩蕩(호탕) 情懷(정회)야 이에서 더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 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는가. 이 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ꁰ어휘와 구절 풀이
· 江山風月(강산풍월) : 아름다운 자연. 제유법.
· 浩蕩(호탕) 情懷(정회) : 넓고 끝없는 정다운 회포.
· 이에서 : 이보다. '에서'는 비교를 나타내는 비교격.
· 이렁굼도 : 이렇게 지내는 것도. 이러함도.
ꁶ그밖에
▶ '면앙정가(俛仰亭歌)'의 문학사적 위치
이 작품은 가사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에서 자연 친화의 사상을 이어받은 이 작품은 그 후 정철(鄭澈)의 '성산별곡(星山別曲)'과 '관동별곡'을 잇는 교량적 구실을 한다. 특히 이 작품이 이르러서 자연미(自然美)를 발견하고 자연의 흥취를 즐기는 정서가 본격적인 표현을 얻어 그 뒤에 두고두고 모범이 되며 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면앙정가'와 '성산별곡'의 관계
'성산별곡'은 내용, 형식, 풍류, 어구, 시풍 등 다방면에서 '면앙정가'를 모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내용면에서는 ① 자연을 인간의 궁극적인 귀의처로 본 것, ② 사계절을 통한 자연미 발견, ③ 신선(神仙)의 경지에 드는 풍류의 극치를 맛보려 한 것-자연 친화(自然親和)의 도가 사상(道家思想)-등은 그대로 '면앙정가'에서 '성산별곡'으로 이어졌으며, 표현면에서도 ', 거니 거니, 거든 마나' 등의 특수한 문체가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 '면앙정가'에 대한 평
'면앙정가'는 산천과 전야의 깊고 멀며 광활한 모양, 정자와 누대와 길들이 높고 낮으며 돌고 구부러진 모양, 그리고 사계(四季)의 아침 저녘 경치를 두루 서술한 것인데 모든 것이 샅샅이 적혀 있다. 한자어를 섞어 썼는데, 묘사가 극히 아름답다. 정말 볼 만하고 들을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