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예술상 8회 受賞詩 10편/ *미네르바 계재
1) 조선의 부채
-합죽선(合竹扇)
시: 장윤우
비애(悲哀)의 美가 서린
조선의 부채는
달이뜨고 해가 져도
몽롱한 꿈을 꾸며
가는 여인의
허리 어디쯤,
임리(淋?)히 번져가는 소리와
먹향(墨線)에 젖는다
문듯 십장생(十長生)과
매화,난초,국화,대나무 따라
천년의 두루미(雲鶴)가
훨,훨 날아드는 듯 싶다
2) “르네”가 “라이너”로 바뀐 까닭
-*Leiner Maria Lilke에게-
그녀에 대한 애정이 14살이나 年上인 *릴케의 삶에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같은 정신적 기둥(支柱)이였던....
그래서 그의 권유를 따라 이름까지 고친 걸
비에 젖는 빠리쟝의 낭만,
샹제리제 빛나는 가로(街路)를 따라 묻어오는
방황과 힘겨운 나날,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서한(書翰)>
1929년에 출간된 서한집으로서
시인 프란츠 카푸스에게
보내온 10통 남짓한 편지 묶음이
피로한 시인의 굴곡진 주름을 따라 고이고 있다
장미의 가시에 찔려 결국 죽어가야했던 시인 릴케여
조각가 오오규스뜨 로댕의 구박받던 비서로서
빠리에서 한시대의 화가들과 교류했던 슬픈 문객(文客)이여-
3) M에서 M으로~
미니(mini)에서 미디(midi)를 거쳐
맥스(max)의 시대로
실로 오랜 세월동안 어지럽고
어쩌면 신나는 여정(旅程)이었다-
뭇여성들의 탄성(歎聲)과 비애(悲哀)-
용출하는 에너지를 감당못하고
드디여 뒤엉킨 체 여행이 끝맺으려는가
선사(Pre-historic Age)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동안
질펀한 애원(哀怨)과 몸짓이 담긴 파노라마로 스쳐간다
그리워- 그리워도 돌이킬 수 없는 날을
얽히고 얽힌 얼굴과 일그러진 모습들이
자꾸만 보고 싶다.
그리아 가슨. 실바나 망가노. 소피아 로오렌.
신음이 배인 육체파 여배우 마릴린 몬로. 브리짓 바르도에서
가련(可憐), 청순형으로 비운(悲運)의 모나코여왕이 된
그레이스 케리에 이르기 까지.......
여체는 무릇 남성들의 우상(偶像)이였으니
정신이 혼미하도록 바싹 쳐올린 미니여 안녕!
무도회의 마돈나처럼
우아한 미희(美姬)의 치렁 치렁한 맥스까지
가는구나, 나도야 가련다.
4) 모노크롬의 고독(孤獨)
오늘밤 또 만나야 되는구나
부지런히 남겨야 한다
할렐루야 늘 낮은 데로 임하심을 압니다.
낮은 데서 태어나시고
낮은 곳으로만 향하는...
언제나 약간 모자랐다
아쉬운 밤의 목마름을 위해
黑白모노크롬의 고독(孤獨)과
흘린 포도주 한 방울의 의미
마지막 가는 달에 아쉬움인가
눈 대신 빗줄기가 하루내 긋는
도시의 사선(斜線)
우린 부지런히 뛰었다
계절답잖은 삶의 피곤을 제끼며
늘 비어 있는 교회본당 복도는
창백한 형광등이어서 더욱 슬펐던가
작은 헛기침소리라도
어쩌지 못하는 공동(腔胴)을
흔들어주길 바라는 기도로
가자, 어데든 걷고 걷는 속에
스치는 인연과 그림자 한 뼘에도
뜻은 깊게 새겨질 일이니
일일 일생(一日 一生)이어라.
5) 비 내리는 장충단(?忠壇)을 바라며
넓은 유리창을 두고, 오늘은 색지(色紙)를 접는다
물안개 스치듯 파노라마로 오는 남산(南山) 줄기,
작고한 가수 배호의 구슬픈 화음(和音)으로 울려온다...
먼듯 가까이 허스키로 펼쳐오는 보도(步道),
창밖으로 오가는
숱한 차량들의 행진을 보고 있다
문듯 저 멀리 낯선 땅(異國)
낯선 객은 지금 몇시일까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 흘러와 스치는가
인생 끝물의 년치에
비로서 잦아드는 온정(溫情),
따사로운 핏줄이라도너무 먼
눅눅한 수채화 한 폭에 불과하다
어둡고 싸늘하였던 북풍(北風)도 가버리고
겨울도 어느결엔가 지워지고 있다
정말이다- 나는 다시 살아
늙고 메마른 가슴에 물끼를 돌리고 싶다
어느 먼 땅에 서 있을지라도
그리워하며 이웃간에 온기를 모우고 싶다
봄의 서기(瑞氣)가 살아오는 때문이 아니다,
오라 어서,
이 계절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끌며
아무라도 좋다,
다시 걸어가려는 피곤한 우리 인생의 도정(道程)에-
6) 시리고 져린 날
사람들은 마즈막이 가까워지면 고향을 그린다
날 낳으시고 품어준 그 곳으로 가고자한다
젊은 날, 그렇게나 더돌던 野望과 挫折, 방황........
이제는 모든 걸 헛웃음으로 날리며 돌아가자
돌아갈 고향이 없어졌다해도 소리죽여 불러 본다
어...머어 ....니이 ... ......
나의 살던 고향엔 높은 미루나무 까치집에 걸려 솟고
앞 냇가엔 송사리 떼를 지어 놀리는 얕으막한 산골,
빨간 뺨에 스치던 봄바람,
혹은 한여름 땡볕,
높이 혹은 낮게 노니는 텃새,멧새들,
어깨동무들은 어데로 살아졌는가
이젠 시들어 눈물도 마른 이마에 골을 따라
거친 세월의 영욕(榮辱)이 흐를 따름이다.
7) 그렇게도 가슴이 아프더이다.
지난 겨울
그무렵 연기(煙氣)는 그렇게도 매웠는지
온 동네가 독한 난리를 치루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알 일도 이유도 잊어버렸으나
오직 슬픔이 아닌 이유로도
눈자위가 짓물러 갔습니다.
희디 흰 여공(女工)의 슬픈 이야기가
흘러 흘러 우리 귀에 들어왔을 때-
누구보다도 나는 창백하였다.
죽은 시인 기형도*의
들먹거리는 매스컴조차 나는 토할 것만 같았다.
순전히 1,000원짜리 서울 탁주가
내 사는 이유를 상실케 하였다.
기억과 기운도 쇠잔(衰殘)해지고....
더 살아갈 힘도 재미도 메말라간다.
탁주 사발(沙鉢)에 허기를 채운 체,
4-
그냥 가자,
그렇게 오지 않았더냐,
없으면 없는 데로,
귀 어두어 못들은 체
바보처럼 지내가자,
우리 그대로 나가기로
언약하지 않았더냐.
8) 남는 나이
남는 나이를 빼어먹기로 하였다
곶감을 꽂이에서 한 두개씩 빼어먹듯이,
빠지고 비어내는 나이와 나이,
그 사이 계곡(溪谷)에나 질번하게 깔린
나의 종언(終焉)이 서글프다거나 황량하다거나
오히려 담담(淡淡)한 편이
더 타당(妥當)하게 느껴지나
이제부턴 온몸으로 비워가고 있다
가볍게 더 가볍게.....
줄이고 빼여먹고,
더 없이 멸시당하면서도.......
9) 소생(蘇生)의 계절
다시 꽃망울, 망울이 어김없이 피여오르는
요즈음 들어서야 비로서 시(詩)가 보이다
꽃가루 휘날리는 계절을 타는가
한 열흘 호되게 몸살을 앓았다
한밤에도 높은 열로 얕은 잠에 몹시 뒤척이더니
뒤척이는 소리, 주름살 넘어 넘어마다
고통의 시와 얼룩들이 고여 있다.
제멋대로 살아서 꿈속으로만
이어주는 단어(單語)들,
애써 일어나 적으려고 하지만
앓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애태우고 꿈속으로 잠들고, 깨우고...
비몽사몽(非夢似夢)에서 끄적거리나
물살로 일렁거리며
머얼리 지워져 간다.
10) 고배(苦杯)를 축배(祝杯)로~
-미네르바 여신(女神)에게
아무도 없는 미명(微明)의 비인 공간에서
두손을 모우고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평생을 헤매며 스스로를 버리고
남의 탓으로만 헐뜯던 방탕아(放蕩兒)가
무슨 염치로 기도를 올리는가.
인생을 소진(消盡)해버린 지천명에 이르러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는가, 철이 났는가
자포자기(自暴自棄)의 내 인생길은
방탕한 술주정뱅이의 비틀 걸음이였거니
매일 독배를 들고 고배를 마셔왔다.
가족도, 친우도, 이웃도 모른 체
스스로 포기해버린 진흙탕길이었다.
종교를 매도(罵倒)하던 한치 혀(舌),
늙고 메말라빠진 육신이 하늘을 우럴어 붓잡고
회한(悔恨)의 눈물을 뿌린들 무엇하는가
고배와 독주의 생애가 아닌
눈부신 감사와 축배의 오늘, 이시간이었는가.
아무도 모르는 어둠의 공간에서
홀로 두 손을 모아서 감사기도 드린다.
드디여 황홀(恍惚)감이 온 몸에 충만하는 미명(微明.)
“내 잔(盞)이 기쁨으로 넘치나이다” 2006년 4월 25일-
受賞 所感
장윤우 시인
“이 나이에 무슨 賞을 타는가.
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에게나 양보하시지“
수상소식을 듣고 가까운 지기(知己)에게 기쁨겸 의견을 구했다가 면박(?)을 들었다.
그렇구나 내 나이 70고개를 바라보구 있구나.
문단 경력이 50여년에 이르긴 하지만 아직도 마음은 신인(新人)같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별로 없고 그래서 뛰어난 시작품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 12권의 시집과 기외 작품집을 펴내어 왔고 몇 번의 수상도 있었지만 아직도 모자라고 부끄럽다.
실상 한국문인협회에서 임원(시분과 회장, 부회장등)으로 10년 이상을 봉사하면서 다른 문인들에게 문학상을 추천하고 시상도 적지 않게 해왔다. 그럴 때마다 문협임원이기에 해당이 안되는구나- 섭섭함도 없지는 않았다. 어떤 문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질 상이 다른 미함량의 작가에게 돌아갔다는 푸념도 있었다. 숱한 시상(施賞)과 떠도는 풍문에 마음을 다스리면서 흘러온 결과가 아닌가. 늦깍기에게 주는 “짐”이며 채쭉질이라고 여기면서 감사히 받겠다.
“나에게도 기회는 주어지는구나”
미네르바~ 그리이스,로마신화(神話)에 나오는 공예,직업의 여신이여~
나의 평생직업과 알맞게도 이제사 찾아주었구나, 앞으로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듣는 삶을 겸허히 걸으련다. 주책없이 늙어가는 시인의 소감으로 대신한다.
김윤성, 조남두 문단 선배님-
오랜 시우(詩友) 이탄 형! 먼저 수상한 문효치,박이도,임보,최원규,강희근시인과 늘 곁에서 지켜주시는 문우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제부터 진짜 문단사(文壇史)에 남게 될 좋은 작품으로 말년을 장식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약력 /
* 1937,12. 서울생
* 서울대학교,同대학원 졸(65)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겨울동양화>당선
* 1970~現. 성신여대 명예교수(대학원장, 박물관장역임)
* 2000~現(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 자문위원장(이사장역임)
*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겸 홍보위원장 / 월간문학 발행인.
* 현 (사)한국종이접기협회장/종이박물관장/종이문화원장.
* 수상- 한국현대시인상, 예총 예술문화대상, 서울시문화상,
서훈- 국민훈장 황조근정훈장(2003)
* 주소- 서울 양천구 목6동 신시가지A 212-102. Tel.02-2648-6780
E-mail. ywchang@sungshin.ac.kr
* 06.여름호 미네르바 계재.
첫댓글 수상시인 장윤우교수는 미술,조형작가로도 유명하다~ 전국 각지에 많은 조형작품을 설치하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