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공의 따뜻한 어울림
▶▶▶ 론볼
흰색 표적구 가까이 더 가까이 볼을 굴려라
둘레에 나무와 새소리 등 자연이 펼쳐져 있고 40m의 정사각형 초록 잔디밭에 순백의 하얀 옷 차려입고 경기에 임하는 사람들. 한 없이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최적의 환경에서 서로 대화도 나누고 우의를 다지며 공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굴린다. 공이 공 가까이 모일수록 사람들 얼굴에 화색이 돌고 탄성이 터진다. 이는 흰색 표적구인 잭(Jack)을 먼저 던지고 난 뒤 타원형의 볼을 굴려 표적구에 가까운 볼의 숫자에 따라 승부를 가르는 론볼의 경기 장면이다.
경기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경기시간은 규정된 점수, 규정된 엔드 혹은 예정된 시간 동안 하나의 링크에서 두 팀이 경쟁하는데 대개 21엔드 또는 2시간으로 실시한다. 한 팀은 리드와 스킵의 두선수로 구성된다. 각 엔드마다 반대 방향에서 교대로 실시하며 볼은 한 개씩 교대로 투구한다. 팀별4개의 볼을 모두 투구하여 엔드가 종료되면 점수를 측정하는데 자기 팀의 볼이 상대팀의 볼보다 표적구에 더 가까운 볼의 수로 판정된다. 경계선 내 매트의 전면 가장자리로부터 13.7m이상의 지점에서 정지한 볼은 모두 유효 볼이 된다. 양 팀간 동일한 위치에 볼이 있는 경우 해당 엔드는 무승부가 되며 점수는 어느 쪽에도 주어지지 않는다.
론볼은 자신의 공을 표적구에 더 가까이 굴리는 것은 물론, 이미 표적구 가까이 있는 상대방의 공을 밀어내는 견제도 가능하다. 따라서 상대방 전략에 대비하는 냉철한 판단력과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지적인 운동이다.
허리와 팔 근육 풀어주는 대표적 장애인 스포츠
1299년 영국 왕실에서 시작된 론볼은 처음 돌로 깎아 만든 볼을 사용했다. 그 후 과학기술이 발달아며 1880년도에 합성수지 제품이 대량 생산되었고 영연방을 포함한 여러나라에 보급되면서 일반인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현재 호주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도시 곳곳에 론볼장이 있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온 가족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1987년 제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처음으로 시범 경기를 실시하면서 론볼이 소개되어 장애인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어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을 계기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및 상이군경 체육대회 등에 론볼이 채택, 실시되었다. 이 후 해마다 열리는 영국의 세계 척수 장애인 체육 대회에 우리나라의 상이군경회에서 론볼 선수가 출전하고 있으며 세계 론볼 선수권대회에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마다 출전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우리나라 론볼을 대표하는 한국론볼경기연맹이 발족했다. 각 지역에 자발적으로 생겨난 동호회의 대통합을 이룬 것. 회원 각자의 건강유지와 론볼 기술 능력 향상, 그리고 회원 상화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론볼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각종 국내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지방개최를 처음 실시한 인천광역시에서는 론볼 경기를 위하여 인천대공원 안에 전용구장을 건설하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2001년에는 부산에 전용구장이 건설되어 전국체전은 물론 2002 부산아․태 장애인경기대회(제8회 FESPIC)까지 치러냈다.
명실 공히 장애인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위상을 굳히고 있는 론볼은 현재 전국에 22개 지방 연맹 및 클럽이 있고 등록된 선수가 1000명에 이른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의 소중한 밑거름
이처럼 오랜기간 장애인들의 재활 스포츠로 사랑받아온 론볼이 최근 비장애인까지 영역들 넓혀가고 있다. 1987년 서울 송파구의 오금공원에 론볼장이 개장됨에 따라 송파구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일반인들로 구성된 송파 론볼 동호회가 창립된 것이다. 이 동호회는 해바다 송파구청장배 생활체육 론볼대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언양실버 안양협회 충남공주, 충북 익산 등도 비장애인 동호회가 활성화 되어있다. 안양 론볼 협회에서는 매년 일반인 국제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비장애인이 같이 하는 단체도 있다. 충북 서울 인천 전북 전남 부산 단체이며 점차적으로 확산도어 가고 있는 추세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론볼은 다른 경기와 달리 장애인과 일반인이나 남녀노소 간에 능력의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날로 각박해져가는 세상살이에 개인의 심신단련은 물론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간의 따뜻한 연대를 이뤄주는 론볼은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회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