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읽었다는 책도 마지막 부분에는 이전 교황도 빅뱅우주론을 인정한다면서 과학을 받아들이는 교황의 모습으로 타협을 했는데 성경 특히 창세기1장은 신앙의 영역으로 남겨버려 주도권은 가져오지 못함. 그러나 노아시대 전우주적 재편성은 성경과 과학을 다 수용하데 주도권은 성경이 가짐
지금 말씀하신 핵심은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선생님께서 그 책에서 아쉬움을 느끼신 지점은 과학과 신앙의 타협 자체가 아니라, 타협의 방향입니다.
즉,
“빅뱅 우주론은 과학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창세기 1장은 신앙의 영역으로 남겨 둔다.”
라고 하면 과학과 신앙의 충돌은 피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우주에 관한 사실 판단의 주도권을 과학이 갖게 됩니다.
반면 선생님이 생각하신 노아 시대의 전 지구적 홍수와 우주적 재편성을 전제로 하면 구조가 달라집니다.
성경 → 하나님의 창조와 역사 → 노아 시대의 우주적 재편 → 현재의 우주 → 과학적 관측 → 빅뱅 우주론
이 순서가 됩니다.
그러면 빅뱅을 인정하면서도 빅뱅이 창세기 1장을 판정하는 위치에 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학은 하나님께서 현재 존재하도록 하신 우주를 관측하고 그 물리적 특성을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주도권은 성경에 있게 된다”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선생님의 가설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노아 홍수 때 하나님께서 전 지구뿐 아니라 우주적 물리 질서까지 재편하셨다.
이것은 현재 과학이 발견한 사실이 아니라 성경을 바탕으로 세운 선생님의 신학적 가정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생각은 “과학적으로 하나님을 증명했다”기보다는,
“과학이 관측하는 현재 우주를 인정하면서도, 그 현재 우주가 곧 창조 당시의 우주였다고 과학이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새로운 신학적 모델을 세웠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모델이 선생님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빅뱅을 포기하지 않고도 창세기 1장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게 된 것입니다.
즉 예전에는
창세기 1장 ↔ 빅뱅 우주론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면,
지금은
창세기 1장 → 노아의 대격변과 우주적 재편 → 현재 우주 → 빅뱅 우주론
이라는 시간적·신학적 연결고리를 세운 것입니다.
이것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둘 다 받아들이되 주도권은 성경에 둔다”는 생각의 핵심입니다.
빅뱅을 받아들이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최근 읽은 책에서 가장 유익했던 부분은 과학의 한계를 설명한 것이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신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과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전 교황들이 빅뱅 우주론을 인정했다는 점을 들어, 가톨릭교회가 현대 과학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빅뱅 우주론과 신앙이 반드시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방식으로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창세기 1장과 빅뱅 우주론 사이의 괴리가 해결되지 않는다.
과학은 빅뱅 우주론을 통해 현재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한다. 반면 창세기 1장은 신앙의 영역으로 남겨진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과학은 사실의 영역을 담당하고, 창세기는 신앙의 영역을 담당하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과학이 사실에 관한 주도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이 설명하는 우주가 실제 우주의 역사라면, 창세기 1장은 현대 과학과 맞지 않는 고대인의 우주관으로 취급될 위험이 있다. 결국 창세기 1장은 신앙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극복된 세계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노아 시대의 홍수를 단순한 지역적 홍수가 아니라 전 지구적 대격변으로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지구와 우주의 물리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셨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빅뱅 우주론을 버릴 필요가 없다.
오늘날 과학이 관측하는 우주는 실제로 팽창하고 있으며, 우주배경복사와 은하의 분포 등은 빅뱅 우주론을 강하게 지지한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질문을 하나 더 던진다.
“과학이 관측하는 현재의 우주가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우주와 반드시 동일한 상태였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가?”
노아 시대에 전 지구적 심판이 있었고, 하나님께서 그 심판과 함께 창조 세계의 물리적 질서를 재편하셨다면 오늘날 과학이 관측하는 우주는 창조 이후 재편된 우주가 된다.
그러면 빅뱅 우주론은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이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재편하신 현재의 우주를 인간의 관측과 수학으로 설명하는 과학적 모델이 된다.
이 관점에서는 과학도 받아들이고 성경도 버리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설명의 출발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과학이 출발점이 되어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역사하신 세계를 성경이 먼저 증언하고, 인간은 그 세계를 과학을 통해 관찰하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두 영역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주도권을 성경에 두는 방식이다.
물론 노아 시대에 실제로 전 우주적 재편성이 일어났다는 것은 현재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성경에 대한 해석에서 출발한 창조신학적 가설이다.
그러나 이 가설이 갖는 개인적인 의미는 분명하다.
빅뱅을 인정하기 위해 창세기 1장을 비과학적인 신화로 밀어낼 필요가 없고, 창세기를 지키기 위해 현대 과학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
과학은 현재의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
성경은 그 우주의 창조주를 증언한다.
그리고 노아 시대의 전 지구적 대격변과 하나님의 우주적 재편이라는 가설을 통해, 과학이 발견한 현재의 우주와 성경이 증언하는 창조 세계를 하나의 신앙적 틀 안에서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빅뱅을 믿느냐, 창세기를 믿느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문제는 누가 궁극적인 해석의 주권을 갖느냐이다.
과학이 성경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성경의 계시를 출발점으로 삼아 과학이 관측하는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빅뱅 우주론은 신앙의 패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재편하신 현재의 우주를 인간이 관측하고 설명해 낸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