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인 대상에 대한 목마름
- 서순우 시집 『벌거벗은 나무의 노래』
김 익 하
서순우 시인이 시집 『벌거벗은 나무의 노래』를 펴냈다.
2024년 4월 15일에 펴낸 이 시집은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인 셈이다. <도서출판사 맑은 샘>에서 간행된 이 시집에는 4부로 나눠 81편의 시를 담았다.
그런 날이면
시들어도 아련한 장미향과
은행일 사이로 걷는
귀여운 까치발과
감 홍시의 처참한 낙하가 좋다
그런 날이면
풍성하지 않은 울음이라도
새벽 별 닮은 풀벌레
아직 떠나지 않아서 좋다
점점 아파오는 발목처럼
나무도 흔들려 아프다는 걸
떠밀리듯 알아가는 지금
그게 바람이어서 더 좋다
그런 날
그래
가는 거야
바람에 떠밀리는 날
파란 하늘만 믿고
다시 가보는 거야
-「바람에 떠밀리는 날¹全文
일상적인 평어를 시어로 선택해서 낮은 톤으로 전달하지만, 심중 가장 깊은 곳을 조용히 파고들어 크게 울리는 시를 창작해온 서순우 시인도 어언 시력 22년을 맞았다. 그게 걸맞게 제4시집에 담아낸 시들은 시안詩眼이 한층 깊고 넓어졌으며, 시어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져 이미지 선명도가 높아 독자의 가슴속으로 쉽게 파고든다. 해서 나름의 시 세계를 재척在陟 시인들과 달리 일찍 뚜렷하게 구축한 셈이라 기대가 크다. 22년 동안 갈고 다듬은 결과이리라.
서순우 시인의 시에는 존재의 근원적인 대상과 맞닥뜨림으로써 시심을 유발 얼개를 꾸민다.
모성으로 향한 목쉰 부름, 털어내려야 털어낼 수 없는 내 가슴에 사는 아버지, 삼척 고향 바람과 높은 그림자를 만드는 두타산, 원천적인 흐름에다 태생지를 찾아 오르는 연어에게 회천回川 길을 여는 오십천, 가둬두고 못 박아놓을 수 없는 미완 사랑, 금생과 내생을 잇대는 이별, 대상과 존재의 이유로 상충相衝하는 아픔. 서순우 시 세계는 그런 바탕에서 목마름, 덜 차오름, 손아귀 밖에 있는 것들을 간구懇求하고 있다. 그게 바로 서순우 시인의 시 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