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현경대 전 의원의 아들 결혼식에서 현 전 의원(오른쪽)이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운데)와 악수하고 있다. 이들과 김용갑 전 의원(왼쪽)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다. 최정동 기자
결혼식엔 예상대로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이 몰렸다. 청와대 쪽에선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행 대변인, 김선동 정무비서관,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이 얼굴을 보였다. 김용환 상임고문, 최병렬 전 대표 등 7인회 멤버들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당직자,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있었다. 강창희 국회의장,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화환을 보냈다.
하객도 800명 가까이 됐다. 실세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이들이 많았다. 축의금 접수 뒤 현 전 의원과 악수하려 길게 선 줄이 건물 밖까지 50m 넘게 이어졌다. 참석자 사이에선 “줄이 어마어마하네” “접수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박근혜 대통령만 오면 되겠네”란 비평이 들렸다.
역대 정권에서 권력 실세들의 혼사는 늘 논란거리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권노갑 국민회의 고문의 아들 결혼식엔 평일인데도 3000여 명이 몰렸다. 권 고문은 축의금과 화환을 받지 않았지만 이후 국가정보원이 축의금 명목으로 권 고문에게 돈을 제공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나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강력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딸 결혼식이 비판을 받았다. 한명숙 총리와 이해찬 전 총리, 김만복 국정원장, 검찰 고위 간부 등이 참석했다. 해외 순방 중이던 노 대통령은 화환을 보냈다. 2009년엔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허태열 현 비서실장의 딸 결혼식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계 의원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방통위원장, 박영준 국무차장 등 이른바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현 전 의원의 장남 결혼식은 역대 정권 실세들의 혼사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었다. 현 전 의원 스스로도 이런저런 구설이 나올까 봐 조심했다고 한다. 청첩장을 300장만 찍고, 식장도 고급 호텔이 아니라 과거 본인이 결혼식을 올린 교회를 택했다. 하객 식사 접대도 교회 안에서 해결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 권력 실세라고 지칭되는 인사들은 수신제가(修身齊家)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 어떻게든 권력에 끈을 대려는 이들이 애경사(哀慶事)를 빌미로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결혼·장례 문화를 바꾸는 데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솔선수범했으면 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문수 경기지사는 2011년 자녀 결혼식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치렀다. ‘실세 자녀의 호화 결혼식’이란 말은 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