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3일 갤러리카페 ‘보리와이삭’과 ‘이공칠’
갤러리카페 탐험에 나선다. 나름대로 독특한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곳 가운데서 도시재생문제와 맞물려 기존의 건물을 살려 쓰는 곳들이 눈길을 끈다. 오늘은 갤러리의 역할을 자처하며 예술이 우리의 삶과 좀더 친근해질 수 있도록 통로가 되고자 하는 두 곳을 탐험한다.
우리차 전문점 ‘보리와이삭’은 멀리서도 잘 보인다. 2층집에 노란 리본을 묶듯 노란 페인트를 쭈욱 칠해 두었기 때문이다. 실내에는 재봉틀과 반짇고리, 가방 등의 퀼트 소품들과 솔찮아보이는 책, 앙징맞은 갖가지 장식품 등 엄청난 양의 소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벽면에는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데 작품은 3개월마다 교체하여 전시할 예정이다. 죽은 공간 없이 가꾼 주인의 꼼꼼한 손길이 느껴진다. 활짝 핀 아네모네와 머잖아 피어날 수선화가 여자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뜰에 놓인 야외 테이블에는 볕 좋은 날 솜씨 좋은 여자들이 모여 수를 놓아도 좋겠다.
주인 정한유주님은 특별히 배우지는 않았지만 미각이 살아있어서 우리차를 잘 만들었다고 한다. 그 점을 살려 1998년 창평에서 처음으로 찻집을 열게 되었다. 2000년 담양의 가사문학관으로 장소를 옮겨 2007년까지 운영하면서는 찻집 앞 잔디밭에서 음악회 등을 열기도 하였다. 5월부터 9월까지 일요일 저녁에 30회 정도의 공연을 열었는데 문학관 관람객은 물론 등산객들까지 함께하는 자리여서 보람이 컸기에 이곳에서도 그러한 공연을 열고 싶다고 한다. 광주호생태공원 주차장 주변에서 2009년까지 한옥을 개조하여 운영하였으나 임대 건물의 한계에 직면하였고 동명동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건물을 매입하고 2014년 4월, 찻집 문을 열기까지 고생이 적지 않았으나 꿈을 버리지는 않는다. 찻집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바람은 물론이고 2층에 여성 전용의 게스트하우스를 열고자 하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이공칠’에서 만난 정기주님은 서양화가이다. 광주예술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를 거쳐 전남대학교 대학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고 현재 광주광역시 미술협회 회원이다. 창평 슬로우시티 팻말과 문패 작업, 강진 한옥마을 문패 작업, 2013년 광주비엔날레 ‘고래집’ 작업 등과 다수의 그림 전시회,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이공칠’은 2014년 9월에 개업하였다. 생업으로 예술의거리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여 이곳이 생활의 근거지였던 데다, 부인도 좋아하여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건물은 1968년도에 지어진 집으로 본래 ㄱ자집이었는데 큰길이 나고 인도가 생기면서 지붕 앞쪽이 잘려나간 상태였다. 오래된 건물이어서 낡은 것들이 많았지만 옛날 물건을 깨끗하게 씻어서 사용하였다. ‘양림동 공공미술 2.0 시범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이어서 반년 정도 짬짬이 작업을 하고서야 개업하게 되었다. 예술가와 시민 간 소통이 원활한 문화의 장(場)을 희망하며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벽에 걸었다. 낮에만 문을 여는 전문 갤러리라기보다는 왕래하면서 저녁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 구매가 이루어지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지난겨울 롯데갤러리에서 <바람 그리고 바람>전을 연 김성연 작가의 그림에 이어, 지금은, 올해 2월부터 3월 초까지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공사장 그림일기>전을 연 박성완 작가의 유화들이 걸려 있다. 앞으로도 작가들의 릴레이전시는 쉬지 않고 이루어질 거라고 한다.
가게 이름 ‘이공칠’은 이 건물의 지번인 동명동 207번지에서 따왔다. 207번지 일대의 조붓한 골목길은 산수동과 동명동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이 골목에서 대문을 열고 만나는 이웃이 서로 다른 동의 주민이라니, 재미있고도 얼떨떨할 거 같은 곳에 “문화 거점으로서의 소통을 원한다”는 텁수룩한 화가가 있다.
호남고속철 개통이 목전이다. 호남KTX를 타면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1시간 30여분 만에 도착하게 된다. 그 기차를 타고 광주를 방문하는 외지인이 많기를 바란다. 와서는 광주에서 하룻밤이라도 묵고 가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보고 먹고 즐기고 자고” 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광주의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어느 곳을 탐험 발굴하면 좋을까 생각이 많은 하루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