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7대륙 최고봉 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세븐써밋
▣ 오뜨루트 트레킹 17일차(마터호른 회른리산장)
- 일 시 : 2013. 9. 8(일) - 거리 및 시간 : 25km/08:00 - 날씨 : 오전 비, 오후 : 흐림 - 일정 08:30 아침식사 09:00 체르마트야영장 출발 11:10 슈바르츠제(Schwarzsee)(점심) 12:20 회른리 안부 16:30 체르마트 야영장
1. 마터호른(Matterhorn, 4478m) 알프스는 크게 서부알프스, 중부알프스, 동부알프스로 구분한다. '서부알프스'는 지중해에 가까운 해안 알프스로부터 몽블랑 산괴와 이어지는 부분으로, 보통 '프랑스알프스'라고 한다. '중부알프스'는 주로 스위스쪽 부분인데,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등이 있는 북쪽의 '베르너오벌란트' 산군과 마터호른, 몬테로사, 미샤벨 산괴의 돔(4,555m), 바이스호른(4,505m) 등이 포함된 '발리스알프스'로 다시 나뉜다. 동부알프스는 오스트리아가 중심이 된 산군으로 '티롤리안알프스'라 한다. ‘발리스(Wallis)’는 스위스의 발레주(Valais 州)의 독일어 명칭으로 ‘발레(발리스)주의 알프스’라는 뜻이다.
발리스알프스에서 가장 유명한 산이 마터호른(Matterhorn)이고, 마터호른은 불어로는 몽세르뱅(Mont Cervin), 이탈리아어로는 몬테체르비노(Monte Cervino)다. 마터호른이 높이로 따진다면 Mont Rosa(4,634m), Dom(4,545m), Lyskamm(4,527m), Weisshorn(4,506m) 등에 이어 스위스에서 5번째로 높은 산인데 왜 가장 유명한 산이 되었을까?
미국의 영화사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도 유명한 마터호른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양새, 그리고 유럽 알프스 3대 북벽 중 가장 늦게 등정이 될 만큼 가파른 산새가 사람들에게 영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발리스 알프스의 다른 4000미터급 이상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그 높이를 서로 상쇄하고 있는 반면에 마터호른만은 슈바르츠제 너머에 홀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어 체르마트에서 보면 푸른 초원(Matt) 위에 우뚝 솟은 뿔(Horn)처럼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2. 마터호른의 역사 마터호른은 아름다운 자태로 인해 오래전부터 전 세계 산악인의 로망이 됐다. 1865년 7월 13~14일, 영국과 이탈리아가 마터호른 초등(初登)을 놓고 벌인 경쟁은 세계 등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같은 날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정상을 향해 출발한 두 등반대는 불과 200m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7명의 영국 등반대를 이끈 에드워드 윔퍼(Edward Whymper, 1840~1911)는 14일 오후 1시 40분 마터호른을 정복한 후 "세상은 우리의 발아래 놓여 있다"고 외쳤다. 영국 등반대의 정상 정복을 눈앞에서 지켜본 이탈리아 등반대는 그길로 발길을 돌려 산을 내려갔다.
초등에 얽힌 이야기 이외에도 마터호른은 수많은 일화와 진기록을 품고 있다. 그 중 울리히 인더비넨(Ulrich Inderbinen, 1900~2003)의 이름은 기억할 만하다. 마터호른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체르마트(Zermatt)에서 일생을 보낸 등반 가이드로 1990년 여름 90세 나이로 마터호른 정상을 밟아 최고령 등반 기록을 세웠다. 전 생애에 걸쳐 마터호른 정상을 370번 정복한 그에게는 '알프스의 왕(The King of the Alps)'이라는 칭호가 부여되었다. 또한 그의 얼굴과 약력이 새겨진 조각상과 벤치가 체르마트 곳곳에 놓여졌다.(출처:연합르페르)
3. 산행기 오늘은 알프스 오뜨루트 트래킹 17일차이자 트래킹 마지막 날이다. 내가 궂이 트래킹 마지막 날을 택해 마터호른 회른리 산장을 갔다오려고 한 이유는 몇년 후에 마터호른을 등정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마터호른의 베이스 캠프를 미리 답사를 해두면 아무래도 나중에 왔을 때 좀 더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체르마트 야영장에서 회른리 산장으로 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클라인마터호른 곤돌라를 타고 슈바르츠제까지 가고, 그곳에서 걸어서 회른리산장으로 가는 방법(슈바르츠제에서 회른리산장까지는 4.1km(약 2시간 소요)), 체르마트에서 처음부터 걸어서 회른리산장까지 가는 방법(총 13.9km) 등이다. 왕복으로 모두 걷는다면 거리가 약 28km가 되기 때문에 최하 10시간을 잡아야 하고, 그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오늘 회른리 산장으로 갈 대원은 총 6명이고, 나와 김종대는 처음부터 걸어서 가고 나머지 대원들은 곤돌라를 이용해서 가기로 한다. 체르마트 야영장에서 슈바르츠제까지는 최하 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안내소에 물어보니 2시간 걸린단다. 일단 최대한 빨리 걷기로 하고, 오전 11시에 슈바르츠제에서 곤돌라팀과 만나기로 한다.
오전 9시에 체르마트 야영장을 나섰다. 9.8km를 2시간만에 걸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체르마트 야영장을 나서 중앙대로로 나오니 이른 아침이서인지 거리가 한산했다.
<체르마트 반호프거리>
체르마트 마을이 끝나는 부분에서 길이 갈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은 29번 루트이고, 등로는 츠무트계곡(Zmuttbach) 오른쪽으로 이어졌다. 들머리는 3일 전에 답사를 해놓았기 때문에 거침없이 진행 해 나갔다. 스위스 산은 한국 산과 달리 능선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독도에 약간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정표가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1시간만에 줌제(Zum see) 전통마을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정표가 29번과 슈바르츠제 방향이 갈린다. 지도에는 나와있지 않은 길이기에 조금 당황했지만 어디를 선택하든 슈바르츠제로 가는 길이기에 슈바르츠제 방향을 선택했다.
조금 걸으니 등로는 츠무트계곡을 건너고,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그런데 조금 더 진행하니 등로가 막혀 있고, 통행금지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되돌아와 희미하지만 산 정상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로 진행을 하였다.
등로는 급경사로 이어졌고, 조금 더 진행하니 길이 갈렸다. 왼쪽길은 한참 돌아갈 것 같이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오른쪽 길은 직등으로 이어졌다. 오른쪽 길은 선택해서 진행했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길이 없어지고 만다. 왼쪽길로 한참 돌아서 가느니 길이 없지만 직등해서 올라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냥 방향만 잡고 직등해서 올라갔다.
숨소리는 점차 거칠어지고, 땀은 비오듯이 쏟아졌다. 조그만 언덕배기를 올라서니 슈바르츠제 건물이 보였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슈바르츠제 건물 방향으로 초지를 가로질러 갔다. 조금 진행하니 29번 등로와 만나게 된다.
오전 11시 10분에 슈바르츠제에 도착하였고, 이곳은 마터호른을 등정하려는 클라이머들의 등반기점이고, 휴식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검은호수 근처에 조그만 예배당이 있다.
4명의 대원과 다시 만났다. 곤돌라팀이 우리보다 약간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점심은 빵과 과일, 음료로 대신하였다.
점심식사 후 무릎이 좋지 않은 처음처럼만 남기고, 5명의 대원들은 검은 호수 위의 급경사 언덕으로 향했다.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서쪽 하늘에서는 비바람이 곧 쏟아질 것 같이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회른리산장으로 가는 트래커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호수(Schwarz-see)
<Schwarzsee Paradise 역>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니 오른쪽에 호수가 하나 보였고, 또다른 언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갈지자형 오르막길, 이제는 대수롭지도 않다. 언덕을 넘어서니 왼쪽에 조그마한 대피소가 하나 보인다.
동서남북의 알프스 연봉이 환상의 자태를 뽐어내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바람에 실린 구름은 기기묘묘한 형상을 만들며 산 봉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마터호른 동남쪽 경관>
<마터호른 동북쪽 경관>
<Schwarzsee 역 방향>
<동북쪽 방향 산군>
<동남쪽 방향 산군>
<대피소>
대피소를 지나 조금 진행하니 왼쪽 산비탈쪽으로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철계단을 올라가려는데 비가 몰려올 것 같으니 그만 내려가잔다. 나는 아무래도 철계단 위쪽으로 올라가서 회른리산장 전 안부(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까지 가보고 싶었다. 대원들에게 먼저 내려가라고 하고 나 혼자 갔다오기로 한다.
철계단을 오르니 편평한 능선으로 등로가 이어졌고, 희미하지만 회른리 산장이 보였다. 저기까지 단숨에 뛰어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나 혼자라면 끝까지 진행했을 것이다. 2년 전에 임자체(6189m) 등정 후 쿰부 칼라파타르(5550m)와 고쿄리(5357m)를 야간에 나홀로 올랐었다. 그런데 이곳은 주간이고, 높이도 3260m밖에 되지 않고, 더군다나 회른리 산장까지는 등정 코스가 아니라 트래킹 코스다.
<회른리산장>
안부에 도착해서 등로를 확인해보니 길도 잘 나있고, 등로도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아 올라가기는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잠시 망설여진다. 이곳의 고도가 약 3000m이고, 회른리산장의 고도가 3260m이기 때문에 고도차가 260m이다. 그러면 약 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슈바르츠제까지 내려가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료들이 있었고, 오늘 아니더라도 다음에 마터호른 등정시 또 올 예정이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회른리 산장까지 가는 등로와 등로상태는 확인했기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른리산장으로 올라가는 등로는 슈바르츠제에서 회른리 산장으로 이어지는 등로(27번) 이외에 StapelALP에서 회른리 산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등로도 있었다. 세찬 바람에 하늘은 요동치고 있었고, 구름은 갖가지 형상으로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내려가면서 보는 풍광>
철계단을 내려가는데 외국 트래커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배낭이 작은 것으로 보아 클라이머는 아닌 것 같고, 트래커들 같았다.
<다시 Schwarzsee가 보인다>
슈바르츠체에 도착하니 오후 2시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켰다.
하산은 28번 루트로 하기로 한다. 등로는 양호하였고, 산 하단 등로에서는 많은 트래커들이 다니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젊은 사람들보다는 60~70대 노인들이었고, 부부동반이 대분분이었다. 우리나라 시골에 가보면 노인들이 고스톱으로 소일을 하는데, 위와같이 부부동반으로 트래킹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른지....
<체르마트>
나는 벌써 다음 알프스 트래킹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이 있어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