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작은 내 딸의 면회
5.16 군사구테타가 나며 나는 군인들에 의해 이유도 없이 체포되어 감옥행이 된다. 소위 구정치인 검거 선풍이 그것이다. 영장도 없이 구인장도 없이 마구잡이로 쓸어 담아 소위 군사혁명재판소라는 곳에서 형량을 정하여 형무소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이때 그랬었다. 15년! 이것이 나의 형량이었다. 이후로 나는 15년 형에 형무소 특방 살이가 되었고 이후 가족 면회가 금지된채 암흑 생활이었다.
나의 감옥살이는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사람 하나 누으면 딱 맞는 0.7평 공간에 갇혀 창문 하나를 통하여 내다보이는 파란 하늘이 내 자유의 전부입니다. 여러분도 몬테크리스트 백작이라는 영화를 보신 분 많으시리라 봅니다. 주인공이 죄의 함정에 빠져 누명..., 끝없는 감옥살이 그런것이 나의 생활이 이와 크게 다를바 없었습니다. 이런 감옥살이에서 나를 애타게 하는 것은 아내와 태여 난 아들, 딸 걱정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산모와 아이가 필경 이 세상 아닐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독방살이! 여름이면 찜통 더위요, 겨울이면 감방안이 온통 성애가 끼어 얼음이 냉장고를 방불케합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시베리아라 부룹니다. 이런 혹독한 겨울을 넘기고 봅을 맞이할 즈음이면 겨울에 몸을 괴롭히던 동상들이 녹기 시작하면 피부가 빨갖게 되며 물집이 생기고 가려움이 시작합니다. 미칠지경입니다. 견딜 수 없이 가렵워 긁어됩니다. 상상을 해 보십시오. 여기 나이 드신 분들, 옛날 우리가 어렵게 살던 시절 방한복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난방도잘 안되는 방에서 생활하며 겨울이면 몸에 달고 살았던 동상 추억을..., 이른 봄 어느 날입니다. 동상 든 몸을 몸을 빡빡 긁어데고 있는데 간수가 소리칩니다. “면회다. 나와.”
참 낮선 소리였습니다.
“누가요?” 하니
“나오기나 해.” 하고 간수가 핀잔합니다. 엉겹결에 따라 나섰습니다. 면회실에 막 들어서는 맞은 편에 아내 얼굴이 보여요. 3년만에 보는 얼굴입니다. 숨이 막힐 듯 반갑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가는 곳 아내 곁에 앉아있는 작은 아니 하나, 딸아이 얼굴! 아 저것이 내 아이로구나..., 직감을 하고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보고 서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의 나의 꼬두락서니..., 빡빡 깍은 머리에 누추한 죄수복, 동상으로 얼어터져 프르죽죽한 내 얼굴, 문둥이가 따로 없없습니다. 이러하니 내가 어떻게 가족 앞으로 다가 갈 수가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안심이 되는 것은 저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이때 아내가 아이에게 가만히 속삭이듯 합니다.
“하영아, 아빠다!” 이 한마디 말이 떨어지자 말자 아이가 달려 옵니다. 그리고는 내게 덥석 안깁니다.
“아빠야,” 무심결 나는 딸을 껴 안습니다. 이 순간은 모든 걸 초월하여 버립니다. 내 몸이 깨끗하든지 말든지 그런 것이 문제가 안됩니다. 나는 속으로 부르짖습니다. 핏줄이 뭐기에 이 놈은 내게 몸을 맞기고 울부짖는 거야. 이것이 천륜이란 것이더냐...! 뚝뚝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머리를 적십니다. 내 잘못이다. 아마 내가 잘못했다. 너희들 이렇게 팽개쳐 놓는 것이 아니었는데 으응...! 용서하려므나. 내가 옥문을 나가는 날, 나는 혼신을 다해 너희를 돌보겠노라.
“면회 끝났어. 가요.” 훌쩍 3분의 면회 시간이 가버린 것이다. 나 아내와는 한마디 못하였는데 ..., 나는 간수에게 끌려 다시 나갑니다. 이때 어린 것이 내 다리를 움켜 잡습니다.
“가지마, 아빠! 아빠 가지 말아요.” 그러다가 콩크리트 바닥을 기어다닙니다. 복도를 가다가 되돌아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딸의 흔들어 대는 작을 손, 고사리같은 귀여운 손, 행복을 움켜쥐어야 할 작은 손! 감방 들어올 때 내 귀에는 내 어린 딸 울부 짖어대는 울음 소리로 온통 메아리쳐 옵니다.
오 하느님, 아 이것이 무슨일이란 말입니까? 왜 이래야 한단 말입니까! 진짜 죄지은 사람 사람은 어디에 있고, 나 이 십자가를 지게된 것입니까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