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연·음
인체에 존재하는 비생리적 액체를 담(膽), 연(涎), 음(飮)
담은 기혈의 통로인 포락(包絡)에 숨었다가 기를 따라 폐로 들어가 차 있다가 기침할 때 나오는 것
연은 비(脾)에 뭉쳐 있다가 기를 따라 위쪽으로 넘쳐서 입가로 흘러나오는 것
음은 위부(胃府)에서 생겨서 토할 때 나오는 물질
담은 진액이 열을 받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걸쭉하면서 탁함
음은 마신 물이 잘 퍼지지 못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맑은 빛
8음병
• 유음(留飮)은 가슴속에 담이 있는 것이다. 이때는 숨이 짧으면서 갈증이 나며 팔다리에 역절풍이 생겨 아프다.
• 벽음(癖飮)은 양 옆구리 아래에 담이 생기는 것이다. 움직이면 물소리가 난다.
• 담음(痰飮)은 장 속에 물이 생겨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 담음이 생기면 원래 기력이 왕성했던 사람도 마른다.
• 일음(溢飮)은 땀을 내지 않아 몸이 무겁고 아픈 것을 말한다. 원래 마신 물이 퍼지다가 팔다리에 머물러 있어 땀을 내서 내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생긴다.
• 현음(懸飮)은 기침을 하거나 침을 뱉으면 땅기면서 아픈 것을 말한다. 마신 물이 옆구리 아래에 머물러 있어서 생긴다.
• 지음(支飮)은 기침이 나면서 기가 거슬러올라가고 몸을 기대고 숨을 쉬며 숨이 짧은 것을 말한다. 물이 횡격막 위에 있어서 생긴다.
• 복음(伏飮)은 횡격막 위에 담이 가득 찬 것을 말한다. 이 병이 있을 때에는 숨을 헐떡이면서 기침하고 토하면 추웠다 더웠다 하고 등과 허리가 아프며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오면서 몸을 부들부들 떤다.
10담병
• 풍담(風痰)은 풍으로 생긴다. 흔히 반신불수, 머리 흔듦, 어지럼증, 가슴 답답함, 경련, 살갗이 푸들거리는 것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한담(寒痰)은 차가운 담이다. 이때는 골비(骨痺)가 생겨 팔다리를 못 쓰고 기로 찌르는 듯이 아픈데, 번열은 없고 차가운 기운이 뭉쳐 있는 증상이 나타난다.
• 습담(濕痰)은 습기 때문에 생긴다. 몸이 무겁고 힘이 없고 권태로우면서 나른하고 허약한 증상이 나타난다.
• 열담(熱痰)은 화(火)의 기운 때문에 생긴 담이다. 번열이 나서 담이 말라 뭉치고 머리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눈시울이 짓무르면서 목이 막히며 지랄증이 생긴다. 또 명치끝이 쓰리고 아프면서 가슴이 답답하며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 울담(鬱痰)은 화 기운의 담[火痰]이 심장과 폐 사이에 오랫동안 뭉쳐 있어서 뱉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생긴다. 흔히 머리털이 초췌해지고 얼굴빛이 말라비틀어진 뼈의 색깔을 띠고 목과 입이 마르고 기침이 나며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
• 기담(氣談)은 7정(七情)이 꽉 막혀(즉,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목구멍에 담이 막힌 것이 헌 솜이나 매화씨처럼 걸려 있어서 뱉으려 해도 뱉어 지지 않고 삼키려 해도 삼켜지지 않고, 가슴이 더부룩하고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 식담(食痰)은 먹은 것이 얹혀서 생긴다. 속에 덩어리 같은 것이 생겨 더부룩하면서 그득한 증상을 보인다.
• 주담(酒疲)은 술 마신 것이 소화되지 않았거나, 술을 마신 뒤에 차를 많이 마셔 생긴다. 술만 마시면 다음날에 토하며 음식 맛이 없고 신물을 토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 경담(驚痰)은 놀라서 생긴다. 담이 뭉쳐서 가슴이나 배에 덩어리가 생겨 발작하면 팔딱 뛰면서 아파 참을 수 없는 증상이다. 간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여성들이 많이 앓는다.
담궐, 담괴, 담결
• 담궐(痰厥)은속이 허할때 추위에 감촉되어 담(痰)의 기운이 막혀서 생긴다. 이때는 손발이 싸늘하고 감각이 둔해지며 어지러워 넘어지고 맥이 가라앉고 가늘다.
• 담괴(痰塊)란 피부의 속과 근막(筋膜) 바깥에 습담(濕痰)으로 멍울이 생긴 것을 말한다. 담음이 가슴과 잔등, 머리와 목,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허리와 넓적다리, 손발 등에 생긴다. 그 부위가 붓고 때로 아프기도 하다. 눌렀다 살짝 놓아도 살갗이 잘 벌겋게 되지 않고, 달아오르지 않으면서 마치 돌같이 단단해진다. 째고 보면 고름은 없고 멀건 피나 멀건 물 또는 자줏빛 진물이 있다.
• 담결(痰結)은 담이 뭉친 것이다. 목구멍에 무엇이 있는 것 같은데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담병 때 주의해야 할 사항
담병은 쉽지 않은 질병이다.
1)담의 상태로 병의 경중을 헤아린다
병이 생긴지 얼마 안되어 병이 가벼울 때는 가래가 희멀겋고 묽으며 냄새도 별로 나지 않고 맛도 싱겁다. 그러나 오래되어 병이 깊어졌다면 가래가 누렇고 탁하며 걸쭉하고 뭉쳐서 뱉으려 해도 잘 안된다. 그리고 점차 나쁜 냄새가 나고 맛이 변하여 신맛, 매운맛, 비린내, 노린내 등이 나거나 짜거나 쓰기도 하고, 심지어 피가 섞여 나오기도한다.
이렇듯 담은 가래의 형태로 호흡기, 소화기 등에 있다가 기침, 구토 등을 통해 배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체내 조직에 머물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2)담음유주증
대체로 담은 한 곳에 머물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럴 때는 의사가 병을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이곳 저곳에서 통증을 유발하여 통증의 원인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담음유주증(痰飮流注證)'이 라고 하여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담음유주증은 구체적으로 '갑자기 가슴과 등, 팔과 다리, 허리와 사타구니가 은근히 참을 수 없이 아프고 연달아 근골이 땅기면서 아파서, 앉으나 누우나 편안하지 못하고 때때로 담이 일정한 곳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때에 담음을 제거하는 공연단이나 소담복령환을 쓸 것을 처방한다.
3)담으로 인한 병증을 사수와 혼동하지 말 것
담 때문에 생긴 증상을 귀신한테 홀려서 나타나는 사수증(邪祟證)과 착각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담이 있을 때에도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허튼' 사수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사수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혈과 기가 극단적으로 허해져서 중초에 담이 머물러 있어서 그런 것이다. 담이 있을 때에는 기혈이 오르내리는 작용에 장애가 생겨 기혈의 순환이 방해되고 오장육부가 각자의 기능을 잃게 된다. 만일 이 담 때문에 생긴 장애를
사수증으로 오인하여 치료한다면 반드시 생명을 앗기 때문에 이 둘을 잘 구별해야 한다.
4. 담음을 치료하는 법-도망자를 잡아라
인체의 어떤 부위에서도 담음(痰飮)으로 인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치료할 때 통증 부위를 따라다니다 보면 담음은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만다. 담음은 인체에 존재하는 도망자인 셈이다.
담음을 치료하는 원칙으로 담음이 기원한 장부를 다스릴 것을 권한다.
여러 장부 중 특히 비장과 위에 주목해야 한다. 비장과 위는 음식물을 받아들여 진액 대사를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이 잘못되면 담음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담음이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기의 운행이 순조롭지 못할 때에도 담이 생긴다. 기가 순조롭게 흐르면 담음과 같은 비생리적 액체는 소멸된다. 따라서 『동의보감』은 기의 흐름을 순조롭게 해주는 것을 담으로 인한 병을 치료하는 또 다른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한다.
곧바로 토하게 하는 것도 '도망자'인 담을 잡는 좋은 방법이다. 담음이 횡격막 위에 있을 때, 아교처럼 걸쭉하고 흐릴 때, 경락 속에 있을 때 담을 토하게 하는 약을 써서 담을 없앤다.
5. 담음(痰飮) 총론
담음만큼 질병의 원인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개념도 드물 것이다. 어떤 원인에 따라 병적인 체액이 형성되면 그 체액을 몰아내려는 인체의 작용이 일어나 통증을 유발한다. 이 병적인 체액을 담음이라고 한다.
체액의 이상으로 질병이 생긴다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의학의 기본적인 병리 이론이었다. 거기에 따르면 인체는 네 가지 체액(혈액, 점액, 흑담즙, 황담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체액 상호간에 균형과 조화가 깨어져서 어떤 한 체액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어지면 질병이 생긴다. 이러한 관점은 해부병리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18세기까지 서양 의학에서는 지배적인 병리 이론이었다. 이처럼 체액의 관점에서 질병을 설명한 이론을 '액체병리학'이라고 하고, 질병을 장기의 이상으로 보는 해부병리학적 관점을 '고체병리학'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