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두칼럼/ 한강의 기적과《한강문학》/ 한강문학 6호(2016, 봄호)
한강의 기적과《한강문학》
손해일(문학박사,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강문학》창간 3주년을 축하드린다. 한민족의 젖줄로 도도히 흘러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이루었듯이《한강문학》도 한민족의 대표 문학지로서 지속되기를 기원한다.《한강문학》이 제호로 삼고 지향하는 한강의 의의를 되새겨 본다.
강원도 태백 산골 ‘검룡소’ 옹달샘 하나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가 한강을 이루었다. 작은 시냇물들이 합하고 어우러져 산굽이를 돌고 바위와 돌 자갈 등 온갖 생물들을 아우르며 힘차게 때로는 유유히 흘렀다. 작은 지천들이 모여 흐르다 한반도의 중부를 관통해 남한강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살 섞어 서해에 이르니 한민족의 대 젖줄 한강이다. 길이 514km, 유역 면적 약2만 6천 평방킬로미터다.
한강은 큰 물줄기, 한가람, 큰 강의 뜻으로 삼국시대 초기까지는 ‘대수(帶水)’라 불렀고, 광개토대왕비에는 ‘아리수(阿利水)’,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한산하(漢山河) 또는 북독(北瀆)’이라 기록되었다. 백제에서는 욱리하(郁利河)라 부르다 중국의 동진과 교류할 즈음 ‘한수(漢水)’ ‘한강(漢江)’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한강유역을 점유한 자가 한반도를 제패했다. 우리 민족의 삶의 터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원삼국시대를 지나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강유역을 두고 쟁패했으며,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거쳐 일제침탈 오욕을 씻고 오늘에 이르니 대한민국이다. 1394년 조선 태조가 한강유역에 도읍을 정한 이래 600여년이 지난 오늘의 수도 서울은 1천만 명이 넘는 글로벌 세계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당이요 길지다.
우리 대한민국이 단군 이래 최대의 번영함을 두고 지구인들은 ‘한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기적은 하늘이 거저 점지해 준 것이 아니라 온갖 시련과 재해와 외세침탈의 역경을 이기고 한민족의 땀과 슬기로 이루어낸 금자탑이다. 그러나 남과 북이 갈라져 동족상잔과 수십 년 이산의 아픔을 겪고 오늘도 총칼로 대치하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한강의 기적과 한강의 비극을 동시에 떠안는 얄궂은 운명이다. 그러나 압록강도 두만강도 한강도 낙동강도 결국은 한 바다로 흘러 오대양에 이르듯 우리의 염원인 한민족 통일도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다.
요즘 우리 한국인들의 병폐가 있다. 행복불감증, 안보불감증에다 ‘빨리빨리’ 조급증이다. 은근과 끈기는 옛말이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의 잣대로 일부 친북 좌경인사들이 쏟아내는 발언이나 ‘헬조선’ 등 자조적인 언사를 보면 참으로 개탄스럽다. 행복함과 자족함을 모르고 스스로 혐한을 자초하는 우매함이요, 자긍심을 잃은 증거다. 인류 역사상 몇 십 년 최단기간에 이처럼 민주화와 경제번영을 동시에 이룬 사례는 없다.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 아닌가, 자존감을 되찾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생은 느끼는 자에겐 비극이요, 생각하는 자에겐 희극”이라고 한다. 천국과 지옥도 느끼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구인들의 행복지수조사에서 최빈국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상위이고 단군 이래 최대의 번영을 누린다는 대한민국이 중하위권임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배달겨레 고조선 ‘홍익인간’의 정신과 기개를 잃고 광활한 중원천지 만주 대륙도 잃고, 오늘날 반쪽 한반도로 쫄아든 것도 협소한 반도사관으로 자긍심을 잃은 결과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가증스런 역사왜곡에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건국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제세이화(濟世理化)”라는 숭고한 기치를 내건 사례는 한민족이 유일하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서 세상을 다스린다” 는 건 얼마나 숭고한 정신인가. 신라 화랑도나 조선의 선비정신도 백면서생들의 오기요, 붕당과 사색당쟁의 원인 쯤으로 오도당할 일이 아니다. 올곧은 결기로서 왕권과 불의와 외세침략에도 감연히 맞선 게 화랑도요 선비정신이다. 요즘 우리가 잊고 사는 70년대의 열화 같던 새마을운동도 개발도상국의 성공모델로 교과서가 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미국인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경희대)도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기고와 강연에서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은 문화적 요소들인데, 이를 망각하고 서구 추종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선비정신’이나 ‘홍익인간’처럼 보다 본질적인 한국문화를 알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시대를 지나도 인류가 지지하고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우리가 시골 촌구석이라고 폄하하는 한국의 농촌이 아름다운 ‘아시아의 프로방스’가 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라고 한다.
이미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국이요, ‘빨리빨리’ 병도 장점이 되어 IT강국, 조선, 철강, 첨단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류(韓流)와 K팝, 한식, 한국드라마 등이 세계인을 열광케 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건 한국인이 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한국 역시 전 세계인이 모여드는 다민족 글로벌 국가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 ‘한글’은 그 편리성과 과학적인 창조원리로 인해 갈수록 각광을 받고, 세계의 각종 문자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7개 중 하나라고 한다.
미국의 보도전문 채널 CNN은 세계에서 109번째로 큰 한국을 대표하는 주목 거리 10가지를 선정해 소개한 바 있다. (1)압도적인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문화(wired culture) : 미래를 보려면 한국을 보라. 한국의 인터넷 사용률은 82.7%로 세계 1위, 스마트폰 사용률은 80% (2)세계에서 신용카드(whiping out the plastic) 사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 : 1인당 평균 신용카드 거래 건수는 한국이 129.7건으로 세계 1위이며 미국 77.9건, 카나다 89.6건을 압도 (3)한국에선 금액 상관없이 택시기사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불법 (4)한국인 특유의 일중독(workaholics) (5)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 최고의 교육열 : 전체인구의 98%가 중등교육, 63%가 대학교육 경험 (6)한국인의 평균 노동시간 : 1주일에 44.6시간으로 OECD평균 32.8시간을 훨씬 웃 돔 (7)폭탄주 문화(business boozing)와 남성들의 화장품 열풍(Inovated cosmetics) (8)프로 여자골퍼(female golfers)들의 활약 : 세계 1위 박인비 선수 등 다수 (9)세계를 압도하는 프로게이머들의 실력 (10) 최고 서비스의 항공기 승무원, 의료여행(medical tour)까지 확산된 성형수술 등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두고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의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한강의 기적’이라 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강을 제재로 한 우리문학은 황금찬의 “오늘의 한강(1973)”, “한강(1979)”, 배태인의 “나의 한강(1977)”, 이근배의 서사시 “한강(1985)”, 손장순의 소설 “우울한 한강(1968)” 등이 있다. 그러나 한강의 명성과 역사적 의미에 비하면 문학적 소득은 크게 못미처 아쉽다. 오늘 권두에서 새삼 ‘한강’과 ‘한강의 기적’을 반추해 보며《한강문학》의 발전을 기원하는 것도 이를 촉구하고자 함이다. 창간 취지대로《한강문학》이 그런 소임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손해일 (孫海鎰) 약력
*1948년 남원 출생, 서울대졸업, 홍익대대학원 국문과 석.박사과정 졸업 (1991 문학박사)
*1978년 월간《시문학》등단, 시집 :『흐르면서 머물면서』『왕인의 달』『떴다방 까치집』/ 평론집 :『박영희 문학연구』『현대의 문학이론과 비평』: 공저
*수상 : <대학 문학상>, <홍익문학상>,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서울대 자랑스러운 상록인 대상>, <소월문학상>
*(전)농협대교수, 홍익대 강사, 격일간《농민신문》편집국장, 논설실장, 시문학회 회장,
홍익문학회 회장, 서초문인협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서울대 총동창회 이사, 서울대 농생대 동창회 상임부회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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