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에 엄청난 폭설이 왔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수천명의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폭설에 갇혀 공포에 떨었고, 군과 적십자사가 구호 물자를 공급하는 거의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이 재난 무방비 국가, 일만 나면 하늘만 탓하는 나라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도리어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싶다. 홍수가 나도 하늘탓, 태풍이 와도 모조리 하늘탓이다. 재난은 하늘의 일이고 기후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장관이라는 자들이 방송에 나와서 하늘탓 하라는 게 아니다. 재난이 주어지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되는 것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찾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비, 언제 어느 사건이 터지건 신속하게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은 노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해 온 말이고, 지난해 일어난 태풍 매미 때도, 그 이전의 홍수에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역시 마피아 대한민국 관료들은 듣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사기극을 벌이는 중이다. 얼마나 대응을 잘못하면 마피아의 수장격인 고건 총리 조차 '구태의연' '무책임' 등의 단어를 써가면서 욕을 하는지.... 오점록 도로공사 사장이 사임하고, 무슨 장관이 죄의식을 느낀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책임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책임은 정부 전체와 그리고 아주 중요하게 빌어먹을 탄핵타령이나 하고 있는 국회를 비롯한 정치인 놈들 전부에 있다.
웃기는 것은 정치권의 반응이다. 그들은 정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의 잘못된 대응을 질타할 자격도 없다. 국회가 왜 있는지를 묻고 싶다.
오늘 아침 TV에 나온 전 UN 무기 사찰단장인 한스 블릭스는 이라크의 무기 문제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들에 대한 평을 하면서 이런 말을 던졌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그에 따라서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그 나라의 국민의 이익에 기반해서 행동해야 한다"
국회에 따지고 싶은 부분이 이것이다. 무슨 일만 나면 국회가 하는 일, 그러니까 조치매 노인같은 정치꾼들이 하는 일은 장관 불러다 호통치기다. 장관 불러다 호통 치고 잘못했습니다 말 한마디 들으면 그들은 잊어 버린다. 장관 불러다 호통만 치면 끝이다. 그 뒤에 각종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면 그들은 관심없다.
소방방재청이라는 재난종합관리기구를 만들자는 법을 정부가 제출한 게 언제인데, 그게 통과 된게 불과 몇일전이다. 지들 밥그릇 챙기는 일에는 폐회 15분 남기고 긴급 동의안을 내서 심지어 표결까지도 하는 재빠름을 보이는 국회의원들이 소방방재청만들고 하는 정부조직법은 몇달을 끌었다. 장관 끌어내다가 호통치던 그 의기는 자신들이 일해야 하는 대목에서는 언제나 세월아 네월아....이런 자들이 국회에서 추궁을 하겠다? 반성문 먼저 쓰고 추궁을 하건, 춘궁을 하건, 하다 못해 후궁짓이라도 하건 해라.
신용불량자 문제는 어떠했던가? 정부가 이번에 통과된 법의 근간이 되는 법률안을 낸 것이 2003년 3월이다. 그게 법이 되는데 1년 걸렸다. 지들끼리 밥그릇 싸움하고 대통령 말에 시비나 거는 사이에 1년이 흘러 가서 국회를 통과했다. 이러면서 무슨 국회의원이 어쩌고 국정 견제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는가? 벼룩이도 낯짝이 있는 법이다.
솔직히 말해서 국회에서 논의되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면 서프만도 못하다. 야당이 진짜 해야하는 몫,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시시비비 가리기와 그에 대한 대안 마련의 측면으로 본다면 국회의원들 세비를 전부 서프에 운영자금으로 기부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잘못은 있다. 청와대 잘못도 있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들로서 해야 하는 비판과 대안 모색이 인터넷 사이트에 글쓰는 시민들 만도 못하다면 대체 세비는 왜 받아 먹나?
만일 지금 야당들이 진짜 야당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언젠가 정권을 잡을 생각이 있다면 한 번 이번 폭설의 원인과 그로 인한 피해의 원인 그리고 장기적인 대응책을 내놔 보라. 100년만의 폭설이라는 비과학적인 언론적 단어 말고 이 정도의 국지적인 폭설이 왜 발생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국가재난대비 시스템이 어찌돼야 하는지 한번 '72시간' 안에 내놔 보라. 당신들 72시간 좋아하지 않는가? 대통령 탄핵에도 72시간 주는데 당신들이 보기에 그보다 훨씬 덜한 사안인 자연재해 대비에 72시간을 주는 것은 좀 과한지도 모르겠다. 그 말같지도 않은 성명서 같은거 말고 말이다. 그런 성명서 정도는 나정도 되는 시민이 발가락으로 자판 눌러도 한 두시간이면 쓴다. 머리에 든거라고는 없는 은진수 같은 변호사들 내세워서 헛소리 하지 말고 한번 대안 내놔 봐라.
뭐 당신들 할 말이라고는 대통령 탓이다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정부, 씹고 싶지만 언론만 보면 씹을 생각이 안난다
솔직히 그렇다. 재해 문제 갖고 정부를 씹을까 하다가도 언론보도 나오는 거 보면 정부 씹을 맘보다는 무식한 언론 씹을 생각 밖에 안든다.
가만히 이번 폭설사태도 씹혀야 하는 주 타깃은 이런 식이어야 맞다.
먼저 예측 능력의 부재
기상청은 폭설의 분포 지역과 폭설량 예측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서 대안이 나와야 한다. 홍수만 나면 기상청은 장비 타령을 해대서 슈퍼 컴퓨터 2호기 까지 들여 놔 주기로 했다. 혈세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일이고, 그 유지 보수에만 1년에 몇십억이 깨진다. 슈퍼 컴퓨터가 필요한 이유는 기상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서 예측하는 데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기초적인 데이터 수집 능력조차 얻어 터진 적이 있다. 레이더가 문제란다. 작년인가 감사원 감사 결과에 의하면. 그럼 기상청은 컴퓨터 타령 보다 먼저 레이더를 어떻게 하면 잘 정비해서 정보를 잘 모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안 한 모양이다. 이건 두들겨 맞아야 한다. 기본적인 정보도 모을 능력이 없으면서 분석이 문제라고 하면 그야말로 말장난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 부분을 얼마나 따질지 아주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획득 방식에서도 문제는 있다. 레이더 뿐만 아니라 위성 사진을 이용한 분석도 있다. 그건 또 어찌되는가. 맨날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 자랑만 하지 말고 그 기능을 좀 정교화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실시간으로 받아들일지, 그걸 어떻게 하면 실시간으로 분석할지를 고민하란 말이다. 그 위성으로 과외나 하고, 겨우 판넬이나 만들어 팔 생각 말고. 언제까지 미국 인공위성에서 자료 받아서 쓸 생각 하나? 언론이 얼마나 이 부분 잘 파고들지 아주 기대된다. 국회가 얼마나 잘 할지도 궁금하고.
예측에 실패 한다면 경보라도 잘해야 한다.
갑자기 눈이 쏟아지면 그게 어느 정도 쌓이고 있는지 지점 별로 파악하고, 어느 정도 더 올지 예측도 해야 한다(물론 예측 능력이 떨어지면 그건 못한다 해도 얼마나 쏟아지고 있는지는 해야 한다). 그것도 못했다. 얼마나 오는지도 모르니- 기껏해야 CCTV 화면에 차 밀리는 것만 보았을 거다- 차를 막아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과연 우리의 도로, 혹은 전국적인 차원의 관측 시스템이 잘 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년에 정부에서 재해연구소인가에 용역줘서 보고서 낸 걸 보니 아주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전국의 동사무소나 초등학교에 관측 설비가 있긴 하다. 그 내용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서 올라가도록 하자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는데 문제는 그 장비들의 보정과 관리가 안되고 이제 겨우 '모뎀을 통한 연결'이다. 심지어 정부가 말하는 전국적인 관리망 중에는 요즘 기준으로 말하면 내 사무실 옆방으로 가야 할 장비도 있다. (내 사무실 벽을 뚫고 가면 헌터리언뮤지엄이라는 영국에서는 이름이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있다)
자동 계측해서 유무선으로 서버에 정보를 보내는 시스템도 있다. 신형 장비들은. 그런거 사자는 소리 죽어도 안한다. 아니 그런 장비가 있는지나 아는가? 하긴 장비가 있으면 뭐하나 관리 인력이 없는 것을... 전국에 인력 깔아서 정비하고 체크할 그런 준비는 전혀 안돼있다. 결국 얼마나 눈이 내리는지, 비가 내리는지는 여전히 신만이 아신다.그러니 경보가 엉망이다. 언론에서 이 문제 얼마나 깊게 파는지, 얼마나 개선되는지, 추적하는지 한 번 보겠다.
왜 그러면 동사무소나 초등학교일까?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까 만만한게 교사라고, 만만한게 말단 공무원이라고, 동사무소에 놓고 관리 대장에 도장만 찍게 한다. 작은 정부가 무조건 선이라고 방송에 나와서 떠들던 인간들 바로 니들이 문제란 말이다.
자 그러면 예측도 실패 하고 경보도 실패 했다면 대응을 잘해야 한다.
대응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왜? 제설장비라고는 군부대의 삽이랑 빗자루 뿐이었다. 아니 제설차는 다 어디에 갔냐고? 아이엠에프 이후에 경영관리 한다고 다 팔아 먹고 임대해서 쓴단다. 폭설은 쏟아지는데 어디 가서 제설차 임대하는가? 한마디로 뭔 일이 나건 간에 소위 경영합리화 한다고 뭔가 줄이기만 하면 경영을 잘 한다고 하던 사람들 다 어딨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번 사태의 책임의 8할은 그 자들에게 있는데 말이다.
그 긴 고속도로에 제설차 한 대 안남기고 다 팔아 버리고 나서 눈오면 하늘 타령... 그 피해 비용이 제설장비 사서 관리해 두는 비용보다 덜 들어 간다고 믿는 게 한국의 마피아들과 그 잘난 경제전문가라는 자들이다. 왜 그런가? 도로에 갇힌 사람들의 고통은 정부의 지출이나 도로공사의 지출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완전히 사적 비용으로 전가되고 정부와 기관은 책임에서 빠져 나가기에. 그런데 왜 정부가 있어야 하고, 도로공사가 있어야 할까? 눈오면 막히는 도로 없으라고 그런 것 아닌가? 즉, 가장 핵심적이어야 하는 이용자의 안전은 무시하고 그저 회계 장부상의 돈에만 매달린 자들이 바로 이번 사태를 부른 원흉들이다. 사과 안하나? 이들도 72시간이 필요한가?
언론이 이 부분 얼마나 눈치 안보고 잘 뒤지는지도 궁금해 죽겠다.
사실 이런 문제는 장관 차원의 문제도 아니고, 총리 차원의 문제도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우리 정부의 의사결정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아마 조금 있으면 방송들은 폭설피해돕기 성금모금운동 할지도 모르겠다. 맨날 그런 식이다. 재해가 나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서 차근히 하기 보다는 전문성이라고는 쥐오줌 만큼도 없이 구태의연한 관료주의 행태에 기대서 언발에 오줌이나 누고 마는 것... 언론은 조금 지나면 전무 까마귀 고기 먹고 까먹고, 무슨 연예인이 누구랑 놀아났네 말았네 타령이나 관심두고.
이런 문제 지적해야 하는 이공계 박사라는 놈들은 앉아서 '나 비례 대표 시켜줘'나 하고 자빠져 있고. 찌라시 사원들이 와서 물어 보면 쥐뿔도 아는 것 없이 아무 관련 없는 헛소리나 지껄여서 자기 이름이나 내볼까 하고 있고... 아는 거 없는 찌라시 사원 놈들은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몰라도 암튼 그 내용도 이해 못하면서 베껴서 기사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