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5기 KBS바둑왕전에서는 참으로 뜻밖의 돌발사태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간판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조훈현九단과 서봉수八단의 조기탈락이 바로 그것...
1986년 "KBS바둑왕전"을 향한 등반에서는
많은 기사들이 선두다툼을 벌여왔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중 대부분은 도중하차를 했고
마지막 두사람 하찬석七단과 김희중七단만이 정상의 턱밑까지 육박했다.
조훈현九단은 8강전에서 본국의 하찬석七단에게 무릎을 꿇었고
서봉수八단은 노장 조남철九단에게 한집반으로 발목을 잡혀버린 것이다.
현대 매카니즘의 총아로 군림하는 TV.
모든 문화영역을 커버하는 TV역활을 감안할때
바둑도 중요 아이템의 하나임은 이제 주지의 사실.
KBS바둑왕전의 제5기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전에 하七단과 김七단이 진출한,
늘 보던 조 - 서의 얼굴이 아니어서 신선했고,
3번기가 1:1 팽팽하다가 '순간 포착'으로 희비가 엇갈려 흥미진진이 더 했다.
드디어 8월4일 KBS의 A스튜디오, 앞서 벌어진 제1,2국을
피차 흑번으로 한판씩 이겨 이제는 최후의 한판승부에서
금년도 "바둑왕"의 영예가 가려지게 되었다.
흑1,3의 대각선은 하七단이 애용하는 포진이며 백6은 느긋하게 지켜놓고
긴 승부로 이끌겠다는 뜻.
이에 백이 불문곡직 12로 씌워 난해한 변화를 들고나오자
반상에는 일찌감치 전운이 감돈다.
김七단은 무심하게 백22로 미끄러졌으나 이수가 최초의 실착이었다.
흑23, 25로 기분좋게 선수활용한 다음 27로 틀을 잡게되어서는
때이르게 횡재(?)를 한 셈, 수치로 따져 덤만큼은 벌어들인 느낌이다.
흑의 리드속에서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고있다.
그러나 백66으로 하변에 손이 돌아와 그렇게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그런데 백88은 너무 양순했다.
백90이하 96까지 흑의 상변을 다소 파괴했지만 이 정도는 새발의 피.
백98 또한 문제수이다.
이수로 100의 곳에 뛰어 흑99때 109로 지켰으면 여전히 숨이 긴 승부였다.
흑111이 통렬해서 백은 상당히 난처해진 느낌.
흑은 117까지 백을 공격하면서 백의 노림을 봉쇄해 희희낙락이다.
백144의 차단은 승부수로 만약 흑143 한점이 수중에 들어간다면 역전도 가능하다.
결국 백170까지 중앙의 백세력을 무산시켜서 백144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집으로는 아직도 흑이 다소 앞서있다.
백194로 끊어 패가 되어서 국면은 잠시 혼미해졌는데
흑은 팻감을 미리 생각해둔듯 망설임 없이
흑197이하로 패싸움을 시작했다.
흑으로서도 이패를 지면 백 상변 흑 6점이 잡히게 되니
쌍방이 양보할수없는 마지막 승부처이다.
백224가 초읽기가 낳은 대실착.
흑125로 중앙을 막히는것과 함께 사실상 승패가 결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바둑은 흑이 반면으로 13집을 남겨 덤을 제하고 7집반승.
이로써 하七단은 제5기 바둑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조 - 서의 때이른 도중하차, 노장 조남철九단, 고재희六단의 선전,
유창혁二단의 부상 등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5백만 바둑팬과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던 이번기 KBS 바둑왕전도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986년 8월 4일 덤 5집 반
백: 七단 김희중 흑: 七단 하찬석 263수 이후줄임 (흑 7집반 승)
첫댓글 엑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