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만경
산,산은
우리생의 출발지이자 종점이라 했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우리의 삶
한 세월 산을
모르고 살았다
진달래를 모르고
고사리를 모르고
시원한 석간수도 모르고 살았다
대가 없이 주기만 하는 산
숲을 몰라
산꽃도 모르고
산을 오르지 않아
바위도 모르고 살았다
감탕물만 오고가는
들판에서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고
발등에 진흙을 묻히지 않으면
한 모금의 마실 물도 얻지 못하는
징게맹경 들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게으름뱅이도 봄이면
부지런하게 보이는 들녁
나의 살던 고향은
복사꽃피고
아기 진달래 꽃피는 곳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문둥이는
진달래꽃 뒤가 아닌
청보리 밭에
깜부기처럼 숨어 있었고
우리들의 들꽃은
붉은 자운영 꽃이었다
기댈 곳이라고는
없지만
허허롭지만
벼 심으면 벼꽃 피고
무씨 뿌리면 공자리 꽃
피우는 들
봄이 되면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에게는
가을에 다시 오고자
희망하는 땅이요
약속의 땅이었다
자연스레
친해지는 것은
더 낮은 강과 방죽에서
갈대와 연
사람들의 발자국을
둥지라 여기며
살아가는
물고기들이었다
평평한 수면에서
고개만 내밀면
빤히 보이는 세상
들녁의 사람들은 고기들처럼
목소리 낮추어 숨죽이며 살았다
조그만 소리라도 지르면
순식간에 그소리는
강 건너 마을까지 달려가고
소나기 몰고 오는
먹장구름도
금새 다가와
뛰지 않으면
붉어진 이마에 굵은 빗방울이 뿌렸다
들마을에서
우리들의 진정한 산은
큰산은
일 밖에 모르던
아버지,
숲 같던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멀리
지평선 멀리
보이는 산에는
이슬을 받아 마시고
잠자리 날개같은
투명한 옷을 입고 사는
신선들이나 사는 줄 알았고
뎅뎅이 넝쿨 하나를 보려면 시오리를
걸어야 했다
산에 오니
참으로 많은 친구들이
산에서 산다
이름 모를 산꽃들,
한결같은 미소로 반겨 주는 철쭉하며
길게 자란 고사리 밭에서
화들짝 달아나는 고라니
푸른 산 빛과 산새소리가 고여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니 아직
차다
예전의 산은 잘 모른다
지금의 산을 보며
계곡을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에게 듣는다
어제는 속리산에 오르고
오늘은 구불 구불
삼가저수지 지난다
한결 푸르러진
산이 ,
산이 물속에서 웃는다
구면이다
삼가 저수지 잠긴 구병산도
고갯짓 하다 웃는다
카페 게시글
육거리 문화관
산,
만경
추천 0
조회 9
15.03.10 07:3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