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는다고 했다.
스즈키 이치로는 수행자처럼 루틴의 생활을 하며 야구인생에서 성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 김조년 선생의 '표주박 통신'을 보고 나서는 주에 한번씩은 독서모임
월에 한번씩은 음주 모임, 연에 두번 정도는 가족과 함께 모여 밤을 같이 보내는 '썪는 모임'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김인태 선생이나 후배 곽충섭의 걷기도 규칙적이다.
나는 무엇에 규칙적인가?
술 마시는 것? 산에 가는 것? 책은 읽지도 않고 뜸하다 싶으면 책을 사기만 하는 것?
싸구려 등산용품 사기?
나의 습관을 지키기? 혹은 나의 습관을 깨기
그래 균형과 조화라고 얼버무리자.
산이에서 나흘 째 잠자면서 두 번 째 산책을 나간다.
화요일 아침 짙은 안개속의 산책은 세상을 혼자 걷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안개 속에서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길 가의 녹두를 몇 깨 따는 것도 편했다.
수요일 아침은 서정 라윤성의 방에서 두통을 안고 일어났다.
도성만과 라윤성이 동기가 왔다고 밥 한끼 먹자고 미황사 아래로 오란다.
50분 가까이 걸려 서정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둘에 행정실 한 주무관까지
미황사 아래 물 말라버린 호수 옆의 호수산장에서 닭 코스 요리에 술을 마신다.
술 안마시는 도성만의 운동과 그림과 이제는 사진이 좋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다.
윤성이 음주에 대해 말하니 난 조용해진다.
자리를 옮겨 송지까지 다녀오면서는 나도 취해 헛소리를 했을거다.
다섯시에 안개 속을 헤치고 산이로 돌아와 밥 먹을 생각도 않고 누워 잔다.
목요일 아침은 수요일 직원 친목 환영회 술자리에 더해 내 방까지 이어진 술에 져서
일어나 침상에서 뒹굴거린다.
오늘 아침은 어젯밤 학부모 학교교육설명회 끝나고 운영위원장 등과 뒷풀이를
간단하게 한 탓인지 6시 못 되어 눈을 뜬다.
이제 해는 6시가 넘어서야 뜬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자욱하다.
여자들을 가득 실은 봉고차들이 지나간다.
외송 저수지엔 왜가리인지 그 때의 하얀 새들이 앉아 있다.
서쪽에서 한 두마리씩이 날아와 수를 늘린다.
가끔 작은 새가 한쪽에 있고 검은 잿빛의 큰 새도 한쪽에 서 있다.
문행기 세멘트 위에 앉아 작은 카메라로 보면서 성만이의 기다림을 생각해 본다.
7시 반쯤 학교 통학버스를 한번 타보고 싶어 걸음을 재촉한다.
들판 가운데를 지나며 여기저기 본다.
해가 떠 오른다.
전깃줄을 피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바에야 아에 전봇대를 넣는다.
비닐 위로 물을 뿌리는 스프링쿨러는 더 많아졌다.
붉은 밭 가운데 파란 지붕을 한 빈 집을 본다.
7시가 되어서 방으로 돌아오는데 전기로 쓰는 렌지가 자꾸 꺼져 국물을 뎁히지 못해
학교버스 탑승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