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센 것 좋아하는 이들에게 바칩니다
가평 북한강-화악산 코스
북한강변을 따라 가면 약 6~16% 경사도에 이르는 구간들을 오가는데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멘탈이 탈탈 털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높이가 1,468.3m나 되는 화악산은 평균 10%의 경사도가 지속되는 악명높은 업힐이며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이는 약 880m 정도 된다.
editor 인유빈 photo 이성규 rider 가평고등학교 사이클팀
사이클 메카로 도약하는 가평
가평은 경기도 동부 북한강 중류에 위치하며 843.6㎢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동쪽에는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 서쪽으로는 남양주시, 남쪽으로는 양평군, 북쪽은 포천시와 강원도 화천군이 접해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데다 산과 강이 어우러져 있어 휴식이나 레저를 즐기기 위한 이들이 많이 찾는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라이더의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가평군에서는 사이클의 메카로 지역 이미지를 강화하고 국내 사이클의 발전과 동호인의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대통령기 가평투어 전국 도로 사이클 대회(이하 가평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가평군체육회가 주최하고 (사)대한자전거연맹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1999년에 시작해 어느덧 열 여덟해를 맞았다. 올해 대회는 지난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열렸으며 남·녀 일반부와 남자고등부, MCT 스페셜부와 DMZ부 총 5개부 약 1,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개인도로, 힐클라이밍, 크리테리움, MCT 개인도로 종목에서 자웅을 겨뤘다. 이들 종목 중 힐클라이밍은 가평북중학교에서 출발해 화악삼거리를 거쳐 화악터널까지 구간의 언덕을 경주하는 코스로 올해 새롭게 추가 진행되었다.
남이섬이 보이는 북한강 코스
이번 코스는 가평고등학교 사이클팀 선수들과 함께했다.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기로 유명한 가평고 팀은 오길완 감독과 11명의 유망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즌에 접어들어 1분 1초의 훈련 시간이 소중하지만, 감독님이 특별히 시간을 내주셨다. 우리는 가평대회 때 정식 코스로 사용하는 북한강 순환 코스를 달려보기로 했다. 본래 대회 때는 가평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지만 우리는 가평고에서 출발해 다시 되돌아오는 총 20km의 코스에 북한강에서 이화리로 돌아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북한강변로에 도달하니 강 건너에 남이섬이 보였다. 굉장히 가까이에 있어 가평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이래뵈도 남이섬은 강원도 춘천에 속한다. 얼마쯤 지났을까? 강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좋은 풍경을 가진 펜션을 발견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자 라이딩을 잠시 멈추고 다가갔지만 울타리와 잠긴 문 그리고 외부인 출입금지 표시로 더 이상 접근이 불가했다. 펜션 주인에게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펜션 안으로 무단 침입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한발 짝 더 가까이에서 보는 풍경은 실로 대단했다. 쓸데없는 잡생각을 푸른 강바닥 깊숙이 버리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림같이 펼쳐진 남이섬도 한 몫 거들었다. 우리는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펜션에서 나올 때에는 ‘나중에 가평에 온다면 이 곳에서 묵어보리라!’는 생각이 번뜩였다.
또 다시 강변을 따라 라이딩을 시작했다. 북한강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가평수덕원삼거리라 불리우는 곳에서 우측으로 빠지니 이화리고개, 장승고개 등 크고 작은 업다운힐을 여러차례 만날 수 있었다. 약 6~16% 경사도에 이르는 구간들을 오가는데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멘탈이 탈탈 털리기 십상이다. 가평 대회에서는 이 구간을 4~9주회 하는데 참가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고맙게도 초반부터 가평고팀 선수들이 속도를 맞춰주었지만 계속되는 업힐에 뒤쳐져 시간 관계상 기자 혼자 자전거를 차에 싣고 중간에 코스를 점프하기도 했다.
총 20km 정도의 코스를 촬영한 후, 순환코스에 접어들었던 전원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가평고 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의 코스는 훈련 스케줄로 함께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늘 못한 훈련을 보강하기 위해 바로 이동한다는 그들의 늠름한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 이들이 있어 우리나라 사이클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화나고 악소리나서 화악산
든든했던 11명의 선수들과 헤어진 후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기 위해 화악산으로 향했다. 이번에 계획한 코스는 잘 알려져 있는 곳으로 북면 쪽으로 업힐해 화악터널을 지난 후 도마치재를 거쳐 명지계곡으로 내려오는 총 90km의 구간이다.
높이가 1,468.3m나 되는 화악산은 평균 10%의 경사도가 지속되는 악명높은 업힐이며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이는 약 880m 정도 된다. 아까 북한강 코스의 업힐에서도 멘탈이 붕괴됐기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의 초입에서 다리를 털고 심호흡을 크게 해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출발해 보았다. 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가히 허벅지가 불타 없어질 것 같은 경험이었다. 클릿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더욱 힘든 점도 있었다. 그나마 페이스를 조절한다며 아주 천천히 올랐는데 그 속도로는 하루가 꼬박 걸리고도 남을 듯 했다. 계속되는 고난도 업힐에 ‘화나고 악소리나서 화악산’이라는 어디서 주워들은 우스갯소리가 맴돌았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 공기가 싸해지더니 도로 가장자리에 녹지 않은 눈이 수북히 쌓여있는 광경까지 목격하게 된다. 가평은 중부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대륙성 기후를 보이기에 겨울이 아주 길다. 산아래 고도가 낮은 지역도 서울보다 항상 5도 정도는 낮다고 하니 화악산의 높은 고도에서는 말을 다했다. 산 밑은 봄이 찾아왔지만 이 곳은 눈도 채 녹지않은 한겨울에 멈춰있었다. 지금 같은 봄에 어디가서 눈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오르던 찰나, 갑자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화악산은 시야에 걸리는 전봇대나 방해요소가 없고 웅장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기전 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했고 체력도 고갈되었기에 앞만보고 전진하다 보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후에야 비로소 주위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인지하게 되었다. 대자연속에서 눈을 맞으며 경치를 바라보니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이러한 풍경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가슴이 부풀었다. 얼마동안 힘든 것도 모른 채 분위기에 취해 내리는 눈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눈은 멈추지 않았고 약하게 내리다 말겠지 했던 눈은 점점 거세져 갔다. 라이딩에도 차질이 생길 정도로 많은 양이 쏟아졌다. 이쪽 부근에는 경사가 가파르기에 통행하는 차도 많지 않을뿐더러 인적도 드물어 눈이 내리는대로 쌓이면서 얼기 시작했다. 부품 꿈을 가지고 열심히 올랐지만 이대로 계속 진행하다가는 안전문제가 생길 것 같아 아쉽지만 현재 위치인 화악터널 앞에서 라이딩을 중단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이곳은 가평고를 시작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가 계획했던 총 90km 코스 중 3분의 1인 30km 지점이 되는 곳이며, 우연히도 앞서 언급했던 2017 대통령기 가평대회에 새로 추가된 힐클라임 구간의 도착 지점이기도 했다.
라이딩을 마치며
어찌보면 앞서 소개한 코스는 두 개로 분리할 수 있다. 화악산 코스만 가도 90km 정도의 꽤 긴 코스가 나오기에 그 쪽만 들러도 되고, 초보자라면 가평 대회에서 치르는 북한강변로 순환 코스인 부근만을 돌아봐도 좋다. 100km 정도는 별 것 아닌 실력자들은 북한강 코스를 웜업으로 생각하고 한바퀴 돌고 화악산으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의할 사항으로 몇 가지가 있다. 북한강을 끼고 도는 가평 대회의 코스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중간에 건물을 짓거나 바닥을 공사하는 구간이 있어 모래와 돌조각에 주의해야 한다. 화악산 코스는 고도에 따라 기온이 천차만별이므로 미리 복장을 대비한다. 보드라운 봄바람을 맞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눈이 쌓인 도로를 만날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5월까지도 눈이 녹지 않는다고 하니 미끄러지지 않도록 노면에 주의한다. 화악터널 이후의 다운힐 구간과 도마치재까지 다운힐은 올라왔던 구간보다 경사도가 매우 심해 고급자 실력의 라이더라도 속도를 조절하며 내려가야 한다.
이처럼 가평에는 빡센 코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박수칠만한 북한강-화악산 코스가 있으니 필히 방문해 희열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기자도 실력을 많이 닦아 좋은 계절에 방문해 재도전해 볼 생각이다. 지금보다 여유있게 다시 한번 이 풍경을 만끽하며 라이딩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