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고북지 좌대낚시 명소로 부활
연안낚시는 기복 심하나 좌대에서 새우낚시 하면 월척 보장
ㅣ이영규 기자ㅣ
충남 서산시 고북면에 있는 고북지는 한때 명낚시터로 이름을 떨쳤으나 근자에는 통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퇴물낚시터가 된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유료낚시터로 바뀐 뒤 연안낚시인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일 뿐
수상좌대만 타면 월척을 쉽게 낚을 수 있는 좌대낚시 명당이었다.
▲고북지 좌안 상류에 붙여놓은 7번 좌대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서산 낚시인들. 본류를 바라보고 앉은 김명동씨(파란옷) 자리에서 월척과 중치급 붕어가 마릿수로 올라왔다.
서울의 원유주씨가 “고북지 좌대에서 월척이 쏟아지고 있으니 빨리 취재를 가보라”고 알려준 것은 지난 7월 초. 원씨는 고북지의 단골꾼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15만평 고북지가 만수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 7월 초부터인데 이전 갈수 때보다 두 배는 많은 월척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얘기 중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월척 붕어가 얕은 수초대에서 낚이는 게 아니라 삼사 미터 수심에서 새우를 먹고 올라옵니다. 좌대에 오르면 수초가 잘 자라있는 얕은 수심은 노려봐야 입질이 없고 본류 방향의 깊은 곳을 노려야 입질이 들어옵니다.”
나는 의아했다. 깊은 수심에서 붕어가 새우를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새우는 통상적으로 얕은 수심에서 잘 먹히는 미끼다. 또 붕어들이 뜨거운 한여름엔 깊은 수심에서만 낚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수초대는 꽝이고 깊은 맨바닥에서만 낚인다는 것도 특이하지 않은가.
원유주씨는 “지난 7월 초에는 하룻밤에 혼자 25마리의 붕어를 낚은 적도 있는데 그 중 33센티 이상 월척만 8마리였다. 칠팔 월 동안 매주말 출조해 낚아낸 월척만 50마리가 넘는다”고 말했다. 원씨의 자랑을 두 달 동안 전화로만 듣다가 8월 24일, 드디어 현장 확인에 들어갔다.
▲지난 7월 초부터 매주 고북지를 찾고 있는 서울의 원유주씨가 월척에 육박하는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수초에 눈길 주지 말고 무조건 깊은 쪽으로 던져라
고북지에 가니 관리인 김창규씨는 고향 부산에 볼일이 있어 내려갔고 대신 부인 김용란씨가 보트를 몰고 우리를 좌대까지 태워주었다. 김용란씨는 “여기서 낚시터를 운영한 지 13년째이지만 만수위가 두 달 가까이 오래 유지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혹시 그 점이 최근 두 달간 고북지 월척 사태의 단초가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군계일학의 성제현 사장과 우측 골에 있는 20번 좌대에 올랐고, 권주영씨와 신남철씨는 우리 좌대에서 70m 가량 떨어진 3번 좌대에 올랐다.
좌대를 감싸고 있는 폭넓은 마름밭 너머 연안에 길게 가로로 파여진 수초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연안에선 접근 불가능한 거리라서 좌대에서 긴 대로만 공략할 수 있는 그런 포인트였다. 5칸 이상의 긴 대를 많이 갖고 있는 내가 연안 방향에 앉고 성제현씨는 마름이 듬성듬성한 옆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수심이 아주 깊다. 성제현씨 포인트는 3m, 내가 찌를 세운 연안 수초대도 2m에 육박했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붕어들이 얕은 쪽으로 모여들겠지.’
그런데 오후 5시경 서울의 원유주씨가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왜 얕은 쪽으로만 대를 폈느냐”고 난리다. 그의 말로는 배가 들어오는 면(깊은 본류 방향)에 앉아야 붕어가 입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좌대치고 배 대는 곳에서 붕어가 잘 낚이는 경우는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설마 이렇게 그림 같은 수초구멍에서 붕어가 안 낚이겠어?’
하지만 우리는 보기 좋게 꽝을 맞고 말았다. 이튿날 배를 타고 살펴보니 좌측 골 7번 좌대에 함께 탄 서산꾼 3명은 월척 2마리와 중치급 붕어 10여 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그들은 취재를 돕기 위해 관리인 김창규씨가 좌대로 들여보낸 현지꾼들이었는데, 그 비바람 속에서도 찌를 몸통까지 올려댈 정도로 입질이 왕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조과가 본류 쪽을 향해 대를 편 김명동씨 혼자 거둔 조과였고, 양 사이드의 수초밭을 노린 두 사람은 입질 한 번 못 봤다고 한다. 김명동씨가 붕어를 낚은 수심은 무려 4m에 육박했다.
김창규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제 내가 좌대로 데려다줬으면 배를 대는 본류 방향으로 낚시하라고 일러줬을 텐데 그만 깜빡했다”며 미안해했다. 대관절 왜 붕어가 이토록 깊은 수심에서만 입질한 것일까? 그것도 새우 미끼에…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7번 좌대에서의 조과를 자랑하는 서산 낚시인들. 왼쪽부터 한만석, 김명동, 이정호씨.
한번 고기가 쏟아진 좌대는 피하라?
나흘 뒤인 8월 28일 일요일, 성제현씨와 나는 다시 고북지에 도전했다. ‘이번엔 우리도 고정관념을 버리고 본류 쪽 깊은 수심을 노려 월척을 낚아보자’는 기대에 부풀었다.
마침 전날 서울의 원유주씨 일행이 주말낚시를 왔다가 철수했는데 밤새 배수가 진행된 탓인지 달랑 세 마리의 붕어만 낚았다. 그런데 씨알이 장난이 아니다. 가장 큰 놈이 36cm였고 나머지는 턱걸이에 약간 못 미치는 준척급. 좌측 골 상류에 있는 18번 좌대에 올랐던 서울의 김정환씨 일행 3명은 30마리 가까운 붕어를 낚았다. 월척은 없었지만 죄다 7~8치급이어서 손맛은 제대로 봤다고. 관리인 김창규씨는 “주말부터 배수가 약간씩 진행되자 씨알이 다소 잘게 낚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30마리나 낚인 18번 좌대를 타고 싶었지만 김창규씨가 만류했다. 올해 고북지 좌대의 특징 중 하나가 호황을 보인 좌대를 그날 바로 타면 허탕 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우리는 김창규씨의 말대로 이틀 동안 꾼들이 내리지 않았다는 20번 좌대에 올랐는데, 배수의 영향인지 월척급은 밤 11시경 성제현씨가 낚은 30cm짜리가 유일했다. 그러나 7~9치급이 15마리나 올라와 찌맛과 손맛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 좌대도 본류 쪽 3.5~4m 수심에서만 붕어가 낚였고 혹시나 싶어 연안 쪽으로 던져 놓은 낚싯대에는 입질이 거의 없었다.
새우가 해답! 살치 많아 떡밥, 지렁이, 옥수수는 고전
고북지 좌대낚시에서 깊은 수심에도 새우를 써야 하는 이유는 살치였다. 깊은 수심에서 새우보다 잘 먹히는 것으로 알려진 떡밥, 지렁이, 옥수수는 살치 공격에 무용지물이다. 오직 새우만 살치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살치들은 밤에도 설치므로 새우가 아니면 붕어를 낚아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떡밥낚시 애호가들은 고북지를 찾지 않게 된다. 관리인 김창규씨도 “떡밥낚시꾼은 붕어를 낚기 힘들므로 아예 좌대 예약을 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창규씨의 솔직함 때문에 주말에도 고북지 좌대는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새우 대물낚시를 좋아하는 꾼들이라면 한 번 쯤 고북지 좌대낚시를 즐겨볼만하다고 생각된다. 3~4m 수심의 깔끔한 맨바닥을 노려 밤새 멋진 찌올림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요즘 어디 가서 누리겠는가. 밤을 새고 나면 서너 마리 이상의 월척과 중치급이 살림망을 묵직하게 만든다. 배스, 블루길은 없어 새우낚시를 하기에 좋다.
지난 7월 초부터 고북지를 매주 찾고 있다는 서울의 김정훈씨는 “좌대를 타면 월척은 쉽게 낚는다. 하룻밤에 월척 한두 마리로 끝나느냐, 대여섯 마리를 뽑아내느냐가 고북지 좌대 새우낚시의 매력이다. 또 고북지 붕어는 입질이 시원해 긴 찌를 사용하면 찌맛 보는 맛도 배가 된다. 삼사 미터 수심에서의 월척 손맛은 상상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고북지 좌대의 만수위 월척 퍼레이드는 9월 초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연안에도 앉을 자리가 제법 있지만 조과는 좌대낚시에 크게 못 미친다.
▲성제현씨가 2차 취재 때 거둔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산 고북지는?
고북지는 98년부터 연안 입어료 1만원, 좌대료 4만5천원~11만5천원을 받는 유료낚시터로 관리되고 있다. 수입 붕어는 전혀 방류하지 않고 배스와 블루길도 없는 토종 일색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료 저수지가 널린 서산지역에서 굳이 돈을 내고 낚시하려는 꾼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단골꾼들은 ‘차라리 고북지가 수입 붕어를 대거 방류하고 유료터로 운영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집 센 관리인 김창규씨는 “끝까지 토종붕어 낚시터를 고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소형 좌대는 4만5천원, 중형 좌대는 8만5천원, 대형 좌대는 11만5천원 받으며 별도의 입어료는 받지 않는다. 소형 좌대는 2명, 중대형 좌대는 3명 정도 낚시하면 적당하다. 다만 좌대가 구식이어서 최신 시설이 갖춰진 요즘 좌대들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새우 대물낚시를 즐기는 전문 대물꾼이라면 이 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측골 20번 좌대에서 채비를 점검 중인 성제현씨. 연안을 향해 열려있는 넓은 수초구멍을 노렸지만 이곳에서는 별다른 입질을 받지 못했다. 알고 보니 배 대는 우측 면이 명당이었다.
자생 백새우 미끼로 써도 돼
고북지에는 백새우가 다량 자생하고 있어 직접 채집해 미끼로 써도 된다. 백새우는 일반 새우보다 부드러워 입질이 빠른 게 장점이나 살이 무르고 일찍 죽는 단점이 있어 잡어에 취약하다. 그래서 단골꾼들은 낚시점에서 단단한 일반 새우 한 통을 사간다. 좌대에서도 새우를 채집할 수 있다. 다만 새우가 채집되는 수심이 그때마다 달라지므로 바닥, 중층, 상층을 번갈아가며 채집망을 매달아둘 필요가 있다.
수심이 깊기 때문인지 입질은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꾸준하게 들어오는 편이다. 특히 새벽 2시 이후 입질이 활발할 때가 많으므로 초저녁에 입질이 없다면 잠시 잤다가 새벽 시간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북지에서 채집되는 새우와 참붕어. 씨알이 굵어 미끼로 쓰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