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글핀샘문학회 회장(역임), 농민문학 운영위원,
시집:《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1996, 혜림출판사), 《사랑이 내게로 와서》(2000, 혜화당), 《산이 웃고 바람은 달려오고》(2004, 푸른사상), 《입술》(2013, 순수문학사), 《바람 없이도 흩날리는 꽃잎》(2020,시문학사), 수상:영랑문학상본상(2013), 농민문학작가상(2021) 외
서울시 비리
박 강 남
소서를 며칠 앞둔 한낮 더위가 달궈진 가마솥이다
친구와 통화 중에
“찜통더위에 어찌 지내누?”
“무슨 소리야? 지금 발비*가 내리는데”
“와~ 말도 안 돼, 땅덩어리도 작은데
특별시 사람들만 특혜를 누리는 거야?
그건 대서특필될 차별비리야”
그녀가 떠들썩하게 웃다가
“서울시만의 세찬 성은이 아니니 하늘님께 여쭤봐”
“하긴, 그 분인들 어찌 보물을 아끼지 않겠어?
나도 이 비리를 특별히, 너그럽게 이해할게”
달궈진 하루가 지칠 무렵
서산마루 해가 딸꾹 웃으며 노을을 편다.
*빗발이 보일만큼 굵은 비
가을 여행
연하게 가을 물 든 나무가 눈에 띄어
9월이 오자 온 가족과 여행을 떠났다
하늘은 땅과 거리를 두려는 듯
높이 당겨져 있어
권금성에 오른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기암괴석 능선에 끌려가듯
산등성이를 오르는 서연, 승준 흥얼거림이
내 속의 아이를 불러내
특별한 주제가 없어도 덩달아 밝아지는
가족이 주는 흥겨움
허물어진 고려 때 성곽에 닿아
고려를 만난다는 설렘에 한껏 고조되어
앞서 달려가 고려의 흥망성쇠를 마주하니
피의 희생과 마음에 난 흉터가 역사던가
해넘이가 시작된 설악의 장엄한 풍경에
울산바위까지 얹혀져
해안선을 걷는 마을 불빛에
마음 속 속초가 한껏 푸르다.
절규
과거나 현재에도
파란波瀾의 불운에
그 만큼 맞선 이도 드물어
인간 내면의 불안과 슬픔
암울한 절망을 은유한
독특한 언어 시
두려움이 응축된
비명이 들려와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초상肖像
어머니와 누이가 사는 곳까지 닿았을
뭉클한 울림.
*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그림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