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함흥차사 박순
충청북도 음성군 대소면 오류리에는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 박순의 충신문과 박순의 부인 장흥 임씨의 열녀문이 있다. 박순은 고려 말 요동을 정벌할 때 이성계의 부하로 활약하였으며 조선이 세워지면서 상장군이라는 벼슬에 올랐다. 태조 이성계를 한양으로 데려오기 위해 함흥으로 갔다가 죽는데, 이로 인해 소식이 없거나 회답이 더딜 때를 비유하는 ‘함흥차사’ 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태조를 모셔오고 싶어한 태종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태종 이방원이 왕이 되자 고향 함흥으로 떠났다. 아들들이 서로 죽여가며 왕이 되기를 원하는 꼴을 보기 싫었다. 태조는 결코 돌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러나 태종은 아버지 태조를 그리워하며 늘 한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차사’라는 벼슬의 신하를 함흥으로 보내어 태조를 모셔오게 했지만, 태조는 함흥차사들을 모두 죽여버렸다.번번이 차사들이 죽다보니 함흥에 가려고 하는 신하들이 없었다. 그때 박순이 나서며 “제가 함흥에 가서 반드시 모셔오겠습니다.”라고 용감하게 말했다. 박순은 태조와 오래된 친분이 있었다. 태종이 가기를 허락하자 박순은 새끼 말이 있는 어미 말을 타고 함흥으로 향했다.
박순은 태조가 지내고 있는 별궁에 도착하여 망아지는 강가에 매어놓고 어미 말을 끌고 들어갔다. 태조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랜만에 만나 정답게 대화를 하는 사이 망아지가 어미를 찾느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태조가 그 소리에 대해 궁금해 하자 박순은 “전하. 제가 데리고 온 망아지인데 어미를 찾느라 우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짐승일지라도 부모에 대한 정은 뗄 수 없나 봅니다. 한양에 계신 전하의 마음도 간절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하였다. 태조는 감동받은 듯 하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태조와 박순이 장기를 두는데 갑자기 처마에서 새끼 쥐를 물고 있는 어미 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미 쥐는 떨어져 다쳤는데도 새끼 쥐를 놓지 않고 보살폈다. 박순은 “전하. 새끼 쥐를 놓지 못하는 어미 쥐가 몹시 갸륵하고 가엾습니다. 제발 한양으로 돌아가시지요.”라고 울먹이며 간곡히 청하였다. 태조는 크게 감동받아 “며칠 안에 한양으로 떠날 것이네. 먼저 가서 이 뜻을 전하게. 돌아가기를 반대하는 신하들을 설득해서 곧 가겠네.”라고 하였다. 박순은 기쁜 마음으로 한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병을 얻어 가는 발걸음이 더뎌 얼마 가지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 태조의 별궁에서는 박순을 살려 보낸 일에 대해 신하들의 반발이 거셌다. 신하들은 태조가 한양으로 돌아가면 자신들도 죽을 것이라 생각해 무조건 박순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하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태조는 박순이 용흥강 정도는 지나갔을 것으로 짐작하고 “박순이 용흥강을 건넜으면 살려주고 못 건넜으면 죽여라.”하고 말했다. 신하들이 용흥강에 도착했을 때 박순은 막 배를 타려던 참이었다. 결국 박순은 신하들의 칼에 베여 죽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태조는 매우 슬퍼하고 아쉬워하였다. 박순의 장례를 잘 치르게 하고 결국 한양으로 돌아갔다. 한편 박순의 부인 장흥 임씨는 박순의 죽음을 듣고 자결하였다. 태종이 이 소식을 듣고 충신문과 열녀문을 내렸다고 한다.
죽어가면서까지 태조를 설득한 충신 박순
이 이야기에서 박순은 어미 말과 망아지, 어미 쥐와 새끼 쥐 같은 동물일지라도 부모 자식 간의 정을 뗄 수 없음을 강조해 태조를 설득하고 있다. 함흥에 차사로 가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진해서 태조를 찾아갔다. 아쉽게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도 태조가 한양에 돌아가기를 간곡히 청하였다. 박순의 곧고 충성스러운 마음이 돋보이는 이야기이다. 역사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함흥차사’라는 말의 유래가 되고 설화의 형태로 전해지게 되었다.
첫댓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참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니, 전 국토가 1일 생활권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아도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 얼굴을 보면서 소통할 수 있고 굳이 전갈을 보낼 이유도 없으려니와 작은 물품 하나도 택배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니 선조들이 하늘에서 깜짝 놀라 이젠 함흥차사,라는 말이 필요 없으니 굳이 들려주고 싶지 않구나 하실 듯요.ㅎㅎ
네~ 옛날 이야기로 이해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