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인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시골 면소재지 도로변에다 아담한 새집을 지었다. 요즘의 건축방식이나 쓰임의 자재는 도시와 별로 다를게 없다. 다만 땅값이 도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싸다는 장점이다.
평당 건축비를 물으니 300만원 가량이라고 하였다. 30평 정도라니 대략 1억원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제대로 짓는다는 집에 비하면 싼 편이다. 지인의 형편에 따르면 매우 검소하게 짓는 편이었지만 나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이 물려받을 사정도 아니고 부부가 남은 여생을 살아가기에는 조금도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 노후를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고민을 하게 된다. 친구들 중에는 거의 대부분이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도 결정을 못하고 있는 친구도 있기는 하였다. 문제는 경제사정에 있다.
근래들어 몇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한적한 곳으로 들어가 집을 지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땅값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건축비는 3억원을 넘었다. 물론 그동안의 생각을 종합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짓는 집이라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큰 것 같았다. 하긴 도시의 아파트를 생각하면 별반 비싼편도 아닐 것이다.
나도 한때는 전원주택을 동경하여 근거를 마련하기도 하였으나 다른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도 이미 100%를 넘어섰다지만 도시 거주자의 경우엔 아직도 자기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의 각종 개발계획에 의하여 수많은 새로운 도시가 생겨나고 그에 따라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들이 늘어난다.
반면 구 도심의 주요시설들이 빠져나간 자리엔 공동화현상이 생겨나고 있어 머지않아 또 다른 흉물로 남겨질 건물들이 많을 것이다. 결국엔 전체적으론 주택이 남아돌아도 주변 환경이 좋은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살고, 그렇지 않은 곳은 버려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로망은 그림같은 전원주택도, 평수 넓고 고급자재로 꾸며진 값나가는 집에서 살고 싶겠지만 자원은 한정적이라 돈이 많이 소요된다. 나는 그러한 정책들로 인한 결과로 우리의 미래가 가난해질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즘은 시골을 여행하다 보면 근사한 전원주택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시골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텔레비젼에 나오는 귀농자들이나 그럴싸한 집을 지은 사람들의 경우는 성공한 사람들이고 정작은 농촌생활이 쉽지 않다고 하였다.
한 지역에 모여사는 공동체마을, 한집의 공동구역을 같이 사용하는 세어하우스, 공동교퉁 수단인 코모빌리티 등 자원을 아껴쓰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아직은 피부에 많이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한편으론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농촌이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런 생각도 들고, 무분별한 개발로 아까운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마음도 들었다.
사람들마다 자기 환경에 맞는 주거생활을 하는 것이 최적의 선책이련만 그게 쉽지가 않아 보인다. 우리보다 주택파동을 먼저 겪었던 일본의 경우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80% 이상이 다음세대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문에 답한다고 하였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주택상황에 관한 한 편의 글을 옮겨보았다.
'7제곱미터면 충분해!
젊은 세대의 단칸방 살이"
도심에서는 단칸방이나 다름없는 좁은 임대주택이 인기 주거지로 떠올랐다. 7제곱미터밖에 되지 않는 협소한 집도 있다. 옛날로 치면 단칸방이다. 그 좁은 공간에 화장실이 있고, 샤워기가 들어가 있고, 세면대겸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다. 화장실 문조차 없는 방도 있다.
누워서 다리를 뻗기도 힘들 정도로 비좁은 방에서 살 수 있을까? 불편하기 하겠지만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할 뿐 불필요한 물건을 일체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의점을 내 집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삼아 식사를 해결하며 생활한다. 텔레비전도 스테레오도 스마트폰 한 대면 충분하다. 덮고 잘 이불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7제곱미터면 넉넉하다.
1970년대 학생들은 대개 단칸방에 살았다. 공동화장실에 욕실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시나브로 물건이 늘어났다. 텔레비전은 브라운관 방식이라 공간을 넓게 차지하고, 컴포넌트 스테레오도 덩치가 커지다 보니 좀 더 큰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 청년은 생활 대부분을 편의점과 스마트폰으로 해결해 살림살이가 필요하지 않다. 좁은 방에서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다. 이렇게 ‘신 단칸방 살이’가 시작 되었다.
좁은 방에 사는 젊은이들은 일단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고, 집은 퇴근 후에 잠만 자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작장‧주거 근접형’ 인간이다.
그런데 평일에는 도심 직장 근처의 단칸방에 살고, 주말에는 귀촌해서 시골생활을 경험하는 두 집 살림도 가능하다. 교외 농촌에 주말농장을 가꾼다거나, 바다로 서핑을 하려 간다거나, 시골 빈집을 헐값에 빌려 취미생활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거나, 갖가지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즐길 수 있다.
먼 교외에 집을 사서 고생스럽게 출퇴근하는 생활보다 신 단칸방살이가 어쩌면 훨씬 현명한 선택인지도 모른다.「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미우라 아쓰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