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청주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이승업
요즈음 삼락회의 교직 선배님들에게 죄송스러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회가 발전됨에 따라서 지식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되면서 지식을 전달함에 쓰이는 새로운 용어가 수도 없이 생겨나고 기존의 여러 가지 명칭도 수시로 바뀌어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데 혼동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선배님들에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로 생겨나는 새로운 용어는 기존의 세대들에게 수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어서 저희도 젊은 선생님들이나 학생들과 대화하기가 어려운 세태가 되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교육에 관한 논의도 혼란스러워서 현직에 있는 저희들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 죄송스럽습니다.
금학년도(2001)에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청주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라고 불러야 합니다. 청주교육대학교 부속국민학교가 1996.3,1자로 초등학교로 바뀐 지 겨우 5년만에 학교이름을 또 바꾼 것입니다. 제가 부임한지 2년도 못되어 학교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니까 어느 선배님께서 ‘야 이 사람아 학교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바꾸면 되겠는가? 어찌하여 학교 이름을 그렇게 바꾸게 되었는가?’ 하고 언짢게 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금년(2001년) 4월에 본 교육대학교에서 부속학교의 이름이 2001.3.1일부터 부설학교로 바뀌었으니 앞으로는 부설학교로 호칭하라는 문서를 받았습니다. 그 문서에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국립대학교 설치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국립대학교에는 부설학교를 설치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의하여 각 국립대학교에 설치되어있는 부속학교의 이름은 모두 부설학교로 개칭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선학교의 교장이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의 이름이 바뀐 지를 알지도 못하고 한 달을 지나고 있었으며 바뀌는 과정에서 한 마디도 바뀌게 되는 경위를 들어본 바가 없었으니 이렇게 무능하고 무시당하는 교장도 있었답니다. 학교의 이름이 한 글자만이라도 바뀌고 나니까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를 교환하여야만 하였습니다. 교표, 교기, 응원기, 학교 간판, 교통안내판, 각종 인쇄물, 게시물, 학생교복 및 복식, 배지 등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데 소요되는 예산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상호 간에 학교이름을 부를 때마다 부속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서 상당기간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 학교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립대학교에 부설된 모든 학교의 일입니다.
그러면 학교 이름에서 ‘부속’과 ‘부설’은 어떻게 다르고, 그 이름을 바꾸어서 학교가 달라지는 것이 무엇입니까? 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 질문하니까 그 쪽에서 하는 비공식적 답변이 ‘법규정이 그렇게 바뀌었으니 할 수 없지 않느냐’ 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법규정에서 ‘설’자를 ‘속’자로 바꾸시었으면 어떨까요? 라고 하니까 이미 바꾼 것을 무얼 그럽니까? 라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학교 현장의 단편적인 아주 작은 이야기입니다만 현재의 학교 교장으로서 헷갈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제7차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실험과정을 거쳐서 시행하는 과정에 있는데도 한편의 교사들은 그 것은 현실적으로 시행 불가능한 것이라며 부정을 하고 나서고 있는가 하면,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최선의 교육과정이니 적극적으로 시행하라 하고 있습니다. 민주적인 학교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장을 선출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하는 편이 있는가 하면 학교의 교장은 행정 능력이 있는 자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정치가들도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학교교육이 획일적이고 독선적이니까 내 아이를 외국으로 가서 공부하게 해야겠다고 돈 있는 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교육 외유를 떠난다고 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여 기왕에 잘 못된 교육 다 태우고 새로운 교육을 하자는 여론 조성자들이 있습니다. 학교를 백척간두에 올려놓고 교육을 안다는 사람은 누구나 흔들어 봅니다 아무나 흔들어 봅니다.
저는 1962년부터 교직에 몸담아서 이제 교직생활 40년을 채워 가며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학교 교육에 봉사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래도 선배님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선배님들에게 의지하고 지도 받으면서 꿋꿋했습니다만, 이제 선배님들이 교원정년 단축으로 말미암아 한꺼번에 훨훨 떠나가신 다음에 학교 교육현장에 남아서 빙빙 돌아가는 맷돌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정말로 어지럽습니다. 훌륭하신 선배 교육자 님들에게 정말로 죄송한 것이 바로 이렇게 저희 후배 교직자와 학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우리 학교가 중심을 잡아야 교육이 바로 설텐데 하면서도 흔드는 세파가 너무 어지럽게 불어 와서 기본을 지키는 가눔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 심정이 어찌 저 혼자만의 안타까움이겠습니까?
선배님들이시어 저희 교직자들과 학교가 중심을 잡고 교육에 혼신할 수 있는 길을 인도하여 주시고, 이 시점에서 흐려지는 교육의 기본을 항상 바르게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