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훤당선현 유적지 - 벽송정(碧松亭)
*경상북도 고령군 쌍림면 신촌리 산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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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의 소학당(小學堂) 가는 길에 고령의 벽송정(碧松亭)을 찾았다. 사실 벽송정이 있는지조차
몰랐으나, 병의(秉義) 어르신이 선생의 유적지라며 길을 안내하는데 기억이 또렷하셨다.
고령에서 합천으로 가는 국도 26번도로에서 경상북도 고령과 경상남도 합천의 경계 지점으로
가기 약 2㎞ 전, 도로 오른쪽에 위치한다. 백산초등학교 뒤편 산기슭에 자리 잡은 이 정자에서
내려다 보는 경관이 일품이다. 아래로는 안림천이 내려다보이고 주변 경관도 수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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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안내로 정자 안을 둘러보는 중에
뜻밖에 벽송정에서 한훤당 김굉필 선현의 詩들을 만나다.
정자에 걸려있는 한훤당(寒暄堂) 휘 굉필(宏弼) 선현의 詩板(시판)의 글은 선생이 25세 때
스승인 지지당이 쓴 시 ‘奉和止止堂’과 ‘伏呈止止堂’ 등 두 편의 시가 실려 있다.
경현록에서 풀이한 시의 내용은 대종회카페 「한훤당유문(遺文)」 메뉴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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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선생의 시로 소개된 시판의 글은
한훤당 선생의 칠언율시 ‘빠진 시에서 주운 글귀’로 경현록(景賢錄)에 수록되어 있는 유문이다.
일두 선생의 글로 잘못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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奉和止止堂 지지당에게 받들어 화답하여 올림
川上亭開愁已洗 시내 위에 정자 있어 시름 씻었고
雨中吟罷興猶存 비속에 읊고 나니 흥이 아직 남았네
從今來往承提耳 지금부터 오가며 가르침 받아
托庇期將到轉坤 건곤(乾坤)을 돌리는 데 이를지고.
伏呈止止堂 삼가 지지당에게 드림
斜界山村歲月深 사계 산촌에 세월이 깊었는데
蕭條索莫少知音 적막할손 내 마음 아는 이 없네
徙隣欲向高陽地 이웃을 옮겨 고양땅에 가서
詩病時時得細鍼 싯귀절 잘못된 곳을 고침 받자네.
三夜慇懃夢謫仙 사흘 밤을 은근히 적선의 꿈
那堪瞻仰斗南天 남쪽 하늘 우럴는 마음 어찌 견디랴
欲乘無限剡溪興 섬계의 그지없는 흥을 타고서
雪月相看山聳肩 눈, 달빛에 산처럼 솟은 어깨 서로 보려네
瞻仰或作仰斗非 첨앙은 혹 '앙두' 라고 쓰였는데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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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亭琴濕野雲宿 옛 정자의 거문고는 자고 가는 들 구름에 젖었고
荷沼魚驚山雨來 연못의 물고기는 산 비 오는 데 놀라는구나.
정자 안에 걸려있는 詩板(시판)에는 一蠹(일두) 정여창(鄭汝昌) 선생의 시로 소개되었으나
경현록을 보면 한훤당 선생의 칠언율시 ‘빠진 시에서 주운 글귀’에 수록되어 있다.
▼경 현 록 주 해
☞http://cafe.daum.net/shkimcm/O6FT/25
☞http://cafe.daum.net/shkimcm/O6FT/24
☞http://cafe.daum.net/shkimcm/O6FT/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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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雲(고운)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만년에 지은 詩인가 보다.
暮年歸臥松亭下 늙은 몸 돌아와 송정아래 누우니
一抹伽倻望裏靑 푸른 칠한 듯 스러져 가는 가야를 보네.
정자 안의 벽송정중수기(碧松亭重修記) 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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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군 사이트에 소개된 벽송정에 대한 글이다
벽송정은 1985년 8월 5일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110호로 지정되었다. 벽송정은 언제 지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으나 정자 안에 통일신라시대 학자 최치원(崔致遠)의 시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건립 연대가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던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과 한훤당(寒喧堂) 김굉필(金宏弼)의 시문도 정자의 현판에 남아 있다.
벽송정은 당시 지방의 유학자들로 구성된 유림에 의해 운영되었으며, 각지의 선비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며 토론하였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에도 김종직의 17세손인 김병식을 중심으로 매년 음력 4월 초 열흘날 벽송정 유계(儒契)가 이루어지고 있다. 계원들은 150명 정도 되며 과거에는 모임을 통해 한시를 짓기도 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임을 가질 때마다 벽송정 관리 및 유지 보수에 대한 논의를 하며 벽송정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벽송정 유계의 기원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김병식이 소유하고 있는 『벽송정 계안』[총 10권, 500년가량 되었다고 함]에 의하면 계(契)의 기원도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계를 만들 당시 선산김씨, 양천최씨, 고령박씨 등 총 28명이 모여 만들었으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20년 대홍수가 나면서 기존의 6칸 건물이었던 벽송정의 일부가 파손되어 1칸만 남게 되자 선산김씨 문충공파 김병식의 조부가 주축이 되어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그 후 고령군에서 대대적인 보수를 하여 담장과 기단 등이 복원되었다.
국도변 경사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벽송정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외곽은 방형의 와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면과 왼쪽 측면에 일각문이 있다. 정면의 일각문 앞에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10호임을 알리는 비석과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일각문을 들어서서 경사진 면에 다시 돌계단이 놓여 있으며 벽송정의 현판이 보인다. 벽송정 규모는 소로수장형에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골기와 팔작지붕의 홑처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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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봅니다. 그렇게도 온 곳을 다니면서 선생의 흔적(?)을 밟아본다는 것은 참 뜻 깊은 일입니다.
언제 다녀오신 것인지도? 이 더운 날씨에 다니신다면...
방문날짜가 빠졌네요, 감사합니다^^
2012년 7월25일 오전10시30분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
병의 어르신을 모시고 소학당,모현정,일원정 가는 길에
첫번째로 들린 곳입니다.
어르신의 소개로 새로운 유적지를 볼 수 있어 덥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93세의 연세에 자세 한번 흐트리지 않고 다나시는 어르신을 보니
저를 포함 병국사무총장과 윤호, 성용씨 덥다는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