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金兌桓) 자문위원 희수기념(喜壽記念) 『守菴漫吟』 漢詩集 발간

태환(장파 27세 전 부산종친회 회장)자문위원이 올해 77세를 맞아 1997년부터 14년간에 걸쳐 쓴 850여 수의 시를 480쪽 분량으로 한데모아 책으로 엮은 한시집 『守菴漫吟』을 금년 4월에 발간하셨다.
시집의 서문(序文)과 발문(跋文), 다섯 자녀의 상재문(上梓文)을 읽으니 수암어르신의 한 평생이 고스란히 비쳐진다. 대종회가 대동보 발간사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편집자는 종보에 다음의 글을 편집후기에 남긴 적이 있다. “서흥인의 명예와 긍지를 살리고자 종친간의 불신을 화합과 믿음의 장으로 이끌어주신 元老어르신들이 계심에 우리는 든든합니다”
☞[편집후기]원로어르신들이 계심에 우리는 든든합니다
태환자문위원이 바로 이러한 원로분들 중의 한 분이시다. 필자는 대종회 회의석상에서 갈라지는 뜻을 열변과 설득으로 한데 모으시는 어르신의 친화력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설향(雪鄕) 김태순(金泰詢)씨는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뜻을 세우고 치열하게 영위한 삶의 이력은 아름답다. 근란(艱難)과 신고(辛苦)를 겪고 역경(逆境)을 순경(順境)으로 바꾸며 세운 뜻을 성취하는 분, 대립과 갈등을 풀어 화합과 상생의 세상으로 이끄는 이는 존경스럽다. 畏友 수암 김태환이 그러하다.(중략) 수암은 어떤 회합에서든 화안과 재담으로 좌중을 즐겁게 한다. 막히면 뚫어서 공론을 일으켜 순리와 결론을 도출하고 찌푸리면 웃게하는 묘공(妙工)을 가졌다”.
태환자문위원은 “소년시절을 향리인 현풍 못골에서 보내고 부산에 내려가 동아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데 이어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 후, LG그룹에 입사하여 수십년간 임직원으로 봉직한 후 정년을 맞아 퇴임하셨다. 퇴임후 유림단체인 담수회(淡水會)와 박약회(博約會)의 회원이 되어 유학에 관심을 갖고 유풍(儒風) 진작에 힘쓰신 분이다. 이력이 말해주듯 成均館典學, 퇴계학부산연구원, 담수회(淡水會) 부산지회장, 박약회(博約會) 부회장 등 퇴임 후 20여년간 꾸준히 유림활동을 해오셨고 선조문집중간(先祖文集重刊)과 숭조(崇祖)사업에도 매우 열성적으로 일해오셨다.
퇴계학부산연구원 민립(民笠) 김상훈(金上勳) 원장은 서문에서 “수암선생의 한시는 한마디로 명징(明澄)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화원(花苑)이라며 철따라 피고 지는 산과 들의 꽃과 열매, 기상의 무상한 변화, 다양한 세시풍속, 인생의 온갖 애환, 실의와 좌절에서 오는 열외(熱惱)와 통민(痛悶), 효제(孝悌)의 윤리, 자연애와 인간애, 우국충정, 농경실황 등을 간절하고 곡진(曲盡)하게 시화(詩化)하고 있다”고 평했다.
학음(鶴陰) 이섭(李燮)씨는 賀辭에서 거유 하임당 성재(河臨堂 性在 1901-1970)가 수암의 외구(外舅)로 옹서지간(翁壻之間)임을 밝히고 있다. 임당은 사위가 결혼초기에 부산 동래 온천동 우거지(寓居地)에 새집을 마련하고 그 중 방 한칸을 작으만하 서재로 꾸며 놓은 것을 보고 기쁘고 대견스러워 서재 이름을 우동실(友董室)이라 명하고 다음의 우동실명(友董室銘)을 걸어 주었다.

우동실명(友董室銘)
“옛날 동생(董生)이 아침에 밭 갈고 날 저물면 책 읽으니
한유(韓愈)가 이를 가상히 여겨 詩歌를 실어
오랜 세월을 내려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읽었다네.
자네는 小學家門의 집에서 일찍부터 들어 알고 있는바가 있을 터인즉
혹시라도 게을리 하지 말게.”

삼송(三松) 금용두(琴鏞斗)선생은 발문(跋文)에서
수암(守菴)어른의 관은 서흥이고 이름은 태환이고
자(字)는 우동(友董)이고 수암은 별호(別號)이라며 다음의 메시지를 전한다.
“수암 어른은 시례(詩禮)의 가정에서 나고 자라 소학의 방법을 익혀서 몸을 닦고 집을 다스리는 일을 돈독히 행하는 것을 어려도 게으르지 않았다(중략). 아! 삼강오륜이 퇴폐하고 서양풍속이 넘치는 이때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덕을 좋아하는 군자의 아름다운 행실을 계승하고 풍류를 읊는 시객의 아취를 잇는 다면 그것이 명륜정속(明倫正俗)과 강상진작(綱常振作)에 조그만 도움이 없겠는가?
태환자문위원의 다섯자녀
珍永 賢得 貞旭 厚永 白永씨가 상재문을 담았다.
내용 일부를 옮겨본다.
아버지의 시집을 상재(上梓)하며
아직 한창 학교에서 배움의 꿈을 키우셨어야 할 나이에 혈혈단신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도회에 나와 거친 세파와 맞서 싸우며 자수성가를 이루신 아버지의 고단한 삶, 돌이켜보건대 어쩌면 못난 저희들을 그나마 선량한 존재로 이끈 것은, 적어도 아버지의 고독한 분투에 값하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올곧은 삶을 본보기로 저희의 내면에 새겨온 각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중략)
아버지께서 한시와 본격적으로 조우하신 것은 은퇴 이후의 일입니다. 안락한 소파에 기대어 평생의 신산(辛酸)함과 노곤함에 지친 노구를 쉬게 하셔도 좋을 연세에 아버지께서는 몸을 곧추세우시고 딱딱한 의자에 앉으셔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셨습니다. 때론 입김 서리는 한기 가득한 서재를 체온으로 데우시면서, 한번 자리를 잡고 앉으시면 한나절씩이나 몰아지경에서 경전을 낭독하고 한시를 습작하셨습니다. 가끔씩 서재에서 흘러나오는 아버지의 낭랑한 독경의 음성이나 문틈으로 엿보이는 아버지의 꼿꼿한 뒷모습에서 저희는 백여년 전 조선 도학의 마지막을 지켰던 선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한시가 걸작인지 범작인지, 도학에도 한학에도 문학에도 문외한인 저희로서는 판단할 안목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시들이 노년의 육체적 한계를 배움에의 열정하나로 극복하신 아버지의 각고의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저희에게 이 시집은 한국현대사의 혹독했던 한 시대를 강직함과 현명함으로 헤쳐 나오신 아버지 삶의 증표로서,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희에게 원형이정(元亨利貞)과 인간의 오상지덕(五常之德)을 환히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필묵의 고색창연한 하모니로 지면에 아로새겨진 수천년래 시어(詩語)들이
중후한 날갯짓으로 21세기를 글로벌시대의 창공에 날아올라,
보다 많은 이들이 가슴에 공명(共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섯 자녀의 뜻을 한데 모아 아버지의 시집을 출간합니다.
서기 2011년 봄 珍永 賢得 貞旭 厚永 白永 謹識
『守菴漫吟』 漢詩集에서 詩 ‘소학독료(小學讀了)’를 옮겨봅니다
小 學 讀 了
소학서중고도제 小學書中古道齊 소학 책 가운데 옛 도학 갖추었으니
회암휴교해혼미 晦菴休敎解昏迷 주부자 큰 가르침 혼미함을 깨우쳤네,
이륜선술동몽계 彛倫善述童蒙啓 떳떳한 윤리 잘 기록하여 어린이 계도하고
의덕명징거세휴 懿德明徵擧世携 아름다운 덕 밝게 징험하여 온 세상 갖게했네
장야잠심봉제월 長夜潛心逢霽月 긴긴밤 잠심하면 밝은 달 만나게 되고
운창계구청진계 芸窓繼咎聽晨鷄 공부하는 방 밤새우며 새벽 닭소리 들었노라
의연상례개인택 依然尙禮開仁宅 의연하게 예를 숭상하면 인택이 열리리니
단원인인송차제 但願人人誦此題 다만 원하노니 모든 사람 이 책 읽기를
첫댓글 늦게나마. 콤퓨터에 미처. 대종회 검색중 수암형님의 희수기념 한시집 "수암 만음"발간을 편집자의 소개편을보고 평소에느낀
인자함. 박식함. 좌중의자연스르운 분위기조성. 격의높고알기쉽게설득력있는강의력. 성공한자녀분양육등ㅅ새롭게 뜨오릅니다. 존경하옵신. 수암형님.부디 내.내.오래.오래.건강하십시요. 전사무국장 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