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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강론 18
요한계시록 5:1-5
인을 떼시기에 합당한 자
열려 있는 하늘 문을 통해 올라오라는 주님의 말씀에 의해 요한 사도에게 보였던 하늘은 보좌가 중심이 된 곳이었다. 보좌는 다스림의 상징이고 무지개가 있다는 것은 심판을 통과한 자만 다스릴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일곱 등불은 일곱 영인데 언약을 완성하신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교회를 장악하고 계심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백성을 상징하는 이십사 장로의 보좌가 둘려있다는 것은 주님의 다스리심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고 수정 같은 유리 바다는 창조 때의 궁창을 배경으로 홍해를 건넌 출애굽의 구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네 생물을 통해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이십사 장로들이 자기 화관을 보좌 앞에 드림으로 모든 영광이 돌려지는 곳이다. 결국 구약 성막(성전)의 모습은 이 하늘 성전을 미리 보여주셨던 것이었다. 이는 먼 미래가 아니라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에 의해 한몸된 자기 백성을 성전으로 삼으신 하늘나라이다.
그리고 요한 사도가 보게 된 것은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있는 책이었다. “내가 보매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두루마리가 있으니 안팎으로 썼고 일곱 인으로 봉하였더라”(1절). 우리 성경에는 “내가 보매”라고 번역하였지만 헬라어 성경에서는 ‘그리고 나는 보았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즉 4장의 말씀과 끊어져 다른 것을 말씀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여 중요한 장면의 계시가 주어진다는 뜻이다.
“두루마리”(헬, ‘비블리온’)란 오늘날의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봉하였더라”라는 말의 헬라어 ‘카타스프라기조’는 ‘봉인하다, 인치다, 밀폐하다, 봉납으로 묶다’라는 뜻이다. 그 책에 안쪽과 뒤쪽에 글이 가득 쓰여 있음을 보았으나 그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일곱 인으로 봉하였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봉하셨다는 뜻이고 “오른손”으로 주권을 강조한다. 구약에서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4 모세가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기록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산 아래에 제단을 쌓고 이스라엘 열두 지파대로 열두 기둥을 세우고 5 이스라엘 자손의 청년들을 보내어 여호와께 소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게 하고 6 모세가 피를 가지고 반은 여러 양푼에 담고 반은 제단에 뿌리고 7 언약서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낭독하여 듣게 하니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리이다 8 모세가 그 피를 가지고 백성에게 뿌리며 이르되 이는 여호와께서 이 모든 말씀에 대하여 너희와 세우신 언약의 피니라(출 24:4-8)
여기 “언약서”(히, ‘베리트 세페르’)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언약을 주시며 기록한 책으로 두루마리 형태로 되었다(민 5:23, 시 40:7). 그래서 요시야 왕 때 성전에서 발견한 것을 언약책(왕하 23:2)이라고 하였다. 이 책에 대하여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선포하였다.
11 그러므로 모든 계시가 너희에게는 봉한 책의 말처럼 되었으니 그것을 글 아는 자에게 주며 이르기를 그대에게 청하노니 이를 읽으라 하면 그가 대답하기를 그것이 봉해졌으니 나는 못 읽겠노라 할 것이요 12 또 그 책을 글 모르는 자에게 주며 이르기를 그대에게 청하노니 이를 읽으라 하면 그가 대답하기를 나는 글을 모른다 할 것이니라 13 주께서 이르시되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나 그들의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나니 그들이 나를 경외함은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라(사 29:11-13)
하나님께서 주신 묵시가 봉한 책의 말씀이 되었다는 것은 한 마디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게 하셨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이 알려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인간 세계에서 지식이 있다는 것과 무식한 것이 하나님의 계시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언약의 책은 모든 인간은 죄인으로 생명이신 하나님을 떠나 있다는 증거로 주셨고 하나님의 계시를 이해하거나 열어 볼 수 있는 자격이 인간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또 보매 힘 있는 천사가 큰 음성으로 외치기를 누가 그 두루마리를 펴며 그 인을 떼기에 합당하냐 하나 하늘 위에나 땅 위에나 땅 아래에 능히 그 두루마리를 펴거나 보거나 할 자가 없더라”(2-3절). “하늘 위에나 땅 위에나 땅 아래”라는 표현은 하늘과 땅, 땅 아래의 세계로 구분한 말씀이 아니라 모든 피조 세계를 통칭하여 말한 것이다.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어떤 누구도 하나님의 오른손에 있는 책을 열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부르고 입술로는 하나님을 경외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하나님을 떠나 있는 죄인들이기 때문이다.
“펴며”라는 말은 헬라어로 ‘아노이고’인데 ‘열다, 장애물을 제거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하늘이 열린다는 표현에 사용된 단어이다(4:1, 요 1:51). 즉 하늘이 열리듯이 열어 주셔야 된다는 뜻이다. 책에 많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만 하나도 읽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크게 울었다. “그 두루마리를 펴거나 보거나 하기에 합당한 자가 보이지 아니하기로 내가 크게 울었더니”(4절).
요한이 울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열 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책이 반드시 열려서 공개 되어야 하기에 열 자가 없었다는 것으로 인하여 울었다. 언약의 책 내용이 어떤 것인가를 에스겔과 다니엘 선지자가 이렇게 밝혀 준다.
9 내가 보니 한 손이 나를 향하여 펴지고 그 손에 두루마리 책이 있더라 10 그가 그것을 내 앞에 펴시니 그 안팎에 글이 있는데 애가와 애곡과 재앙의 말이 기록되었더라(겔 2:9-10).
1 그 때에 네 민족을 호위하는 큰 군주 미가엘이 일어날 것이요 또 환난이 있으리니 이는 개국 이래로 그 때까지 없던 환난일 것이며 그 때에 네 백성 중 책에 기록된 모든 자가 구원을 받을 것이라 2 땅의 티끌 가운데에서 자는 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깨어나 영생을 받는 자도 있겠고 수치를 당하여서 영원히 부끄러움을 당할 자도 있을 것이며 3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 4 다니엘아 마지막 때까지 이 말을 간수하고 이 글을 봉함하라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단 12:1-4)
에스겔이 본 책에는 애가와 애곡과 재앙의 말이 기록되었다고 하였고 다니엘은 구원과 환난을 말씀한다. 한마디로 하나님의 일하심에 따른 심판과 구원의 계획이 기록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곧 하나님께서 언약대로 일하시는 내용이라는 말이다. 요한 사도가 본 책과 에스겔이 본 책과 다르지 않다. 그러기 때문에 요한이 크게 울었다고 하는 것은 책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책의 인봉이 떼어지고 공개되지 않는다면 성도들이 큰 환난에서 무사히 통과하게 될 보장이 없는 것임을 요한은 직감하였다. 인봉이 떼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성도들의 눈물이 씻겨질 날이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자들뿐만 아니라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도 없으며 최후 승리에 대한 보장도 없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크게 울었다.
이에 이십사 장로 중의 하나가 요한에게 말을 건넨다. “장로 중의 한 사람이 내게 말하되 울지 말라 유대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가 이겼으니 그 두루마리와 그 일곱 인을 떼시리라 하더라”(5절). 이십사 장로 중의 하나가 요한에게 울지 말라고 하면서 인을 떼시기에 합당한 자를 “유대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라고 하였다. 창세기에 보면 이미 유다 지파에 대한 예언이 나온다. 유다 지파에 대하여 겸손하고 고난 당하는 메시아가 아니라 권능자, 전능자의 통치를 이미 예언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9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 내 아들아 너는 움킨 것을 찢고 올라갔도다 그가 엎드리고 웅크림이 수사자 같고 암사자 같으니 누가 그를 범할 수 있으랴 10 규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통치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기를 실로가 오시기까지 이르리니 그에게 모든 백성이 복종하리로다(창 49:9-10)
유다 지파를 일컬어 통치의 상징인 왕의 지팡이(규)가 떠나지 않으리라고 하는 선언은 곧 유다 지파의 사자로 이 땅에 오실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다윗의 뿌리”라는 표현은 이사야 선지자의 선포 속에 나온다.
1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 … 10 그 날에 이새의 뿌리에서 한 싹이 나서 만민의 기치로 설 것이요 열방이 그에게로 돌아오리니 그가 거한 곳이 영화로우리라(사 11:1,10)
메시아는 혈통적으로 다윗의 후손으로 오시는 왕이심을 예언한다. 다윗의 혈통으로 오시지만 전혀 새로운 한 싹으로 등장한다.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으로 오셨지만 영으로는 하나님의 아들로 오심으로 말씀을 온전히 성취하셨다(롬 1:3-4). 언약의 책에 보여주셨던 심판을 홀로 다 담당하심으로 자기 백성들의 구원을 이루셨기에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라고 선언하셨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마 28:18)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십자가 죽음으로 하나님의 언약을 온전히 성취하셨기에 인을 떼시기에 합당한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해 인이 떼어진 상태이다. 예수님의 피가 생명이 되고 구원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그 책의 그 일곱 인을 떼시기에 합당한 분으로 인정하는 자가 교회요 성도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닌 주님의 선택에 근거해 있다. 내가 복음을 선택하였다면 성경은 여전히 봉인된 책이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이렇게 고백한다.
9 기록된 바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 10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시느니라 11 사람의 일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 외에 누가 알리요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일도 하나님의 영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느니라 12 우리가 세상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온 영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2:9-12)
우리가 은혜를 아는 자가 되었다면 세상에서 울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나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믿음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환난을 당하고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면 주께서 찾아오셔서 자기 백성들의 눈물을 씻겨주실 것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게 하시고 단지 씻겨주실 뿐이다. 그래서 세상을 이기셨고 인을 떼시기에 합당하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5 그러므로 그들이 하나님의 보좌 앞에 있고 또 그의 성전에서 밤낮 하나님을 섬기매 보좌에 앉으신 이가 그들 위에 장막을 치시리니 16 그들이 다시는 주리지도 아니하며 목마르지도 아니하고 해나 아무 뜨거운 기운에 상하지도 아니하리니 17 이는 보좌 가운데에 계신 어린 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라(계 7:15-17)
(20221218 강론/주성교회 김영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