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서 그럴듯한 직장을 얻고,
적정한 시기에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고 자신의 집과 차를 소유하며 어엿한 어른이 되는 것이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앞서 언급했던 일들은 점점 현실화하기 힘든, 누군가는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파이어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직장 초년생 시절부터 은퇴만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일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조차도 파이어족의 삶을 꿈꾸는 것을 느끼며 파이어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SNS가 일상화되고,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그 전보다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정보를 공유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된 지금, 누구보다 본인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한번 사는 인생, 더는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며 자신의 삶을 만끽하는 삶에 대한 로망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묻고 싶다. 과연 파이어족을 선택한 이들은, 은퇴해서 정녕 행복할까?
이 모든 일이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 시작된 일인데, 현재의 욕구를 어느 정도 제한하면서 경제적 자유만을
꿈꾸고 살아간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오히려 우리가 불행 속으로 던져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파이어족들은 근로소득만 의존하기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참가하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 핸드폰 속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그래프 하나의 좌지우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 다양한 투자방법들을 사용하여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처음에 목표했던 금액을 채운다고 하더라도 욕심은 욕심을 부를 것이고 매 순간 성공만 하면 좋겠지만,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을 때 자신이 그동안 희생했던 것이 너무 억울해
오히려 사회에 대한 반감만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파이어족이라는 말도, 성실하게만 열심히만 살아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세운 목표인 것 같다. 점점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다.
현재 나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지 않지만,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보면 불안해지기도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쉽지가 않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런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 대해 보다 더 깊이있게 고민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