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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옹알이에 대하여 |
노 주 희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1. 음악과 언어
음악의 속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음악학자들은 언어와의 비유를 즐겨 사용합니다. 음악과 언어가 여러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이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 표현예술임을 설명할 때 언어의 의사소통 기능과 문학을 성립시키는 표현 활동을 빗대어 이야기 합니다. 소리구성물이면서 악보라는 기록체계를 가진 음악의 특징은 흥미롭게도 소리로 이루 어져 있으되 문자로 기록될 수 있는 언어의 특징과 유사합니다. 특정언어를 구사하는 지역을 언어 문화권으로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음악문화 역시 지역과 역사에 따라 구분되는 소리구조물로 이루어져 서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잘 한다는 것이 영어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서양 음악과 국악은 완전히 다른 두 세계의 음악입니다. 서양음악에 대하여 풍부한 이해를 갖고 있다 해도 국악의 의미를 알아듣느냐는 것과는 별개의 음악능력이지요. 추상적인 음악세계를 구체적이며 명확한 언어세계의 특성을 빌어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로 학자들은 심지어 음악언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 용어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 역할, 존재형태와 방식, 특성 등등 음악의 본질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입니다. 다른 점은 없을까요? 음언어라는 말을 이해하고 나면 때로 상이한 점을 찾는 것도 음악의 본질에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악인류학자 블랙킹 (John Blacking)은 언어와 음악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합니다. 언어는 서로 영역이 달라도 번역이라는 통로가 하나 존재하지만 음악세계에서 번역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하였습니다. ‘사랑해요’를 영어로 말할 수 있나요? 불어, 이태리어에 또 이집트나 러시아에도 그 말이 있을까요? 그런데 베토벤의 9번 심포니는 가멜란음악으로 번역될 수 있는 것인가요? 음악과 언어라는 매체가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입니다. 음악은 고유한 음악 문화의 세계에서 그 음악언어만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2. 아가와 음악 번역이 불가능한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것일까요? 바로 음악교육학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입니다. 교육과정과 교수학습원리 교육내용 등등 유아음악교육은 음악을 수용하는 아동의 능력향상에 중요한 목표를 둡니다. 음악학습이론 (Music Learning Theory)의 주창자 고든 (Edwin E. Gordon)은 음악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능력 또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똑같다고 말합니다. 음악과 언어가 그토록 닮아있다면 음악을 배우는 속성이 언어를 배우는 속성과 같다고 하여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악을 배우는 시기는, 그렇다면 언어학습 시기와 같다고 쉽게 짐작 할 수 있겠지요?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스웨덴 팝 그룹 아바ABBA의 노래 <음악에 감사함 Thank you for the music designtimesp=12124> 가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나는 걸음마를 배우기 전부터 댄서였대요. 말을 배우기 전에 노래부터 했다고 하시던걸요.’ 당시 음악도이던 젊은 나는 아바처럼 음악소질이 높은 음악가 몇 사람에게 해당되는 노래 구절이라는 생각에 부러움으로 가사를 되뇌어보곤 했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또 많은 아가들을 가르치면서 비로서 이 가사가 특별한 음악가 몇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정직한 사실과 직면하였습니다. 태어나면서 듣는 모든 소리환경은 타고난 선천적 소질과 상호작용하여 아이들의 음악성을 좌우하게 됩니다.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은 태어나서 맞이하는 음악환경에 맡겨져 형성된다는 뜻입니다. 타고난 소질의 크기는 환경이 화학작용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고 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의 음악환경에서부터 아동의 음악언어습득 능력이 성장 하게 된다는 사실은 중요한 정보입니다.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보육시설의 환경은 어떠한 기준을 확보해야 하는지 언제부터 우리 아가학생들의 음악적 성장을 관찰해야 하는지 즐거운 고민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3. 모국어 음악공부 갓 태어난 아이들의 언어학습의 특징은 ‘모국어’라는 개념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가들의 언어습득 과정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나아가며 점차 풍성해집니다. 더욱이 과정마다 흥미를 더하며 자발적으로 언어를 배워나갑니다. “엄마 참 향기로와요.” 가르쳐주지 않은 새로운 단어를 문장 속에서 사용하는 것을 보며 놀라운 양으로 언어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모국어발달처럼 자연스러운 음악성의 발달을 위하여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듣기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말을 많이 듣고 자라난 아이가 언어를 빨리 습득하는 것처럼 노래를 많이 듣고 자라 나는 아이가 음악에 대하여 더 많은 이해력을 갖고 자라납니다. 즉, 풍성한 음악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충분한 듣기경험이 선행되는 아이들에게서 노래하기가 나타납니다. 노래하기를 즐겨 하는 아이들에게 비로써 악보를 읽거나 쓰는 학습단계를 접하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국어 음악 학습의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공부하는 음악공부 방식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피아노를 배우던 시간을 더듬어 볼까요? 처음에 악보부터 공부했습니다. 악보 위에서 ‘도’를 찾고 그 소리가 건반에서 어디인지 가르치지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반복연습과 암기숙제가 주어집니다. 언어공부에 비유하자면 외국어 학습방식이라고 칭합니다. 알파벳쓰기부터 시작하여 단어를 외우던 중학교 영어시간이 생각나나요? 10년 이상 영어를 공부하고 어려운 책을 줄줄 읽게 되었는데도 “땡큐” 라고 말하는 것조차 진땀 흐르던 현상처럼 외국어 방식의 음악공부에도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도 잘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데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이상한 불일치가 상당수 학습 자들에게 나타나는 것이지요. 아는 노래에 반주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든지 악보가 없으면 쉬운 음악조차 연주하지 못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4. 음악 옹알이 올해 발표된 표준 보육과정의 지침에서 만 2세 미만의 아이들의 예술경험의 목표를 적어봅니다. 자신의 신체와 감각자극에 호기심을 보이며, 소리나 간단한 노래를 즐겨 듣고 점차 소리나 몸 움직임, 끼적이기 등의 복잡한 반응을 즐긴다.
① 자신의 신체와 주변의 감각자극에 호기심을 가진다 ② 모방행동을 즐기면 소리와 몸 움직임으로 반응하고 단순한 미술경험을 한다. ③ 친근한 소리나 노래를 즐겨 듣고, 사물의 형태를 눈여겨본다.
예술경험을 이끌어내는 자연스러운 감각의 발달을 위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이 유발될 수 있는 배려가 마련되고 눈짓, 몸짓, 손짓 등의 반응을 소중히 지켜보는 일이 매우 소중합니다. 미술, 음악, 무용 등 아이들 스스로 환경에 대해 관심을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요. 그런데 환경에 대하여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작은 반응을 지켜보아야 합니다. 모국어 같은 음악성의 발달을 논하는 고든의 발달 단계에서 음악문화에 노출된 아이들은 음악환경과 선천적 자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만 2세 이전에 세 가지의 발달 단계로 구분합니다. 환경에 대한 자의식도 아직 발달 되지 못한 채 아동이 환경 속의 음악소리를 듣고 흡수하는 첫 단계를 받아들이기로 명명합니다. 이 때의 아동은 환경의 소리를 선택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빨아들이는 상태이므로 입을 벌리고 소리를 듣는 다든지 눈은 고정된 채로 발가락만을 꼼지락거리는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아이들은 소리에 반응하려는 의도를 보이지만 소리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행동을 합니다. 돌아보거나 박수를 치기도 하고 무어라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를 무의도적 반응 단계라 칭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 아이들은 비로서 음악에 자신을 맞추는 시도를 할 수 있는데 박자에 맞추어 동작을 하려 하거나 노래를 의식하며 부르는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비로써 의도적 반응단계에 접어드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음악적 환경에 놓여있을 때 끊임없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이때의 노래는 아직 객관적인 음감과 리듬감을 획득하지 못하여 언어적 옹알이와 별달리 구분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입을 옴짝달싹하며 무언가 소리를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음악을 듣고 소리를 내는 반응을 음악 옹알이로 보아줄 때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생깁니다.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통해 아이들의 언어가 자라나는 것처럼 음악옹알이에 대한 반응을 통해 아이들의 음악언어가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객관적인 언어로서 자격 미달이지만 주관적인 언어, 음악옹알이를 중요한 음악의 반응으로 읽고 다시 노래로 대꾸해주는 음악환경이 우리들의 보육시설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