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7일, 월요일, Tupiza, Hotel Mitru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40, 식료품 64, 인터넷 18, 기타 5, 환율 US $1 = 8 boliviano) Tupiza는 미국 영화 "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에 나오는 곳이다. 한국 영화 제목은 “내일을 향해 쏴라”인데 어떻게 그런 제목이 나왔나 모르겠다. 미국의 Utah, Arizona, Wyoming 주에서 은행과 기차 강도를 하던 Butch Cassidy와 Sundance Kid이라 불리던 두 갱이 볼리비아 광산에 보안이 허술하다는 얘기를 듣고 볼리비아에 와서 광산 강도질을 하다가 Tupiza 근처에서 보안관들에게 사살되었다는 줄거리다. 차편이 마련되지 않아서 이들이 사살되었다는 Tupiza에서 120km 떨어진 San Vicente에는 갈 수가 없었다. 그들이 사살 당하기 전 며칠간의 일지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1908년): 11월 3일: 광산 직원들이 Tupiza의 은행에서 광부들 월급 줄 돈을 인출해서 광산으로 돌아가는 중. 11월 4일: Dead Hill이라는 곳에서 이들을 대기하고 있던 Butch Cassidy와 Sundance Kid에게 돈을 탈취 당한다. 11월 6일: 돈을 탈취한 이들은 2일 동안 산악지대를 헤매다가 이날 해가 질 무렵 San Vicente에 도착했는데 이들이 이곳으로 올 것을 예상하고 이곳에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4명의 보안관들의 급습을 받고 사살되었다. 그러나 일설에는 Butch Cassidy는 부상만 당한 후 숨어 있다가 미국으로 탈출해서 이곳에서 훔친 돈으로 잘 살다가 자연사 했다고 한다. 뉴욕시의 어느 도박장에서 그를 봤다는 사람도 있고 유타 주의 가족을 방문했었고 Washington 주에서 살다가 죽어서 그곳에 묘에 묻혔다고 한다. 이들이 San Vicente로 올 것을 보안관들이 어떻게 알았을지 궁금하다. 아마 이들은 Uyuni로 향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곳에 가면 칠레나 아르헨티나로 가는 기차에 숨어 탈 수 있었을 테니까. 어쩌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아르헨티나 국경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Sundance Kid의 역을 맡았던 Robert Redford는 Utah 주에 Sundance Ski Resort와 Park City에서 매년 열리는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Sundance 영화제를 만들었다. 오늘은 나 혼자 Tupiza 북쪽으로 트레킹을 갔다. 어제 경험을 살려서 길로 가지 않고 강을 따라서 갔다. 북쪽 정면으로 기이한 모양의 산이 보여서 그 산을 향해서 걸었다. 나무 하나 없는 암산인지 흙산인지 미국 Utah 주의 Bryce Canyon 국립공원에 있는 탑처럼 생긴 산들과 비슷했다. 가까이 가보니 비슷한 산이 강 양쪽으로 있고 그 가운데로 물이 다 말러버린 강이 있다. 영어로는 dry stream이라 불리는데 비가 올 때만 물이 잠깐 흐르는 강이다. 미국 서부 같은 건조한 지역에는 이런 형태의 강이 흔한 모양인데 강 주위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경치다. 그 강을 따라서 계곡으로 들어갔다. 한 여자가 양떼를 몰고 가고 있어서 그 여자와 양떼를 따라갔다. 이 여자는 한참 가더니 강가 한 곳에 양떼들을 풀어놓아 풀을 뜯게 하고 자기는 그늘로 가서 쉰다. 매우 더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지도를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산이 있어서 그쪽을 향해서 걸었다. 덥지만 건조한 더위고 바람이 약간 불어서 걷기에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가끔 나무 그늘 밑에서 쉬면서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사과도 먹었다. 혼자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하는 것도 좋다. 11시까지 4시간 반을 걸었는데도 찾는 곳이 안 나온다. 지도에 거리가 표시 되어있지 않으니 얼마를 왔는지 얼마를 더 가야 되는지를 알 도리가 없다. 물어볼 사람도 없다. 할 수없이 어제처럼 포기하고 되 돌아왔다. 그렇지만 즐거운 트레킹이었다. 조그만 마을에 당도하니 Tupiza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타고 12시 반경 호텔로 돌아왔다. 6시간 트레킹을 한 셈이다. 점심은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남미는 어느 도시에나 시내 중심지 근처에 시장이 있어서 장보기가 쉽다. 시장에는 곡식, 야채, 고기, 과일 등을 파는 구역이 따로 있고 포장마차 식의 간이음식점들도 있다. 이 시장들은 한국의 재래시장보다 시설이 더 좋다. 한국 재래시장처럼 길가나 공터에 서는 시장이 아니고 큰 건물 안에 서는 시장이다. 시장 건물 밖에도 시장이 있지만 중심은 항상 이 거대한 체육관 같은 시장 건물이다. 페루에는 시장에 생선 구역이 있고 항상 싱싱한 생선을 볼 수 있었는데 볼리비아에서는 생선 보기가 쉽지 않았다. 가끔 봐도 소량이고 싱싱해 보이지도 않았다. 지난 토요일에 하다 만 사진 작업을 끝내러 인터넷 카페에 가니 오후 3시인데 아직도 안 열었다. 어제도 찾아갔었는데 일요일이라 닫혀있어서 허탕 쳤는데 오늘은 월요일인데 그리고 오후 3시인데 닫혀 있다니 너무하다. 근처 가게에 물어보니 오후 4시쯤 되어야 열 것이라 한다. 그 가게에 있던 한 소년이 자기가 알아봐 주겠단다. 인터넷 카페 문을 여는 직원이 바로 옆집에 산단다. 조금 후에 오더니 잠시 기다리면 문을 열겠다고 한다고 전해준다. 직원이 무엇을 하고 있더냐고 물으니 낮잠 자고 있었다 한다. 잠깐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서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보겠다고 하니 소년이 좀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또 뛰어갔다 오더니 지금은 식사중이라고 한다. 한심해 하고 있는데 카페 주인여자가 나타나서는 웃으면서 직원이 늦잠을 잔 것 같다고 한다. 하나도 잘 못된 것이 아니라는 표정이다. 주인 여자가 직원한테 가더니 열쇠를 받아와서 카페 문을 연다. 그러나 오늘도 컴퓨터에 문제가 있어서 사진 보내는 작업을 끝낼 수가 없었다. 내일 다시 오겠다 하니 오전에는 안 열고 오후 3시쯤에 연단다. 아마 오후 4시쯤 되어야 열 것 같다. 도대체 장사를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는 주인도 직원도 고객도 개의치 않는다. 괜히 나 혼자만 열 받았던 것이다. 가난하지만 악착같이 살지 않고 항상 얼굴을 펴고 사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느낄 때도 많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볼리비아로) 여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청년 두 사람을 만나서 우리의 다음 행선지인 아르헨티나의 Salta 시에 관한 필요한 여행 정보를 많이 얻었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 책은 아무리 최신판이라도 2년 묵은 것이기 때문에 항상 최근 정보를 얻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최근 여행 정보를 얻는 방법은 여행자들을 만나서 직접 얻는 것이 제일 좋고 Lonely Planet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서 Lonely Planet에서 쓴 것을 읽거나 게시판에 들어가서 여행자들이 올리는 글을 읽거나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도 가끔 다른 여행자들이 필요할 것 같은 여행 정보를 Lonely Planet 게시판에 올리고 질문이 있으면 대답하기도 한다. 여행자들 중에서도 이스라엘 여행자들이 싸고 좋은 숙소, 싸고 맛있는 음식점 등 고급 여행 정보를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 Cuzco에서도 우연히 싸고 맛있는 햄버거 음식점을 발견했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의 단골 음식점이었다. 그런 곳은 항상 이스라엘의 국어인 헤브루어로 된 메뉴나 선전문이 벽에 붙어있다. Lonely Planet에도 숙소나 음식점을 소개할 때 "이곳은 이스라엘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곳" 이라는 문구가 자주 보인다. 그런 곳에 찾아가보면 항상 싸고 좋다. 여행지도 Tupiza 근교의 산 풍경, 색깔이 특이하다 물이 마른 계곡의 강가를 걷고 있는 양떼와 양치기 여자 2003년 11월 18일, 화요일, Tupiza, Hotel Mitru (오늘의 경비 US $34: 숙박료 40, 아침 20, 저녁 36, 인터넷 19, 식료품 36, Villazon 버스표 20, 관광 90, 환율 US $1 = 8 boliviano) 오늘은 집사람 혼자 Tupiza 근교 단체 관광을 가고 나는 혼자서 이메일을 하면서 한가한 하루를 보냈다. 오후에는 어제 끝내지 못했던 사진 보내기 작업을 끝냈다. 그 동안 사용하던 어려운 방법을 그만두고 Kodak 회사의 www.ofoto.com 서비스를 사용했다. 나에겐 훨씬 간편했으나 받는 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진 질이 그전보다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내 사진을 받아서 다시 고교 동창 홈페이지에 옮겨서 올리는 이문구 동문의 일이 더 많아졌는지 염려도 된다. 내일은 새벽 4시에 버스로 Villazon으로 가서 국경을 넘어서 아르헨티나로 들어간다. 조용한 도시 Tupiza에서 푹 쉬고 간다. 영화 Butch Cassidy와 Sundance Kid의 두 주인공이 총 싸움을 하다가 죽었다는 San Vicente에 못 가본 것이 좀 섭섭하다. 그리고 오늘 집사람과 단체관광을 함께 갔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경치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는 것이다. 내가 어제 걸어서 다니느라고 볼 수 없었던 경치를 하루 종일 지프차로 다니면서 다 본 것이다.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