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과 낯선 타인에게 동일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여 분별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묵자의 겸애 사상은 인간의 삶의 이상적인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묵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면서 천하가 어지러운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오늘날의 시대도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여 사람들은 삶의 행복을 돈에서 찾고,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좋은 조건의 삶을 살기 위해 무한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사람들은 '나 자신'이 제일 소중하고, 나와 관련 있는 사람의 행복만을 기원한다.
뉴스에 고독사(孤獨死)나 삶을 비관하여 자살한 사람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정말 안타깝다, 다음 생엔 행복하길 바란다', 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내 주변 이웃이 처한 어려움은 없는지 먼저 관심 가지고 살펴보지는 않는다.(나 역시 그렇다.)
이처럼 공동체의 유대감이 약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나라를 내 나라를 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집을 우리 집을 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몸을 나의 몸을 보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는 묵자의 사상은 혈연, 지연, 학연의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을 보편적으로 사랑하는 연대의식을 기를 수 있는 사고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간 존재의 한계로 인해 쉽게 실천되기는 어렵다. 인간은 감정을 지니고 있고, 오랜 시간 함께하고 경험과 환경을 공유한 가족과의 사이에서는 타인과 다른 특별한 유대감이 생긴다. 또한 동물로서 인간은 종족 보존의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종족, 즉 자신이 속한 공동체인 가족을 우선시하는 하는 것은 인간이 날때부터 타고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육에서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만나고 경험하는 사회는 가족으로, 그 사람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에 가족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한다. 인간은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사랑과 배려, 삶의 태도를 배우고, 더 넓은 사회를 만나며 이를 확장해나간다.
이에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감정의 교류를 느낀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낯선 타인들에 대해 완전한 의미의 동일한 도덕적 기준으로 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묵자의 사상이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묵자의 겸애 사상은 인간의 삶에서 이상적인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내 가족을 우선시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에 묵자의 사상은 내 가족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을 살지 않도록 낯선 타인에게도 시선을 돌리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실천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많은 편향과 차별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조건에 따라 분별하지 않는 묵가의 겸애 사상은 특정 집단이나 배경 때문에 타인에 대해 미리 판단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편견 없는 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