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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는 내 성격)을 읽고
요즘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공지영 소설의 영화<도가니>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광주 인화학교(특수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교직원들이 청각장애학생(제자)들을 오랫동안 성폭행한 사건과 그들이 사법부의 엄한 심판은커녕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다시 학교 교단에서 자신이 성폭행해온 아이들을 가르치는 엽기적인 내용들이 무섭게 묘사되어 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 시민들은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해당 학교 교직원들과 사법부의 판결에 분노했으며 이 영화를 관람한 경찰청장 역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런 분노의 기저에는 역시 교사로서, 법관으로써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놀라움과 그들의 행위가 가져온 결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들을 향한 불쾌감이 짙게 깔려 있다.
일전에 유영철, 김길태, 강호순으로 표현되는 사이코패스적 범죄 행위들과 요즘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내연남과 공모하여 남편을 살해한 주부 사건’이나‘한 마을 노인들이 지적장애아이 십 수 년간 지속적으로 강간한 사건’등 수 없이 많은 범죄를 접하고 있노라면 우리는 망연자실하고 만다. 기껏 우리가 입 밖으로 내 뱉을 수 있는 문장이라곤 “X자식들!", “말세다. 말세!” 정도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런 문제의 이면에는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 그것을 한 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겠지만 난 ‘성격장애’라는 말로 정의하고 싶다.
즉 현대인들이 성장기 동안 경험해온 삶의 고통, 공허함, 상처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문제를 깊이 이해하려면 우선 개인의 성격장애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성격장애는 자기를 괴롭힘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 까지도 힘들게 한다. 성격은 단순히 개인의‘성격’에 국한되지 않고 대인관계나 삶의 방식으로 나타나므로 타인과의 유대, 더 나아가서는 사회의 존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동학대, 스토커범죄, 하찮은 이유로 부모와 자식이 서로 죽이는 사건을 보더라도 거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남을 다른 의지나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런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가 성숙하지 않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뜻대로 되는 존재만을 사랑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타인들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런 독선적인 태도가 성격장애의 특징 중 하나인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을 벌이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 대인관계, 학교나 직장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이 성격장애가 원인이다. 성격장애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인해서 상처받기 쉽다는 것이다. 최근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우울, 자폐증, 의존증세, 게임중독 등에도 이런 문제가 내재되어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용기를 내어 정신과 문을 두드렸음에도 의사에게‘성격장애는 성격의 문제이므로 달리 방법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담자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우울증, 불면, 불안이라는 증상에 대해서는 처방해 주어도 그런 증상들의 원인인 성격문제에 대해서는 의사들 역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신장애를 다루는 기관에서 조차 내담자가 성격장애를 가졌다고 판단되어 질 때에는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통해 드러난 환자의 우울증, 불면, 불안 등의 증상에 대해서는 처방해 주어도 이 모든 증상들의 원인이 되는 성격문제에 대해서는 정작 무관심하다.
그럼 전문가들조차 이렇게 인식하는 성격장애를 일반 대중들이 바라볼 때는 어떠할까? 더불어 우리는 성격장애를 어떻게 바라 봐야 될까? 이런 문제에 대해 성격장애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나만 모르는 내 성격』(오카다 다카시 저, 유인경 역(2006), 모멘토)이 몇 해 전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 오카다 타가시(정신과 의사, 의학박사)는 20여 년의 임상치료와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성격장애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 함께 지내는 요령, 극복 요령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부모에 대한 성적 관심을 승화하지 못한 말론 브란도, 천성적인 거짓말쟁이이자 유혹자인 코코 샤넬, 영감이 풍부하고 직관형인 칼 융, 섹스에 관심 없는 평화주의자 키르케고르, 동양사상과 불교에 심취했던 헤르만 헤세 등 여러 유명인들의 사례를 열 가지 유형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부록에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성격 자기진단 질문지'를 실어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면 관계상 모든 성격 유형을 다 훑어 볼 수는 없기에 독자들의 반응과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경계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망상성 성격장애, 분열성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등에 대하여 읽기 편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번 첫 주제로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경계성 성격장애
이들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칭찬만 듣고 싶은 사람들”,“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해 볼 수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요즘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성격장애다. 이들은 감정의 양극단을 어지럽게 오간다. 이런 상태는 기분과 대인관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어제는 최상의 행복감에 젖어 있다가 오늘은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최악의 기분이 드는 상태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사소한 일로 상처를 받는 순간 기분이 최고에서 최저로 떨어지는 것이다. 우울해지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고 자기가 살 가치가 없는 존재로 느껴지며 이런 절망감이나 심한 자기혐오로 인해 자기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러한 깊은 우울 상태가 지속적이지 않고 간헐적이라는 게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지속적인 것 같아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런 와중에도 간간이 밝은 면도 있다. 즉, 이들의 우울증세는 열대지방에 내리는 스콜 같다. 이렇듯 감정의 양극단을 오가는 경향은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항상 자기를 지켜주며 애정 결핍을 치유해 줄 사람을 갈구한다. 그렇게 해 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급상승해서 그 사람을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굳게 믿거나 부모의 역할을 상대방에게서 구하며 점점 의존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런 관계가 그다지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상대가 과도한 기대감이 부담스러워 뒤로 물러서거나 이제는 질렸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필사적으로 매달리거나 관심을 끌 행동으로 내닫는다. 이렇게 상대를 묶어 두는 데 성공할 때도 있지만 상대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기대가 컸던 만큼 극심한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이때의 반동이 하도 격렬해서 말로 공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런 행동들로 인해 상대방은 공포를 느끼고 두 사람의 인간관계는 끝장이 나고 만다. 이런 식으로 대인관계를 반복하는 사이에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상처를 입고 피폐해지기 일쑤다.
앞에서 말했듯 이런 경계성 성격장애자의 행동과 정서의 특징은‘양극단을 오간다’는 특징이 있으며 그 원인에는 심각한 애정 결핍감과 의존하려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다. 이런 심리 상태로 인해 이들은 우울 상태, 패닉증상, 섭식장애, 신체형 장애(몸에 이상에 없음에도 통증, 마비 등 호소하는 장애. 이유는‘관심 받고 싶은 마음의 병’때문이다.) 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이런 경계성 장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부모에 대한 집착’으로 보고 있다. 성장과정 속에서 본인이 원하는 만큼 부모의 애정과 보호 속에서 성장하지 못한 아이는 부모 품을 순조롭게 떠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부모를 갈구하고 집착하게 된다. 그 단계가 성인이 된 후에도 미해결과제가 되어서 생활과 사람들에게 집착하게 만들어 놓는다.
Girl, Interrupted (1999)
-드라마(미국 127분), 개봉 2000.06.24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위노나 라이더(수잔나), 안젤리나 졸리(리사)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의 주인공(배우: 위노나 라이더)은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진단으로 병원에 끌여온 소녀로 그녀와 치료진, 동년배 환자와의 교감이 정교하게 그려지고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이 소녀는 갑자기 침울해져 자살을 시도하는가하면 느닷없이 쾌활해진다. 도대체 어느 쪽이 자기인지 자신조차도 알 수 없다. 누군가를 격렬하게 찾는가 하면 갑자기 돌변하여 거절한다. 가까이에서 돌봐주는 사람을 시험하듯이 성적으로 유혹하거나 한밤중에 발작을 일으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가까이 지내던 환자와 같이 몰래 병원에서 도망치는데 어이없게도 자살을 시도하고 만다……. 그 후 병원으로 돌아온 그녀는 안정을 되찾아 퇴원한다. 정말 자기가 병에 걸렸었는가하는 의혹을 품고서.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위노나 라이더 역시 실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그의 평소 발언과 일화로 볼 때 그녀 역시 성격장애 증상이 있는 것 같다. 몇 해 전에 그녀가 물건을 훔쳐서 체포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특이한 성장과정을 겪었다고 한다. 그녀의 부모는 히피로 그녀는 열 살까지 히피들과 함께 집단생활을 하다가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에 다녔으나 따돌림을 당해서 그만두고 만다. 그런 위노나를 사회와 연결시킨 곳이 연기학교였다. 이를 계기로 열네 살에 데뷔를 해서 스타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치유되지 못한 그녀만의 고민과 아픔이 성격의 문제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인구의 2%, 정신과 통원 환자의 약 10%가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노나 라이더 "절도죄, 중대한 잘못이라 생각치 않았었다"
"사람 다치게 한 것도 아니고 …"
지난 2001년 12월(이하 현지시간) 절도죄로 18개월간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48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했던 위노나 라이더가 당시 심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미 연예주간지 피플은 라이더가 패션 연예 매거진 '보그(vogue)'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도 않았기에 그것이 중대한 잘못이라고 생각치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나는 당시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성명서도 내지 않았다.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을 뿐이다"며 "당황스러웠던 것은 마치 자신의 사진이 오사마 빈 라덴처럼 뉴스에 나왔던 것"이라 당시를 회상했다. 사회봉사활동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부모 집에 간 것에 대해 "그것은 일을 하지 않고 잠시 쉬겠다고 생각한 것이며,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도 그 사건(절도사건)에 대해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욱 성숙해 졌다"고 전했다.
- 2007.07.18일(조이뉴스24) 인용.
이런 그들과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선 다음의 요령들이 필요하다.
첫째,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경계성 성격장애자에게 한결같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것이 치료로 이끄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이다.
둘째, 한계를 분명히 정하라.
경계성 성격장애자를 도와주는 게 아주 힘든 까닭은 단순한 원조로 끝나지 않고 원조가 원조를 불러들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원조자마저도 탈진하게 된다는 데 있다. 이들은 끊임없는 애정결핍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런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덤벼들었다가 나중에 파악할 즈음에는 이미 진퇴양난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 공멸하지 않으려면 어디까지는 가능해도 그 이상은 절대로 안된다는 한계를 분명히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셋째, 동정심은 절대 금물이다.
경계성 성격장애자와의 관계에서 수용이나 공감은 당연하지만 어느 정도 냉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가엾다.”는 동정심에 빠지면 원조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만다. 이런‘어머니적’접근방식엔 함정이 많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확실한 기준을 정해서 그 기준에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을 향한 수용과 공감이 태도 역시 묵묵히 수긍하며 듣는 것이 가장 좋다. 과민하게 이들을 향해 논박하고 자극하게 되면 이들은 더욱 예민해지고 불안정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듬직한‘아버지적’접근 방식이 경계성 성격장애자를 진정시키는 방법으로 좋을 것이다.
넷째, 자살을 기도할 경우 엄격히 행동을 제한하라.
경계성 성격장애자들이 다른 성격장애와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본래 경계성 성격장애자들의 두드러진 특징이‘극단적 행동’임을 감안할 때 이들은 상대의 애정과 관심을 끌기 위해, 아니면 자기가 의도한 대로 상대를 끌어오기 위해 충격적으로 행동하려는 심리적 충동이 강하다. 이런 심리가 절정에 도달하는 것이 자살 기도다. 이때는 정말 죽을 수 있으므로 이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행동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자살을 막을 필요가 있다. 평소 충분한 대화로 자살하지 않을 것을 다짐받고,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조치를 분명히 약조해 두는 방식으로 사전에 이들의 행동에 제한을 가해 놓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식, 행동과 방침의 일관성이 이들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참조>
⊙ 경계성 성격장애 ⊙
대인관계, 자아상, 감정이 불안정하거나 충동적인 양상이 폭넓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인초기에 시작되며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난다. 다음 중 5가지 이상으로 나타난다.
1)현실 혹은 상상 속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2)이상적으로 여기다가 헐뜯는 등 양극단을 오가는 특징이 있으며 대인관계가 불안정하고 격렬하다.
3)정체성 장애: 뚜렷하게 불안정한 자아상 또는 자신에 대한 느낌이 지속된다.
4)자기를 다치게 할 가능성이 있는 충동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영역에 해당되는 경우(예:낭비, 성행위, 물질 남용, 난폭운전, 폭식)
5)반복적인 자살시도, 자살 제스처, 자살 위협, 자해 행동
6)뚜렷한 감정의 불안정성(예: 가끔 강한 불쾌감, 초조 또는 불안 경험(수 시간~ 수 일간 지속)
7)만성적인 공허감
8)부적절하게 심한 화를 내거나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다.(예: 자주 울화통을 터트리거나 언제나 화가 나 있거나 싸움을 자주 함)
9)일시적인 스트레스와 관련된 망상적 사고 또는 심한 해리(解離)현상- 기억상실, 정체감 장애의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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