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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 제각각…다양한 종류의 하늘소
봄비가 내리고 나면 젖은 날개를 말리려는 수많은 곤충이 하나 둘 고개를 내민다. 풀밭은 벌써 수많은 곤충으로 복닥거린다. 풀 줄기 끝으로 올라가는 빨간 무당벌레 옆에 긴 더듬이를 가진 하늘소 한 마리가 눈에 띈다. 더듬이에 검은색의 털 뭉치가 달린 남색초원하늘소가 망초 줄기에 붙어 있다. 하늘소들의 더듬이는 때로는 몸길이의 2~3배가 넘을 정도로 매우 길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긴뿔 딱정벌레’(longhorn beetles)라 부른다.
사철쑥·개망초·엉겅퀴와 같은 국화과 식물들이 쑥쑥 자라면 무성한 풀밭이 된다. 그러면 삼하늘소, 국화하늘소와 같이 풀에 사는 하늘소들이 풀잎을 갉아먹기 위해 모여든다. ‘포르르~’ 신나무와 단풍나무에 꽃이 피면 주홍 빛깔의 하늘소들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무늬소주홍하늘소, 먹주홍하늘소, 모자주홍하늘소들은 나무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이처럼 풀잎과 나뭇잎에는 다양한 하늘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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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벌호랑하늘소 2.무늬소주홍하늘소 3.털두꺼비하늘소 4.남색초원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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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꽃 위를 지나간 건 다름 아닌 육점박이범하늘소다. 국수나무나 층층나무의 꽃을 찾아 육점박이범하늘소는 온종일 종종걸음 친다. 범하늘소 중에 노랑 빛깔의 검은 줄무늬를 가진 벌호랑하늘소는 벌을 닮아 매우 특이하다. 자신보다 더 힘센 벌로 위장하여 의태(擬態·mimicry)하면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벅~터벅~”
암벽 타는 사람들처럼 나무를 오르는 건 털두꺼비하늘소다. 털 달린 딱지날개가 두꺼비 등판처럼 올록볼록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쌩~’ 강풍이 불어왔지만 털두꺼비하늘소는 튼튼한 다리 덕분에 끄떡없다. 전혀 흔들림 없이 계속 나무 위로 오를 뿐이다. 털두꺼비하늘소, 깨다시하늘소, 참나무하늘소, 알락하늘소처럼 나무에 사는 하늘소들은 공중에서 먹잇감을 낚아채는 잠자리의 긴 다리보다 훨씬 더 강하다.
“번쩍~”
하늘소들은 마치 역도선수라도 된 것처럼 자기 몸집보다 훨씬 더 큰 돌을 들어올린다. 돌 들기 놀이에 흠뻑 빠진 어린이들은 하늘소를 자연놀이감으로 갖고 놀곤 했다. 그래서 옛날에는 돌드레, 돌다리, 돌드레미로 더 많이 불리기도 했다. 돌을 들기 위해 하늘소를 잡고 있으면, 앞가슴과 가운데가슴을 마찰시켜 끽끽 하고 울어댄다. 그래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라고 해서 천우(天牛·하늘소)로 불렸다.
저녁노을이 예쁘게 질 때쯤이면, 낮에 활동하는 하늘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야행성 하늘소들은 지금부터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톱하늘소, 하늘소, 벚나무사향하늘소, 청줄하늘소, 버들하늘소는 나무 위에 나와서 활동을 시작한다.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가 모이는 나무진에는 하늘소들도 모여서 수액을 놓고 결투를 벌이기도 한다.하늘소는 종류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풀잎, 꽃, 나무 등을 선택하여 살아간다. 매우 다양한 서식처에서 살고 있는 하늘소들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풀잎을 갉아먹는 해충이지만, 새들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 때문에 숲 속 생태계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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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의 일생
하늘소 애벌레는 3~5년 동안 애벌레로 생활하며 나무를 갉아먹는다. 다 자란 하늘소 성충은 나무를 뚫고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나무에는 매우 큰 해를 끼친다. 그래서 하늘소를 나무에 구멍을 뚫는 딱정벌레(wood-boring beetle)라고 부른다. 장수하늘소도 서어나무의 무서운 해충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곤충이라는 이유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전 세계의 하늘소 종류는 약 2만5000여 종(種)이며, 우리나라에는 3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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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식(곤충연구가)
소년조선일보ㆍ사이언스북스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