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역
금시아
노란 동백꽃을 흩뿌려 꽃점을 쳐요
툭 잘린 봄의 매듭을 쫓아요
절명한 문장들, 소낙비에 젖어요
오행이 조화로운
아직 한 일생도 기웃거려 보지 않은
노란 꽃 사주 한 아름 넣고
서러운 영혼을 우려요
산골나그네 젖은 눈웃음
동백숲길에 노랗게 번져요
봉당을 오르면
우주에서 떨어지는 노란 꽃잎 하나,
중력을 거슬러 다시 도래할까요?
활짝 핀 봄,
꽃점의 수작이 아늑하군요
이번 역은 김유정역입니다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외 1편
금시아
한여름이 탐욕스레 그림자를 잘라먹고 있었다
그날처럼 장대비가 내린다
기척을 통과한 시간들
폐쇄된 나루에 주저앉아 있고
물과 뭍에서 나는 모든 것들의 적막
파닥파닥 격렬을 핥기 시작한다
한여름이 햇살을 변호하고
그림자가 그림자의 풍문을 위로하면
열 길 넘는 금기들
장대비처럼 세상을 두들기며 깨어날까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왜 휘몰아치는 격렬마저 쓸쓸한 것일까
조용히 상을 물리면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가득해
서늘하거나 다정한 그리움 하나,
소용돌이치며 자정을 돌아나간다
간혹, 이런 장대비의 시간은
그림자 떠난 어떤 기척의 쓸쓸한 자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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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아: 2014년 《시와표현》 시, 2022년 《월간문학》 동화 등단.
*시집 『입술을 줍다』, 『툭,의 녹취록』, 사진시집 『금시아의 춘천詩_미훈微醺에 들다』,
산문집 『뜻밖의 만남, Ana』, 시평집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대상, 제5회강원문학작품상, 제16회 강원여성문학상우수상,
제14회 춘천문학상,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