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왜글 동작이 뭐죠?
조회수 7,1232023. 8. 1. 11:50
골프에 있어 '과유불급'이라는 한자성어가 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브라이언 하먼의 디 오픈 우승, 그리고 그의 특이한 프리샷 루틴
최근에 열린 디 오픈에서는 왼손잡이 골퍼인 브라이언 하먼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왼손잡이의 우승이 흔치 않다는 점, 그리고 유럽에서 열리는 디 오픈에서 미국 선수의 선전을 바라지 않는 현지 갤러리의 비난도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의 결과만큼이나, 브라이언 하먼의 '프리샷루틴'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프리샷 루틴은 선수가 실제 골프볼을 치기 전까지 행하는 일련의 반복 작업 혹은 습관화된 작업입니다. 연습 스윙을 하는 횟수 혹은 골퍼가 가진 특유의 동작이 대표적인 것이죠.
사실 브라이언 하먼 선수의 프리샷 루틴은 악명 높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경기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슬로 플레이(Slow Play)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일부 매체에서는 브라이언 하먼 선수의 '특정 동작'을 카운트하기 위한 카운터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특정 동작이 바로 '왜글'이라는 동작입니다.
브라이언 하먼의 중계화면에 왜글횟수가 표기되기도 했습니다. <출처:GolfonCBS Youtube>
왜글이 뭔가요(?)
왜글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Waggle : 1.흔들기, 2.비틀거리다, 3.흔드는 동작
임팩트 직전에 헤드를 움직이면서 준비동작을 하게 되는데, 이때 몸과 클럽을 흔드는 동작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마치 골프 클럽을 '일정한 패턴'으로 흔든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제 라운드 경험상, 왜글을 하지 않는 골퍼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골퍼가 인지했든, 인지하지 못했든 나름대로의 왜글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죠.
골퍼들은 왜 이 동작을 하는가?
이 동작은 아주 단순하고, 스윙 자체에서 아주 작은 부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중요한 하나의 스윙 요소로 간주됩니다.
바로 어드레스 자세와 실제 백스윙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인 것이죠. 연결 고리라고 하는 점은 두 가지 측면에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동작 하나가 스윙의 축소판이라는 것입니다. 왜글 동작을 잘 살펴보면, 백스윙과 다운스윙, 그리고 임팩트 순간의 클럽 페이스까지 스윙 전체를 시뮬레이션을 하는 동작이라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체중이동까지 느껴 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긴장 완화입니다. 손목을 풀어주고, 클럽헤드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실제 스윙 이전에 너무 잘 치겠다는 욕심, 혹은 실수하지 않겠다는 욕심으로 인해, 몸이 경직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왜글 동작을 통해 몸을 풀어준다는 느낌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죠. 스윙을 실제로 하기 전까지의 준비 동작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특정 시간 안에 샷을 하도록 강제 규정을 만들었었던 한 대회의 모습, 브라이언 하먼과 같은 선수에게 필요한게 아닐까요? <출처: 게티이미지>
왜글 -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보자
이 왜글이 의미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스윙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왜글 동작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인데, 안타깝게도 몇 번의 왜글이 좋은지 등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왜글의 횟수와 동작에 있어 '일관성'은 반드시 가지라는 것이 교습가들의 조언입니다.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는 연습장에서 진지하게 한 번 왜글을 인식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왜글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몇 번의 왜글이 자신에게 심리적인 편안함을 주는지 고민해 보는 것이죠.
그리고, 적어도 그 횟수를 파악했다면, 이를 루틴화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관성'의 차원입니다.
목적이라는 측면에서도, 백스윙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왜글을 활용할 것인지, 손목을 풀어줄 목적인지, 클럽 면을 타깃 방향으로 잘 정렬하기 위함 인지 등에 대해 스스로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동반자의 측면에서는 과도한 횟수의 왜글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긴 합니다. 상대방의 루틴이 길어질수록, 예를 들어 3번 이상 연습 스윙을 한다거나, 어드레스 이후에 실제 샷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 들게' 될 수도 있으니, 에티켓 차원에서도 적당한 수준의 왜글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왜글을 그저 하나의 무의식적 습관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자신이 어떤 왜글 동작을 하고 있는지 한번 확인하고, 목적을 가진 왜글 동작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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