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09.11.17 2. 산행장소 : 대구시와 경상북도 5개군에 걸쳐있는 팔공산 종주 3. 종주코스 : 갓바위집단시설지구(주차장) -관음사- 관봉(갓바위)-능선재-신령재-동봉-삼성봉-서봉 -백운대 - 파계봉 - 파계재 -파계사 집단시설지구방향 (2km왕복) - 다시 종주등산로복귀 - 한티휴게소 4. 산행거리 : 약20km(파계재에서 1시간30분 동안 종주등산로 이탈) 5. 산행시간 : 10:00 - 18:00 (8시간) 6. 산행대상 : 나홀로 산행
팔공산을 종주하였다. 물론 종주등산로를 토막 토막 잘라서 오르기는 몇 번 하였으나 오늘 처럼 갓바위주차장을 들머리로 하고 한티휴게소를 날머리를 잡아 종주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하여 소풍 전날 잠을 설치듯 또 섣달 그믐날 머리맡에 이쁜 설빔을 두고 잠을 설치듯 어제 밤에도 늦게 잠자리를 들기도하여 이렇게 잠을 뒤척이기를 몇 번했다. 조금은 설레임 때문일까. 6시 반이면 저 혼자 켜지는 테레비 소리에 잠을 깨니 영남지방에 한파주의보네 어쩌네 한다. 부산엔 눈까지 왔다며 무슨 큰 일이나 난것맨키 이른 아침부터 테레비에선 그런 난리가 아니다. 나도 덩달아 아침부터 수선을 부리니 와이프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냥 동네산에 오른다고 거짓뿌렁이로 얼버무리고 8시 조금지나 집을 나선다. 날이 차긴 차다. 슈퍼에 들러 소주1병과 생수 한 병을 사서는 물은 반틈만 마신후 다 버리고 그 생수통에 일용한 양식을 가득 채워 배낭에 담으니 므흣하다. 마을버스 - 지하철(상인역-아양교) - 401번...갓바위가는 버스가 만원이다. 버스안이 온통 할매와 아줌마들로 소복하다.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하니 거진 10시가 되었다. 대충 머리속에서는 잔머리가 돌아간다. 대충 8-10시간 소요된다하니 (한티에서 보다 갓바위 이곳에서 들머리를 잡으면 다소 힘이들다고 하는데) 빨라야 6시에 한티 주차장에 도착이라는 견적이 나온다. 마음이 쪼매친 일렁인다. 커피도 생략한채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매니 힘이 절로 솟는 기분이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공원안내도를 보며 오늘 종주할 코스를 대충 머리속에 옮겨놓는다>
라벨의 볼레로란 고운 음악으로 오늘 팔공산종주는 그래 시작된다. 비발디도 챙기고 나나무스꾸리. 닐다이아몬드. 아바...그리고 조용한 피아노곡도 한가득 담아왔다. 오늘 종주에 가끔 나와 함께할 것이리라.
대구지역에 있는 학교마다 교가를 보면 비슬산이나 팔공산은 둘 중에 하나는 꼭 들어있을게다. "앞에 섯는건 비슬산이요. 뒤에는 팔공산 둘렸다...." (계성고 교가) 더군더나 내 모교는 다 들어있다. 지난 주에 비슬산을 종주하고 오늘 팔공산을 종주하면 얼추 먼가 이루었다는 조그마한 뿌듯함도 내심 없지는 않다. 관음사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땀이 이마에 맺히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는 듯하여 겉옷을 벗어 배낭 꽁무니에 매달고 약수 한 바가지 들이키니 상큼하다. 여기서 부터 갓바위로 오르는 길은 전부가 돌계단이다. 무릅이 좋지않아 내심 걱정하며 돌계단 몇개를 시험삼아 조심하여 오르니 역시 파이다. 가급적 스틱을 이용하여 오른쪽다리엔 하중을 줄일 심산으로 하나 하나 돌계단을 오르니 애먼 왼쪽 다리만 덤탱이를 쓴 것같아 쪼까 미안스럽다는.... 오른쪽으론 갓바위 왼쪽 다소 호젓한 길은 종주등산로.... 우리의 할매. 아줌마들을 외로한 채 혼자만의 길로 접어든다.
시간만 있으면 갓바위에 올라 합장이래도 드릴려고 했으나 마음이 조급하니 그냥 왼쪽길 종주등산로로 접어든다. 한적한 길을 지나니 종주등산로 007번이 나온다. 갓바위 오를적에 006번까지 지나쳐 왔다.
이 추운 날씨에도 공을 치는 늠들이 멀리서 까만 점을 찍어 놓은 듯 파란 홀안에 여남개 있다. 팔공컨트리꼬꼬 ^^*
026 지점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한다. 뒷편으론 은해사 방향이다. 예상보다 빨리왔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등산로가 동네산 오솔길과 다를 바 없다. 매일반이다. 가을의 끝자락이라지만 여긴 겨울이다. 11월의 산행은 밋밋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참 무미건조한 풍경이다. 꽃이 지고 풀도 지고 짙푸른 나뭇잎은 고사하고라도 고운 때깔의 단풍도 다 떨구고 난 이 길을 걷고있는 나 역시 그러하리라.
일요일보다 무신날을 택하여 산을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용하다. 오로지 나만의 길이다. 더 더욱 좋은 점은 방구도 붕붕 뀔 수 있어 참 좋다.
저 멀리 비로봉과 동봉이 보인다. 아스마이
전에는 신령재라고 불렀다지. 아마
048인 도마재이다. 번호는 잘도 넘어가 주네... 이렇게 종주등산로에 따문 따문 번호로 이정표로 가야할 길을 알려주니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공산지역이다. 이곳에서 견훤이랑 왕건이가 한판 붙었다지...아마. 쌈박질을 하면 판판이 짱을 먹었던 왕건이가 이곳 공산전투에서만 견훤이한테 캐털리는 수모를 당했다지. 부하 신숭겸이 대신 요행으로 살아나 뭐 빠지게 줄행랑을 놓아 무태를 거쳐 금호강변으로 도주하여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자.그곳을 안심으로 했다지. 패장인 주제에..꼴하고는 그리고 그것도 불안했던지 앞산으로 도망쳐 은적사에 짱박혔다지. 아마.
팔공산 이름도 그때 쌈박질할때...신숭겸이를 포함한 쫄병 8명이 저그 짱 살릴라고 이 산에서 견훤이 부하들한테 목을 내주어서 훗날 왕건 이늠이 양심은 살아서 이 산을 팔공산으로 했다지. 아마. 아님 말고.
동봉이다. 정상에 몇 몇 등산객들이 있다. 증명사진 한 방 부탁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야 부렀다. 뒷편으로 비로봉이 보인다. 자...... 이제 여기서 조금은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고 수태골로 하산을 하느냐? 아니면 내쳐 한티까지 가느냐? 하는 고민이다. 갓바위 주차장에서 늦게 출발한 것이 첫째 이유이고 또 날이 너무 차다. 체감온도 카능걸로 치차면 영하 몇 도는 족히 될게다. 과연 일몰 전에 도착할 것인가? 시간은 1시30분이다. 갓바위주차장에서 여기까지 3시간 30분만에 왔다. 대충 1시간 이상 단축되었다. 일단 서봉까지 가자며 동봉을 뒤로한다
수태골로 가지 않고 서봉방향으로 잡는다 이 이정표가 동봉. 비로봉. 서봉을 알리는 이정표 되겠다. 여기서 200m 정도가면 밥 먹는 곳(?)이 있다. 작년 시월달에 벗이랑 둘이 수태골에서 서봉 동봉을 오를적에 점심이랑 소주를 맛있게 먹었던 곳이여서 오늘 다시 이 식당(?)을 찾으니 참 정겹다. 큰 바위옆에 바람도 막아주고 햇살이 내려주는 좋은 곳. 밥은 와이프가 보온밥통에 볶음밥과 커피보온병에 따신 국을 준비한 관계로 구태여 반찬은 필요치 않기에 아침에 술 안주할 요량으로 냉장고에 반찬을 아내 몰래 준비했는데 아뿔사!!!! 모르고 가져오지 않았다. 와이프 몰래 몰래한다꼬 최대한 잔머리를 굴린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와 버렸다. 그래도 스텐컵에 가득 부어 마시니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 되겠다. 몸에 열이 알맞게 올랐다. 가자........!~
밤새 눈이 왔는가 보네......
서봉이다. 작년 여름에 파계사에서 출발하여 이곳 서봉까지 왔다가 부인사로 하산한 곳이다. 2시 20분이다. 빨리왔다. 여기서 한티휴게소까지 2시간이면 널널하다. 대충 시간을 계산하고는 종종걸음으로 한티 방향으로 걸음을 재축한다.
드디어 3자리 수...101지점이다.
건방지게 저 혼자만 잘난체한다. 다른 것들과 부조화를 이룰 것같은 모양으로 보이겠지만 아마 그 부조화속에 조화가 숨어있을 터... 자연은 다 그렇다. 본시 자연은 인간하고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터.... 그 자연의 신비를 어찌 인간들이 알꼬. 쯔쯔...
쌈빡한 숫자...111 이름하여 " 아 삼봉" (*주: 에이 트리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또 삭풍 에이는 이 겨울을 이겨야 하리라. 수년..아니 수십년.. 어쩌면 수백년을 그렇게 겨울을 이겨왔듯.
가파른 톱날능선(선바위능선)을 낑낑하며 오르는데 묘한 숫자 119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오늘 사건(?)의 복선일까. 여튼 .....그랬다.
이 능선을 힘들게 오르는 중에 같은 한티방향으로 가는 등산객을 만났다. 느무 느무 반갑다. 부부산행인이다.(50대 중반가량) 서울에서 새벽에 오셨단다. 이 분들도 갓바위주차장에서 출발하셨는데 6시에 주차장을 나섰단다. 나는 10시에 출발했다하니 깜짝 놀라며 쳐다본다. "혹시 본좌 아니신지요?" 하며 묻는다. "본좌라시면....허본좌를 말씀하시나요?' 대답대신 되물으니 그렇단다. 일찌기 허경영본좌께서는 축지법으로.....이 산 저 산을 마치 안 방에서 건너 방 다니시듯...중략. 파계사로 내려가실 모양이다. 먼저 가라며 길을 열어주시면서 막대자석처럼 생긴 쪼코렛또 하나를 주신다. 좋은 산행되시고 조심하시라며...다시 종종..걸음을 옮긴다.
정겨운 팻말 마당재
마지막 헬기장이다.
파계봉 135!!!! 번호가 잘도 지나가 준다. 150으로 치닫는 이 번호가 솔찮이 자미를 더해준다. 여기서 조금 지나서 왼쪽으로 하산하면 파계사를 지나 파계사 집단시설지구이다. 바로 계속 나아가면 당연 오늘 날머리인 한티휴게소가 나올터. 약 2.5km남겨 둔 지점이다. 이 시간으로 가준다면 4시 30분 전에는 도착하리라 짐작해 본다. 6시간 30분에 종주하는 것이 되겠다. 그러나....그러질 못했다.
종주등산로 모든 길이 그러하듯 오는 도중에 옆길로 잠시 빠져도 종내는 주 등산로와 만나길 몇 차례했었다. 길은 또 다른 길로 만난다는 이치이듯. 더군더나 친절하게도 번호순으로 이정표를 두었으니 길 잃어버릴 염려는 애시당초 마음에도 두지 않았으니....
<시나브로 144에서 길 잃다>
"그리이스 로마신화에 미노스 왕은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나오자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미궁 속에 가둬 버린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이란다. 아리아드네(이 이쁜 가이나가 미노스왕의 딸래미라는거)가 테세우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테세우스는 안전하게 나올 수 있게 들어갈 때 실을 풀며가고 나올때 실을 감으면서 나오면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고해서 나올수 있었던 거......... " 이를 두고 후세사람들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라고 부르지. 아마. .....처럼 내가 바로 그랬다. 이 길은 몇 번 다녀서 익숙하다 144까지 왔다. 손가락으로 꼽으니 7만 가면 되겠다. 144를 지나니 경사가 아주 느린 조그마한 능선이 나온다. 바로 능선으로 향하는 길과 옆으로 에둘러 가는 길이 나오길래 아무런 생각없이 옆길을 택했다. 10-20m정도 지나면 반드시 그 길은 만나게 되어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길은 그랬다. 한참을 걸어도 145는 나타나질 않는다. 계속 하염없이 걷는다. 저 멀리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가 이상하게 146-01 이렇게 표시되어 있다. 145는 모르고 지나쳤구나 생각하고 또 한참을 걸으니 146-02...이렇게 나온다. 이정표를 보니 종주등산로가 아니고 파계집단시설지구..라 적혀있다. 쭈빗 주빗하다가 되돌아 갈 요량으로 얼마쯤 왔던길을 되돌아 가다가 다시 잔머리를 굴려 에라..파계사쪽으로 내려가자 결정한다. 그곳엔 버스도 있으니 더 좋지 아니한가. 다시 걸음을 돌려 걸으니 제법 높은 봉이 나오고... 길 흔적이 자꾸 희미해져 온다. 얼마를 걸었을까. 해가 질려고 그러는가? 너무 멀리 왔는가 보다. 길도 없어졌다. 길은 또 다른 길을 만난다는데 이 곳은 그렇지 않다. 다급하여 119에 전화하니...첨에는 사부작 사부작 내려오랜다. 그러마고 전화를 끊고...나서야 상황을 잘 판단하여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 오로지 내 몫이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자....로 결정을 내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되돌린다. 다시 119로 전화하니...가만히 있으랜다. 대원들 출동했단다. 잠시후에 동명파출소에서도 전화왔다. 119와 112가 양동작전(?)을 펼치는 순간이다. 119 대원 파계사에서 출동했단다. 어두워 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종주등산로로 가자며 핵핵거리며 가는데 저멀리 한티성지와 한티주차장 불빛이 보인다. 배낭 속에서 잔차용 후레쉬를 꺼집어 내어 불을 밝히니...제법 쓸모가 있다 어제 혹시나 싶어 잔차 후레쉬를 배낭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참 내가 대견하다.ㅋㅋㅋ 얼마를 걸었을까... 144가 나타난다... 에라 이왕에 143번까지 가보자는 하며 마지막 헬기장이 143번이다. 헬기장에서 보니 저멀리 칠곡지구 불빛이 멋지다. 야경이 이렇게 황홀한 것임을 새삼 느낀다. 처음 길 잃은 지점에 와서 상황판단을 하여 보니 옆으로 에둘러 가는 길은 봉오리를 지나는 길과 만나지 않고 또 다른 길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맹추같으니...이정표 하나 없이.... 119에 전화해서 대원들 원대복귀하시라 하고 혼자 갈 수 있다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미궁속에 헤매인 것 같은 생각이 느닷없이 머리속을 스친다. 오래 전에 읽은 이윤기의 "그리이스 로마신화" 중에서 머리 속에 또렷이 각인된 이 아리아드네 실타래맨키...... 디지는 줄 알았네...쓰바
여기까지 오니 대충 살았다는...
마지막 번호 150!!!!!!여기가지 오니 100% 살았다는...ㅎㅎ 감사를 드린다.
뒤돌아 본다. 왔던 길.......................
오늘의 종주의 날머리 한티휴게소! 따신 커피가 간절하다. 휴게소에 들어가 커피 하나 시켜놓고 차량 물으니 차 없단다. 택시 부를 수 있나 물으니 택시 안 온댄다. 주차장엔 서 너대 자가용이 있고....휴게소 안에 남여 커플이 두 쌍있다. 이 사람들 차 임에 틀림없다. 미루어 짐작컨데 마캉 다 남의 냄편 남의 마누라 훔쳐와 가지고 추운날 이곳에 왔을게다. 스캔들 맹글라꼬....망할...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 백퍼센트 똑 같은 양상이다. 친구늠을 불러..말어... 주차장을 지나 어두운 도로변에 거지처럼 오들오들 떨며 간혹 지나가는 차에 대고 무턱대고 손을 드니 2대는 쓰다달다 없이 지나치는데...살몃 불안해진다. 허나....세상은 이래서 살만하다 하는 모양이다. 세 번째 승용차가 사르르 맵시있게 내 옆에 선다. 고급승용차. 고맙게도 칠곡까지 타고왔다. 동향인 예천이 고향이신 그 분 복 받을껴..........
걱정해 준 지인들 드드드 쪽글과 전화가 온다. 그기다가 파출소에서 까지 전화가 온다.무탈하게 하산했냐며... 아...씨바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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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나브로 원문보기 글쓴이: 시나브로
첫댓글 고생하셨구먼요.. 허나 건강에는 좋을끼구먼..
김샘은 120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구낭 젊음이 넘치흘러냉 ㅎㅎㅎ
대단하이 마음은 뻔한데 아마우린 힘들껬구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