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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10일(금) / 제 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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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희방
-한옥의 문간방 구조. 시트가 반쯤 흘러내린
침대 위엔 파자마가 뒹굴고, 방과 어울려 보이지 않는
사무용 책상 한쪽엔 노트북이 열려있고,
그 옆쪽엔 항공예약용 단말기가 보이고.
마이크 달린 헤드셋 끼고 단말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영희, 굵은 뿔테안경이 인상적이다.
영희 (어눌하고 느린어투) 그럼 15일 12시30분
서울출발, 13시30분 제주도착 216편으로
두분 예약해드렸습니다. 예약번호는
7878900입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동시에 벽시계 보고)
-4시 59분 56초를 넘어가는 벽시계.
영희 3. 2. 1. 땡! (천진한 미소로 두팔 올리며)
해방이다! (마감버튼 누르고 헤드셋 벗어
휙 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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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희집 마당
-ㄷ자형 한옥구조, 기지개 펴며 방에서 나오는 영희.
마당 수돗가에서 쌀씻는 영희모.
영희모 퇴근헌겨? 좋은 시상이여. 출퇴근두
안허는디 꼬박꼬박 월급주구.
영희 (툇마루에 앉아 사과 베어 물며) 하루
여섯시간 줄창 앉아 예약 받는건 쉬운줄
알어? 경순이 같음 버얼써 때려 쳤다, 뭐.
(주위 둘러보며) 근데...얜 또 어디 갔나?
영희모 (혀를 차는) 말버릇! 얘가 뭐여, 얘가.
올케헌티! 역마살이 무서운겨. 이번엔
콤퓨터랴. 무료루 배워준다구 식전버텀
들떠 설치드레니께.
-이때, 대문에서 들어서는 경순, 임산부다.
손부채를 하며 상기된 얼굴로 대문밖을 돌아본다.
경순 (호들갑) 기막혀, 돌겠어. 내가 이쁜건 물론
알지만, 그래두 그렇지. 이배가 안보이나?
(이해해) 하긴, 내 눈빛에 한번 꽂힌 시선,
거 거두기 힘들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영희모 이번엔 또 뭐여? 누가 연애 걸은겨?
경순 (힉 놀라는) 눈치는 빠르셔. (내친김에)
버스에서 내리는데 어떤 총각이
쫓아오잖아요. 수작을 거는거지, 뭐.
뭐래는지 아세요?
영희 (여전히 사과 먹으며 시큰둥하게) 도를
아십니까?
경순 (화들짝) 어머, 어머. (기막힌) 그 남자가,
너한테...(하다가 영희모 눈치보곤) 아니,
아가씨한테두 찝쩍댔어요? (나름대로
진지한)
영희 불쌍한 울오빠, 하구 많은 내친구중에
하필이면 박경순 이었을까?
경순 (엥?) 야, 강영희! 싫단 사람 뒷다리 잡은게
누군데!
영희 (말 돌리듯) 호박쌈 쪄 먹을까, 오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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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포츠 댄스 학원
-퉁퉁한 아줌마 한명과 파트너가 되어 탱고를 추고 있는 상현.
상현 (애써 느끼한 목소리로) 평소에, 물 많이
드십니까?
파트너 왜요?
상현 이렇게 땡기구 난후 갈증엔 육각수가
최고죠. 혹시 역삼투압 방식이라구 들어
보셨나요?
파트너 (의미심장하게 씩 웃는) 프로가 되려면
프로를 알아봐야지, 선수끼리.
상현 (의아한) 예?
파트너 나두 해봐서 아는데, 정수기 한 대 파는거,
거 쉽지 않지.
상현 ?....
파트너 (대단한 정보라는 듯) 것보담은 보험이 나.
세상천지 둘러봐두 죄 위험뿐이거든.
말난김에 암보험 하나 안 들을라우?
굵직한걸루다.
상현 (또 꽝이다....아후, 짜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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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현회사 사무실
-지치고 피곤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들어오는 상현.
소란스러운 사무실 풍경.
남자1 (상현 발견하고) 저, 쩌기 오는구마이.
-직원들 모두 상현에게 시선주고,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상현.
남자1, 상현 코앞에 물담긴 페트병 들이밀고.
페트병안 물속에 둥둥 떠있는 바퀴 한 마리.
남자1 바퀴덜이 뒤집어져 배영을 하고 있더랑게.
워디서? 자네가 판 정수기 안서!
(분기충천) 책음져야 쓰겄네. 울 마누라
얼굴 좀 보드라고!
-상현, 멍해서 돌려보면 구안와사 환자처럼 입이 돌아가 있는 여자1.
남자1 바퀴를 발견한 순간! 기냥 돌아가
버린것이여!
상현 (황당하지만, 나름대론 이론적인 어투로)
손님! 그게 저...정수기안서 생명체가
발생할 리가 없구..저, 손님 집에 살던
바퀴가 어떤...경로인지 모르겠지만,
정수기안으로 침입한게 아닌가 하는..뭐
그런 소견입니다만(하는데)
남자1 (눈 부릅뜨고 와락 상현 멱살잡고)
뭣이여?! 그랑게 시방 그 책음이 우리헌티
있다 고것이여? 미안허단 말도 안코
발뺌버텀 허는 이 싸가지 좀 보소 잉. 확,
기냥! (주먹질 하려들면)
봉부장 (남자1 손 휙 잡고) 저는! 책임자
봉달호입니다. 모든 책임! 저의 몫입니다!
사모님 병원비는 물론이고! 새제품으로의
교환까지!
남자1 (못이기는척) 병원비꺼정 바라지도 않고!
맴넓은 나가 참을랑게. 정수기는 기냥
청소해서 쓸텡게, 남은 할부금이나 면제 해
주소.
상현 (화들짝) 건!! 고, 곤란합니다, 사장님....
남자1 (쌍심지) 뭣이여? 나가 일을 크게 안칠라고
맴을 썼더니 안통하는구마이. (오바하는)
인터넷에 올려 이회사 확 매장을
시켜불랑게!
봉부장 아, 알겠습니다, 사장님. 원하는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상현 (미치겠다) 저, 첫달꺼밖에
안내셨는데.....총, 36개월 할분데...
남자1 (씩 웃는) 맴 푹 놓드라고. 첫달치는
돌려달라 안할것잉게. 나가 이래뵈도
뱃포는 큰 인물이여. (봉부장에게) 그럼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며! (여자1보고)
앞장서랑게.
-자기들끼리 만족한 듯 눈 찡긋하고 나가는 남자1과 여자1.
씩씩거리며 원망스러운 듯 그 뒷모습을 흘겨보는 상현.
그런 상현을 휙 쏘아보는 봉부장.
봉부장 내 영업방침대로! 송대리 월급에서 깝니다.
물론 나도 맘이 아파요! 하지만! 새끼
라이온을 벼랑에서 밀어 떨어 뜨리는
라이온킹의 심정! 그 맥락으로 이해해주면
고맙겠소. (사무실 돌아보며) 다들
정신무장실로 집합!
-직원들, 짜증난 듯 동시에 휙 상현 흘기고.
썰렁한 분위기를 느끼고, 고개만 푹 숙이는 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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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블랙화면
-천천히 타이핑 되어 쓰여지는 아래 문구.
[이론1 ; 연분을 만들어라! -작은 인연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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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희방
-경순, 임산부용 고무줄 치마입고 영희침대에 누워 잡지를 보고있고,
영희, 예약업무중이다.
영희 예? 호텔예약이요? (난감한) 잠시만
기다리세요. (매뉴얼책을 찾느라 책상을
뒤져대다가, 애써 발을 뻗어 경순의
엉덩이를 툭툭 친다.)
경순 (귀찮아) 왜 또오?
영희 (조용히 하라는 듯 마이크 가리키면)
경순 (소리줄여서) 뭐 줘?
-영희, 침대맡의 매뉴얼책 가리키면 경순, 영희에게 건네준다.
영희 (급하게 컨닝해가며 예약하는) 예에.
20일부터 2박3일 고려호텔로 예약해
드렸습니다. (하는데)
경순 (잡지보며 혼잣말인 듯) 즐거운
여행되세요.
영희 (경순 흘기며) 즐거운 여행되세요.
(마감버튼 누르고 헤드셋벗는)
경순 골프장개 3년이면 홀인원 날린다구, 나두
왠만한 예약은 다한다구.
영희 왠일이야, 하루종일 집엘 다있구?
경순 이거 한권이면 하루는 보장받잖어. (책장
넘기다 슬쩍 영희 눈치보며 크게 읽는)
특집이네. 특집! 노처녀! 이 계절엔 나두
시집간다! 작은 인연도 절대 놓치지 마라.
(영희보며) 이거야, 이거!
영희 (또 시작이네)...
경순 내가 왜 결혼했냐? 강영희 너! 그냥 친구루
끝나면 되는데, 눈을 크게 떠보니까....니
뒤루...(회상하듯 눈 지긋이 감고) 늘 나만
바라보는 니오빠가 보이는거야. 사랑은
그렇게 시나브로 오는거라구.
영희 (화제 돌리려) 너 치마 편해 보인다.
나주라.
경순 (김새서) 분위기 깨구 있어.
영희 볶아대지 좀 마. 소설 뜨면 독립할게.
경순 (심각한) 안...뜨면? 조회횟수두 얼마
없담서...
영희 얹혀 살아야지, 어째. (배시시 웃으며
나가고)
경순 (잔머리 굴리는 표정) 낙지같은 기집애.
어딜 처녀귀신으루 붙어살라구. (휙
문쪽보며) 내가 아직두 니 친구루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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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화센터
-인터넷 교육장. 경순을 포함한 대부분 아줌마들,
컴퓨터앞에 코를 박고, 독수리 타법으로 톡톡 열심히 찍고 있다.
강사 인터넷에 대한 개요는 대강 설명됐구요.
그럼 이제 실전에 임해볼까요?추억을
자극하는 싸이트하나를 알려 드리죠.
이주소를 쳐보세요. 초등학교 동창생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가 압니까?
첫사랑의 그애를 만나게 될지...
-경순의 컴퓨터 C.U되면 [iloveschool]정도의
초등학교 동창생 찾는 싸이트 홈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경순의 진지한 표정위로,
강사 그럼 회원가입을 한번 해보세요.
-경순, 이름난에 [박경순]이라고 치다가, 아,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backspace를 눌러 지우곤 [강영희]라고 친다.
경순 나같이 갸륵한 올케있음 나와보라 그래.
(뿌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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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헬스클럽
-열심히 러닝머신에서 뛰며 옆의 건장한 남자1을 흘끔대는 상현.
남자1, 다 뛴 듯 내려서면 후다닥 따라 내리는 상현.
상현 (남자1에게 슬쩍 접근) 평소에 물 많이
드십니까?
남자1 (뭐야? 보면)...
상현 한바탕 뛰고난후엔 육각수가 최고죠. 혹시
역삼투압방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남자1 (신경이 거슬린..하지만 애써 참는)...
상현 (눈치못채고 강의하듯) 말하자면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은 아니라는 거죠.평소에
선생님께서 드신물은! (하는데)
남자1 (바락 상현멱살 잡아쥐고 말더듬는) 그,
그래! 내 지, 진급에서 물 묷읏다, 우짤래
새꺄! 내, 내가 무, 물 묵은기하고, 니하고
무, 무신 상관이고, 으이! (눈 부라리는)
상현 (목잡힌채 쾍쾍거리며 쫄아서) 시,
실례했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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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현사무실
-책상위에 붙어 있는 표어 [영업의 시작은 인간관계에서부터!]보이고.
전화하고 있는 상현, 진지하고 안타까운 표정.
상현 (수화기 대고) 그래, 남편이랑 상의해
봤어? 이번 제품은 내가 보장한다니까.
육각수, 쉽게 만들 수 있는거 아니거든.
(힘빠지는) 그래... 그럼 너, 혹시 혜란이나
은경이 전화번호....아냐?...그래, 그럼 꼭
좀 알아봐줄 수 있니? 그래, 고맙다. (끊고
맥빠진채 수화기 빤히 보는. 후! 한숨)
-절망과 각오가 적당히 섞인 표정으로 컴퓨터 검색하는 상현.
그옆에 따라 붙어서 함께 심각한 후배.
후배 회비 안내는 동호회 같은거 골라봐요.
상현 죽기아님 까무러치기야! 댄스, 헬스, 바둑,
스킨스쿠버, 낚시, 독서클럽,
동창회...(하다가 뭔가 발견한 듯 흥분해서)
떴다! 뉴페이스! 강! 영! 희!
후배 아는 사람이예요?
상현 (급하다) 알긴 뭘 알어? 무조건 아는척
하는거지. (키보드 쳐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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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희방
-영희, 노트북 C.U. 쓰여지는 문구들...
[그녀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비디오가게로 향한다.
질끈 묶은 포니테일, 투박한 안경, 긴치마에 스웨터.
흥얼거리는 샹송. 그녀는 오늘도 로맨스를 꿈꾼다.]
영희, 콧노래로 샹송멜로디를 흥얼거리는데...
방문 휙 열리며 호들갑스럽게 들어서는 경순.
영희 나 바뻐. 너랑 놀 시간 없다구.
경순 (흘기는) 기집애. 비켜봐. (노트북 뺐고)
영희 (화들짝) 안돼!
경순 걱정마. 저장해둘게. (저장버튼 누르며)
로맨스를 꿈꾼다? 좋아하시네. 맨날 꿈만
꾸다 날새겠다. (인터넷 싸이트 찾아내고
자랑스러운 듯) 봐!
영희 (의아한 표정으로 보면)..
-회원가입된 영희에게 와 있는 메일.
[내가 기억하는 아이가 너 강영희가 맞다면 꼭 한번 보고 싶다! 상현]
영희 (눈 동그레져서) 이번엔 또 무슨짓을
한거야, 너?
경순 (신났다)노처녀가 놓치면 안되는거 너
아니? 예전엔 친구결혼식 피로연이었지만,
이젠 이거야! 초등학교 동창생!
영희 (솔깃하는)
경순 게다가! 송상현! 우리 초등학교때 반장!
바이얼린 잘 켜구, 글짓기 잘하구, 농구두
잘하던! 게다가! 자상하기까지 한!
(회상하는) 내 꿈이 뭐였는 줄 아니? 바루
영부인이었어, 왜? 송상현 꿈이
대통령이었거든.(가슴치는) 헉! 1년전으루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나, 니 올케?
어림없다, 너!
영희 (살짝 흘기면)
경순 배 아파서 어쩌지? (하며 영희 눈치보는)
영희 (곰곰 생각하다가) 싫어. 그런 애가....뭐
여적 혼자겠니?
경순 모름지기 킹카는 외로운거야. 사방 안길
품이 너무 많아서, 어느품에 안길까,
고민하다 끝난다구. 이럴 때 휙 나꿔채면!
그게 임자야.
영희 (정말 그럴까?) 걔가....나 기억이나 할까?
경순 (답답해 스크린 가리키며) 한다잖어! 기억!
영희 (망설이는)....
경순 (이때다 싶어 고무줄 치마 가리키며) 이거
줄게. 지금 당장 벗어줄까?
영희 (난감한).....
-밤...천정을 바라보고 누워 있는 영희의 모습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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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학교교정 (회상)
-수돗가, 어린영희(12세)와 어린경순(12세) 세수를 하고 있다.
경순, 장난끼가 발동해서 흐르는 물을 손에 담아 영희에게 뿌린다.
어린경순 강영희! 대포물살이다!
어린영희 박경순! 너! 에이! (따라서 물을 뿌리는데)
-경순, 고개 푹 숙여 피하면,
가방메고 농구공 드리볼하며 걸어오던
남자아이1 (어린상현)이 물세례를 맞는다.
어린상현 (얼굴 닦으며 어른스러운)안그래두
더웠는데 고맙다. (가고)
-영희와 경순,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는데 되돌아오는 상현.
어린상현 (영희에게 책한권 건네는) 너 추리소설
좋아한댔지? (씩 웃곤 씩씩하게 드리볼하며
걸어가는)
-황홀한 듯 그 뒷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경순.
건네 받은 책을 멍하니 바라보는 영희.
책 C.U하면 괴도루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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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영희방 (현실 ; 밤)
-낡은 괴도루팡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있는 영희, 추억에 잠긴 듯.
-영희, 책상을 뒤져 뭔가를 찾는 듯.
이어 맨 아래 서랍에서 낡은 졸업앨범을 꺼내는 영희.
앨범표지에 xx국민학교 라고 써있다.
기대감에 천천히 앨범을 넘기는 영희,
추억어린 미소로 검지손가락으로 짚어보면,
자신과 경순의 사진 보이고...
조심스럽게 옆페이지로 넘어가면
어린상현의 사진도 보인다.
왠지 가슴 화! 해지는 표정의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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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상현회사 회의실
-회의하듯 빙 둘러 앉은 직원들과 봉부장.
봉부장 (둘러보며) 혹시 내 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모두 (또시작이네 하는 표정)
봉부장 내 인생의 황금기때! 즉 여러분만
할때입니다! (손꼽으며 웅변하듯)
조기축구회 나가서 한 대! 출근길
택시운전사한테 한 대! 점심때 국밥집에다
한대! 소화제사러 약국갔다 한 대! 동창회
나가서 세대! 마지막! 3차간 룸살롱
마담한테 한대! 총 여덟대를 하루에
팔았습니다! 저기저 졸구있는
송상현대리가!
-후배가 툭치면 화들짝 눈뜨는 상현.
봉부장 (못마땅한 듯 한번 보고 계속하는)
일년걸려도 못 팔 여덟대를 하루에 팔았다
이거지요! 전 여러분을 존중합니다.
못팔았다구 눈치주구 그런일 전혀
없습니다. 단지 여러분을 위대한 영업인의
길로 안내할 뿐입니다. 제 영업이론을
믿으세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놓치지
말것! 이상!
-상현, 엉겹결에 박수하면 눈치보며 따라 치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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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카페앞
-혼자 걸어오고 있는 상현.
상현 (연습하듯) 오랜만이다. 내가 생각했던
바루 너구나. (목청가다듬고) 평소에 물
많이 먹니? 혹시 역삼투압 방식이라고
들어본적 있니? (진지한) 물이라구 다 물이
아니거든.
-혼자 중얼거리고 걷는 상현을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흘끔보며
같은 도로를 걷는 영희.
나란히 카페로 들어가는 영희와 상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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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카페안
-동시에 카운터로 다가오는 상현과 영희.
카운터 (영희와 상현 번갈아 보면)
상현,영희 (동시에) 사람을 찾는데...(하다가 서로 휙
마주보는)
상현 (먼저) 혹시, 영희,...강영희?
영희 (얼굴 붉어지며 고개 끄덕이는)
상현 (반가운척) 진짜구나! 야, 오랜만이다!
하나두 안변했다 너. 내가 생각했던 옛모습
그대루야. (놀랍다는 듯)
영희 ...(시선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른채 상기된
표정)
-테이블에 놓이는 찻잔.
상현 결혼.....했지?
영희 (강한 부정) 아,
아냐....(머쓱해지곤)...너는...했지?
상현 (머리 긁적이는) 나두, 아직.
영희 (아!.....기대에 찬) 좀 늦었구나, 너두.
상현 (끄덕이며 물컵 만지작 거리다가) 평소에,
(헛기침) 물 많이 먹니?
영희 (뜬금없다) 아니.
상현 많이 먹어야 되는데...몸에
좋은데....(얼버무리는)
영희 (혼자 딴 생각하다 수줍은 듯)
혹시..그때...기억나니?
상현 (보면)
영희 우리...아동극 했었잖어. 왜,
[개구리엄마]라구....(회상하는)잃어버린
올챙이새끼들, 찾구나니까 개구리
돼있구....그래서 첨엔 못알아보구
슬퍼하다, 나중엔 서로 알게 돼서
행복해진다는...
상현 (피식 웃는) 기억나.
영희 그때, 너 나무아저씨였잖어. 바이얼린
켜면서 해설두 하는...
상현 (생각난듯) 그래. 아! 맞어! 넌 그때
개구리엄마였지?
영희 (엉? 실망스런)....아니...나 올챙이3
이였는데....
상현 (조금 당황하다) 아! 그래. 지금 보니까
그렇구나. 둘이 헤어스타일이
비슷했었잖어, 긴머리에 꽃핀꽂구...내가
헷갈렸다, 야. (휴~)
영희 .....(혼잣말인 듯) 난...커트머리였는데...
상현 (화제 돌리려는) 혹시 역삼투압 방식이라구
들어본적 있니?
영희 (멀뚱거리다) 나, 과학은 영 아니야. 잘
몰라.
상현 (어떻게 몰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물
들이키고) 혹시 물! 하면 생각나는 거 뭐
없어?
영희 (의외다. 이제야 생각났구나) 그얘기....하구
싶은거니?
상현 (기대에 찬)
영희 수돗가에서 내가 너한테 물세례한거?
상현 어? 어. (쩝! 침착할 것! 다짐하는) 너두
기억하구 있구나.
영희 그때...니가 나한테 빌려준책....생각나니?
못 돌려 줬는데...
상현 (진땀난다) 어? 어....잠깐만, 나 화장실 좀.
(후다닥 일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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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장실 거울앞
-후적후적 세수하곤 울상으로 서서 거울을 보는 상현.
상현 으이 씨~. 왜이렇게 코드가 안맞냐,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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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원벤치 (밤)
-조금 떨어져 나란히 앉아 있는 상현과 영희. 여전히 좀 어색한.
상현, 이젠 모든걸 포기한 듯 멍청한 표정으로 하늘만 올려보고.
영희 (쑥스러운 듯) 넌, 요즘..글 안쓰니?
상현 (뜬금없다는 듯) 글? 무슨 글?
영희 (일깨워주듯) 너, 글짓기 무지 잘했잖어.
상현 (빤히 영희보는)
영희 학교 신문에두 났었잖어.
상현 (아! 오랫동안 잊고 산 기억...).....
영희 (추억에 잠긴) 난...지금두 잊을 수가
없는데...니, 글...
상현 ?....
영희 제목이....[청포도 익는 마당]이었던가?
상현 (의외다. 싫지 않은) 너....별걸 다
기억한다.
영희 그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침이슬은
또르르 구르며 내게 인사한다, 내일 아침
또 만나자고] 나한텐 꽤 충격이었어, 그
구절이...(쑥스러워 씩 웃는)
상현 (신선한 감동...이내 조금 가슴아픈) 그래,
그런때가 있었지.세상이 다 내꺼
같았던....(진지한 표정)
영희 (의아한)...
상현 살아가면서...그때의 행복, 반이라두 찾을
수 있을까? (하다가 빤히보는 영희의 시선
느끼곤) 어...옛날얘기 하니까, 재밌네. (씩
웃고)
영희 (따라 웃다가)나...그때 너한테..(수줍은)
펜레터두 썼는데, 6학년 겨울 방학때...
상현 (조금 생각하다) 어, 맞어! 그 수영복입은
산타엽서! 그치?! 너지?!
영희 ........(김새는)네잎 크로바 붙인
편지였는데...내가 직접 땄던..
상현 (당황해서) 아, 그래. 생각난다, 생각나.
그게 너였지,참! (괜히 크게 허허 웃다가
화제 돌리는) 너 소설 쓴다 그랬지?
영희 노력은 하는데....잘 안돼.
상현 별한테 빌어봐.
영희 별?
상현 (하늘 가리키며) 저 정가운데 있는거 있지?
젤 반짝이는거. 북극성인지, 북두칠성
꼬린지 뭐, 이름이 중요하냐? 어쨌든 난
인생이 꼬인다 싶으면 저 별한테 빌어.
(별보며 뭔가 비는)
-영희,갸우뚱거리며 같이 올려다 보는데 상현과 머리 맞대지고 흠짓
놀라지만 먼저 빼지는 못하고 어정쩡한 포즈가 되는데...
상현 (확 영희 쳐다보며 절실한) 저, 근데
너...냉커피는 물에 타먹지?
영희 (엉겹결에 고개 끄덕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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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영희방
-조금 풀죽어 들어서는 영희를 쪼르르 따라 들어오는 경순.
경순 세월을 이겼디? 여전히 친절해? 결혼 했대,
안했대?
영희 (뿌해서) 한가지씩 해. 내가 입이 셋이야?
경순 알았어, 첫째! 결혼은?
영희 (옷 갈아 입으며) 안했대.
경순 (신나서) 예스! (하다가) 진짜 배아파 오네.
그럼 두 번째. 뭐한대?
영희 (그제서야 생각하는)....모르겠는데.
경순 (답답한) 몰라아? 그럼, 또만나기루 했어?
영희 ....또 만나긴. (짧은 한숨) 걘, 나 기억두
못해.
경순 졸업한지 16년인데 그럴수두 있지. 이름
아는것만두 고맙지, 뭐.
영희 (그런가? 마음 조금 풀리는)
경순 너! 명심해! 작은 인연! 큰 기쁨! 이것두!
(진지한) 운명이야!
S
#19 미장원
-규모가 제법 큰 미장원.
나란히 파마세팅을 하고 앉아 있는 영희와 경순.
영희 (좀 걱정스런) 너, 진짜 파마해두 괜찮어,
임산부가?
경순 (잡지보며) 하구 싶은거 못하는게 더
태교에 안좋대. (배가리키며) 얘두, 내가
이뻐지는거 더 원할걸? 그리구! 6개월
넘으면 상관없대.
영희 6개월? (의아한) 너 6개월 안됐잖어, 아직!
경순 (힉!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씩 웃으며)
사실은 나 7개월이야, 지금.
영희 (기막혀) 뭐어? 허니문 베이비라며?
경순 너 울아부지 호랑인거 알지? 애 갖구
결혼한다면, 넌 버얼써 호적 팠어.
영희 그렇다구 너! 세상에. 우리집 2대독자를
팔삭동이 취급받게 만들어?
어쩐지, 5개월치군 너무 나온다
했지.(어이없이 경순배 보는데)
상현(소리) 혹시 평소에 물 많이 드십니까?
미용사 많이 먹죠. 여긴 공기가 워낙 탁해서 목이
아프거든요.
상현 (신났다) 물이라구 다 같은 물이 아니죠.
육각수라구! (하다가 거울속으로 옆에 앉은
놀란표정의 영희와 눈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영희쪽으로 고개 돌리며) 너,
너두...여기 다니니?
영희 (어정쩡한 미소로 고개 끄덕이고)..
상현 (괜히 멋쩍어) 머리...좀 자르려구.
경순 (옆에서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둘 빤히
바라보는)
S
#20 음식점
-실내장식이 깔끔한 순대국집.
경순, 상현 열심히 먹고 있고 영희, 못마땅한 듯 경순 흘끔 본다.
경순 (먹다가 영희보며 작은 소리로) 왜?
영희 (상현 눈치보고 얼굴 찡그리며) 하필이면
순대국이야?
경순 (배 내려다보며) 니 조카가 먹구 싶대는데
어째. 굶겨?(하는데)
상현 같이 사는거구나, 그럼. 늬둘.
경순 징하지 뭐. 소설 뜨면 독립한다는데, 내가
볼땐 얘, (슬쩍 상현 눈치보며) 시집
보내는게 더 빠르다니까.
영희 (당황하는).....
상현 그래두 글, 그거 아무나 쓰는거 아니다.
영희 (살짝 미소번지는)
경순 그래. 그건 너같은 애한테나 어울리지. 넌,
아직두 글 잘쓰니?
영희 (경순 툭치는) 일 하는데, 글 쓸 시간이
어딨겠어.
경순 (이때다!) 무슨일...하는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현 예의주시하는)
영희 (따라서 눈 반짝이며 상현 보고)
상현 (둘의 시선 받고 망설이는) 어, 그게...저
(헛기침)
경순 잘난 사람은 잘난척 해두 돼. 그래두 우리
기 안죽어. 그치? (영희보며 동의 구하면)
영희 (얼떨결에 고개 끄덕이고)
상현 그러니까,....그게 알지 모르겠는데, YB
코퍼레이션 이라구 (하는데)
경순 (의아한) YB? (하다가) 아! 생명공학
연구소?! 얼마전에 무슨 치료제
발견했다던?
상현 (반가운) 어, 그, 그 계열.....(말 얼버무리며
어색한 미소)
S
#21 커피전문점
-마주 앉은 상현과 영희, 경순.
경순과 영희의 커피안에 프림과 설탕을 넣어주는 상현.
영희, 어! 난,블랙! 하려는데 가만있으라는 듯 휙 팔 잡아끄는 경순.
경순 (상현 지긋이 보는) 자상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 같네.
영희 (그런 경순의 느끼한 눈빛을 기막힌 듯
보는)
경순 (영희시선 느끼곤 씩 웃다가 상현보고) 어!
넌 아직두 거기 사니?
상현 (보면)
경순 그 목련나무집. (회상하듯) 담 무지 높구
나무 많았던....
상현 (멍하다가) 아, 아니. 오래됐다, 이사간지.
(얼핏 스치는 씁쓸함)
경순 하긴 세월이 얼마야. 그러구 보니, (상현
얼굴 빤히보는) 많이 상했다, 너두.
상현 (당황하고)
영희 (경순 잡아 끌고)
경순 응? 어.(상현에게서 시선 거두며) 원래
머리쓰는 직업이 에너지가 많이 들잖어.
나같이 팽팽 노는애들은 피부두 따라
팽팽하거든. 어쨌든 늬들, 둘 (의도적인) 참
잘 어울린다.
상현,영희 (동시에 흘끔 눈 마주치고 서로 왠지
민망한)...
경순 (내자신이 기특한)...
S
#22 거리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영희과 경순.
경순 너 그거 모르지? (추억에 잠기는) 나
넘어졌을 때, 상현이가 내 무릎에 약
발라줬던 거.
영희 (기막혀) 그거야, 상현이가
반장이었으니까...
경순 그때 걔가 싸매준 손수건, 나 결혼하기
전까지두 갖구 있었는데.
영희 (점점...하는 표정으로 경순 보면)
경순 (씩 웃다가 부러운 듯) 강영희는 좋겠다.
인생 꽃 필 일만 남았네.
영희 (눈만 껌뻑이는)....
S
#23 영희방
-예약받고 있는 영희.
살짝 문열고 들어오는 경순의 손에 들린 색고운 원피스.
경순 (힐끔 시계보며 작은 소리로) 퇴근시간 1분
지났어.
영희 (조용히 하라는 듯 눈치주고 마이크에
대고) 예, 손님. 애기분유랑 기내에서 쓸
기저귀, 신청해 드릴게요. 출발일 기내
승무원에게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편안한
여행 되세요. (헤드셋 벗는)
경순 이거! (원피스 내미는)
영희 (의아한)
경순 내가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야.
영희 그래서?
경순 그래서는? 지금부터 시작해야지. 이리재구
저리재다간 날새구 님떠나는거야.
영희 (원피스 빤히 바라보는)
S
#24 블랙화면
-천천히 타이핑되어 씌여지는 아래 문구.
이론2 ; 관심을 보여라 -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것!
S
#25 상현회사 회의실
-회의가 끝난 분위기.
봉부장 내 강의가 실전에 있어 커다란 성과를
올리기를! 이상! 주말, 잘들 보내고!
-주섬주섬 서류 챙겨 나가는 직원들.
앞서가는 봉부장, 흡족한 듯
직원1의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 보이고.
후배 이뻐, 죽네, 죽어. 대학안나온 사람 서러워
어디 살겠나? (직원1 고개짓으로 가리키며)
이진용대리! 출신 대학에 50대 계약했대요.
으이,일주일째 한 대두 못팔았는데,
..(걱정스런) 송대리님은 보름됐죠?
상현 (긴 한숨 내리쉬는)...
E. 상현 핸드폰 소리.
상현 (목소리 가다듬고) 송상현입니다. (와락
반가운)어, 영희야!
S
#26 기차안
-어색한 듯 앉아 있는 영희, 경순이 준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 옆자리의 기대에 찬 상현의 모습위로,
봉부장(E) 우선 마음을 트세요! 적당히 바람도
쐬가면서. 좋은 장소 가서 식사 대접도 좀
하고. 아! 판촉비들 받아 뭐합니까?!
판촉비! 말 그대로 판.매. 촉.진.비!
아닙니까?!
-창문을 스쳐 지나가는 가을 기운들.
영희도 상현도 조금씩은 들떠 있다.
S
#27 강변 (청평근교 분위기 ; 황혼)
-나란히 걷는 영희와 상현의 모습위로,
경순(E) 황혼녘엔 무조건 밖으루 나가. 왜냐!
황혼빛이 여잘 젤 이뻐 보이게 만든다잖어.
자연의 조명빨! 거 무시 못하거든.
-의도적으로 황혼빛을 얼굴에 받으려는 영희.
그런 영희의 얼굴 빤히 보는 상현, 다가오고.
영희, 긴장하는데...
상현 (영희 얼굴에서 뭔가 떼어 내며) 봄두
아닌데 뭐가 날리네.
영희 (끙!)....
S
#28 찻집
-가을 분위기 나는 목조 건물.
벽쪽을 빙 둘러가며 낙서용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영희와 상현앞에 놓여지는 찻잔.
상현 (헛기침)물이 좋아야, 차가 깊은 맛이
나는데...
종업원 (가다말고 돌아서서 자랑스런) 저희는,
300미터 지하 천연암반수만 씁니다.
상현 (한대 쥐어박고 싶은 표정이나 꾹 참는)
아, 네.
영희 (분위기에 취해 있다) 좋다, 여기. (하며
옆의 낙서들 훑어보는)
상현 (그런 영희보며) 우리두...써 볼까?
영희 (눈 동그레지며 기대에 찬)...
상현 (씩웃고 볼펜 꺼내는)
-상현이 써내려가는 낙서.
[청포도나무와 아침이슬, 우리가 만났다!]
서로 마주 보고 싱그럽게 웃는 두사람.
S
#29 기차안 (밤)
-곤히 잠든 상현, 자꾸 창가의 영희쪽으로 몸 기운다.
처음엔 창쪽으로 바짝 붙으며 피해가던 영희, 빤히 상현 바라본다.
심호흡 한번 하곤 상현의 머리, 살짝 자신의 어깨에 눕힌다.
상현, 편한 듯 자리잡는다.
영희, 잠든 상현 흘끔흘끔 본다. 싫지 않다. 희망에 찬 미소까지...
S
#30 @@역 앞 (밤)
-비가 내리는 거리풍경.
잠깬 듯 눈을 비벼대는 상현과, 영희 나란히 걸어 밖으로 나온다.
영희, 난감한 표정.
영희 소나기...같은데.
상현 (씩 웃으며 가방에서 낡은 접이 우산 꺼내
피고) 누군가 절실히 원할때! 원하는걸
해주는게 내 기쁨이야. (터프한척) 가자,
정류장에! (확 우산 펴면 살이 부러져
너덜거리는)
영희 (민망한)...
상현 그래두 아직, 쓸만하잖어. (배시시 웃고)
영희 (그런 상현에게 정이 가고)
-한우산 안에 나란히 들어가 걸어가는 상현과 영희의 뒷모습.
S
#31 버스정류장
-한우산쓰고 걸어오는 상현과 영희.
영희 됐어, 이젠 가. 건너편에서 탄다며?
상현 (미적미적) 너 먼저 보내구.
영희 (싫지 않은) 어! 저기 버스 오네. 자 우산!
상현 무슨 소리. 난 괜찮아. 가지구 가!
영희 넌?
상현 (하하 오바해서 웃고) 내몸은 지금 물을
필요로 하거든. 좀 맞아두돼
영희 (가슴 벅찬)
-버스서고, 영희 탄다.
상현, 비맞은채 미소짓고 손흔든다.
S
#32 버스안
-왠지 설레이고 상기된 표정의 영희,
정이가는 물건인 듯 상현의 우산을 빤히 내려다본다.
괜히 씩 웃음이 나고...
S
#33 영희집 마당 (밤)
-비 그친 마당.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서는 영희,
문열어주는 엄마를 그대로 뒤에서 껴안는다.
영희모 (싫지 않은) 왜 이러는겨, 징그럽게.
영희 엄마가 좋으니까. (하는데)
경순 (후다닥 나오며 호들갑) 어디까지야?
어디까지 진전됐냐구?
영희 (배시시) 니 상상에 맡겨.
경순 (엥?) 너, 매니저 우습게 알다 망한 사람,
많다.
영희모 (지나가는 말인 듯) 에미생일날엔 한번
볼수 있는겨?
영희 (경순 보면)
경순 그래, 뭐 비밀이냐? 내가 말했다, 왜?
영희 (그런 경순 가볍게 흘기고 장난스런)
아직은, 나두 잘 몰러.
영희모 좋긴 좋은가부네. 콧소리를 다 내구.
영희 엄만! (하다가 경순보며) 나, 커피 한잔만
주라. (계속 엄마 껴안고 대청 올라서는)
경순 (뿌해서) 임산부 올케 잘두 부려먹어라.
(하다가 우산보며) 어디서 쓰레기같은
우산은! (들고 버리려는데)
영희 (휙 돌아서서 소리치듯) 버리지마!
영희모,경순(동시에 의아한)
영희 (이내 무안해져서) ....빌려....온거야.
-경순, 우산을 올려다보며 고개 갸우뚱거리는...
S
#34 영희방
-책상에 앉아 노트북 열어놓은채 괜히 배시시 웃는 영희.
커피들고 들어오는 경순.
경순 (어이없는) 입을 귀에 걸었네. 자, 커피.
영희 (정신차린 듯) 어? 어. (마시려다가 얼굴
찡그리는) 프림...넣었어?
경순 잔말말구 마셔. 사랑은 닮아가는거래.
취향두 같아얄거 아냐 (당겨 앉으며)
그래서, 맘은 좀 열었냐, 서루?
S
#35 블랙화면
-천천히 타이핑되어 씌여지는 아래 문구.
이론3 ; 마음을 열어라 - 내 아픔을 슬쩍 보여줄 것!
S
#36 아파트 단지내
-[차별화된 물! 청정 정수기]라고 씌여진
소형차에서 내리는 상현과후배,
정수기부품들을 양손에 들고 걸어간다.
후배 (열받았다) 우리가 영업사원이지,
설치맨이예요? 드러워서.
상현 (애써 참는)
후배 이진용! 지가 50대 팔았으면 다야?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구! 에이!
상현 궁시렁대지마. 난 더 속 쓰리다.
후배 지난번 그 동창생은 실패했어요, 또?
상현 (한숨).....
후배 말이나 해보지. 한 대 사달라구! 지금 폼
잡을 때예요?
상현 넌 잘돼가냐, 니 어머니 계원들?
후배 엄마가 말두 끄내지 말래요. 아들 잘나가는
회사 다닌다구 그랬는데, 쪽 팔린다나?
S
#37 엘리베이터안
-정수기 부품들 들고 맥빠진 듯 서있는 상현과 후배.
후배 (충고하듯) 고기를 잡을라면 미끼를
던져야잖아요. 판촉용 선물하나해요. 그
동창생한테.
상현 (글쎄...하다가) 애인두 아니구....선물은
무슨..(하다가 땡기는 듯) 선물? (진지한)
E. 엘리베이터 도착하는 소리.
S
#38 @@ 아파트 거실
-정수기 설치가 갓 끝난 듯 상현과 후배 돌아서고.
여자2, 흡족한 듯 바라보고.
상현 됐습니다. (과장된) 탁월한 선택의 결과를
곧 맛보실 겁니다.역삼투압방식 육각수
물맛 한번 보시겠습니까? (컵에 물 콸콸
따르고)
-여자2, 교양있는 미소로 상현이 따라주는 컵 받아 벌컥 마시다,
악! 비명지르고,
영문을 모르고 그저 멍하게 서로 바라보는 상현과 후배.
S
#39 상현 사무실
-분기충천한 봉부장앞에서 고양이앞이 쥐처럼 서있는 상현과 후배.
봉부장 정신들 있는겁니까!!! 없는겁니까!!!
정수기생활 5년에! 아직두 온수,냉수 바꿔
설치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팔지를 못하면
설치라두 제대루 할줄 알아야지! 아이구
분통터져! 입천정부터 목구멍까지
죄디었다니까 송대리가 책임지세요! (휙
돌아앉는)
상현 (눈만 쾡해 긴 한숨 내쉬는)....
S
#40 회사 옥상
-착잡한 듯 거리를 내려다 보는 상현, 핸드폰을 꺼낸다.
뭔가 망설이다 결심한 듯 번호 누른다.
상현 (핸드폰 대고) 영희니? 나 상현인데...
S
#41 골목어귀
-착잡한 표정으로 서있는 상현앞에 달려와 우뚝 서는 영희.
영희 (숨을 헐떡이며 환한 표정이다가 상현보곤
흠짓) 무슨...일 있니?
상현 (씁쓸한) 답답해서....그냥...누군가랑
얘기하구 싶은데...니가 젤 먼저
떠오르더라.
영희 (가슴벅차)....
상현 우리 노래하러 갈래?
영희 엉?
S
#42 노래방
-온갖 폼을 다 잡고 노래를 부르는 상현,
상한 마음을 애써 숨기려 오바하는 분위기.
[사랑하는 영자씨]가사를 바꿔 [사랑하는 영희씨]로 바꿔부르고.
영희, 몸 둘 바를 모르고...
S
#43 골목어귀 (밤)
-걸어가는 영희와 상현의 뒷모습.
상현, 조금은 쳐져있고,
영희 그런 상현 흘끔흘끔 보며 왠지 걱정스런 표정이다.
상현 (멈추고) 고마웠다, 오늘.
영희 고맙긴....근데..(하는데)
상현 (보면)
영희 (고개젓고) 아,아냐. 이젠 그만 가.
상현 그래. 들어가.
영희 (돌아서 걸어가고)
상현 영희야!
영희 (살짝 돌아 보면)...
상현 너, 물 많이 먹어. 왜냐면....건강에 좋거든.
영희 (씨익 웃는)...(환희에 차 걸어가는)
상현 (그 뒷모습 보며 혼잣말로) 그래
뭐...역삼투압방식이 꼭 좋은것만은 아니지.
S
#44 카페
-영희앞에 쓰윽 내밀어지는 선물.
의아한 영희, 빤히 상현보면...
상현 풀어봐.
-영희, 꾸러미 풀면 안경집 나오고 열면 무테안경이 들어있다.
상현 니눈...그 맑은 눈..(쑥스러운) 두꺼운
뿔테안에 가두는거 좀 안쓰럽드라. 돗수는
니가 넣어라. 한번 껴볼래?
영희 (형용하기 힘들게 벅찬 표정으로 천천히
쓰고 상현보면)
상현 이쁘다 야. (활짝 웃는)
영희 사실은....
상현 (보면)
영희 (주섬주섬 가방에서 선물 꺼내 상현쪽으로)
맘이 통했나부다, 우리. 너두 풀어봐.
-상현, 풀어보면 남자용 3단 접이우산.
상현 (피식 웃는) 어떻게 알았냐? 내가 어렸을
때 젤 갖구 싶었던게...살 부러지지 않은
새우산 이었는데...
영희 (활짝 웃고)....
상현 우리....거기 한번 가볼까?
S
#45 초등학교 교정 (황혼에서 밤까지)
-추억에 어린 표정으로 들어서는 두사람.
건물하나하나 감회어린 듯 바라보고...
수돗가옆, 커다란 나무하나, 그리고 벤치.
-시간경과. 밤...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는 영희와 상현.
영희 참 좋다, 그치?
상현 (고개 끄덕이는) 추억이 있으니까.
영희 넌....왜 아직 결혼 안했어?
상현 (씁쓸한) 그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영희 (고개 끄덕이는) 그게...뭔지 말해 줄 수
있니?
상현 (픽 웃고) 넌...왜 안했냐?
영희 (씁쓸한) 우리 아부지가 돌아가시기전에
사윗감 시계를 사놓으셨어. 엄만 항상 그거
때문이래. 너무 앞서갔다구...
-E. 불꽃터지는 소리.
동시에 하늘 쳐다보는 상현과 영희.
어디선가 아이들이 터뜨린 불꽃이 환하게 터지고.
상현 (재빨리) 사라지기전에 빨리 빌자. 넌
시집가구, 난...(하늘보며 진지하게
비는듯한)
영희 (얼떨결에 따라 눈감고 뭔가 빌고)....
-밤. 수돗가에서 수돗물을 틀어보는 영희.
옆에서서 주위를 둘러보다 그런 영희를 빤히 보는 상현.
영희, 장난스런 표정으로 손에 물을 담아 상현에게 뿌리고, 상현 피
하다가 같이 뿌리며 깔깔거리고 웃는 두사람.
동시에 웃음 멈추고....잠시 침묵...
서로 묘한 감정이 되는....서로 느끼하게 바라보다가 상현, 영희에게
다가가려는데, 두사람을 향해 비춰지는 후레쉬 불빛
수위(소리) 거, 누구냐? 집에 안가구!!
-영희 손을 휙 잡아 끌고 뛰기 시작하는 상현.
얼떨결에 따라 뛰는 영희.
S
#46 골목어귀 (밤)
-나란히 걸어와 멈춰서는 영희와 상현.
상현 (멈춰서고) 선물....고맙다.
영희 어,나두. (마음 들킬까봐 고개 휙
숙이고)....갈게. (돌아서 가고)
상현 영희아!
영희 (돌아보면)
상현 이번 토요일날...시간있니?
영희 (가슴 벅찬....천천히 고개 끄덕이는)
상현 전화할게.
S
#47 블랙화면
-천천히 타이핑되어 씌여지는 아래 문구.
이론4 ; 작전개시- 주사위는 던져졌다!
블랙화면이 사라지고 위 이론이
그대로 화이트 보드위에 나타난다.
S
#48 상현회사 회의실
-화이트 보드에 위의 문구가 씌여 있고
그 앞에 등을 보이고 서있는 봉부장,
유성매직펜뚜껑을 닫으며 비장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봉부장 말 귀에 안들어 오는 듯
괜히 혼자서 비실비실 웃으며
영업용 다이얼리에 낙서를 하고 있는 상현.
다이얼리 C.U되면 [토요일...토요일...토요일...]써있고...
그런 상현과 낙서를 번갈아 보며 생뚱맞은 표정짓는 후배.
봉부장 나는 절벽앞에 서있다! 정수기 판매아니면
죽음이라는 생각! 그런 각오면! 적어도
하루에 한 대는 팝니다! 명심하십시오!
주사위는! 이미 굴렀고, 결과도 어쩜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하다가 상현에게
시선주면)
상현 (여전히 꿈에 젖은 표정으로 실실 웃는...)
봉부장 (한심한 듯 상현보며) 송상현 대감!
모두 (상현에게 시선집중)
상현 (못듣고)
후배 (상현 툭 치고)
상현 (그제서야 봉부장 보면)
봉부장 (혼잣말인 듯) 판매를 못하면 진지하기라도
해야지...(하다가 카리스마를 지키려는 듯
애써 참고) 비록 이달들어 반품만 세건을
올린 송상현대리나! 반품은 없지만 한 대도
못판 정창수씨도! 죽음같은 열정만
갖는다면! 영업작전에 반드시 성공한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이상!
-주눅들어 고개 못드는 상현과 후배.
S
#49 영희집 대청
-영희, 물끄러미 하늘, 올려다 본다.
높고 파란 하늘...
괜히 씩 웃음 나오는 영희...
경순(소리) 낼 알지?
영희 (고개 돌려) 뭘?
경순 (깐 고구마 건내주며) 혜란이랑 지원이,
만나기루 했잖어.
영희 (곤란한) 나...약속 있는데..
경순 (의아한) 무슨 약속? (하다가) 송상현?!
영희 (수줍게 고개 끄덕이는)
경순 걸 빵구 낼순 없지...(곰곰 생각하다가) 아!
같이 나옴 되잖어. 어차피 혜란이나
지원이두 다 상현이 알텐데....야! 걔들이
얼마나 놀라겠냐? 모르긴 해두, 뒷통수
맞은 기분일걸? (고구마 입에 문채 기대에
차 눈 반짝이는)
영희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S
#50 호텔 커피숖
-사방이 탁 트인 장소.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 영희, 경순, 친구1(혜란). 2.
경순 늬들 기절할걸? 얘 애인보면?
영희 (경순 잡아 끌며) 애인은 무슨? 누구냐면!
(하는데)
경순 (영희 입막고) 시시해지게 왜 이래?
친구2 북치구 장구치구 즤들끼리 난리부르스네.
누군데? 장동건쯤 돼?
영희 무슨!....사실은 동창이야, (쑥스러운)
우리학교.
친구1 (엥?) 동창? 아이구, 말두 마라, 동창.
지긋지긋하다.
영희 (의아한)
친구1 학교때 잘나가던 애들이 왜 전부 영업사원
되있는지 몰라. 이거 사라, 저거 사달라.
보험 들어라, 적금 들어라. 아이고 피곤해.
지난번엔 멀쩡한 정수기까지 바꾸라구
생떼를 쓰는데....(고개 절레절레).
경순 (김샌) 왜 하필 동창들한테 앵겨 붙어?
친구2 만만한게 동창아니냐. 그런애들 진짜 싫어.
영희 속사정이 있겠지. 오죽하면 그랬겠니?
경순 속사정 좋아하네. 맨땅에 헤딩할 자신
없으니까, 아는사람 뒷다리 잡는거지.
인간관계 이용해 먹는거라구! (하는데)
-입구쪽에서 영희 찾는 듯 실내를 둘러보며 들어서는 상현.
영희 (그런 상현 발견하곤 활짝 미소짓고 손
올리려는데)
친구1 (입구쪽보며) 어머! 쟨 또 여기 왜 왔대?
(둘러보며) 쟤야,쟤, 나한테 정수기
못팔아서 안달 난 애. 송상현이든가,
쟤이름이?
영희,경순 (순간 멍해지고)
-입구쪽에서 영희보고 웃으며 걸어오던 상현,
친구1 보고 흠짓 놀라
그대로 굳은 듯 서버리고...
친구1 (어정쩡한 미소로) 사, 상현아...(표정
그대로인채 친구들만 들리게 작은 소리로
빠르게) 늬들, 다 정수기 있다 그래.
알았지? (하는데)
-후다닥 일어나 뛰쳐 나가는 영희.
미동도 없이 그대로 서있는 상현.
경순 여, 영희야! (일어나 영희 따라가며 상현
경멸의 눈으로 훑어보는)
-참담한 상현.
의아한 듯 수군거리는 친구들...
S
#51 한강변
-소주를 병째 들이키는 상현, 참담하다.뒹구는 소주병들...
S
#52 영희방
-문 삐끔 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희보는 경순.
영희, 침대밑 방 한구석에 무릎을 세운채 쭈그리고 앉아,
양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미동도 없다.
잠시 그런 영희보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 경순...
S
#53 상현 회사 복도
-웅성웅성 모여 서있는 사람들.
벽에 붙은 진급 대상자 명단. 과장대상자중 이진용 명단 보이고...
상현, 고개 들이밀며 보곤 역시! 고개 푹 숙이는...
후배 (열받아서) 이진용대리! 나랑 입사 같은 거
알아요? 물론 선배보단 3년이나
느린데....으휴! 진짜 드럽네, 이거!
상현 (심란한)....
S
#54 상현회사 회의실
-봉부장을 상석으로 둘러 앉은 사원들.
상현, 숙취에 괴로운 표정이다. 부시시한 모습...
봉부장 (그런 상현 흘끔 보며 못마땅한) 자고로
영업사원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비족인줄 알아야 됩니다! 때빼구! 광내구!
빤짝빤짝 자신을 갈구 닦아야 한다구요!
(상현보며 혼잣말인 듯) 꼬라지하구는...
직원들 (모두 봉부장 시선따라 상현보는)
상현 (얼굴 못들고)
봉부장 게다가! 실적없는 세일즈맨! CPU없는
컴퓨터와 다를거 없습니다! 뇌가 없단
얘기지, 뇌가! (다시한번 상현보고)
상현 (표정 확 굳는)
후배 (걱정스러운 듯 상현보고)
봉부장 한마디로 살아갈 가치가 없는거죠.
후배들은 점점 커서 앞서가는데 맨날
고자리! 나같으면 그길루 한강물에 뛰어
들어두 시원찮겠어요! 아주 뻔뻔스럽단
말이야, 보면. (하는데)
상현 (바락 일어서서) 그래요! 난 뇌두 없구
벨두 없구! 후배들 잘나가는거 침만 흘리며
부러워하구! 게다가 뻔뻔스럽기까지
합니다!! 영업 이론! 수십번씩 하루에
되새기면서! 이번엔 또 어떤 인간한테
접근할까?! 고민해가면서! 그렇게 치졸하게
살았다구요! 부인안합니다! 그래, 나
못났어요! 하지만 부장님 이론! 그거 절대
완벽하지 못하다는거! 그건 확신합니다!
왠줄 아십니까? 완벽하게 당했거든요!!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부끄러움! 그거 아십니까?! 당해보셨어요!
당신이론이 날 철저히 비참하게 끌어
내렸다구요!! 그만 두죠! 제가 그만 두면
될거 아닙니까!! 뇌 꽉찬 직원들 데리구,
훌륭한 지도자가 되시길 빕니다! (의자
박차고 성큼 나가버리는)
후배 (그저 놀라 멍한)
봉부장 (상현 뒷모습 노려 보며) 돼지 목에 진주!.
이론두 머리를 써가며 써먹어야지. (직원들
돌아보며) 부화뇌동 하지 말 것! 이상!
S
#55 상현 회사 건물 앞
-입구에 서서 멍하니 비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는 상현.
상현, 가방에서 영희가 준
우산을 꺼내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어 우산을 펼친다.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상현의 쓸쓸한 뒷모습.
S
#56 영희집 대청
-넋 나간듯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영희, 비가 내린다.
S
#57 영희방
-헤드셋 끼고 멍하니 앉아 있는 영희.
전화기(E) 여보세요? 여보세요? 한국항공 예약과
아닌가요?
영희 (그제서야 흠짓) 아, 네. (기운없는)
말씀하세요.
-시간경과. 안경을 벗고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는 모습위로,
상현(E) 니눈...그 맑은 눈..두꺼운 뿔테안에
가두는거 좀 안쓰럽드라.
영희 한번두...내눈이 맑다구
생각해본적....없었어. (하는데)
E. 울리는 전화벨. 영희, 빤히 바라보기만 하고...
-한숨쉬며 들어서는 경순.
경순 변명은 들어봐야 할거 아냐. 나갔다 와.
S
#58 놀이터 벤치
-힘없이 걸어오는 영희의 시선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상현의 뒷모습
보이고... 영희, 순간 울컥 맘이 아픈...
하지만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는 두사람, 말이 없다.
상현 나한테 실망..많이 했지?
영희 (애써 참는)왜...처음부터 말 안했니?
차라리...처음부터 알았으면..(말못잇는)
상현 (고개 못들고) 미안하다. 내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영희 (울컥) 진심? 니 진심이 뭐야? 그게 뭔데?
그거 아는게 왜이렇게 어려운거니? 난.
상현 ...이해해 달라는거 아냐. 이런 내모습,
내자신두 싫증나니까. 하지만! 적어두
너한텐 오해받기 싫다.
영희 오해? 오해라구? (애써 울음 참는 표정)
차라리 좀 더 솔직해져! 그래! 난
정수기를 팔아야 했구! 그래서 너한테
접근했다! 의외루 쉽게 열리더라! 이젠
슬슬 얘길 꺼내야겠는데 일이 터졌다!
어쩌겠니?! 날 좀 도와줄수 없겠니!
(하는데)
상현 (버럭) 그건 아냐! 아닌거! 너두
알잖아!...그래! 처음엔 정수기가
목적이었어. 난 그생각밖엔 없었다. 어떻게
얠 설득해서 한댈 팔아보나...(착잡해져
잠시 말 못잇고)
영희 (참담해서 눈 감아버리고)
상현 (그런 영희 안타깝게 보며) 처음에
그랬던건....정말 미안하다. 그치만, 지금은
아냐!
영희 아니겠지! 이젠 구차하게 날 설득할 필요두
없구! 괜히 맘 여는척 연기할 필요두
없으니까! 그럼! 이젠 내 결정만 남은거니?!
그래! 그거 한 대 사주지. 얼마니, 그거?!
얼마면 사! 얼마냐구!
상현 (참담하다)...
영희 (울부짖는) 그게 그렇게 중요했니?! 날
속이구! 니 자신까지 속일만큼?! 추억까지
팔아버릴 만큼?! (하는데)
상현 (참다참다 폭발하는) 그래! 추억?! 나
그런거 잊은지 오래야. 내가 시를 쓰구,
연극을 하구, 바이올린을 켜구,
그랬었다는거! 잊은지 오래라구. 아니! 이를
악물구 애써 잊구 살았다! 왜?! 안그럼
현실속에 내가 더 비참해지니까!
살아있다는게 고통이었으니까! 더덕 더덕
집안 구석구석 붙어있던 빨간 딱지! 내
기억속엔 바이얼린 소리보다 그 빨간
딱지가 더 선명해! 그 빨간 딱지 앞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눈물이! (울컥하는)....더
가슴에 남는다구! 이런 나한테 그 잘난
추억이 무슨 소용이야, 무슨 소용이냐구!
영희 (그저 멍해서 보면)
상현 (비참하지만 애써 이성 찾는) 미안하다,
그리구 어쨌든 고마웠다. 그래두 날
진심으루
이해해준건...너뿐이었으니까.(저벅저벅
걸어 가버리고)
영희 (뒷모습보며 소리없는 눈물 계속 흘리는)...
S
#59 영희집 마당
-넋나간 표정으로 터벅터벅 들어오는
영희를 걱정스럽게 붙잡는 경순.
경순 이모들 다 오셨어. 얼굴 좀 펴. 내가 다
미치겠어 야.
S
#60 영희집 안방
-영희모, 생일상 차려져 있고
이모들과 친척들 앉아있는 왁자지껄한 분위기.
문열리고 애써 밝은 표정 지으며 들어서는 영희.
친척1 아이구! 불효녀 왔냐?!
친척2 즤에비랑 더 닮아가네. 빨리 자리 찾아
가야지. 에미 속썩이지 말구.
영희모 왜들 그랴? 효녀라 이 에미랑 더 오래오래
있구 싶다는디.
친척1 진짜루 애인은 없는겨? (하는데)
영희 (괜히 울컥 하고)...
영희모 (친척들 흘기며) 괜히 애는 울리구
그란데...
-영희, 벌떡 일어나 뛰쳐 나가는...
친척1 (무안해져서) 우리가 뭘, 워쨌다구
저러는겨?
S
#61 영희방 (밤)
-침대에 엎드린 영희,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다.
왁자지껄 노래 부르는 잔치분위기의 소음들...
E. 전화벨소리.
친척(소리) (술취한) 누구? 그려유, 강영희는 내
조칸디유. 댁은 누구슈. 누구? 송상현이?!
-벌떡 일어나는 영희.
S
#62 포장마차 앞(밤)
-헐떡이며 달려오는 영희, 맘아픈 듯 보면...
전봇대에 기대 오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현.
영희, 다가가 등 두드려주면, 그대로 영희를 감아 안는 상현.
상현 (만취해 혀풀린채)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그거 물어봤었지, 너? 그래, 얘기해줄게.
늬들이 말하던 그 목련나무집! (또 울컥)
...담 높구 나무 많은 그집! 나 꼭 다시
사고 말거다. 그래서! (눈물 글썽한) 우리
아버지 영전에! 꼭 바치구 말거야.
꼭그럴거야. 영희야....두고봐. 꼭 지켜봐.
(음음, 픽 쓰러지는)
영희 (안타까운) 상현아, 상현아. (흔들어 대는)
S
#63 여관방
-상현을 부축해 들어서는 영희.
들어서자마자 픽 엎어지는 상현에게 이불을 덮어주곤 빤히 바라본다.
-새벽. 괴로운 듯 눈뜨는 상현, 앉아서 자고 있는
영희를 안쓰러운 듯 바라보다 자신이 덮던 이불을 살포시 얹어 준다.
-아침. 화들짝 눈뜨는 영희,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걱정스런...
S
#64 영희집 마당 (아침)
-힘없이 들어서는 영희.
대청에 쪼르르 앉아 영희모 눈치만 보는 이모들...
마당에 서서 조마조마한 표정의 경순.
영희보고 그대로 긴 한숨 쉬며 방쪽으로 가버리는 영희모.
S
#65 영희방
-영희를 따라 들어오는 경순.
경순 (차갑다) 너 왜이래? 너 왜이렇게 막나가?
영희 뭘...
경순 또 뭐라 그러디? 어떤 감언이설루 또
속이디? 널 사랑했다디?
영희 (바락) 그만해! 니가 뭘알어? 뭘아냐구?
아무두 돌 못 던져! 알어! ....(자제하듯)
미안하다, 좀 나가 줄래?
경순 (한숨 내리쉬며 영희 빤히 보는)
S
#66 강변 (청평분위기)
-터벅터벅 걸으며 강쪽을 바라보는 영희.
S
#67 찻집 (씬28과 같은)
-천천히 들어와 자리에 앉는 영희.
고개 돌리면 그전에 상현이 했던 낙서가 보인다.
검지로 그 낙서를 천천히 따라가는 영희, 가슴이 에린다.
S
#68 초등학교 교정 (밤)
-천천히 걸어 오는 영희, 상현과 함께 걷던 곳곳을 돌아본다.
허탈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뭔가 발견한 듯...
벤치옆 나무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상현의 모습.
이내 가슴벅찬 듯 울컥하는 표정의 영희.
하늘을 보며 연기를 날리고 있는 상현의 모습위로,
영희(소리) 북극성인지, 북두칠성 꼬리인지 참 밝네요,
저별.
상현 (놀라 고개 돌리면)
영희 (밝은 목소리로) 혹시 괜찮다면..정수기 한
대 지금도 살수 있나요?
-상현, 천천히 활짝 웃으며 서있고, 영희 달려가 안기는...
S
#69 강변 벤치 (낮)
-조금 떨어져서 밝은 미소짓고 마주보는 영희와 상현.
-상현, 벤치위에 태엽감은
장난감 강아지 올려놓으면 쫄쫄쫄쫄 영희쪽으로 가는 강아지.
영희, 재미있다는 듯 다가온 강아지 올려보곤 엉? 의아한 표정.
보면, 강아지 목에 걸린 하트목걸이.
상현 (쑥스러운 듯) 사실 한달전에 주려구
샀던건데....주인두 못만나구 끝날뻔
했었어. 대신....나 그거 갖구 싶은데...
영희 (보면)
상현 시계...너희 아버지가 사두셨다는.
영희 (가슴벅찬)
-서로 천천히 일어나 달려가 안기는 상현과 영희.
S
#70 산책길
-나란히 걸어오는 상현과 영희의 모습에서,
영희(N) 올케의 결혼작전이론은 옳았다. 난 사랑을
얻었다!!
상현(N) 봉부장의 정수기판매작전이론은 훌륭했다.
드디어 난 정수기를 한 대 팔았다.
거기다...난 사랑까지 얻었다!
-환한 미소 교환하는 두사람.
상현(N) 이젠 우리인생에 더 이상 지루한 안단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