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멀리는 백운산
산의 자유여! 나 자신의 즐거운 소유여! 미지의 쓸쓸한 봉우리를 정처 없이 헤매며
순백의 눈 위를 밟고 하늘을 향해 오르는 행복이여! 신의 장엄하고 수려한 세계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경건하고 감미로운 기쁨을 이보다 더 가슴 뿌듯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
--- 에밀 자벨(1847~1883),「어느 등산가의 회상」
▶ 산행일시 : 2010년 1월 23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대장 대간거사, 벽산, 배대인, 드류, 김전무+2, 더산, 이문세,
감악산, 숙이, 용이,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10분(휴식, 점심시간 모두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5.4㎞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41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0 -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瑞谷里), 용수골 유원지, 산행시작
09 : 51 - △792.6m봉
11 : 10 ~ 12 : 00 - 오두봉(烏頭峰, △966.1m), 점심식사
13 : 04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백운산 휴양림 가는 길
13 : 16 - 백운산(白雲山, △1,087.1m)
13 : 49 - 안부, 군부대
14 : 23 - 소백운산(980m)
15 : 08 - 보름가리봉(882m)
16 : 23 - 큰 바위
16 : 40 -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金垈里) 대도사(大道士)마을, 구암사, 산행종료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우암사는 구암사의 오기입니다)
▶ 오두봉(烏頭峰, △966.1m)
모처럼 형 노릇한 대한(大寒) 추위의 여파려니.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대기는 매우 차다.
백운천 용수골 유원지 입구에 왔다. 동구 앞 장승으로 버티고 있는 소나무(원주시 보호수다)
가 보기 좋다. 수령 150년, 수고 13m. 비록 곧지 않아도 수피(樹皮)에 쌓인 세세연륜은 저절로
외경심을 일게 한다.
오두봉 가는 능선은 실경으로나 지형도로 긴 호흡하게 하는 크레센도적이다. 백운천 건너
서 벌목한 안부를 향한다. 오를 고지가 빤한지라 산개하여 향한다. 마을 외곽으로 돌아 꽁꽁
언 논을 가로질러 사면에 붙는다. 산등성이가 멀리서 보기에는 납작해도 가서 당하면 제법
가파르다. 가시덤불과 두릅나무가 매운 맛을 더한다.
후리사 뒷산인 369.1m봉 자락에 붙었다 내린 안부부터 등로는 분지울에서 오는 소로와
합세하여 훤하다. 능선이고 사면이고 눈은 없다. 엊그제 내린 비로 다 녹았나보다. 그렇지만
등로의 빙판이 낙엽에 가려 미끈한 헛걸음질이 잦다. 찬 공기 소화하기 얼추 익숙해지고,
산등성이 넘을 때마다 껴입은 옷 한 꺼풀씩 벗는다.
30분 걸려 △500m봉을 넘는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여러 지능선 모아
등로는 더욱 탄탄하다. 왼쪽 지능선 타고 산림문화관에서 오는 등로는 717.6m봉을 올랐
다가 바로 위 758.3m봉에서 대용소동으로 빠진다. 직진하여 오두봉 가는 능선은 ‘미개설
등로’라고 이정표에 한마디 하고서.
슬슬 간다. 걸음 빨리 하면 살에는 칼바람 인다. 봉봉을 잠깐 내렸다가 길게 오르며 점차
고도를 높인다. △792.6m봉의 삼각점은 원주 308, 98.5 재설.
치악산 남대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연릉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는 눈꽃이 만발
하였다. 멀리서도 눈부신 것이 볼만하다. 여기는 어떠한가? 눈꽃이 피었으되 다 떨어졌다.
그 낙화가 눈 내린 것처럼 사방 바닥에 깔렸다.
854.3m봉 내리다가 메아리 님이 가져온 복분자주 서성이며 분음하는데 막회로 안주한
과메기가 주효(酒肴) 순서 바뀌게끔 일미다. 먼저 먹어 오래 입맛 다신다. 복분자주다. 아무튼
주력 보충하여 937m봉을 단숨에 넘고 상고대 비늘 꽃잎 밟아 오두봉을 오른다. 삼각점은
예의 판독한 결과, 427 원주, 75 재설. 오두봉은 너른 헬기장이다. 가장자리에 마타리가 홀로
소복단장 하였다.
3. 용소골 입구 보호수인 소나무(수령 150년)
4. 치악산 비로봉
5. 치악산 남대봉 연릉
6. 오두봉 오르는 중
7. 마타리, 오두봉에서
8. 십자봉
▶ 백운산(白雲山, △1,087.1m)
오두재 지나 966m봉, 남진하여 십자봉, 뒷산, 동진하여 삼봉산, 희미한 천등산 짚는다.
하산시각을 고려하여 오두봉 헬기장에서 때 이른 점심밥 먹는다. 식탐 부려 김치찌개와
라면을 선점할 때는 아무 소란을 느끼지 못했는데 만복하여 대간거사 대장님 버너 끄자
이구동성 천지가 조용하다.
이 오두봉을 흔히 조두봉으로 잘못 적는다. 烏(까마귀 오)자가 鳥(새 조)자와 비슷해서일
게다. 백운산 가는 도중의 이정표에도 조두봉과 오두봉이라는 표기가 번갈아 나온다. 더산 님
과 벽산님은 오두봉 아래 사면에서 더덕 캔다고 바위보다 더 단단하게 언 땅에다 헛힘 옴팡
쓰고 물러난다. 산행 후 더덕 주 마실 낙이 없으니 발걸음이 한층 팍팍하다.
백운산 주능선은 봉우리마다 오르내리는 굴곡이 무척 심하다. 오두봉 내려 941m봉 오르기가
되다. 동진하여 910m봉. 전면의 우뚝한 백운산을 보고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 이가 있을까.
등로에만 눈이 녹지 않았다. 등산객들의 발길로 눈이 다져지기도 했겠지만 바람이 눈을 마루
금으로 쓸어놓아서다.
저 앞 공제선은 백운산의 아랫자락일 뿐이다. 고개 푹 숙이고 다 오른 듯한 봉우리는
아직 1,014m봉이다. 백운산휴양림 가는 ┤자 갈림길 안부로 내려서 차분히 숨 고르고
나서 한 피치 급경사를 엄동에 땀나게 올라야한다.
백운산 정상. 사방 나무숲으로 가려 조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 제천시와 원주시에서 각각
표준규격의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삼각점은 임정 308, 1989 재설.
우리나라 산 치고 흰 구름에 싸이지 않는 적이 있을까마는 ‘백운산’이란 이름의 산은 박성태
씨의 신산경표에 따르면 남한에만 25개다.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의 자연지명 검색에
의하면 41개이나 이는 같은 산을 인접한 행정단위마다 자기네 산이라고 주장하여 중복한
결과다(동 홈페이지 관리가 부실하여 정확한 개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당연히 스크롤바를
두든가 페이지를 달리하든가 해야 하는데 9개 산까지만 표시되고 요지부동이다).
오늘 오른 백운산은 높이로 따져 제4위의 고봉이다. 제1위는 두위지맥에 있는 정선군
고한읍의 백운산으로 1,426.2m, 제2위는 백두대간에 있는 장수군 반암면의 백운산으로
1,278.6m, 제3위는 호남정맥에 있는 광양시 다압면의 백운산으로 1,217.8m이다.
9. 삼봉산 쪽 조망
10. 마타리
11. 멀리는 구학산, 그 너머는 박달재
12. 백운산 자락
▶ 대도사 구암사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인절미와 감 드시기를 강청하여 겨우 없앤다. 날 궂은 때 백운산
내리려면 주의해야한다. 제천시 운학천으로 빠지는 능선과 등로가 워낙 잘 발달하여서다.
도계 또한 완만하다. 어느 해 늦여름 날에는 동자꽃이 흔전하였다. 오른쪽 사면은 울창한
잣나무 숲이다. 덜 미끄러운 눈 무더기를 골라 밟으며 줄달음한다. 안부. 군부대 앞이다.
군부대 오른쪽 철조망 바깥으로 길게 돈다. 양지바른 땅은 겉만 약간 녹아 질척하여 백운
산 산주름과 운학천 골골을 내려다보며 걷다가는 넉장거리하기 딱 알맞다. 922m봉 넘어서
는 아예 등로 벗어나(등로가 더 미끄럽다) 신나게 내리쏟다가 간벌한 사면을 한참 오른다.
986m봉. 소백운산이라고도 한다.
어쩐지 발걸음이 휑하더니만 기존의 등로를 다듬어 넓히고 봉우리마다 우회하는 길을 새로
이 만들었다. 아주 임도를 냈다. 머플러만한 산행표지기를 내려서 보니 MTB(산악자전거)길
이란다. 우리가 굳이 그 길 따라 산봉우리 우회하는 것은 소로 산길 더는 만들지 말자는 뜻.
MTB길은 851m봉에서 오른쪽 운학리 독가촌으로 간다. 뚝 떨어졌다가 고도 70m를 가파
르게 오르면 ‘보름가리봉’이라고도 하는 882m봉이다. ┤자 능선 분기봉이다. 직진은 강원도
와 충청북도의 도계이자 벼락바위봉 가는 길이다. 우리는 왼쪽으로 간다. 아까 소백운산 내
리면서 보기에 노송이 우거진 암봉이어서 양손 쥐었다 펴며 다가간다.
등로 주변에 걸린 산행표지기 수로는 주등로보다 더 많다. 대장님은 기대 미흡한 인적 뚜
렷한 등로여서 적잖이 실망하고, 맨 앞장선 더산 님은 오갈 데 없는 험로라고 기성 내지르
며 겁주었으나 괜한 엄살이다. 홀더 충분한 짧은 암릉이다.
암반에 올라서면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인다. 아무리 눈비비고 다시 보아도 치악산 연릉의
그 화려하던 눈꽃은 다 지고 말았다. 다행이다. 이제 그만 쳐다보아도 되므로. 대도사까지
봉우리 5개를 넘어야한다. 리지와 암릉 닮은 봉우리들이다. ┤자 능선 분기하는 851m봉 내
리는 길은 조심스럽다. 왼쪽의 펑퍼짐한 사면으로 사정없이 내려야한다. 곧 통통하게 살 붙
은 능선으로 이어지고 656m봉이 나타난다. 직등은 만용이다.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안부
에 배낭 벗어놓고 들린다.
급전직하한다. 낙엽 밑은 틀림없는 빙판이다. 수시로 미끄러지고 트래버스 할 때에는 엎어
지고, 다만 낮은 자세하여 다치지 않게 자빠진다. 마지막 암봉. 이름 있음직한 거대한 바위를
왼쪽 사면으로 돌아내린다. 능선 끄트머리에서 왼쪽 사면으로 빠지고 지계곡 건너 절집 삼성
각이다. 대도사이겠지 하고 간판 확인하는데 구암사다. ‘대도사’라는 절이 개명하였는가.
지도 다시 보니 대도사는 마을 이름이다.
대웅전 앞마당 가장자리 눈밭에는 고욤나무에서 떨어진 고욤이 널어놓은 듯 점점이 까맣다.
무학도사(戊學道士) 집 지나 다리 건너고 김기사님 부른다.
13. 치악산 비로봉
14. 치악산 비로봉
15. 소백운산
16. 치악산 남대봉
17. 멀리는 치악산 비로봉
첫댓글 님들이 있습니다.
오두봉, 백운산, 보름가리봉,....능선위에 아름다운 님들이 있습니다.
꽁꽁언 논 가로지르는, 마타리가 소복단장한 길 지나가는, 식탐부려 김치찌개와 라면 선점하려 소란피우는 님들
그 님들의 산행모습에서 행복을 느끼는 누군가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오지산행 카페에 오랫동안 머무르다 갑니다.
홍운님, 고맙습니다. 오지팀 역사상 가장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이었습니다. 선배님들의 오지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날 같이 간 친구 용이님은 좀 빡시게 탔지만, 다음부터도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드류님, 제 아내가 그러는데 감여사로 올리지 말고 "숙이"로 올려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