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상 동시집 『숲에 가면』을 중심으로 본 불교동시 연구 - 남진원

[남진원]

 

불교 동시 연구

- 김종상 동시집 『숲에 가면』을 중심으로 본 불교동시 연구-

남진원

1.서론

동시는 아동문학의 주요한 한 갈래이다. 윤삼현은 『아동문학 창작론』에서 아동문학의 대상을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아동문학(Children’s Literature)은 아동이나 동심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동심 세계와 동심의 가치를 일깨우고자 창작한 모든 작품을 말한다고 했다. 이러한 아동문학은 동시, 동화, 동극 등으로 나눈다. 여기서는 동시의 영역 중에서 동시에 국한하고, 김종상 동시집 중에서 ‘불교 동시’에 대한 양상을 고찰해 보기로 하였다.

김종상은 193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하였다. 지금까지 줄곧 아동문학을 하고 있다. 금년으로 문단 57년이고 동시집 『숲에 가면』(섬아이)을 낸 것이 2008년이다. 그러니까 이 동시집 출간은 문단에 등단한지 48년, 거의 반백년이나 된 기간이다. 종교는 불교이고 한국불교아동문학회에서 신현득, 곽영석 등과 원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동시집은 심후한 연륜이 쌓인 동시집이기에 김종상의 중요한 불교사상을 알 수 있다는 데에서 이 동시집을 택스트로 하였다.

먼저 동시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동시에 대한 논문을 쓸 때에는 수없이 쓰고 지우고 하던 동시라는 작품, 그 ‘동시’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동시란 무엇인가?’ 이 말은 ‘나는 무엇인가?’ 라는 선(禪)의 화두 같은 생각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간단히 생각해 보면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시이면서도 어른에게도 읽히는 시일 것이다. 그 특성은 무엇일까? 동심이 담겨야 할 것이다. 또한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적 요소가 필수적이다. 또한 모든 문학 작품이 갖는 특징처럼 감동을 수반해야 할 것이다.

박화목의 저서 『신아동문학론』에서 이원수가 말하는 동시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든다.

아동이 알 수 있는 말을 쓰는 것. 시의 표현기교의 소박성. 시가 내포하고 있는 사상의, 아동에게 이해될 수 있는 범위, 한계 고려 등이다.

엄기원은 『아동문학이론과 창작』에서 동시를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동시는 우선 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시로서의 면모와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는 시와 똑같은 위치에 놓이는 문학 작품인데, 일반시와 달리 어린이를 위한 시라고 하겠다. 동시는 어른이 읽는 일반시와 같으면서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즉 어린이들의 생활모습, 어린이들의 심리, 어린이들의 관심거리, 어린이의 수준에 맞는 어휘와 표현이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동심(童心)’이라 표현하고 싶다. 결국 동시는 ‘동심의 시’라고 하겠다. 이것을 조금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동시는 시인(어른)이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어린이를 위하여 쓴 시다.’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위 두 사람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동시는 시이면서 동심이 담긴 시이다. 그리고 표현 면이나 내용면에서 모두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작품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본고에서 고찰하고자 하는 ‘불교 동시’의 개념은 무엇일까?

‘불교 동시’는 불교의 특성이 내포된 동시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불교는 석가모니를 교조로 하여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이다. 5세기경 인도에서 출생한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고 진리를 폈다.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는 제자들이 이어 받아 오늘날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하였다.

우리의 경우는 중국에서 받아들여 고구려, 백제, 신라로 전파되고 일본으로 전해졌다. 원효, 의상, 자장, 혜초 등 많은 대덕 고승들이 나와 불교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려시대에는 불교를 국교로 하여 크게 융성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국교로 하였지만 불교는 민중 속으로 들어와 널리 퍼졌다. 요즘도 한국 불교는 여러 가지 종파로 나뉘어져 많은 불자들이 불법을 이어 받아 전파를 계속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먼저, 김종상의 불교동시를 규명하기 위해 불교의 핵심사상을 알아보고 김종상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불교적 특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텍스트는 김종상 시인의 작품 집 중에서 동시집 『숲에 가면』을 텍스트로 하였다. 이 동시집 중에서 불교적 특성이 나타난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불교적 특징의 양상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 가를 살펴보는데 목적을 두었다.

김종상 불교 동시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불교의 핵심사상, 상징물, 불교의 주요 용어, 사성체, 팔정도와 12연기설, 그리고 주요 경전인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김종상 동시의 불교적 특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2.본론

[1]불교의 사상

(1)불교의 핵심사상은 무엇인가?

첫째가 중도(中道이다. 극단을 피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는 불교의 실천적 윤리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도사상을 실천하는 방법이 팔정도이다.

두 번째가 평등사상이다. 이것은 앞의 중도사상과도 통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음으로써 권위와 차별을 없애는 평등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석가는 계급이나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수행에 의해서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인간의 고통을 통찰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모든 사람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피력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평등사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세 번째가 인간주의 즉, 자비사상이다. 계급을 내세우지 않는 평등주의는 자연히 누구나 사랑받고 누구나 인정받을 수 있는 인격권을 내포하고 있다. 최고의 휴머니즘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간주의 정신은 초국가적이고 전세계적으로 불교가 확산되어가는 증거이기도하다.

네 번째, 겸손함의 자세이다. 누구 앞에서도 하심(下心)하는 구도자의 자세는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된다. 석가모니는 자신을 신격화하지 않았다. 또한 부라만의 경전이 귀족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데 비해 불교의 경전은 대중적인 프라크리트어로 쓰여진 것을 봐도 이해가 간다. 절대자를 따르는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깨달아가는 자력 종교이기에 불교는 종교가 갖는 믿음의 속성을 배제한 비종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종교이기도하다. 불교가 없어도 늘 부처는 있고 부처가 없다고 해도 이미 만상에 부처가 스스로 우뚝 존재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가 자비의 큰 사랑이다.

보살행의 지극한 실천은 자비를 바탕으로 한 큰 사랑이다. 보살행은 깨달음에 이르려고 하는, 자기와 타인을 복되게 하려는 남을 이롭게 하는 원만한 행동을 말한다.

여섯 번째는 ‘공(空)’ 사상이다.

‘공(空)’은 비어있음이다. 가득히 비어있음의 상태, 그것은 참다운 공(空)이며 깨달음이다. 불교에는 이 ‘참다운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사성체(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 12연기설 등이 있다.

(2)불교의 상징물들

먼저 불교의 상징물인 연꽃, 보리수, 만(卍) 등에 대해 알아본다.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도 물에 젖지 않고 꽃과 열매를 맺으니 청정 불심을 표상한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보리수는 깨달음을 상징한다.

불교의 표시 만(卍)은 BC 6세기 경 불교 표식으로 스마스티카(Svastica)라 하며 길상(吉祥)의 표식이다. 이 표식은 부처님의 덕과 밝음을 상징하게 되었다. 만(卍)은 ㄱ과 ㄴ의 결합된 글자로 볼 수 있고 돌개바람을 형상화한다. 즉 바람의 상징인 것이다. 바람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오직 다른 대상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의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갖가지 형상이나 이미지로 드러나듯이 말이다. 따라서 드러나지 않는 공의 모습이 바람이고 ‘만(卍)’이다. 이것을 불교적인 용어로 말하면 색즉시공(色卽是空)이고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색(色)은 온갖 사물과 생명체를 뜻한다. 온갖 사물과 생명체는 빛과 소리로 시각과 청각으로 전달하지만 그 실체는 막연한 상태이다. 그것은 공(空)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그것은 또 가득 찬 상태이다. 그것들은 모두 끝내는 공(空)하게 되는 것이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라고 할 때엔 보살은 모든 세상의 소리를 보는 보살이다. 소리를 어떻게 보는가? 그것이 오묘한 세상이다. 오묘한 세상의 소리를 보는 분이 관세음이다. 빛과 소리의 파동을 듣는 것이다. 그렇게 돌개바람처럼 돌아가는 세상이 만(卍)상이다.

(3)불교의 중요 용어

불교의 주요 용어인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고(苦), 무명(無明) 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은 모든 행위는 무상하다는 것이다. 즉 일정한 형태가 없이 변화하고 있기에 결국은 그 근본이 없는 무(無)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과 사물들 간의 연(緣)에 따라 생멸이 반복한다는 것이다. 즉 변화하기에 무상(無常)한 것이다.

제법무아(諸法無我)는 일체 모든 현상은 ‘나’라고 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보고 있으면 절대 진리의 실체는 없는 것이다. 인연을 따라 이루고 멸하기에 진정한 자아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일체고(一切苦)는 모든 것이 고통의 늪이거나 고통의 바다라는 것이다. 일체가 무상하기에 허상을 믿었다가는 그것이 거짓이었음을 알고는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아니면 그 거짓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윤회의 흐름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어리석게 살기 때문에 고통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무명(無明)은 모든 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깨달음의 그 자체는 무명으로 덮여있기에 무명을 없애면 자연히 깨달음의 모습이 드러난다. 희로애락애오욕의 칠정도 모두 무명의 한 부분들이다. 즐거움도 고통도 없어 모든 것이 멸한 상태는 무명이 없는 자리, 진여(眞如)한 깨달음의 자리이다.

(4)사성체(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

사성체(四聖諦)는 고(苦), 집(集), 멸(滅), 도(道)를 말한다.

고(苦)는 괴로움이다. 모든 삶에 따라다니는 것이 괴로움이다. 태어나고 늙어가고 병들고 죽는 모든 것이 괴로움이다. 어디 이뿐 만이랴, 원한 맺힌 사람과의 관계로 괴롭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때문에 괴롭고 돈이 없어 괴롭고, 권력이 없어 괴롭고 등등 수없는 인생의 괴로움이 있다.

집(集)은 인간의 번뇌는 욕망에서 싹이 트는데 그 욕망이 움트고 모이는 곳이다. 인간의 번뇌가 생기는 원인은 마음 중에 좋지 않은 마음을 든다. 그것은 탐욕 · 성내는 ‘진에(瞋恚)’ · 어리석음인 ‘우치(愚癡)’이다. 이를 세가지 독 삼독(三毒)이라 한다.

멸(滅)은 앞의 세 가지 집인 탐욕, 성내는 마음, 어리석음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하여 해탈로 나아가는 것이다. 해탈이란 보통 죽음을 말하지만 불교에서는 삶의 번뇌를 끊어낸 상태인 열반(涅槃), 니르바나(Nirvana)를 말한다. 그러니까, 공(空) 또는 멸(滅)의 상태이다.

도(道)는 해탈하기 위해 여덟 가지의 바른 길을 걸을 때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여덟 가지 바른 길을 팔정도(八正道)라고 한다.

팔정도(八正道)는 올바른 견해인 정견(正見), 올바른 사유인 정사(正思), 올바른 말인 정어(正語), 올바른 행동인 정업(正業), 올바른 직업인 정명(正命) 올바른 노력인 정정진(正精進), 올바른 기억인 정념(正念), 올바른 자기 몰입인 정입(正立)이 있다. 올바른 견해인 정견(正見)과 올바른 사유인 정사(正思)는 가장 지혜로운 마음 상태인 ‘혜(慧)’이다. 올바른 말인 정어(正語), 올바른 행동인 정업(正業), 올바른 직업인 정명(正命)을 계(戒)라고 한다. 올바른 노력인 정정진(正精進), 올바른 기억인 정념(正念), 올바른 자기 몰입인 정입(正立)을 정(定)이라 한다. 혜(慧), 계(戒), 정(定)을 일컬어 불교 용어로 삼독(三毒:貪瞋癡)에 대립되는 삼학(三學)이라 한다.

(5)12연기설(緣起說)

연기(緣起)는 '말미암아 일어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연기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완성된 형태가 12연기설이다. 석가모니도 생노병사의 고뇌를 수행하던 중에 이 연기(緣起)의 이치를 알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발생한다는 것이 연기설이다. ‘인연법(因緣法)’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제 현상이 여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인연이 없어지면 인연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도 없어진다.

석가모니는 고(苦)를 직시하고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정진하던 중 모든 현상이 시간과 공간의 인과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연기설이다.

12연기설의 형태는 1)무명(無明), 2)행(行 : 身 口 意에 의해 짓는 업. 形成力), 3)식(識 : 안이비설신의를 말한 6識身을 말함. 여기서 身은 단순히 몸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집합체를 의미한다. 識別作用), 4) 명색(名色 : 정신과 물질, 마음과 육체를 총칭한다. 명칭과 형태), 5)육입(六入 : 6개의 영역), 6)촉(觸 : 접촉), 7)수(受 : 마음의 작용, 感受), 8)애(愛 : 妄執), 9)취(取 : 집착), 10)유(有 : 생존 일반), 11)생(生), 12)노사(老死)의 12개 항목이다.

12연기설은 윤회하면서 고통 받는 중생이 태어나기 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12개로 나누어 설명해놓은 내용이다.

(6)반야심경(般若心經)의 의미

반야심경은 원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큰 지혜에 의해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마음의 경전’이라는 뜻이다. 이 경에 나오는 ‘사리자’는 부처의 제자로 지혜가 뛰어난 제자이다.

[반야심경 원문]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密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無苦集滅道 無智 亦無得 以無所得故

무고집멸도 무지 역무득 이무소득고

菩提薩陀 依般若波羅密多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三世諸佛 依 般若波羅密多故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삼세제불 의 반야바라밀다고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故知般若波羅密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고지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故說般若波羅密多呪 卽說呪曰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3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한글판 반야심경]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에서 건지느니라.

사리자여!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 수 상 행 식도 그러하니라.

사리자여! 모든 법은 공하여 나지도 멸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늘지도 줄지도 않느니라.

그러므로 공 가운데는 색이 없고 수 상 행 식도 없으며,

안 이 비 설 신 의도 없고,

색 성 향 미 촉 법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고,

무명도 무명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고,

고 집 멸 도도 없으며, 지혜도 얻음도 없느니라.

얻을 것이 없는 까닭에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느니라.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하고 밝은 주문이며 위없는 주문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음을 알지니라.

이제 반야바라밀다주를 말하리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3번)

관재재보살은 관세음보살의 다른 말이며 아미타불의 왼쪽에서 아미타불을 모시는 보살이다.

잡아함경에는 온(蘊)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온(蘊)은 무더기 · 더미를 뜻한다. 5온은 인간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의 무더기이다. 5음(陰)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을 총칭하는 말이다. 사람의 감각하는 모든 것을 ①색온(色蘊)이라 하고 괴로움이나 즐거움 등 느낌을 ②수온(受蘊)이라 한다. ③상온(想蘊)은 생각 · 관념의 무더기이고 ④행온(行蘊)은 의지·충동·의욕 등 마음의 작용이다. ⑤식온(識蘊)은 식별하고 판단하는 인식의 무더기이다.

‘수상행식’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온의 네 가지이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는 육근(六根)을 말하며 안이비설신은 감각기관의 색법이며 의근(意根)은 무색근으로 심법이다.

색성향미촉법은 안이비설신에서 나타나는 것들이다. 반야심경에서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이라 했다. 이를 풀이하면 진실로 안이비설신의가 없기에 당연히 색성향미촉법도 없는 것이다.

이를 다시 요약하여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큰 지혜에 의해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마음의 경전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관세음보살이 큰 지혜로 깨달음을 열어 보이신다.

그것이 무엇인가?

인간의 몸뚱이와 생각이 헛된 것을 보여주고 그로인해 겪는 온갖 고통을 구해내 보이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자리인가?

안이비설신의도 없고 색성향미촉법도 없고 태어나지도 멸하지도 않고 모든 경계와 무명까지도 없는 자리이다.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 공의 상태이다.

늙고 죽음이 없고 고집멸도도 없고 지혜도 얻음도 없다.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기에 마음에 걸림이 없고 두려움이 없어서 헛된 생각에서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든다.

이는 삼세의 모든 부처도 큰 지혜에 의해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이니 최상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최상의 깨달음에 들라.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가자, 가자, 저 언덕(피안의 세계)으로 가자. 모두 손 잡고 저 언덕으로 가자. 깨달음을 얻으니 이 아니 좋으냐! → 그러니 이러한 최상의 깨달음에 들라.

[2]김종상 동시의 불교적 특성

김종상의 동시집 『숲에 가면』 속의 동시 중에서「나무와 사람」, 「버즘나무」, 「분꽃 씨앗 몇 개가」, 「가을 들판에서」, 「문어」, 「겨울 학교 길에서」, 「물건 가지고」, 「너무 고요하면」 등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제 그 작품 면면에 대해 고찰하려고 한다.

나무와 사람

링거주사를 맞고 있는

깡마른 노송 곁에

아기 소나무 한 그루가

포대기에 싸여 서 있네.

온 몸을 붕대로 감은 채

목발을 짚고 서 있는

아픈 배롱나무 밑에

조릿대가 앉아 있네.

늙고 병든 사람과 함께

어린 사람을 생각해 보네

한세상 살아가는 일이

나무와 사람이 다르지 않네.

(p. 17)

「나무와 사람」동시는, 늙고 병든 사람과 어린 사람에 대한 배려와 아픔이 스며있다. 사람에 대한 이런 모습이 자연 속에 살아가는 나무와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 이는 자연을 상징하는 나무가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하는 평등주의 사상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버즘나무

가을, 겨울 니자 봄은 다시 오는데도

버즘나무는 묵은 열매를 꼭 잡고 서 있다.

오수와 폐유에 절은 땅 어디에도

씨앗이 싹틔워 살아남을 곳은 없기에

버즘나무는 열매를 놓아줄 수 없다.

길은 아스팔트로 덮어 차들에게 주고

한 뼘 갓길에 불안ㅔ 서 있는 나무.

이 가엾은 열매를 어찌하나 걱정하며

길가에 서 있는 늙은 버즘나무 한 그루.

(p. 16)

버즘나무는 프라타너스 나무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공식 이름이 버즘나무이다. 나무껍질을 보고 머리에 나는 피부병의 모습을 연상하여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버즘나무는 1910년 경 미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생대 백악기 층에서 플라타너스 화석이 발견된 점을 보면 우리나라에 이미 서식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버즘나무가 열매를 놓아 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그리고 있다. 그 원인이 환경오염문제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한 뼘 갓길에 불안하게 서 있는 나무가 된 것이다. 나무를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나무를 걱정하는 것은 앞의 작품 「나무와 사람」에서도 드러나 있다. 나무를 걱정한다는 것은 종국은 사람을 걱정하는 것이 되고 사람과 지구 환경 모두를 걱정하는 것이다.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걱정하는 이런 마음은 불교적 측면에서 보면 보살의 마음이고 인간주의인 자비 정신인 것이다.

분꽃 씨앗 몇 개가

마을 앞 쓰레기 더미에

파란 새싹이 몇 잎 돋더니

냄새나고 파리가 득실거리는

더러운 쓰레기 더미에서도

줄기를 뻗어갔어요.

구름이 번개칼을 휘두르고

천둥이 으르렁거리는 날에도

당당하게 팔을 쳐들고

파란 잎을 흔들었어요.

소나기와 무더위가

번갈아 훑고 지나간 뒤

파란 잎줄기에는 꽃이 피고

나비들도 날아들었어요.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분꽃 씨앗 몇 개가

아무도 눈길 주지 않던

더러운 쓰레기더미를

꽃밭으로 만들었어요.

쓰레기로 버려진

분꽃 씨앗 몇 개가.

(24 p – 25 p)

동시 「분꽃 씨앗 몇 개가」를 읽으면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연상된다.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나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꽃과 향기를 피워내는 꽃씨들의 지난한 몸부림은 사람들이 어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삶의 화두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말씀에 모든 만물이 다 불성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만법 존귀의 사상이 들어 있다. 쓰레기 속에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도 꽃을 피워내는 분꽃 씨앗 몇 개는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연상하기도 한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쓰레기 더미와 같은 인생사에서 삶의 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꽃 한송이가 바로 우리들의 우담발화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가장 낮은 자리인, 쓰레기더미에서도 의연히 꽃을 피워내는 삶, 그것은 바로 불교의 정토 사상인 하심(下心)의 경지를 내포하고 있다.

가을 들판에서

추수 끝난 들판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네

채소가 아니라고 해서

곡식이 못 된다고 해서

미움만 받던 잡초가

농사에 해가 된다고

없애 버려야만 한다고

호밋날에 찢기던 잡초가

귀엽게 꽃을 피워 들고

잔잔한 미소로 반겨주네

쓸쓸한 가을 들판에서.

(26 p – 27 p)

위 동시는 버려진 잡초가 들판에서 잔잔한 미소 같은 꽃을 피워 쓸쓸한 가을 들판을 아름다움으로 물들이는 한 편의 그림 같은 동시이다.

김종상의 동시는 앞의 몇 편에서도 보이듯이 소외된 것들,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들추어내고 있다. 따뜻한 사랑의 눈이 없이는 보여 지지 않는 것들이다.

우리가 부르는 잡초는 인간의 탐욕이나 이익 앞에서 그렇게 편의적으로 불려지는 이름들이다. 애당초 잡초는 이름이 없다. 우리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곡식들도 이름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익에 따라 편의에 따라 불려 지게 되는 것들이다. 잡초는 잡초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열매를 맺는 식물들처럼 당당하다. 그러니 입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것인가. 만물이 존귀하다는 사상을 이 동시에서 느낄 수 있다.

문어

문어야, 문어야!

네 손은 어디 있니?

여기 있지

여덟 개의 발을 들어 보여요

그게 어디 손이냐?

발이지.

문어야, 문어야!

네 발은 어디 있니?

여기 있지

여덟 개의 손을 들어 보여요

그게 어디 발이냐?

손이지.

( 45 p)

문어에게 손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발을 들어 보인다. 발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손을 들어 보인다.

불교에서 진리 그 외에는 모드 변하고 공한 것이고 멸하는 것이다. 진리 그자체도 이미 없다. 하물며 손과 발이야 …

손이 발이고 발이 손이다. 모든 것은 다양하고 변화한다는 것이 불법이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있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진 관세음보살이다. 위 동시 「 문어」를 읽고 있으면 마치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손이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니 발을 드러내 보이고 ‘발이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니 손을 보여주는 듯하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은 지옥에 있는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다. 즉, 대자비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또한 앞서서 보았듯이 「반야심경」에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이 있다.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란 말이다. 최고의 진리를 드러내는 하나의 은유적 방편이다. 불교의 절대적 진리는 깨달음의 세계이다. 그것은 공인 것이며 동시에 멸인 것이고 그 또한 색이다. 이런 절대의 진리를 말하는 불교 구도의 진리를 일깨우는 정신이 이 동시 속에서 엿볼 수 있다.

겨울 학교 길에서

겨울 학교 길에서

웅크리고 걷는 동생을 보며

외투와 털모자를 생각한다

내가 그것이 되었으면 한다.

눈바람 속에서도 춥지 않게

동생의 두터운 외투가 되고

따스한 털모자가 되고 싶었다

겨울 아침 학교 길에서.

(53 p)

이 작품은 ‘연기설’을 떠올리게 한다. 불교의 ‘연기설’은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생기고 이것이 일어남으로 저것이 일어난다는 철학이다.

웅크리고 걷는 동생을 보았기에 외투와 털모자 생각이 났다. 눈바람을 생각했기에 따스한 털모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보살행의 실천이 엿보인다.

보살행은 자비를 바탕으로 한 큰 사랑이다. 깨달음에 이르려고 하는 보살행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을 복되게 하려는 아름다운 행동을 말한다. 이 작품에는 그런 보살행의 정신이 담겨 있다.

물건 가지고

고급 승용차를 탄다고 해서

자기도 고급인 줄 아나 봐

승용차를 자랑하는 아저씨

비싼 화장품을 쓴다고 해서

자신마저 비싸진 줄 아나 봐

공연스레 으스대는 아줌마

좋은 학용품을 쓴다고 해서

저마저 좋아진 줄 아나 봐

별 것 아니면서 뽐내는 아이

잘나고 좋은 것은 물건인데

그것으로 우쭐대는 사람들

물건이 곧 자신인 줄 아나 봐.

(60 p)

불교 용어 중에 진여(眞如)라는 말이 있다. 다음(Daum) 인터넷 어학 사전에서는 진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진여는 우주 만유의 보편한 본체로서, 현실적이며 평등무차별한 절대의 진리를 말한다.’

불교에서 ‘내 몸’, 또는 ‘나’는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선불교에서는 화두를 들기도 한다. 여기서 ‘나’에 대한 물음은 진여한 나를 묻는 것이다. 여기서 내 몸은 내 몸일 뿐이지 진여한 ‘나’의 본체라고는 할 수 없다.

동시 「물건 가지고」는 외형적인 물건에 집착하는 삼독(三毒)의 한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 즉 분별을 하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 그들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고급승용차를 타는 사람, 비싼 화장품을 쓰는 사람, 좋은 학용품을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 물건이 고급이라고 해서 사람도 고급이 아니라는 분별심을 일깨워준다. 눈에 보이고 들리고 냄새나고 맛보는 모든 것이 진여한 것이 아닐진대, 허상이나 허망에 사로잡혀 뽐내거나 자랑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모습이냐고 말하는 듯하다. 물질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불심이 담겨있다.

너무 고요하면

너무 고요하면

도리어 고요를 모르지

뎅그랑 소리라도 있어야

고요함을 알 수 있기에

절간 추녀에는 풍경을 단다.

너무 편안하면

오히려 편안을 모르지

어렵고 힘든 일을 겪어봐야

편안함을 알 수 있기에

스님들은 스스로 고행을 한다.

(77 p)

이 동시는 소재도 불교적이고 내용면에서는 당연히 불교적인 동시라 할 수 있다. 고요한 상태에 접하거나 고요한 세계에 닿는 것은 불교에서 수행의 한 과정이나 방법이다. 고요하게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다.

선정(禪定)은 마음을 가라앉혀 삼매경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삼매는 잡념을 버리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경지를 말한다. 선정이나 삼매경은 모두 고요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불교의 무상(無常)한 위없는 자리는 죽음도 삶도 없는 고요의 자리이다. 그 도의 정점을 더욱 뚜렷이 각인(刻印)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비고요이다. 너무 고요하면 고요를 망각하게 할 수 있다. 그 고요를 잘 세워놓을 수 있는 것은 ‘뎅그렁’하고 울리는 풍경소리 같은 작은 소란스러움이고 그것은 고요를 흐트러지게 함으로써 고요 자체를 크게 알아차리게 하는 방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편안함은 불교의 정점이다. 선불교에서 선의 깨달음은 ‘안심법문’이다. 안심법문은 말 그대로 불안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갖는 것이다. 이 평안의 법이 깨달음의 반석이다. 편안함도 불편함에서 비롯다. 그러니 ‘불편’이나 ‘편안’이 모두 다른 것이 아니다.

선불교의 1대 종사가 달마이다. 달마가 혜가를 제자로 맞아 들였지만 혜가는 어느 순간까지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달마가 혜가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직도 불안하느냐?” “네, 그렇습니다. 지금도 불안합니다.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

달마가 다시 말했다. “너의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네 불안을 없애주리다.” “마음을 찾아도 끝내 못 찾겠습니다.” “마음을 찾았으면 네 마음이겠느냐?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 이에 혜가는 크게 깨달았다.

위의 내용은 조당집 2권에 수록한 [보리달마전]내용의 일부이다. 혜가가 달마를 찾아 안심법문을 청한 내용이다. 2010년 4월 17일 제90차 정기월례학술대회에서 묘경스님의 ‘보리달마와 대승 안심시상’을 참고하였다.

달마는 대승벽관(大乘壁觀)을 통하여 대승불교의 실천법을 안심(安心)이라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 혜가에게 전하였다. 안심법문의 가르침 속에는 벽관의 실천, 연기법에 대한 자각, 반야인 ‘공(空)’ 지혜가 담겨있다.

김종상의 동시 「너무 고요하면」에서도 반야의 ‘공(空)’에 대한 일깨움이 있다.

3.결론

불교는 ‘늙고 병들고 그 끝에 닿는 죽음’이란 인간의 근원적 물음 앞에서 초연히, 치열하게 석가모니가 구도의 길에 들어서서 깨우침을 얻은 종교이다.

불교는 육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정신의 중요성으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죽지 않는 영원한 삶의 현장을 알아낸 독보적이고 사유적이고 이치를 통찰하는 과학적 방법의 종교이다.

육신의 한계가 있음을 알고, 내 몸이 내가 아니고 내 아픔이 내가 아니고 모든 고통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원래의 청정무구하고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진여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언어가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몸뚱이가 있기에 살아가고 있다. 이 엄현한 실존적 현실은 ‘니르바나’라는 열반 또는 궁극적 깨우침의 자리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래서 색이 즉 공이고 공이 곧 색이라는 포괄적, 상징적인 선법이 발현된 것이다.

또한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불심이다. 불심은 동심이고 동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머문 바 없이도 머물고, 가는 바 없이도 움직이는 깨달음의 본체이다.

김종상의 동시집 『숲에 가면』에 담긴 8편의 동시는 김종상의 불교적 특성을 파악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특성들은 앞의 동시에서 파악해 보았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김종상 작품의 불교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사물과 사람이 공동체적 존재로 평등주의 사상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2.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들추고 그로인한 인간주의정신의 중요성을 깔고 있다.

3. 우리 사회에 소외적인 인물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드러난다. 이는 김종상 문학의 불교적 특성 중의 하나인 자비사상의 발현이라 여겨졌다.

4. 보살행과 불교 구도의 진리를 일깨우는 마음을 이 동시 속에서 엿볼 수 있었다.

불심이 동심이고 동심이 불심이라고 볼 때, 동심을 표출하는 동시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모두 불교적 동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면 불교가 갖는 특장(特長)적인 것이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났을 때 적극적 의미의 불교동시라 하겠다. 이번에 김종상 동시집에 있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본 불교 동시의 연구는 이런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종상 동시집『숲에 가면』, 섬아이, 2008

강성율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 평단문화사, 2009

박상진 『우리나무의 세계.2』, 김영사, 2011

박화목『新兒童文學論』보이스사, 1982

엄기원『아동문학 이론과 창작』, 아동문학세상, 2012

윤삼현『아동문학 창작론』, 시와 사람, 2005

임성묵 편저『本國劍藝 1(조선세법)』,행복에너지, 2013

김진일(묘경:동국대 선학과 박사과정 수료)의 ‘보리달마와 대승 안심사상’’, 보조사상연구원, 2010

이기영 역『반야심경』,한국불교연구원, 1983

다음(Daum) 인터넷 어학 사전

네이버지식백과 『철학사전 [緣起]』,중원문화, 2009

[佛心 김종상]

남진원 선생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진원]

좋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는지 조심스런 마음이 앞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