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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포엠아트 원문보기 글쓴이: 나팔꽃(이혜정)
--시낭송대회에서의 퍼포먼스성--글 : 이혜정
부부시낭송 .가족시낭송의 놀라운 기적!
요즘같이 시낭송대회가 곳곳에서 다양하게 열리는 때도 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시낭송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좋아하는 시낭송도 하고 또 시낭송대회에 참가하여 시낭송가의 명예도 얻고 또 상금까지 얻을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있기에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시낭송대회가 그 순수성을 잃고 이런 저런 이유들로 변질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운 점도 있지만 우리 시낭송인들로서는 더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낭송대회를 공지하는 안내문을 보면 대부분 끝에 “2인이상 합송가능, 합송인 경우 가산점.”등의 문구가 덧붙여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에서는 2인이상의 합송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시낭송대회의 역사가 올해로써 23년째가 되는데 그 오랜 역사 속에서 합송은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고 더욱이 온 가족시낭송은 그 유례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함께할 파트너 찾기가 어렵고 또 파트너가 있다 해도 어떻게 낭송해야 할 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낭송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부 중에 혹은 가족 중에 한 사람만 시낭송을 하고 다른 가족은 그냥 관망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낭송을 생소하게 생각하고, 부부를 생각하더라도 웬만큼 금슬 좋은 부부가 아니면 함께 시낭송을 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눈만 뜨면 각자의 일터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밤늦게나 겨우 만나는 요즘 가정의 세태를 보면 온가족이 함께하는 시낭송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 김영동. 마스부치 하루미님 부부합송이야기 김영동 교수님(경기대 무역학과)과 마스부치 하루미교수님(서경대 일어과) 부부는 부부시낭송가로서 한국시낭송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영동 교수님은 나와 우리전통가곡을 하면서 만나서 시낭송을 시작하셨고 시작한 지 6개월만에 2011년 제1회 지리산 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떻게 시작한지 6개월만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몰린 지리산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건 바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남녀합송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부부합송이 아니라 다른 여성 파트너(권정숙님)와 함께였습니다. “김현태시인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라는 시를 낭송했는데 심사위원분들이 시 선정도 너무 좋았고 또 두분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정해서 당연히 부부인 줄만 알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서로 다정하게 마주보고 또 서로 손을 잡는 부분도 있었기에 두분이 연습할 때 굉장히 쑥스러워하기도 했었지만 대회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와 낭송을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제 처음 시낭송 시작하신 분들이 그것도 남녀합송으로 6개월만에 쟁쟁한 국내 낭송가들이 대거 출전한 제1회 지리산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기적같은 일을 이루어냈던 것입니다.
그 후에 우연히 김영동교수님의 부인인 마스부치 하루미님의 시낭송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원래 웅변도 하고 계속 대학강의를 하셨던 분이라 목소리가 굉장히 힘이 있고 감성이 풍부했습니다. 그래서 두분께 부부합송을 권했고 다행히 바쁜 와중에도 한번 해보자고 뜻을 모아 시작한 것이 처음으로 출전한 충북 진천에서 열린 전국시낭송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 대회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퍼포먼스였는데, 10년이 넘은 그 대회 역사상 첫 남녀합송, 그것도 부부합송이었고, 대한민국 시낭송역사상 첫 일본인 시낭송이었고 또, 그 낭송시가 <오세영시인/ 독도>였습니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 두분이 아주 낭송을 잘 하신 것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특별한 요소들이 뒷받침 되었기에 당연히 큰 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작년 12월 7일에 있었던 한국시인협회와 교보생명이 공동주최한 제 1회 시낭송대회에서 <윤동주 /별헤는 밤>으로 당당히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김영동 교수님은 늘 말씀하십니다. 지리산의 기적이 2012년에도 계속이어지고 있다고...
◈ 김순임씨 가족의 놀라운 시낭송 이야기 김순임씨 가족의 가족시낭송 얘기를 해볼까요? 김순임씨는 벌써 2년이상 나와 함께 시낭송 공부를 해서 전북 장수에서 있었던 제1회 논개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경력이 있지만 아빠와 딸 수영(가명)은 시낭송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김순임씨가 좋은 시가 있으면 좀 보여주고 싶어서 안방에도 붙여놓고 화장실 문앞에도 붙여놓고 하지만 전혀 눈길조차 주지않던 두 사람이 이번에 가족시낭송대회에 나가자고 마음을 모으기까지는 아주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건강하던 아빠가 느닷없이 암진단과 함께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 모든 생업을 접은 채 남원에 있는 시골집에 내려가 요양을 할 상황이 닥쳤습니다. 딸 수영(가명)은 유학까지 다녀왔고 다시 해외에 나가 공부를 더 해야하는데 아빠 때문에 결국 해외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다시 대학공부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시인협회 시낭송대회 공지가 있었고 내가 세분이 함께 나가 온가족시낭송으로 시낭송의 역사를 새로 한번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던 것입니다.
그날은 대회 접수 마지막 날(9월30일)이었고 사실 그 때까지 나도 3인 가족시낭송은 생각조차 하지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회 주최 측에서 선정해준 시 70여편을 죽 다시한번 훑어보고 있었는데 <이상화 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볼 때였습니다. 문득 그림이 떠오르면서 “아. 이 시를 여럿이서 윤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럼 누가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김순임씨 가족이면 될 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기에 준비도 없었는데 날짜를 보니 대회 접수마감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마침 남원에 내려가 있던 김순임씨에게 전화를 걸어 의향이 있는가를 물었더니 너무나 뜻밖의 제안에 놀라면서 상의해보겠노라 하고 잠시 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되든 안되든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아빠랑 수영이가 시낭송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인데 그 때까지 가능하겠는가?” 를 물었습니다. 나는 왠지 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어 “나만 믿고 따라 오시면 됩니다.”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마감날이라 서둘러 접수를 했는데 예선대회가 11월 15일, 본선대회가 12월 7일이었으니 일주일에 한번씩 연습을 한다 해도 겨우 한 10회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더구나 바로 연습을 시작할 수 없고 10월 5일부터 시작하겠노라고 했습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더욱이 아빠가 요양 중이라 가족이 서울로 남원으로 떨어져 있는데...” 그래도 제 마음속에는 분명히 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족시낭송이 시작되었는데 첫 시간을 해보고는 난 다시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아빠와 딸 수영이 그야말로 진짜 왕초보였고 특히 아빠보다도 딸 수영이가 더 낭송과 멀어보였습니다....그리고 아빠는 아내가 하자고 강권을 해서 시작하긴 했지만 본인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일이었고 꼭 이렇게까지 이걸 해야 하는지, 이렇게 해서 될 일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빠가 남원에서 올라와서 내 사무실에서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3주가 지나면서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시큰둥하고 부인과 딸의 권유와 협박(?)에 못이겨 마지못해 하던 아빠가 하루하루 연습을 더해 갈수록 누구보다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원에서 들판을 돌아다니며 시간이 많으니 다 외웠다며 제일 먼저 시를 다 외우고 나날이 낭송다운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처음에 아픈사람 빛이 역력하고 기운 없어 보이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점점 얼굴에 생기가 돌고 퍼석하던 얼굴빛에 윤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김순임씨의 말이 남편이 시낭송하는 것을 너무나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그로 인해 아픈 것이 잊혀질 정도로 너무나 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좋은 시가 있으면 카톡으로 좀 보내달라고 하고 또 나름대로 시를 써서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의 내용도 수준이 상당해서 “당신도 시인 등단해야겠어! 라고 농담을 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경과도 너무나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 한마디로 경이(驚異)였습니다. 김순임씨도 놀라워했고 간호학이 전공인 딸 수영이는 아빠를 통해 시치유의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시낭송치유를 나중에 자신이 실무를 하게 될 때 꼭 치료에 접목을 시켜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토익 945점을 받아 수시입학 지원을 했는데 한국에서 대학입학 면접시험을 볼 때 면접관에게 시낭송을 통한 가족의 놀라운 경험을 얘기해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아, 이것이 진정한 시치유의 놀라운 힘이로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렇게 김순임씨 가족은 11월15일 문학의 집 서울에서 첫 예선을 훌륭한 성적으로 합격을 하고 12월 7일날 교보생명 BD 23층 컨벤션홀에서 본선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5개지역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올라온 25명의 쟁쟁한 후보들이 다 함께 모여서 본선대회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회는 시인협회와 교보생명이 공동주최하는 제 1회대회로서 그 의미도 남달랐지만 그 상금의 규모도 지금까지의 대회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대상 상금이 300만원이었고 금상 두팀은 200만원씩, 은상 세팀은 70만원씩 이렇게 상금이 역대 최고의 금액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대회가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사도 한국시인협회의 원로 시인 분들이 맡았고 최불암, 장미희 등 한국 최고의 배우들도 와서 축하 시낭송을 했지요. 한사람 한사람 낭송할 때마다 실력도 뛰어났고 또 독특했습니다. 이번에는 의외로 독특한 퍼포먼스 형식의 낭송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쟁쟁한 경선을 뚫고 김영동.마스부치 하루미부부 합송이 은상, 김순임씨 가족이 금상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시낭송을 처음 시작해서 두달 정도밖에 연습하지 않은 가족이 이런 큰 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한국어 발음이 어색한 일본인이 함께한 부부가 은상을 받았다는 것은 참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예견한 결과였습니다. 이번 두 팀의 참가 자체가 제 기획이었고 연출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회 과정에서 얼마간의 오차가 있어 심사에서 차질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 두 팀이 그동안 열심히 닦은 실력정도면 부부합송이라는 특이성, 일본인이 윤동주의 별헤는 밤이라는 시를 낭송했다는 시사성이 충분히 부각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김순임씨 가족의 경우 시낭송사상 최초로 온 가족이 함께 시낭송을 했다는 최초성이 충분히 이 대회에서 어필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이 대회는 교보생명이 재정적인 후원을 했고 교보생명의 신조가 바로 가족, 생명,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퍼포먼스입니다. 감동적이고 놀라운 퍼포먼스였습니다.
대회를 하는데 있어서는 물론 첫째는 실력이 있어야겠지만 때로는 실력보다 그 상황에 맞는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김영동.마스부치부부의 합송이나 김순임씨 가족의 윤송이 그날 출전했던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서 상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일본인의 어눌한 발음으로 하는 낭송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국내의 쟁쟁한 시낭송가들 보다 나을 수 있으며 또 김순임씨 가족의 경우 처음하는 시낭송을 더구나 일주일에 한번씩 남원과 서울을 오르내리면서 하는 낭송이 그것도 세가족이 호흡과 몸짓이 어루러져야하는 3인 합송이 단 10여회의 연습만으로 뛰어날 수가 있었겠습니까?
본인의 자랑이 되어 조심스럽지만 그건 그 상황에 맞는 극적인 기획과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감사했던 것은 그날 사회를 보셨던 유자효 시인이 사회 멘트로써 충분히 어필을 해주셨다는 사실입니다. ‘부부합송도 참 귀한 일인데 더구나 일본인이 윤동주의 별헤는 밤 시를 낭송한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 라는 얘기를 대회장에서 해주었고 또 김순임씨 가족이 입장할 때는 "시낭송역사상 처음있는 가족시낭송이고 이렇게 투병가운데 가족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출전하게 되었다. 부부합송과, 가족시낭송이 이번 대회의 취지인 가족, 생명, 사랑과도 너무나 부합되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를 모든 청중과 심사위원들이 듣도록 정식 사회멘트로 해주신 것입니다. 그건 내가 부탁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유자효시인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멘트도 아니었지요. 시인협회와 교보생명 주최 측의 분명한 의사 표현이었습니다. 사실 유자효시인이 그 멘트를 할 때 깜짝 놀랐습니다. 그건 너무나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듣는 사람들은 더욱 감동 속에서 들을 수 있었고 심사하시는 분들도 마음이 훨씬 움직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대회 공평성에 어긋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립을 지켜야하는 사회자가 공식적으로 그런 멘트를 하는 것은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 그걸 따질 수 있습니까? 그게 바로 이 대회를 주최하는 중요한 의도였는데 실력만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특별한 감동이 있는 축제 형식의 대회를 하자는 것이 주최측의 중심의도였고 상금 주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권한인데 누가 그걸 따질 수 있겠습니까?
김영동. 마스부치하루미 부부는 그 대회 이후에 문화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 일간 신문의 문화면을 크게 장식하며 일약 부부시낭송 스타가 되셨고 김순임씨 가족도 이제 자신들의 시낭송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서 가족시낭송을 들려주겠노라는 뜨거운 다짐을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저도 앞으로 부부시낭송과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낭송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시낭송의 감동의 역사를 계속 써나갈 용기와 힘을 얻게 되었답니다.^^
꼭 영화의 엔딩스토리 같네요.~* 이 영화는 해피엔딩의 퍼포먼스로 막을 내렸답니다. 2013년, 또다시 감동적인 시낭송퍼포먼스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라도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무대는 얼마든지 있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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