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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피고 지는 것은 꽃만의 소명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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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산수유나무가 노란꽃을 터뜨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문태준님 <산수유나무의 농사>
언제나 다음을 약속하며 미뤘던 일을 작정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봄만이 가지는 새로움을 향한 용기가 아닐까. 몇 년 간 봄바람을 말할 때마다 되뇌던 산수유가 지천이라는 지리산의 섬진을 찾는 일은 거리상 먼 길이라 오고감이 더뎌서인지 쉬이 떠나지지 못하고 마음만 달았었다. 그런데 가까운 이천에 산수유가 넘친다는 말과 근래 그 근방에 품성 좋은 지인까지 생겨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더구나 이곳의 산수유나무는 수령이 오래된 고목이 가진 지극함과 중후함이 돋보인다는 입소문을 들은 터라 첫 산수유 상면에 설렘과 기대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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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산수유 꽃 그늘을 꿈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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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그리 벼르고 별렀던 산수유 노란꽃을 만나러 가는 길. 소리 없이 다가오던 봄이 온전히 바람결에서도 느껴지는 햇살 좋은 날, 얼핏 들은 꽃소식이 이제는 내 눈 앞에서 아롱거리기 시작했다. 시 한편으로 달궈진 마음을 품고 아쉬움에 속앓이 하던 꿈을 따라 길을 나서는 설렘을 안다면 그 곳이 어디든 이미 또 다른 시 한수가 남겨질 일이 아닌가. 나는 낯선 길 나섬이 두려운 소심한 마음을 털어낸 채 무작정 시인의 산수유 꽃그늘을 만나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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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괴정이란 정자와 수령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 한 가운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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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서이천을 들어서서 산수유 마을인 도립리를 찾아가는 길. 포실한 햇살 탓인지 아지랑이가 유난하다. 쉼 없이 피어오르는 그 아련함은 희망이며 허망의 신기루이기도 한 양면의 표정이건만 그래도 오늘만은 새봄의 희망으로 움틔워 본다. 아지랑이에 취한 몽롱함속에 불쑥, 내 마음으로 봄이 들어섰다. 질기도록 긴 시간을 뜸들이다 들어 선 봄은 살갑게도 가슴 한 켠에 꼬옥 안긴다.
길을 안내하던 앞차가 고불고불하고 좁은 2차선 길과 야트막한 언덕배기 몇 개를 넘고 나서야 도립리 동네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봄볕 나른한 햇살 속에 동네를 온통 차지한 듯 종종대던 새무리는 갑자기 들이닥친 자동차의 기계음과 낯선 인파에 놀라 후드득 날아오르며 한낮의 정적을 깼다. 따사로움과 평온함이 가득한 마을.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고목이었다. 그 고목은 집들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 그 마을의 역사를 전하고 있었다. 적막과 고요. 사람이 오랫동안 머문 곳이 주는 온기, 안정, 평안함이 봄볕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 모습이다.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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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나 계곡이 아닌 마을 전체가 아름드리 산수유 나무 천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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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넉넉한 품새로 500년의 풍상을 겪어 온 느티나무 뒤에 육괴정이란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검은 느티나무 고목과 육괴정의 붉은문이 주는 색의 조화가 푸른 하늘빛과 어울려 한 장의 수채화 같이 보였다. 소슬한 봄바람 한 자락이 슬쩍 햇살 한줌을 떨어뜨리자 육괴정 반짝이는 기와가 때마침 날아든 이름모를 새와 지나 온 시간을 속닥거린다. 새소리 속에서 느껴지는 봄의 공명이 느티나무의 텅 빈 속내까지 흔들어대고.
육괴정 담을 끼고 돌아서면서부터 산수유천지다. 집과 길을 가른 야트막한 돌담들 사이로 아름드리 산수유나무가 가지를 늘어 뜨려 낮은 지붕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이어져 있다. 꽃가지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건만 노란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모습에 주책없이 가슴이 울렁거렸다. '정말 봄 이야' 신음처럼 터지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투명한 햇살 속에는 꿈결 같은 풍경이 펼쳐지며 슬프도록 고운 봄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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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가 휘어지게 붙어있는 노란 꽃망울은 곧 터져 버릴 듯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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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이 곳 산수유나무는 꽃피우지 않은 모습만으로도 넘치도록 아름답다. 청명한 하늘빛 아래 늘어진 꽃가지들은 봄소식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무심한 햇볕 속에 오로지 꽃 피울 열망만 뜨겁게 간직한 채 꽃망울을 부풀리며 기다림을 채우고 있다. 아름드리 산수유나무가 저리도 너울거릴 줄은 몰랐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저 것은 산수유나무가 아니다. 심술 맞은 의심이 소록소록 솟아 날 만큼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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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판에는 아지랑이가 쉼 없이 오르며 산수유 나무 터널이 줄지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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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 어디나 산수유나무가 지천이다. 마당 한가운데도 길 몫에도. 발 길 닿는 곳 눈 길 마주치는 곳 그 어디도 다 아름드리 산수유나무다. 가지마다 매달린 노란빛 꽃망울이 이제나 저제나 터지기만 촉각을 세운 채 구릉마다 골목마다 집집의 뜨락마다 노란빛깔 나무는 숨 막히게 서 있다. 산수유 군락이 있다는 언덕위로 향하는 오솔길 곳곳에는 오고 간이들의 소원이 묻어있는 돌탑들이 쪼르륵 나래비를 하고, 햇살의 갈피마다 어른거리는 봄볕은 수척한 회색빛 가지마다 노란꽃 틔우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댄다.
여기저기 성급하게 몽우리가 터진 꽃에는 부지런한 벌들이 선점을 한 채 이른 꿀채집에 날갯짓이 부산했다. 그렇군.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모두가 꽃들의 소명일 뿐 무엇이 그 화개를 강제 할 수 있을까. 봄볕에 데워진 대지에 일찌감치 터를 잡은 민들레 잎새마저도 산수유 노란꽃 그늘을 매양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봄 한낮의 풍경은 새로 산 책의 표지처럼 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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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 나무가 즐비한 들판 한 가운데에는 곧 있을 축제를 위해 가마솥이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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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작은 개울을 지나 언덕으로 올라섰다. 100년을 살았다는 산수유나무들은 등껍질 사이로 물이 올라 촉촉했고 뽀얀 햇살자락을 못 견딘 양지꽃이 산수유인척 꽃을 먼저 피어냈다. 쉬엄쉬엄 꽃구경을 하라고 꽃가지 아래에 마련된 몇 개의 벤치들. 만개가 좀 늦으려나 싶었던 염려는 기우였다. 실한 몽우리는 활짝 피워 낼 순간만을 여차저차 기다리고 있었다. 서너 날이면 그야말로 산수유꽃이 만발할 것 같았다. 그러나 벌써 내 마음엔 산수유꽃의 아련한 노란빛과 꽃내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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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드리 산수유 나무, 슬프도록 아름다운 산수유 노란 꽃 그늘은 꿈이 아닐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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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꿈을 꾸듯 푸른 쪽빛 하늘, 하늘하늘 신비롭기만 한 아지랑이, 졸음에 겨운 듯 나른한 봄 들녘, 따사로운 햇살을 탓하며 터지는 꽃망울. 그 모든 것이 오롯이 이 곳의 주인공인 산수유의 몫처럼 보였다. 미처 채비 없이 이른 봄을 알리느라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우는 산수유의 노란빛의 애달픔을 위로라도 하듯 봄볕이 더 따뜻하게 내리쬐는 것은 아닐까. 지난 몇 날 간의 꽃샘추위가 산수유 노란 꽃피움을 더디게 했다는 말은 기다림의 그윽함을 모독하는 것일 뿐. 어찌 눈으로만 꽃과 향을 다 채워야 하는가. 그 또한 만개한 꽃을 쫓는 인간만의 욕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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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게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와 곧 만개를 예정한채 노란 꽃물이 오른 산수유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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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한풀 꺾인 햇살이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아지랑이처럼 아득함으로 다가오더니, 눈 아래 보이는 아랫마을에 터 잡은 오래된 지붕 위를 물들이기 시작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개울 옆에는 지난 가을에 떨어진 산밤톨들이 낙엽사이로 반짝였다. 소란한 황홀감이 없는, 달뜬 부대낌이 없는 아직은 소박함의 여백이 아름다운, 온 마음을 다해 꽃피우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 첫 생기로움의 정경이 봄날의 풍경임을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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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어지는 노을, 노랗게 물들은 산수유 나무, 그 속에 이른 꽃그늘을 마음에 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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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
| 잎을 기다리지 않고, 온연한 봄이 아니어도 좋은, 그 노랗고 가녀린 처연한 꽃을 피워내는 남다른 꽃 산수유 향내 가득한 봄 길을 걷노라니 곱디고운 봄 추억이 층층 쌓였다. 겨울빛이 가시지 않은 메마른 회색빛 가지에 가장 먼저 당도해 여린 꽃잎으로 봄 꽃소식을 전하는 화사한 노란빛, 그 열정이 온통 우리들을 적셔냈다. 돌아서 나오는 길, 밀물처럼 밀려드는 봄이 어른거리던 노란 산수유꽃이 지천을 물들였다.
시 한편의 유혹으로 산수유를 찾았던 눈부시게 환한 봄 날. 한없이 정겨우면서도 애잔한 산수유노란 꽃그늘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봄 소리에 숨 막힐 듯 아름다운 봄추억을 가득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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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산수유 군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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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도립리 산수유 마을 축제가 곧 열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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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화기의 모습이지만, 꽃몽우리 가득한 지금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
| 7회째를 맞는 산수유축제는 산수유 개화기를 예측 할 수 없기에 시기가 탄력적이나 이번에는 4월7일 부터 9일까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천시에서는 해마다 4월초 즈음이면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백사면 도립리와 송말리 일대를 지정하여 산수유 축제를 열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낮은 구릉과 산 중턱까지 온통 산수유 천지다. 이중에서도 육괴정이라는 정자가 마을 앞에 있는 도립리가 백미다. 야트막한 돌담으로 이어진 20여가구를 온통 산수유가 에워싸고 있고, 돌담마다 축축 늘어진 산수유 가지에 노란 꽃이 피어 이채로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마을을 가로질러 오르면 100여년이 넘은 고목들 아래로 산수유 터널이 만들어져 있다. 그속을 누비는 산책로가 일품이다. 봄에는 4월초 청명을 전후해 산수유 꽃이 만개 할 때, 그리고 10월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산수유 열매가 발갛게 익었을때가 환상의 경치를 선사한다.
이곳 이천 산수유 마을의 특징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곳곳에 앉아 쉴 곳이 마련되어 있어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으로도 괜찮다.
도립리가 붐빌때는 조금더 가서 만나는 송말리도 가보면 된다. 도립리처럼 고목은 아니어도 수십년 된 산수유들이 새로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주변여행지간거리 <->이천도예촌:40분 <->이천온천:30분 <->이포나루:40분
사진찍기좋은곳 산수유마을 앞에 육괴정이라는 옛날집이 있고,그 앞에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다. 이곳에서 육괴정 오른쪽을 끼고 들어가면 마을 돌담길을 지나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작은 언덕으로 오르게 된다. 이곳중간에 돌담위로 늘어진 산수유를 볼 수 있다. 여기서 돌담과 산수유를 적절하게 배합해서 찍어보면 아주 훌륭한 사진이 된다.
입장료와주차료 1. 입장료 : 없음 2. 주차료 : 없음, 마을안 공터가 차를 세울 수 있으나 규모가 작아서 마을앞의 큰 길가에 가로 주차를 해야 할때도 있다. / 이천 산수유 홍보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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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산수유 군락지 이천 도립리는 산이나 계곡이 아닌, 마을속에 있어 아이들과 나들이길이 더 좋습니다. 도시락을 싸들고 하루의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고, 온천과 도예촌을 들러 오는 특별한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