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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탐욕과 거짓이 피워낸 어둠의 꽃
2012년 12월 19일, 신성한 이 땅에 어둠의 꽃이 피었습니다. 만발한 그 모습이 몹시 탁합니다. 언제부턴가 이 땅을 뒤덮은 거짓과 탐욕이 피워낸 꽃입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참담한 일제식민지시대 독립군을 때려잡던 일본육사 출신 박정희를 비롯한 숭일부역자들이 위계로 만든 매판 역사의 한 줄기에서 피어난 꽃입니다. 편파를 넘어 조작과 왜곡의 대명사가 된 조중동이 앞장서고 이명박 사기정부에 장악된 방송이 뒤에서 밀어 올린 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변절한 김지하 시인처럼 내려놓을 줄 모르는 노욕에 물든 이들을 현혹시켜 꽃잎을 열어젖힌 꽃입니다. 탐욕과 거짓이 피워낸 어둠의 꽃,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부의 당선을 그렇게 비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선거는 역사의 퇴보고 의식의 퇴화입니다. 새로운 변화보다 독재자의 딸을 선택했다는 수많은 외신보도는 정곡을 찌른 것입니다. 대한민국 후진성을 온 세계에 알몸으로 들어낸 선거였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인류의 오랜 역사가 피로 일구어낸 1인1표제 민주주의가 타락한 극소수 지배자에게 장악된 언론사의 왜곡을 통제할 힘을 가지지 못할 때, 곧바로 악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음을 한 눈에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 그토록 험한 말로 비난하던 저들입니다. 그런데 독재자의 망령과 향수를 끌어들여 유신 박씨 집안의 세습을 정당화 하는 모습엔 할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인간이 간교하려 들면 얼마나 간교하게 되는지 지금 이 시간 박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는 저들의 모습에서 그 최대치를 보는 중입니다.
물론 이런 비유가 불편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비로소 저들이 말하듯 승자에게 축하는 못할망정 침묵이라도 지키는 것이 패자의 성숙한 자세라고 충고할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아닙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정당화시켜주는 그런 프레임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이명박 정부가 관리하고 지원한 선거입니다. 부패하고 무능하기까한 정부입니다. 게다가 선관위 디도스공력이라는 기상천외한 범법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뿌리째 흔든 최악의 조직이 치룬 선거입니다. 오르지 정권연장을 위해 당명과 색깔을 바꾸고 관제 방송과 수구 언론을 동원하여 민중의 눈에 착시현상을 주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본질이 변할 리 없었습니다. 대선 공식 선거일 훨씬 이전부터 국정원을 동원하여 음모를 꾸민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상대 정당을 종북이라는 허무맹랑한 주홍글씨로 낙인찍고, 전쟁을 볼모로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잔인성을 생얼로 보여 주었습니다.
박근혜는 이런 위법과 불법이 판치는 타락한 선거의 주범이자 시혜자입니다. 이런 그녀에게 더 이상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까. 최악의 이명박 정부가 낳은 악의 꽃이라 정의하지 않은 건만도 많이 봐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역사에 또 하나 오점일 이 같은 선거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글을 멈출 수 없습니다. 정의하고 정리할 것입니다. 척박하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땅에 마침내 만발한 저 어둠 꽃의 정체를 묻고 또 묻을 것입니다.
2. 어둠의 꽃, 그 뿌리를 찾아서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에서 울려 퍼진 총성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약관의 나이에 그 총성을 들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국민의 귀청을 때리며 들려 온 몇 방의 그 총성은 어느 총성과 달랐습니다. 재판 하루 만에 국민을 죽이는 포악한 유신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곡소리였고, 카메라 앞에선 막걸리만 마시던 대통령이 음습한 안가에선 딸보다 더 어린 여자를 끼고 씨바스리갈이라는 양주만 퍼마시던 위선자였음을 까발린 대나무 숲 나팔소리였으며, 1980년 봄 잠시 잠깐 민주주의자를 설레게 했던 개벽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총소리가 흘러간 시간을 거슬러 국민들의 귀청을 다시 때리고 있습니다. 그 총성의 잔영이 몰고 온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서처럼 양심적이고 양식 있는 민중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그에 절망한 노동자가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민주 1기 정부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흔들릴 때마다 긴가민가 하던 일이 마침내 벌어진 것입니다.
유신의 완벽한 부활입니다. 그때 그 총성의 길고 긴 여운처럼 때로는 전두환의 군화발에 엉겨있다 어느 땐 이명박의 거짓말에 몸을 의지하던 유신본당이 바로 생식기만 여자인 몸을 빌어 환생한 것입니다. 참으로 놀랍고 경악스런 일입니다. 유신독재와 군사정권의 패악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두렵고 공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류역사 발전엔 비약이란 없고 진보와 그에 따른 반동을 반복하면서 아주 조금씩 전진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는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엄청난 퇴행입니다.
혹자는 이런 인식이 지나친 우려라 말할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어떻게 그런 독재가 재림할 수 있냐며 반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오년 이명박 정부를 통해 그런 인식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저들의 속성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시민이 사소한 인터넷 댓글하나, 문자 한 통에 검찰조사를 받고 감옥에 끌려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던 민주 1기 정부에선 상상할 수도 없던 일입니다.
물론 지금 막 개막한 신유신시대는 원조유신시대에 자행된 군사작전식 탄압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과거 정치군인 대신 이 시대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금권과 결합하고, 그들의 주구가 된 언론과 결탁함으로써 보다 정교하고 야비한 독재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 신독재구조는 눈에 선명히 보이는 군사독재보다 민중이 저항하기 매우 힘든 시스템입니다. 자신의 삶이 처참하게 일그러져 가는데도 투쟁할 대상조차 찾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급격히 늘고 있음이 이를 반증합니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이 시대의 잔혹함과 부끄러움도 실은 이와 깊이 연관된 일입니다. 대다수 국민을 도구화하고 노예화하는 재벌, 타락한 관료와 법조인과 종교인, 수구언론의 어둔 결탁으로 형성된 극소수 세력이, 즉 박근혜로 상징되는 그런 야수적 지배그룹이 절대 다수의 민중을 폐쇄된 서클 안에 밀어 넣고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서클 밖 소수지배자들은 이 비정한 서클 안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빼내 갑니다. 그곳엔 오직 생존을 위한 최소의 것만 남겨져 그를 차지하기 위한 악다구니 경쟁이 무한 반복됩니다. 약한 사람들이 더 약한 사람을 잡아먹고, 더 약한 사람은 죽어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입니다. 이런 가공할 독재체제가 이번에 만개한 어둠 꽃의 뿌리입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박근혜가 과반이 넘은 민중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일까요. 원래 민중 은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무지해서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일까요. 이제 본질에 접근하는 담론을 분해하여 구체적이고 미세한 질문에 답을 내야겠습니다. 어둠의 꽃, 박근혜 승리요인을 분석해보는 것으로서 민주진보진영의 패인을 성찰할 수 있을 거라는 바람에서입니다.
3. 어둠의 꽃을 피운 자양분들
1) 이명박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의 1등 공신은 이명박입니다. 이는 야권에서 주장한 이명박근혜라는 정권연장의 형식논리뿐 아닙니다. 실제로 이명박은 박근혜에게 두 가지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하나는 영남 패권적 지역감정을 완벽하게 복원하여 넘겨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KBS MBC 등 방송 언론을 통째로 장악하여, 박근혜에게 복무시킨 것입니다.
영호남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번 선거 결과가 증명하듯 아직도 지역감정은 대선의 상수이자 가장 막강한 힘입니다. 그 앞에선 어떤 이성적 판단도 정책도 먹히지 않는 괴물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는 표층이고 실제 그 지역감정 속엔 정교하게 짜인 이익배분의 동선이 녹아있습니다. 재벌 등 이 나라 지배계급의 절대다수가 경상도 지방을 연고로 두고 있고, 그를 중심으로 돈과 권력이 배분되고 있기에 그러합니다. 그것이 계층분화를 전제로 한 진보논리를 넘어서는 수구보수 프레임을 형성하는 기반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권초기부터 영포라인을 내새워 인사와 예산을 영남에 몰아줌으로써 민주정부에서 조금 완화되었던 지역주의를 원형대로 복원해놓았습니다. 지역감정의 몸통인 박근혜에게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버금갈 만큼 큰 선물이 있습니다. 잘 길들여진 방송언론을 넘겨준 것입니다. 이명박이 그 욕을 들어가며 시정잡배급 김재철 등을 내세워 방송언론을 장악한 것은 박근혜에겐 축복입니다. 특히 부패하고 무능한 간부를 주구로 삼은 것은 수구집권을 위해 탁월하기까지 한 일이었습니다. 이미 언론인의 선비적 기개와 양심을 판 그들은 밥그릇을 위해 박근혜 캠프에 자발적으로 복종했습니다. 편파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진실을 거짓으로 덮는가 하면, 없는 사실을 지어내기까지 하여 박근혜 캠프의 나팔수 역할을 120% 수행합니다. 선거 종반 정동영의원이 하지도 않은 노인폄하발언 방송을 이쪽 저쪽 옮겨가며 무한 반복한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현대 선거전은 결국 말과 이미지 대결입니다. 정책도 중요하기는 하나 아직은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지난 5월 통합진보당 사태가 보여주었듯 진실조차도 정치논리로 무참히 짓밟히는 환경 아래서는 그다지 힘을 가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선거에서 방송 언론과 그 환경은 전쟁터 자체이자 총과 같은 무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야권은, 특히 통합진보당은 심하게 기울어진 전쟁터에서 무장해제를 당한 채 전쟁에 임한 꼴이었습니다. 인터넷과 SNS로 겨우 숨길을 유지하다, 두 번의 TV토론에서 판을 흔드는 이정희 후보의 선전으로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방송언론을 완전히 장악하여 넘겨준 이명박이 얼마나 큰 지원군이었겠습니까.
2) 안철수와 소위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그의 인기와 그가 막판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로 박근혜에게 독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론을 유보합니다. 다만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이 이명박정부에 장악된 방송과 수구언론에 의해 주도된 면이 더 컸다는 점과 안철수가 전혀 개입하지 않은 4. 11 총선에서 총투표자수에서는 야권이 이겼다는 사실만 상기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해 추후 ‘안철수, 진보의 약인가, 독인가.’ 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 꼭지 쓸 예정입니다.
3) 유시민과 심상정
이는 매우 애석한 일입니다. 언젠가도 한번 말했듯 정치는 생물입니다. 정치인의 어떤 행위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지난 5월, 유시민과 심상정에 의해 주도된 자해적 진보대란, 즉 통합진보당 사태의 영향이 결과적으로 박근혜 당선에 매우 큰 기여를 한 것 역시 그러합니다.
유시민과 심상정이 이를 받아들일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미래진보의 발전을 위해 이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지난 5월 아무런 정파에 매이지 않은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오직 '진실‘ 하나만 보고 ‘이정희 진실세우기’에 참여하였듯 이 분석 역시 그런 입장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관점에서 말하고 있음을 우선 밝힙니다.
4.11 총선 직후부터 거의 반년동안 진행된 통합진보당 사태는 대한민국 진보사에 하나의 변곡점이 될 큰 사건임은 다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유시민과 심상정이 주도한 그 진보대란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이정희와 함께 바로 ‘진보’라는 용어와 그 용어가 함의하는 ‘무형적 가치’입니다. 그들이 진실을 왜곡하여 관제방송과 조중동까지 동원, 이정희를 비롯한 진보 죽이기에 열중한 결과 대다수 국민에게 ‘진보’는 위선적이고 기만적이며 위험하고 종북이라는 인상을 깊이 심어주었습니다.
즉, 그런 과정을 통해 이정희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진보’ 라는 용어자체가 매우 심하게 오염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에게 ‘진보’하면 ‘나쁘다.’ 라는 부정적인식이 연상될 만큼 세뇌효과를 준 것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통합진보당 죽이기에 암묵적으로 합세함으로써 그 강도를 더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선거는 말과 이미지의 대결입니다. 박근혜 캠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십분 활용했습니다. 이번 대선 프레임을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짜고 관제방송과 언론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림으로써, 범야권은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된 ‘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스란히 떠안아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반년동안 유시민과 심상정이 주도한 진보죽이기와 더럽히기는 범야권을 향해 쏜 독화살 같은 것이었습니다. 진실과 관계없이 ‘진보는 나빠’ 라는 왜곡되고 조작된 평가와 이미지가 방송화면과 신문지상을 덮고 있던 반년동안 박근혜는 무상으로 선거운동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번 대선을 결정한 50대들의 반란에 크게 기여합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10%이상 더 지지했던 수도권 50대가 결국 진보에 의심을 보내며 박근혜에게 몰표를 주게 하는데 커다란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4) 김한길 등 민주당 비주류의 선거 태업과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의 무능
박근혜를 축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여권과 달리 문재인 캠프가 선거 막판까지 단일대오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안철수와의 늦은 단일화와 새누리당 이상으로 수구적 정체성을 지닌 김한길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비주류의 선거 태업입니다. 그들은 정권교체라는 대업보다 당내 자파이익을 우선했습니다. 참여정부 실패론을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 삼은 박근혜 캠프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여 일선에서 열심히 뛰는 소위 친노 선봉장들을 무장해제 시켰습니다. 그러고도 정작 자신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박근혜의 자객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것입니다.
이기에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의 무능과 오판이 더해집니다. 대선 직전 무리하게 사퇴한 경남 김두관의 엉뚱한 자만과 욕심. 수구출신 지사들만큼도 개혁성을 드러내 못한 충청의 안희정과 이시종, 젊은 시절 노조활동 몇 개월이 아직도 자기 개혁성을 대신해 줄 아는 인천의 송영길과 강원의 최문순, 그들은 차라리 없는 이만 못했습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실망을 주고 특히 비슷한 연배인 50대들에게 시건방지게 비취지면서 반란의 한 요인이 되었을 뿐입니다.
5) 박근혜 그녀 자신
박근혜는 이 같은 외적 자양분으로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육화시켜 줄기를 불리고 꽃을 피운 건 그녀의 내적 힘입니다. 박근혜는 정치를 아는 인물 이었습니다 특히 큰 정치의 기본에 충실할 줄 알았습니다. 인기가 바닥인 이명박 정부와 일정 거리를 두긴 했지만 한번도 ‘이명박’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수구세력의 기반임을 알고 그를 껴안고 간 것입니다.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과 척을 지고, 이회창이 김영삼을 비판한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큰 정치에서 정치 기본과 자기 기반을 지키는 것은 이만큼 중요합니다.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여 잊기 쉬운 그를 홀대하는 순간 그는 큰 정치를 이룰 수 없습니다. 바로 그 기본이 조직의 역사와 철학과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기에 그러합니다. 지난 5월 진보대란에서 극도로 불리한 지형에서도 이정희 대표가 유시민 심상정을 마침내 이긴 것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진보정치의 기본인 진실과 당원을 귀하게 여기고 그를 지킨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정희는 어둠의 꽃인 박근혜와 대극에 서 있긴 하지만 큰 정치를 선험적으로 알고 있는 점에서 닮은 면도 있다하겠습니다.
이렇듯 박근혜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외적 자양분을 내적 힘과 융합시켜 대통령 당선이라는 정치인 최후 최고의 꽃을 피운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어둠의 꽃이라 해도 모든 꽃은 시절 인연을 만나야 필 수 있습니다. 구태를 상징하는 그녀의 당선이 우리 역사 진보에 대한 반동인 것이 분명하지만 또한 하나의 실체인 것 역시 분명합니다. 우리는 그를 인정해야합니다. 이제 5년 동안 우리는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4. 어둠의 꽃에 거는 한 가닥 가느다란 희망
끝으로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따져봅니다. 박근혜는 당선 첫 일성으로 전 국민행복시대의 문을 열겠다고 했습니다. 좋은 말입니다. 국민과 결혼했다고 말할 만큼 남다른 삶을 산 그녀인 만큼 진심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보살피겠다는 그 말 자체가 반민주성을 담고 있지만, 그녀는 정말로 전 국민의 행복을 염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는 그를 실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결코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을 끌어안을 수 없습니다. 인간 차별을 당연시 하는 중세적 공주로 자란 성장과정도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녀의 뿌리와 배경 때문입니다. 즉, 현재 우리사회의 모든 불행과 갈등과 비인간화를 유발하는 자본독재지배구조 안에 그녀가 핵으로 포함되어 있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회구조란 기득권세력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한 힘의 다른 말이고, 혁명이 아닌 한 누구도 이를 단숨에 수정할 수 없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자기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이 구조에 손을 댈 거라면 그녀는 목숨을 걸고 자기 뿌리와 투쟁을 벌려야 합니다. 야권과 싸울 때보다 더욱 격렬하게 투쟁해야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을 꽃으로 피워 낸 민족분열, 독점, 부패, 거짓, 차별, 위선, 조작 사대주의 등 이 땅 어두운 정치의 근원을 모두 끌어안고 장렬하게 산화해야합니다. 그럴 때만이 어둠의 꽃인 박근혜는 꽃의 향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5년 후 임기가 끝냈을 때 그런 살신성인적 공덕에 의해 역사에선 밝고 선한 꽃으로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전망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실망의 폭을 줄일 것입니다. 그녀가 로멘틱한 공주라면 모를까, 산전수전 다 겪은 마귀 여왕처럼 노회하고 냉혹한 존재인 까닭입니다. 그녀가 말하는 대한민국 100% 통합이란 깨어있는 몇 몇 반대자를 죽이고 가겠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선각자적 진정한 사랑의 정치인 이정희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벌써부터 박근혜 당선에 절망하여 예민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하는 말입니다. 이런 슬픈 죽음만큼이라도 멈추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5년, 행복 같은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더 이상 우리 역사를 어둠으로 물들이지만 말아달라는 소박한 기원뿐입니다. 그건 이명박 사기정부 5년으로 충분했습니다.
김 준 식 / 작가 / www. djjb.kr/ 12. 26
<후기>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광의의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 이번 대선 결과가 아프기도 하지만, 또 다른 위험성을 느낀 때문입니다. 본문에서 보듯 이번 범야권의 패배가 진보역사에 대한 반동적 측면이 있고, 또한 방송 환경 등 명백한 힘의 불균형에 있음에도 엉뚱하게 패배의 희생양을 다른 곳에서 찾는 불순한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두렵고 우려할 일입니다. 우리는 4,11 총선이 끝났을 때 지금처럼 멘붕에 빠진 야권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희생양으로 삼아 미녀사냥을 벌였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정희 후보가 1,2차 TV 토론 시에 박근혜를 공격함으로써 보수를 대대적으로 결집시켰고 결국 그로 인해 야권이 패했다는 황당한 주장입니다. 그런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작적이기 까지 합니다. 범야권 하나하나가 그 패배의 책임을 감당할 일임에도 그를 회피하려는 간교함과 비겁함도 엿보입니다.
며칠 전 한겨레신문은 동아일보가 주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마치 그것이 사실인냥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는 그 정도로 큰 비중을 갖지 못했습니다. 다만 TV 토론에서 침체일로의 범야권진영을 각성시키며 워낙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그 잔영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도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되리라 봅니다. 범야권 재편과정에서 희생양을 찾는 비겁한 작태가 또 일어날 것이고, 이정희가 미울 박근혜의 지원도 한 몫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이정희가 지금 범야권의 거대한 에너지가 모인 문재인의 뒤를 이을 큰 재목이라는 점입니다. 진정으로 민중이 승리하는 새 시대를 이정희를 중심에 세워 열고자 하는 민중의 염원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다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정희에 대한 견제와 박해는 강도를 더해갈 것이 분명합니다. 범야권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그녀를 대선 실패의 주요인으로 왜곡, 선전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그러니 다시 준동하고 있는 제2의 마냐사냥에서 이정희를 지켜야합니다. 제삼 우리의 관심과 염원과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에 작은 마음이라도 보태고 싶어 멘붕의 지친 몸을 일으켜 크리스마스 날 밤새워 이 글을 씁니다.
- 이정희 응원하기 팬카페, ‘희소식 : http://cafe.daum.net/heenews에 동참을 바랍니다.
첫댓글 어둠의 시작입니다.
약하고 예민한 노동자, 민권운동가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신유신시대 좀 지키볼까하다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선에 윤창중이라는 극극우 선동가를 정권의 입으로 삼는 것을 보고
결국 그렇구나 하는 경각삼에 이 글을 씁니다.
지금 조중동이 앞장서고 한겨레등이 돕는 것은 같은 야권 패배 이정희론이
더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기에 나간 정신을 챙깁니다.
다사다난했던 2012 년말의 아쉬움을 이 선거정리 글로 나눕니다.
모두 건강 잘 유지하시고 풀죽지 맙시당
삭제된 댓글 입니다.
헌데~인터넷엔 부정선거가 확실 한 것 같은데 왜 새 대갈당 2중대 민주당을 비롯하여 정치권은 소죽은 귀신인지 모르겠네~
오호 통재라~ 그리고 "후기"에 오타~ 문제인>(문재인)
10년을 안 형님 한 분이 대구서 전화가 왔습니다..그러다 정치얘기가 순간 나와.." 이정희 이&^%$ 이제는 박근혜에게 죽었다 !!" 라고 하면 성토을 합니다....난 이분을 잘 알죠..만나얘기를하면 조금을 돌아 올 사람이며 이런 욕을 한 것에 부끄러워 하기도 할사람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는 겁니다...이런 분에게 리린님의 위에 글을 보여준다면..?? 어떤 결과..아마 엄청난 간극의 차이로 별 욕을 다 할겁니다..그러나 이것을 말해 주는 또은 이해 시켜주는 이가 있다면..이해 하리라 봅니다...리린님의 글으 내게는 무장이지만...저들에게 무엇으로 이해 할까..생각도 해 봅니다..^^
예, 그렇지요 이해합니다. 미늘바늘님
그런 분들 많지요. 관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많이 이정희님의 평가는 달라집니다.
저는 진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냐에 방점을 두고 판단하지요.
그리고 공고 출신이기에, 그들이 왜 계급 배반적 사고를 하는지 잘 압니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설득해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차칸늑대님께:
부정선거는 실행되기전에 예방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에 관한 경고와 대책을 촉구했으나
민주당에서는 전혀 신경쓴 흔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미 시행된 것을 문제삼아 바로 잡는 것은 결코 쉽지도 가능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지난 411때도 그랬고, 문제삼을 거라면 미리 예방을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다음의 승리를 위해서는 정파적 논리에서 벗어나 패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진보하는 관점에서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승리를 위한 퇴보는 작은 승리를 가져올 수 있으나 기나긴 역사에서 보면 패배를 가져올거라 생각합니다.
승리를 위한 퇴보가 필요했었다는 말들도 여기저게 보이더군요.
위로가 되는 글 고맙습니다. 힘 내겠습니다.
예, 랑스님
정파 논리를 벗어난 패인의 분석은 필요하지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한 방향을 정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이 수시로 바뀌는 것 같아도
결국 긴 시간 축적된 무의식의 표출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특히 5,60대 장년들의 의사결정은 한 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그들이 진보를 의심하고 보수화되었다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 바르지 않다라기보다는 그동안 민주진보진영이 보여준 한계라고 봅니다.
아무튼 연말 잘 보내시고요^^
만물은 유전하는 법입니다. 희망을 갖고 ... ^&^
그럼요. 희망을 가지자고 쓴 글입니다.
어둠의 꽃은 자기 모순에 의해서도 붕괴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호흡을 길게 두고 기다려야지요.
진보사태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것이라 저도 생각했었는데.. 리린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었군요^^*
좋은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연말 연시 잘 보내시길.. 여기저기 퍼날랐습니다^^*
예 마마님^^ 비둘기는 잘 있나요!
진보에 대한 트라우마가 왜곡된 언론에 의해 생겼다는 생각을 합니다.
1% 극소수에 의한,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자본주의 유지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과 극소수 지배계층이 모든 의제를 독점하고 전횡하는 행태가요
역시 건강하시고 연말 연시 즐겁고 행복하길요.
^^* 비둘기가족 떠난지 조선시대쯤되고요..
요즘은 뒷마당 길냥이 아깽이들 성묘로 탈바꿈시켜 놨습니다^^*
4개월를 밥주면서 이제서야 크리스마스 선물로 쓰담듬을수 있었네요^^*
리린님도 건강하시고 연말연시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