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지난 4월 2일 저녁 123층에 높이 555m로 국내 최고층인 제2롯데월드 타워의 개장에 앞서 불꽃놀이가 있었다. TV 화면으로 보았지만 높은 빌딩에서 펼쳐지는 약 3만여 발의 불꽃놀이는 건물의 위용만큼이나 화려하고 장엄했다.
이튿날 저녁 76층에서 열린 개장 기념식에는 롯데그룹 계열사 임직원과 정·관계 및 재계 인사, 42개국 주한대사관 및 외국기업 대표 등이 대거 몰려 대한민국의 새로운 랜드마크 탄생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참석자들이 '새로운 하늘을 여는 열쇠'라는 의미로 황금열쇠를 돌리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고 하였다.
개장 기념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님의 기업보국 정신에서 시작된 롯데월드 타워가 사업지 선정 30년 만에 개장했다.”하였다. 또“롯데월드타워는 국가대표 랜드마크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동빈 회장의 말처럼 퍼포먼스에 등장한 황금열쇠는 롯데와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최고층의 높이만큼이나 위상을 높이고, 행운을 불러다 줄 것이다.
행운을 불러준다는 황금열쇠는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각종 기념품으로도 많이 애용하고 있다. 내가 정년퇴직할 때도 어느 친목회에서 퇴직 후의 건강하게 복된 삶을 누리길 바라는 뜻을 담은 5돈짜리 황금열쇠를 선물받았다.
또 고귀한 한 생명이 태어나 첫돌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금반지를 많이 선물해주는데 요즘은 황금열쇠를 선물하는 추세라고 한다. 아마 황금열쇠의 의미와 같이 행운이 가득한 삶을 살아 가라는 축복의 뜻일 것이다. 물론 첫돌 반지도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지만 사치의 상징이기도 하니까 나 역시 황금열쇠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이처럼 열쇠란 단순히 잠긴 자물쇠를 여는 역할을 넘어 넓고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 의사 사위 얻으려면 열쇠 3개(집 자동차 병원)는 있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이들 ‘사자 돌림 직업’을 위한 중매 시장과 중개인(일명 마담뚜) 직업이 성행하기도 했다.
의대에는 수능 성적 상위 2%(서울 소재 의대는 0.1%)의 우수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단지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서른, 마흔이 넘어 로스쿨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지만, 과거처럼 자격증만으로 왼손에는 돈, 오른손에는 명예가 보장되던 시절은 지났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순수한 사랑으로 맺어져야 할 성스러운 결혼에까지 황금만능의 잘못된 재물로 등장하는 열쇠도 있었다.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千一夜話)>에 실린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또 다른 의미의 열쇠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동생 알리바바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던 길에 우연히 도적 떼가 보물을 숨겨둔 동굴을 발견했고 그 동굴의 문을 여는 주문이 '열려라 참깨'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많은 양의 금은보화를 가져올 수 있었고 이를 시샘한 그의 형은 도둑들의 동굴에 갔다가 문을 여는 주문을 잊어버려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도둑들에게 들켜서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이야기의 교훈은 열쇠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생 알리바바는 여 종인 카르라마나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고 보물들을 모두 찾이하여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지만,‘열려라 참깨’는 또 다른 의미의 최첨단 음상 인식 열쇠라 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건물이나 아파트에서는 물체를 인식하여 열리는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으며, 지문이나 비밀번호로 출입문을 열 수도 있다. 또 고급자동차에는 운전자가 몸에 카드를 지니고 가까이 다가가지만 해도 차 문이 열린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쇠붙이로 된 열쇠 대신 전자장치로 된 열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첨단 과학기술은 더욱 발전하고 진화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와 같이 음성인식 열쇠뿐만 아니라 멀지 않아 얼굴 인식과 생각(마음)마저 읽어주는 열쇠가 등장하는 날도 올 것이다.
장기간 상업에 종사한 사람들은 오는 손님들을 보면 물건을 구입할 사람인지 아니면 구경하려온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값비싼 물건을 살 것인지, 값싼 물건을 살 것인지도 대충은 알 수 있어 적당한 값의 물건을 권한다고 한다.
관상을 보는 철학자들은 통계학에 근거하여 관상을 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 사람의 운명이나 앞날을 대충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40여년간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신학기를 맞이 하여 새로운 아이들을 보고도 얼마지나지 않아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처럼 자신의 직업에 따라 장기간 수많은 사람을 대하다 보면 사람 보는 눈의 열쇠를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에서든 열쇠는 등장한다. 이처럼 열쇠는 부로 상징되는 역할과 사랑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처럼 현대의 기술로도 개발하지 못한 최첨단의 음성인식 열쇠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오랜 경험에 의해 사람을 보는 눈의 열쇠도 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정확하게 다른 사람의 생각(마음)을 읽어주는 눈의 열쇠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자기의 생각(마음)을 닫아놓을 수 있는 자물쇠 장치가 마련되겠지만, 그 자물쇠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어쩔건가. 다른 사람이 나의 생각(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열쇠로 열어볼 수 있다면 벌거벗고 대로를 활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대한 가당찮은 나의 기우(杞憂)다.
좀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자동문이나 여러 분야의 열쇠들도 중요하지만 생사와 연관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더욱더 중요하지 않을까? 모든 문제에는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있고 그 답을 풀어주는 것이 열쇠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기상 이변으로 인한 가뭄이나 홍수, 지진, 미세먼지, 또 각종 질병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거나 고통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해결하기 힘든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어느 황금 열쇠보다 값지고 소중한 열쇠가 아닐까?
201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