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다니기에도 너무 벅차네요.
살랑살랑 봄바람 맞으며 이웃동네 마실을 잘 다녀왔습니다.
4코스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하려했으나 꽃에게 너무 마음을 빼앗겼나봅니다.
휴대폰의 산길샘 앱도 어디다 정신을 팔렸는지 위치 측정을 제대로 못하고 다녀온 거리를 대충 알려주네요.
마실길 시작점인 1코스에 도착했다.
스트레칭도 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표지석과 검정 고무신 조형물의 위치가 바뀌었다.
모과나무 담장 너머엔 국립 새만금 간척박물관의 건축이 한 창이다.
라이딩을 시작하려는데 난감한 문제가 발생했다.
마실길 안내소의 담당자가 자전거는 마실길을 이용할 수 없다며 진입을 막아선다.
종합안내판을 가리키며 자전거 그림에 빨간 사선이 표시됨을 설명한다.
마실길 표지석 주변은 라벤더 허브로 경계를 서듯 심겨 있고 제비꽃 모종은 분양을 대기 중이었고
안내소 앞의 작은 화단에는 데이지와 상사화 그리고 수선화 등 많은 꽃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전거 타기보다는 이꽃 저꽃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며 꽃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 일행들이 꽃을 밟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이 생겼고 지금 시간에는 마실길에 탐방객의 수도 적으니 통과시켜주겠다고 하신다.
사진 중간의 작고 파란 꽃은 큰개불알풀이라고 합니다.
열매 모양이 개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일제식 이름이라고 하며 꽃 이름이 민망하고 욕처럼 들리니 봄제비꽃으로 부르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명명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개불알꽃과 개불알풀은 다른 종이라 하며 봄제비꽃은 또 다른 꽃이라고 합니다. 어려우니, 여기까지만 하죠. 오늘의 상식 NFT도 어려웠는데...
“물 내음에 푸르른 산 들 바다
붉은 노을 황홀함
시를 읊은 파도” <중략>
표지석 뒷면의 차화 송선자 시인의 변산마실길 중에서
산과 들과 바다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으며 유채꽃이 피면 가보고 싶은 부안 변산 마실길.
한적한 숲길과 해안 모래사장 길이 수시로 번갈아 나타나 지루한 줄 모르는 꼭 한번 다녀가야 할 길이죠.
뜬금없는 서해랑 길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길에 이름이 많다.
서해랑길은 ‘코리아 둘레길’의 하나이다.
코리아 둘레길은 이미 조성된 걷기 여행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외곽(동해, 남해, 서해, 비무장지대 지역) 전체를 코스로 하여 사람·자연·문화를 만나는 걷기 여행길이라고 홈페이지에 설명되어있다.
남해안길(남파랑길: 부산 ↔ 해남 1,463km), 서해안길(서해랑길: 해남 ↔ 강화 1,804km), 평화누리길(디엠지 평화의 길: 강화 ↔ 고성) 그리고 동해안길(해파랑길: 고성 ↔ 부산 770km)로 이뤄져 있다.
이는 하루 40km씩 4개월을 걸어야 한 바퀴를 완주할 수 있는 총 길이 4,500km에 이른다.
산티아고 순례길(800km)의 약5.6배에 이른다.
도전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요.
참고로 전북권의 길 이름을 나열해 보니 꽤 많네요.
아름다운 순례길, 군산 구불길, 지리산 둘레길, 언저리 길, 완주고종시마실길, 부안변산마실길,
무의도 올레길, 박경리의 토지길, 무주금강마실길, 벼룻길...
부안변산마실길을 찾을 때마다 썰물 때라서 모래사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마늘밭을 지나 뽕밭이 나오고 그 끝을 돌면 선사시대의 유물로 추정되는 대항리패총이다.
변산해수욕장의 언덕에 있는 팔각정과 사랑을 주제로 조각상이 구성된 사랑의 낙조공원.
하트모양 조각품의 왼손은 남자의 손 같다.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가족의 사랑을 생각해 보라고 하네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유채꽃은 수성당 유채밭에만 있는 줄 알았다가, 2020년도 철인시대님 공지의 라이딩 때에 곰소항 젓갈센터 공원의 유채밭을 우연히 발견하고 모두 기쁨을 만끽했죠. 그해 수성당 유채밭이 초라해서 실망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수성당에 가지도 전에 잘 가꾸어진 유채밭이 바닷가 언덕에 자리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그냥 갈 수가 없네요. 유채밭에 다가가니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이 줄에 메달려 경고하고 있고 ㈜변산꽃무리라는 회사명이 적혀 있는 것으로 사유지인가 봅니다. 아무튼 우린 잠깐 유채밭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만 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유채꽃 하면 제주도를 연상했는데 앞으로는 부안변산마실길로 각인 되겠네요.
붓꽃을 영어로 Iris(그리스 신화의 무지개 여신) 하는데 그중에 이 꽃은 각시붓꽃이다.
꽃봉오리가 먹을 묻힌 붓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죠.
새색시를 연상케 하듯 작고 바라볼수록 다소곳함과 소박함이 느껴지는 꽃이라서 눈길을 사로잡는 꽃이다.
이젠 산을 타다 초록색의 긴 잎들 사이로, 세 갈래로 갈라진 보라색의 꽃들이 하늘거리면 아! 내 각시처럼 예쁜 그 꽃 아이리스.
각시가 따라나설까봐
오늘 산행길은 험할 텐데, 둘러대고는
서둘러 김밥 사들고 봄 산길 나섰습니다
허리 낭창한 젊은 여자와 이 산길 걸어도 좋겠다 생각하며
그리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 오르는데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산비알에
저기 저기 각시붓꽃 피어있습니다
키가 작아서 허리가 어디 붙었나 가늠도 되지 않고
화장술도 서툴러서 촌스러운 때깔이며
장벽수정을 한대나 어쩐대나 암술 수술이 꽁꽁 감추어저
요염한 자태라곤 씻고 봐야 어디에도 없어서
벌 나비 하나 찾아주지 않은 꽃
세상에나, 우리 각시 여기까지 따라나섰습니다
세상에 내가 최고로 잘 난 줄 아는 모양입니다
이 산길까지 남정네 감시하러
앵도라진 입술 쭈뼜거리며 마른 풀섶에 숨어 있습니다
각시붓꽃 앞에 서니 내 속생각 들킬까 봐
아무도 없는 숲길에마저 괜스레 조신합니다
두렵게도 이쁜 꽃입니다
새삼 스무 살처럼 내가 깨끗합니다
[출처] 각시붓꽃을 위한 연가(복효근)
[설화1] 전설에 의하면 아이리스는 원래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던 절세 미인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아이리스는 왕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했으나 그가 죽자 남자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았다. 그러나 자신을 흠모하던 화가가 자신이 좋아하던 꽃을 살아있는듯 그려내자 그의 아내가 됐다. 이후로 아이리스는 그 꽃의 이름이 됐다. 유럽에는 아이리스란 이름의 여성이 꽤 많다고 한다. (출처 이재명)
[설화2]백제와 결전을 위해 황산벌로 출전한 관창은 계백 장군의 결사대와 분연히 싸우다가 전사한다. 그의 정혼녀 무용은 전사한 관창을 잊지 못해 결국 그의 영혼과 결혼식을 올린다. 관창 영혼의 부인이 된 무용은 낭군을 그리워하며 매일 그가 묻힌 자리를 찾아가 옛날을 회상하며 나날을 보내다 끝내 세상을 뜬다. 이에 무용의 부모는 그녀의 사랑을 지켜주고자 관창의 무덤 옆에 무용의 시신을 안장한다. 세월이 흘러 봄은 다시 찾아왔고 관창의 무덤 옆에 수줍은 듯한 보랏빛 꽃이 피어났다. 꽃은 낭군을 잊지 못한 어린 각시를 닮았고, 잎은 휘어진 모습이 용감한 신랑 관창의 칼을 닮아 용맹스럽게 보였다. 그리하여 그 꽃을 각시붓꽃이라 불렀단다.(출처 전민서)
첫댓글 사진이 많아서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후기를 써야되는데...
꽃이 만발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꽃들사이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웃고 사진찍느라
라이딩은 뒷전이네요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고들하셨습니다^^
다시 봐도 멋진 사진인데
금상첨화처럼 어우러지는 후기는
표현의 한계에 부딪치는 멋스러움이
가득 뭍어납니다
앞으로 일본식인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은 사용을 자제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