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이야기 9>
빼어난 입술에 반짝이는 미소를 겸비한 화림(花林)의 고수 - 동백나무
학명 : Camellia japonica L.
피자식물문 쌍떡잎식물강 차나무과의 상록활엽소교목
겨울에 피는 꽃 「동백(冬柏)」의 아름다움은 차마 지는 순간에 있다. 생의 절정을 수직의 언어로 뛰어내리는 시적 아포리즘! 동백꽃은 꽃잎이 바람결에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냘픈 데서는 맛볼 수 없는‘비애미(悲哀美)’의 정점을 가다듬었다. 가장 붉고 아름다운 순간에 방울방울 떨어진 눈물이 땅위를 밟자마자 반색하여 하늘을 우러르는 꽃. 누가 동백의 낙화를 두고‘불길(不吉)’을 말했는가!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의 식물로서 학명은‘Camellia japonica’라 한다. 속명 Camellia는 17세기경 체코슬로바키아의 선교사 케멜(G. J. Kamell)이 마닐라에 살면서 동아시아 일대의 동백나무를 수집하여 유럽에 소개하였기에 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동백이 서양에 소개된 다른 예로,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개작한 피아베 작시 베르디 작곡의 가극‘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에서 주인공 비올레타가 번갈아 들고 나오는 흰 꽃과 붉은 꽃이 바로 동백꽃이란다. '라 트라비아타'를 '춘희'라고 번역하는데, 춘(椿)은 동백, 춘희란 곧 '동백아가씨'인 셈.(「흰동백」은 거문도와 홍도에서 자란다. 또한 「분홍동백」은 연분홍색 꽃이 피는 것으로 역시 거문도에서 최근 발견되었다.)
동백꽃은 벌 나비가 없는 한 겨울에 동박새의 도움으로 수분을 하는 조매화(鳥媒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쪽으로 울릉도, 서쪽으로는 황해도의 대청도까지 올라간다. 도서지방은 11월에 피기 시작하여 한창 겨울을 나지만 올라갈수록 개화시기가 늦어진다. 이듬해 4월초에는 선운사 동백이, 그리고 지구상 가장 북쪽 자생지인 대청도에선 4월 중순이 절정기이다. 동백을 흔히 산다화(山茶花)라고도 하는데 잎이 차나무와 비슷하여 생긴 생약명으로, 해홍화(海紅花:바닷가에서 자라는 붉은 꽃나무라는 뜻)와 함께 중국에서 부르는 동백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동백과 흡사한 ‘다매(茶梅)’를 산다화로 부르는 것은 구별이 필요하다. 다매는 일본이 원산지이고 잎이 더 좁으며 꽃이 통째 지지 않고 한 잎씩 떨어진다.
빼어난 꽃입술의 붉음과 푸른 잎의 미소, 줄기의 흰 속살을 감춘 화림의 고수(高手) 동백. 동백의 여러 꽃말 가운데 필자가 고른 것은‘겸손한 아름다움’이다. 동백나무는 피같이 붉은 것을 반쯤 피운 채 푸르디푸른 사시의 진한 그림자를 발아래 펼친다. 수줍다기엔 참으로 숫지고 겸손하다. 얼추 육십 송이 뒹구는 동백꽃 나이를 하고 동백나무 그늘에 앉아 남해의 일몰을 바라본다. 찬란할지언정 차마 섧지는 않으리라.
김진수(전남들꽃연구회장)
첫댓글 어 풀밭에도 꽃이 피었네요. 홍도 가니까 동백아가씨 노래가 구슬프게 흘러나온 곳이 있는데 춘희 였구나,저위 꽃은 현금 해빈 양순 춘희요 아래꽃은 그린 춘희요 그래도 이쁘네용 ㅋㅋ
프란시스코 고야의 '마야' 그림처럼 어여쁜 저 동백의 누워 있는 자태를 따를 세상 푸나무의 미감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린의 착한 맘씨와 예쁜 종아리를 닮았어요...^^
선운사 뒤안에 몇백년 수령의 동백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꽃무릇 보러 가던날 ..동백이 피면 꼭~!다시오리라
친구들과 약속을 했었답니다..붉은 꽃이야 동백외에도 많이 있지만 홀로 차가운 계절에 붉은 동백은 단연 돋보이고
유난히 짙어 보입니다..ㅎㅎ 근데 선생님 ...선생님도 종아리를 눈여겨 보시는군요~동백의 미감과 종아리를 비교하심이~ㅋ
커다란 동백나무의 하얀 몸빛을 보면 사람주나무의 미끈한 몸매에 닿을 만큼 달콤한 질감을 느낍니다. 하물며 누워서 빨갛게 하늘을 바라보는 저 입술의 꽃송이들에서는요! 쉿, 고백하건데 제 난치의 눈썹은 오데서 아무 여인이나 '노루다리'를 훔쳐보는 불쌍한 병을 앓고 있답니다 글쎄...^^!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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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이미자 노래가 귀에 들어올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얼마전에 팝페라 가수 임태경이 방송에서 부르던 동백아가씨가 귓가에 맴돕니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에 멍이 들어서 꽃잎이 빨갛다는 로맨스가 잔혹하군요.
그렇게 에먼 여인들 가슴 멍들게 하는 사람을 처벌할 죄목은 없나요?
미필적고의에 의한 여심상해죄... 대법원에 청원이라도 하든지해야지원.
그나저나 그린님, 날 풀리면 원피스 입은 각선미 한번 꼭 보여주셔야겠습니다.
저 동백꽃 분위기랑 어울리는가 어쩐가요.
스스로 '가슴에 멍이 든 꽃잎'이라 노래하여 어린 사내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저 '미필적 고의'는 어떻고?